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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디자이너 다이어리

흥행보증수표 '다니엘 리'의 버버리

김자혜 프리랜서 기자

입력 2022.11.09 10:00:01

지난 10월 글로벌 명품 브랜드 버버리의 수장으로 디자이너 ‘다니엘 리’가 합류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뉴 보테가베네타’ 시대를 연 그이기에 패션계 이목이 더욱 집중된다. 과연 버버리에서는 어떤 새로운 클래식을 선보이게 될까. 명품 브랜드의 흥행보증수표 다니엘 리에 대해 알아보자.
2011년 2월은 패션계가 잊지 못할 순간이다. 현시대가 가장 주목하는 디자이너, 다니엘 리(Daniel Lee)가 센트럴 세인트 마틴 졸업 패션쇼를 통해 처음으로 패션계에 이름을 알린 것. 최근 몇 년 동안 패션계의 빅 이슈를 꼽을 때 다니엘 리는 빼놓을 수 없는 인물 중 한 명이다.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보테가베네타를 침체기에서 끌어올려 ‘뉴 보테가베네타’라는 신조어까지 만들며 새로운 전성기를 맞게 한 디자이너기 때문이다. 사실 그가 처음 보테가베네타의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되었을 때 기대하는 이들만큼 걱정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이 브랜드는 전임자 토마스 마이어가 무려 18년이나 이끌었고, 다니엘 리는 32세라는 젊은 나이에 SNS 계정조차 없는, 베일에 싸인 젊은 디자이너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두의 걱정을 비웃기라도 하듯 그는 2019 F/W 시즌 전 세계의 극찬을 받으며 성공적인 데뷔를 마쳤다. 영국의 권위 있는 패션 시상식인 ‘브리티시 패션 어워드’에서 올해의 브랜드로 꼽힌 것은 물론 ‘올해의 디자이너’ ‘여성복 디자이너’ ‘액세서리 디자이너’ 등 4관왕에 올랐다. 이는 단일 디자이너가 수상한 수치로로 유례없는 일이다. 브랜드의 정체성을 살리면서 현대적인 분위기를 더한 그의 디자인에 패션 피플들은 열광했다.

셀린의 숨은 주역, 피비 필로 키즈

사실 다니엘 리의 이런 흥행은 갑작스럽게 이뤄진 것이 아니다. 이미 그는 졸업 패션쇼에서 다양한 패턴과 드레이핑 디테일을 조합해 화려하면서도 우아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작품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졸업 후 약 1년간 메종마르지엘라, 발렌시아가, 도나카란 등 3개 브랜드에서 일하며 자신에게 맞는 브랜드를 찾아 헤맸다. 그사이 디자이너 ‘피비 필로’가 셀린의 총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돼 ‘셀린다움(Celineisation)’이라는 신조어를 만들며 급성장했다. 다니엘 리는 이러한 셀린의 변화를 눈여겨보다가 도나카란을 그만두고 2012년 셀린에 입성한다. 그리고 무려 6년을 피비 필로와 함께 일하며 레디투웨어 디렉터 자리까지 오른다. 그사이 셀린은 피비 필로의 미니멀리즘과 다니엘 리의 독창적이고 아방가르드한 디테일에 힘입어 패션계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뉴 보테가베네타를 이끌다

2017년 그렇게 승승장구하던 다니엘 리와 셀린은 피비 필로가 브랜드를 떠나면서 이별하게 된다. 다니엘 리가 피비의 자리를 이어받는다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그는 휴식을 취하기로 한다. 이후 다양한 브랜드에서 러브 콜이 끊이지 않았고, 결국 그는 보테가베네타를 선택한다. 다니엘 리가 합류하기 전 보테가베네타는 브랜드의 시그니처인 ‘인트레치아노’ 공법 외에 새로움이 부족해 2010년 중반부터 고전을 겪어왔다. 모두가 보테가베네타를 외면하던 때, 다니엘 리는 오히려 큰 가능성을 느꼈다고 한다. 2018년 7월 그는 공식적으로 보테가베네타 수장을 맡아 뉴 보테가베네타 시대를 열었다.

다니엘 리는 인트레치아노 기법을 유지하되 가죽의 크기를 넓히고, V 자를 연상시키는 삼각형 로고 포인트를 더해 보테가베네타의 아이덴티티를 살리면서 현대적인 감성을 이끌어냈다. 그리고 2019 F/W 컬렉션을 통해 브랜드를 탈바꿈하고, 새 트렌드를 이끌었다. 특히 만두 백으로 불린 ‘파우치 백’과 ‘카세트 백’ 등은 별도의 마케팅 없이 보테가베네타 역사상 가장 단기간에 많이 팔린 백으로 명성을 얻었다. “여성의 손에 스마트폰 대신 쥘 수 있는 부드러운 소재의 백을 출시하고 싶다”던 그의 바람이 이뤄진 순간이다. 한동안 전 세계 여성들 손에는 파우치 백이 자리하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 쨍한 그린 컬러를 메인으로 사용해 ‘보테가베네타 그린’이라는 신조어도 만들어냈다.



호평의 연속이던 그가 사람들을 또 한 번 놀라게 한 사건이 있다. 2021년 1월 보테가베네타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모든 공식 소셜 미디어 채널을 삭제한 것. 무분별한 이미지 소비를 줄이고, 앰배서더나 팬들이 자연스럽게 브랜드를 노출할 수 있도록 디지털 마케팅의 방향성을 바꾼 것이다. 여기에 디지털 매거진 ‘Issue’를 계간으로 발행해 여러 아티스트, 셀러브리티, 모델 등과 독특한 비주얼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해나가기 시작했다. 그의 파격적인 행보는 패션계에서 연일 화제를 모았다.

영원할 것 같았던 보테가베네타와 다니엘 리지만, 이들은 2021년 11월 갑작스레 결별을 선언한다. 미국 매체 ‘뉴욕 타임스’는 “너무나도 충격적인 헤어짐”이라고 밝혔다. 3년 만에 보테가베네타를 트렌드의 선봉에 올린 그였기에 패션계의 충격은 더욱 컸다. 한편, 이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다니엘 리의 차기 행보였다. 피비 필로가 LVMH와 손잡고 자신의 브랜드를 론칭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는 다니엘 리가 다시 피비 필로에게 갈 것이라는 추측이 나돌았다. 하지만 그는 이런 예상을 깨고 2022년 10월 드디어 버버리 합류 소식을 전했다. 그는 2023년 2월에 열리는 버버리 컬렉션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알려졌다. 천재 디자이너의 뉴 제너레이션에 전 세계인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다니엘리 #뉴버버리 #보테가베네타 #여성동아

Daniel Lee’s Diary
다니엘 리가 패션계에 열풍을 일으킨
핫 아이템 베스트 4.
ITEM1 파우치 백
다니엘 리의 최고 히트작. 파우치 백은 로고를 전혀 보이지 않는 대신 소재에 집중했다. 보테가베네타에서 가장 단기간에 많이 팔린 백으로 리한나, 카일리 제너 등 셀럽들이 들어 유명해졌다.

ITEM2 카세트 백
보테가베네타의 인트레치아노 공법을 다니엘 리만의 분위기로 재탄생시킨 백. 스트랩에 달린 삼각 로고 디테일이 특징이다.

ITEM3 리도 뮬
브랜드의 시그니처 공법을 더해 볼륨감을 살린 샌들로 스퀘어 토가 포인트다. 당시 엄청난 인기를 모은 아이템으로 매장에 제품이 있으면 고민할 필요 없이 바로 구매해야 한다는 팁이 공유되기도 했다.

ITEM4 퍼들 슈즈
투박한 디자인이 인상적인 퍼들 슈즈로 보테가베네타 인기템 중 하나. 발목을 덮는 앵클부츠부터 슬라이드 형태까지 다양한 디자인과 컬러로 패피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사진 게티이미지
사진출처 인스타그램



여성동아 2022년 11월 70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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