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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유명한 NFT “야, 너두 만들 수 있어”

글 함지현 코인데스크 코리아 기자

2022. 02. 15

지난해 미국 크리스티 경매에서 790억원에 팔린 작가 비플이 만든 디지털 아트 ‘매일: 첫 5000일’. 10억원에 달하는 크립토키티 희귀종. 한 달에만 3조원이 거래되는 NFT 시장에 우리도 뛰어들어 볼까?

2018년 한국에 방문한 사진작가 케빈 아보쉬(Kevin Abosch)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흥미로운 프로젝트를 소개받았다. 케빈 아보쉬의 사진 작품을 블록체인에 저장하고, 그 소유권을 토큰으로 분배한다는 것이다. 디지털 사진 인쇄본에는 각기 다른 토큰 ID가 적혀 있고, 토큰 보유자들은 이를 토대로 자기 작품이 진품임을 증명할 수 있었다.

비슷한 시기 ‘크립토키티(CryptoKitties)’라는 블록체인 게임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관련 기사를 쓰면서 고양이 캐릭터의 특성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 달라진다는 점이 흥미롭게 느껴졌다.이런 경험들이 있기에 2021년 부상한 대체불가능토큰(NFT·Non-Fungible Token) 개념이 좀 더 쉽게 다가왔다. NFT란 디지털 작품에 보증서를 부여하는 도구이자, 저마다의 가치를 지닌 토큰이다. 현재 거래되는 NFT 대부분은 암호화폐 중 이더리움 네트워크에서 발행된 것이다. 따라서 가격이 이더리움 단위(ETH)로 매겨진다.

관심을 갖고 지켜보며 NFT 마켓플레이스에서 눈요기를 하던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도 NFT를 발행할 수 있지 않을까?”


콘텐츠만 있으면 누구나 도전 가능

3D ‘쪼만이’

3D ‘쪼만이’

NFT 발행에 대한 심리적 장벽은 생각보다 높다. 자신이 인기 있는 예술가여야 할 것 같고, 적어도 정보통신(IT) 기술을 잘 다뤄야만 할 것 같아서다. 물론 ‘슈퍼레어(SuperRare)’ ‘클립 드롭스(Klip Drops)’ 같은 일부 마켓플레이스에는 선정된 창작자만 입점할 수 있다.



일반인이 NFT를 발행하려면 ‘오픈시(Opensea)’를 이용하는 게 좋다. 오픈시는 NFT 거래 및 발행 플랫폼으로, 최근 1개월 거래대금이 25억 달러(2조9000억원)에 달한다. 기자는 오픈시에서 고양이 ‘쪼만이’를 그린 도트 그래픽을 NFT로 발행해 판매하고 있다.다음은 쪼만이를 NFT 시장에 데뷔시키는 과정이다.

오픈시 NFT 창작자가 되려면 우선 ‘메타마스크’라는 전자 지갑을 설치해야 한다. 메타마스크는 개인 키(일종의 디지털 금고 열쇠)를 이용자가 직접 관리할 수 있는 전자 지갑이다. 크롬 브라우저 인앱 형태(확장프로그램)로, 생성할 때 받은 복구 구문만 있으면 다른 컴퓨터 크롬 브라우저에서도 이용할 수 있다.

 설치 후 오픈시 웹사이트 우측 상단의 지갑 모양 아이콘을 누르면 자동으로 지갑 창이 활성화된다. 여기에 본인이 설정한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별도 회원가입 절차 없이 오픈시에 로그인할 수 있다. 이후 상단의 ‘창작(Create)’ 버튼을 누르면 NFT 발행 프로세스가 진행된다. 이미지, 영상, 음원이나 3D 모델을 NFT로 등록할 수 있으며, 이름과 설명 등을 적을 수 있다.

기자는 발행한 NFT 정리 차원에서 ‘쪼만이 키튼’ 컬렉션을 별도로 만들었다. 콘텐츠만 있다면, 나만의 NFT를 만드는 데 단 몇 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발행한 NFT 판매 버튼을 누르면 두 가지 옵션이 제공된다. ‘고정가 판매’와 ‘시간 제한 경매’ 방식이다. 고정가 판매를 택하면 창작자가 미리 지정한 가격으로 최대 1개월 동안 NFT를 판매할 수 있다. 경매는 최대 7일 동안 진행되지만, 경매 마감을 앞두고 입찰이 들어오면 한 입찰당 10분씩 연장된다. 경매는 최저 호가로 시작해 최고 호가로 마감하는 ‘잉글리시 옥션’과 판매자가 지정한 가격에서 가격을 낮추다 매수 희망자가 나타나면 그 가격에 거래를 체결하는 ‘더치 옥션’으로 구분된다.

기자는 앤디 워홀 작품 분위기가 나는 NFT 한 점을 잉글리시 옥션 방식으로 내놓았다. 최저 호가를 0.005ETH(2021년 10월 기준 약 2만8550원)으로 정했다. 경매 시작 이틀 후 0.008ETH(약 4만5680원)으로 입찰이 들어왔다. 추가 입찰이 없어 이 금액이 최종 낙찰가로 정해졌다. ‘최종 판매 승인’ 버튼을 누르자 NFT 아래 쓰인 보유자 이름이 낙찰자 아이디로 변경됐다. 아마추어의 첫 판매치고는 만족할 만한 성과였다. 그럼에도 약간 실망했다. ‘이더록(EtherRock)’ 같은 돌멩이 그림이 888ETH(약 42억원)에 팔린 것을 보고 내심 ‘나도 몇십만원은 벌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크립토펑크(CryptoPunks), 이더록, 보어드 에이프(Bored Ape) 등 유명 NFT 프로젝트를 보고 있으면 누구나 쉽게 그릴 수 있을 것 같다. 왜 저렇게 비싸게 팔리는지 이해가 가지 않을 것이다. ‘오리지널 갱스터(OG)’의 존재를 모른다면 그렇다.

당신이 몰랐을 ‘오리지널 갱스터’

보어드 에이프

보어드 에이프

OG란 암호화폐 시장에 대중이 뛰어들기 전부터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을 사서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를 통칭하는 용어다.이들은 1BTC(비트코인), 1ETH을 최근 시장에 들어온 투자자들과 다르게 받아들인다. 최근의 투자자들은 1BTC을 약 5000만원, 1ETH을 약 400만원으로 환산한다. 이들에겐 5ETH의 작품만 해도 2000만원으로 굉장히 비싸게 느껴진다. 이와 달리 OG 중에는 비트코인을 30만원에 산 경우도 있다 보니 5ETH에 거래되는 작품은 비교적 저렴한 것으로 인식한다.

또한 통상 OG들은 암호화폐 업계에 오래 있었다는 자부심과 암호화폐가 현금을 대체한다는 신념으로 비트코인, 이더리움을 장기 보유하고 있다. 이들에겐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투자 상품보다는 NFT를 구매하기 위한 수단이며, NFT는 자신이 OG임을 증명하는 증표에 가깝다. 희소한 NFT를 SNS 프로필 사진으로 걸면 커뮤니티에서 찬사도 받게 된다. 일종의 팬덤을 구축한 것이다.

크립토키티

크립토키티

NFT에 대한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1월 현재 NFT 시장의 거래대금은 총 2200억 달러(약 260조원)를 상회한다. NFT를 보관하거나 거래하는 데 이용하는 전자 지갑 수도 증가 일로다. 올해 가격 조정을 단기적으로 거칠 수는 있겠지만,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에도 NFT가 전부 잘 팔린다고 오해해선 안 된다. NFT 투자를 하고 싶다면, OG의 개념을 먼저 이해하고 본인이 사려는 NFT가 어떤 팬덤을 구축할 수 있을지 따져봐야 한다. 만약 OG가 포함된 팬덤을 가진 NFT라면 더 비싸게 팔릴 가능성도 있다. 개인적으로 재판매를 염두에 두고 비싼 작품을 사기보다는 본인이 오랫동안 소장해도 괜찮을 작품을 소액으로 사는 것을 추천한다. 투자를 위해 사들인 NFT가 영영 팔리지 않는 경우도 상당수이기 때문이다.

사진 게티이미지 함지현 
사진제공 어드에이프요트클럽 홈페이지, 크립토키티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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