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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시장 새로운 큰손, 영 컬렉터를 만나다

글 오한별 프리랜서 기자

2022. 02. 14

미술시장이 세계적으로 뜨거운 요즘, MZ세대 컬렉터의 규모와 세력이 돋보인다. 이들은 갤러리나 아트 딜러의 조언을 듣고 작품을 고르는 기성 컬렉터와 달리, 스스로 정보를 얻고 공부해 세력을 확장해나간다. SNS를 통해 자기만의 컬렉션을 공개하며 취향을 공유하려는 것도 중요한 특징. 작품이 지닌 잠재적 가치를 믿고, 미술과 함께 살아가기를 즐기는 요즘 컬렉터들을 만나봤다.

신용석 38세 파일럿

아트 컬렉팅 입문 계기
미국에서 비행훈련을 받고 있던 2014년, 샌디에이고의 이름 모를 길거리에서 열린 아트 페어에 갔다. 거기서 무명작가의 믹스 미디어 작품을 산 게 컬렉팅의 시작이 됐다. 이후 한국에 돌아와 아트 토이를 모으다 본격적으로 컬렉팅에 입문했다.

컬렉팅 규모와 소장 작품 
현재 그림과 아트 토이, 판화를 합하면 110점 정도 모은 것 같다. 찢은 색종이를 연상시키는 배혜윰 작가 작품부터 친숙한 캐릭터를 캔버스에 역동적으로 표현하는 이은 작가, 독창적인 채색을 보여주는 박노완 작가의 작품을 갖고 있다. 반항적인 상상을 주제로 메시지를 던지는 이은새 작가,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뒤섞인 회화를 선보이는 김민희 작가, 신화적 이미지에 일본의 서브컬처를 결합한 이윤성 작가 작품도 보관하고 있다.

컬렉팅 기준 
한 작품을 컬렉팅하는 건 그 작가의 삶을 향유하는 것과도 같다. 주로 나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작가의 작품과 그들이 전달하려는 메시지에 관심을 갖고, 공감이 되면 구매한다.

추가로 컬렉팅하고 싶은 작품이나 주목하는 작가 
사실 너무 많다. 향후에는 컬렉팅 테마를 더 첨예하게 정리해 나만의 아트 컬렉션을 만들고 싶다.

손찬우 30세 건설회사 운영

아트 컬렉팅 입문 계기 
미술을 전공한 친누나 덕분에 유망한 작가들 전시를 보곤 했다. 그 덕에 자연스럽게 미술을 접하고 즐기는 취미가 생겼다. 서울에서 열리는 키아프(KIAF)라는 미술제에서 마음에 드는 작품을 오래 향유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겨 첫 컬렉팅을 시작했다. 좋아서 시작한 일인데 덤으로 수익도 얻게 됐다. 그걸 계기로 다양한 작가의 작품을 모으게 됐다.



컬렉팅 규모와 소장 작품 
소득의 15~20% 정도를 컬렉팅에 투자한다. 2~3년 정도 충분히 즐긴 작품이 시장에서 반응이 좋으면 리셀링을 하기도 한다.

컬렉팅 기준 
신진 작가의 경우에는 내 취향에 맞거나, 지속적으로 작품 활동을 할 것 같은 분을 중점적으로 선택한다. 중견작가의 경우 우리나라와 세계 미술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분들 위주로 공부해 컬렉팅 대상을 정한다. 또 이중섭미술상, 이인성미술상 등 우리나라에서 공인된 미술상과 국립현대미술관, 대구미술관, 구겐하임미술관 등 세계 유명한 갤러리의 전시와 소장 이력을 확인하고 있다.

추가로 컬렉팅하고 싶은 작품이나 주목하는 작가 
‘숯의 작가’로 유명한 이배 작가. 오랜 기간 숯을 통해 다양한 작업을 보여주며 컬렉터들에게 인정받기 시작한 분이다. 이배 작가의 스승 이우환 작가가 ‘철학’의 예술을 한다면, 이배 작가는 ‘철학함’의 예술을 한다고 생각한다. 소재 선택(숯이라는 물성)부터 작업 과정까지 모두 수양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존경하는 마음도 있다.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작가라 그의 작품을 많이 갖고 있다.

윤성준 33세 영화감독 겸 작가

아트 컬렉팅 입문 계기 
예술 및 전시 영상 회사를 운영하면서 주로 작가들 영상을 제작하다 보니 작품을 소유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 처음 컬렉팅을 시작한 건 2020년, ‘의외의 조합’이라는 갤러리에서 ‘동그라미에게’라는 제목으로 열린 전시를 봤을 때다. 유기견을 키우는 터라 전시 수익금 전액을 동물을 위해 쓴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전시 작품 가운데 특히 김세은 작가의 그림을 마주하고 동질감을 느꼈다. 도시 건물들 사이에 낀 공간에 대한 표현이었는데, 추상화지만 색깔과 시원한 터치가 좋았다. 작품이 얼마나 예쁜지, 그리고 어떤 취지의 전시에 걸려 있는지, 나와 얼마나 닮았는지 등 세 가지를 고려해 소장을 결정하게 됐다.

컬렉팅 규모와 소장 작품 
국내외 젊고 에너제틱한 아티스트의 작품을 주로 컬렉팅한다. 가장 처음 소장한 김세은 작가의 추상화부터 도시에서 변두리로 밀려난 것들을 다양한 매체를 통해 표현하는 이한나 작가, 설치나 퍼포먼스에 주력하는 미국 흑인 작가 이제이 힐(EJ Hill), 파리에서 활동하는 사우디아라비아계 여성 작가로 페미니즘에 관한 주제의식을 신화적 모티프로 표현하는 세실리아 그라나라(Cecilia Granara), 그리고 회화 · 설치 · 영상 등 다양한 매체로 작업을 하는 스페인 작가 이반 포르카데(Ivan Forcadell) 등의 회화 9점을 소장 중이다.

컬렉팅 기준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주제 의식이 내게 와 닿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선배 컬렉터들에게 항상 듣는 이야기 중 하나가 “나만의 컬렉션 테마가 있어야 한다”였다. 1년 반 동안 컬렉팅하면서 느낀 나만의 테마를 꼽자면 ‘아웃사이더(변두리)’인 것 같다. 작가가 아웃사이더 위치에 있거나 그리는 대상이 그러할 때 마음이 많이 움직인다. 또 지금까지는 주로 회화(구상화)를 구매해왔는데 점차 다른 매체도 컬렉팅할 계획이다.

추가로 컬렉팅하고 싶은 작품이나 주목하는 작가 
2022년 열리는 베니스 비엔날레 짐바브웨관에서 전시를 하게 될 로널드 머차투타(Ronald Muchatuta)라는 작가다. 흑인들의 정신적 트라우마를 다루는 주제의식에 매료됐다.

정예슬 33세 패션 브랜드 O!Oi(오아이오아이)대표

아트 컬렉팅 입문 계기 
지금은 패션업에 종사하지만 학생 때부터 미술을 했다. 산업디자인을 전공해 원래 그림이랑 가구에 관심이 많다. ‘지갤러리’를 통해 허수연 작가의 드로잉을 구입한 것이 첫 컬렉팅이다. 가구는 결혼하고 두 번째 집을 꾸밀 때 ‘원 오디너리맨션’이라는 빈티지 가구 숍에서 처음으로 의자와 테이블을 산 뒤부터 모으게 됐다.

컬렉팅 규모와 소장 작품 
국내 작가 중에는 장콸  ·  이미정 · 허수연 · 노보 작가 그림을 여러 점 소장하고 있다. 해외 작가 중에서는 조지 모튼 클락과 테일러 화이트의 작품 3점, 다니엘 아샴의 에디션을 하나 갖고 있다. ‘세르주무이’라는 히스토리가 있는 조명 회사 작품을 6개월 기다려 집에 설치했고, 루이스폴센의 세티마, 워터 펌프 조명도 갖고 있다. 거실에는 TV 대신 도예로 가구를 만드는 김무열 작가 작품을 가져다 놓았다. 그림이 다양하지는 않은데 가구는 일상에서 사용하는 만큼 좋은 것으로 소장하고 있다.

컬렉팅 기준 
재테크 목적은 아니다. 주로 내가 ‘꽂히는’ 작품을 산다. 원래는 정돈되지 않은 느낌의 그림을 좋아하고, 많이 모았다. 요즘엔 선이 정돈된 그림에도 관심이 간다. 최근 구매한 것이 장콸 작가의 그림이다. 묘한 색채에 매력을 느껴서 좋아한다.

추가로 컬렉팅하고 싶은 작품이나 주목하는 작가 
‘타이드(TIDE)’로 잘 알려진 일본 작가 이데 타츠히로의 작품을 갖고 싶다. 구매 기회가 한 번 있었는데 놓쳤다. 이후 가격이 크게 올라 아직 못 구하고 있다. 캐서린 버나드 작가도 좋아한다. 옥승철 · 우국원 작가 작품은 현재 기다리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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