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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으로 돈 버는시대 끝? 황성수 투자자 “빌라에 답 있어”

글 정혜연 기자

2021. 09. 06

무턱대고 샀다간 발 묶이기 십상인, 다소 난감한 투자처로 손꼽혀온 빌라가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 이후 귀하신 몸이 됐다. 최근 ‘빌라 투자 방정식’을 출간한 황성수 더키움 대표가 알려주는 빌라 투자의 모든 것.

많은 사람들이 최고의 부동산 투자처로 ‘아파트’를 꼽는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무엇보다 환금성이 좋은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반면 통상적으로 ‘빌라’라고 칭하는 다세대·다가구·연립주택 등은 선뜻 투자하기 어려운 부동산으로 인식돼왔다. 아파트 단지에 비해서는 주거 환경이 떨어지고, 치안이 불안하며, 방음이 잘되지 않아 생활 소음에 시달리는 곳이 적지 않기 때문. 이런 이유로 빌라는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아 장기적으로 가격 상승 여력이 없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그런데 최근 빌라의 위상이 달라졌다. 지난 8월 10일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 운영사 스테이션3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서울의 비(非)아파트 거래량은 4만3천4백4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8% 증가했다. 상반기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2만9천3백99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9.1% 줄었다. 거래량만 놓고 보면 비아파트가 아파트에 비해 1.5배가량 많았다.

올해 들어 빌라 거래가 폭증한 데는 서울 아파트 가격이 고공 행진하는 것과 더불어 매입에 따른 각종 세금 부담과 매매가 15억원 이상 대출 금지 등 각종 규제로 진입장벽이 높아졌기 때문. 특히 지난 상반기 사회 초년생과 신혼부부 등 2030세대가 대거 비아파트 매입에 나선 것도 한몫했다. 스테이션3 자료에 따르면 전체 비아파트 거래 건수 가운데 30대가 7천4백4가구, 20대 이하가 3천2백74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0대 이하 매수 비율이 5.1%p 상승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전문가들도 빌라에 대한 새로운 견해를 내놓고 있다. 아파트 투자가 여의치 않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빌라도 좋은 투자처가 될 수 있다는 것. 지난 8월 5일 출간된 ‘빌라 투자 방정식’을 쓴 황성수 더키움 대표는 “빌라 투자를 어렵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아직도 서울 시내에 투자하기 적합한 빌라들이 꽤 있다. 중요한 건 투자하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10여 년 동안 은행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가 퇴사한 뒤 20년간 빌라 및 부동산 투자를 통해 부를 축적한 황 대표는 현재 자신의 노하우를 여러 투자 강의를 통해 전달하고 있다. 그를 만나 부동산 규제 시대 투자처로서 빌라가 가지는 의미와 수익률 높이는 빌라 투자 방법 등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오랜 기간 아파트는 환금성이 높아 투자처로 각광받지만 빌라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최근 분위기가 바뀐 것 같아요.

지난 8월 11일 서울의 아파트 평균가격이 11억원을 넘었다는 뉴스를 접했어요. 재미난 사실은 빌라 가격도 최근 4년 사이 많이 올랐다는 겁니다. 아파트 가격이 워낙 비싸다 보니 체감하기 어렵겠지만 3억~4억원 하던 빌라들도 이제는 4억~5억원씩 합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아파트가 40%가량 올랐다면 빌라도 30%가량 올랐다고 보시면 돼요. 특히 공공재개발, 가로주택정비사업 등 이슈가 있는 지역의 빌라는 구하기도 어렵고, 가격도 상당히 올랐어요. 요즘 ‘빌라는 환금성이 떨어진다’는 선입견이 많이 사라졌어요.



2017년 이후 부동산 규제가 지속적으로 강화됐습니다. 특히 다주택자는 ‘적폐’로 불리기까지 하는데, 현재 주택이 있는 사람들도 빌라 투자로 돈을 벌 수 있을까요.

규제가 매년 나오다 보니 지금은 정확한 해석과 적용이 어려울 정도가 됐어요. 그러나 여태껏 어디든 틈새시장은 있어왔죠. 그중 하나가 공동주택가격(공시가)이 1억원을 넘지 않으면 취득세 중과에서 제외된다는 거예요. 또 매매가격이 6억원을 넘지 않으면 취득세를 1.1%만 내고요. 이런 저가 주택을 매매할 때는 양도세 중과 역시 제외된다는 장점도 있죠. 단, 1가구 2주택일 경우에만 해당돼요. 이런 저가 주택을 팔지 않고 계속 가져가면 빌라는 언젠가 소규모 정비사업 혹은 공공재개발 등 개발 지역으로 묶이기도 하거든요. 신축 아파트로 탈바꿈되면 상당한 시세차익까지 얻으니 1주택자들도 빌라 투자로 돈을 벌 수 있겠죠.

최근 ‘서울 시내 빌라 4채 중 1채는 2030세대가 매입했다’는 통계가 나왔는데, 이런 분위기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요.

시중에 풀린 자금이 워낙 많고 갈 데가 없다 보니 부동산 시장으로 현금이 흘러 들어가는 건 어쩔 수 없는 흐름이죠. 앞으로 화폐가치는 계속 떨어질 거예요. 2030세대가 영끌해서 부동산에 투자하고 있다는 뉴스는 지난해에도 계속 나왔어요. 아무래도 젊은 세대는 투자금이 많지 않으니 전세 낀 빌라 갭투자를 많이 했고요. 결국 그때 영끌해서 투자한 청년들은 지금 수익을 보고 있죠. 당장 팔아 수익화할 수도 있겠지만 10년, 20년 후에는 재개발로 아파트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2030세대도 현명하게 선투자했다고 봅니다.

빌라도 빌라 나름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2030세대가 주로 매입한 지역이 서울 마포구, 용산구, 양천구 순이었습니다. 빌라 매입 시 어떤 점을 따져봐야 하나요.

젊은 층이 매입한 곳들은 대부분 직주근접 지역입니다. 마포와 용산, 양천 등은 도심 업무지역에서 가까워 출퇴근이 용이하고, 미래가치도 좋죠. 빌라 매입 시 중요한 포인트는 3가지 정도인데 첫 번째는 입지예요. 직주근접이 가능한지 먼저 체크해야 안정적이죠. 두 번째로는 역세권 여부인데, 도보로 역까지 5분이 걸리는지 10분이 걸리는지 직접 가서 체크하는 게 중요해요. 요새는 노선이 하나만 지나가는 경우가 드물 정도로 교통망이 촘촘해져서 더블역세권 혹은 트리플역세권인지까지 체크하는 것이 좋아요. 마지막으로 가장 허름한 빌라를 찾는 것이 중요해요. 허름해야 파는 사람도 저렴하게 매도하기 때문이죠. 그런 다음 최소한으로 인테리어와 옵션을 넣어서 원하는 가격에 전세를 내놓으면 투자금을 회수할 수도 있거든요. 아무래도 빌라 투자는 저렴하게 사서 부가가치를 더해 이득을 남기는 것이 중요해요.

빌라도 건축 연도에 따라 주택 스타일이 상당히 다른 만큼 투자할 때 접근 방식도 달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2000년대 이전에 지어진 빌라는 노후주택, 2000년대 초부터 2010년까지는 구축, 최근 10년 이내 지어진 빌라는 신축 및 준신축으로 봅니다. 요즘 노후주택은 오래될수록 가격이 비싸요. 특히 정부에서 의지를 가지고 정비사업 등 개발을 진행하려는 노후도가 심한 지역은 가격이 계속 오르죠. 이 경우 개발 여부를 신경 쓰면서 투자해야 하고, 대지 지분 및 개발 속도를 꼼꼼하게 따져봐야 합니다. 전세가가 싸기 때문에 현금이 많이 들어간다는 단점도 있죠. 반면 구축은 노후주택 및 신축에 비해 가격도 저렴하고 약간의 인테리어만 해주면 전세가를 원하는 만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비교적 적은 액수로 투자가 가능한 영역이에요. 매수 가격보다 전세 가격을 높일 수 있어 현금 없이 투자할 수도 있죠. 남는 보증금으로 재투자까지 가능해요. 가장 좋아 보이는 신축은 투자처로서는 별로 권하지 않아요. 땅값, 건물값, 건축주 마진까지 들어가 있다 보니 가격이 너무나 비싸거든요. 신축이라 전세가를 비싸게 받을 수 있지만 그걸 빼면 장점이 별로 없고, 나중에 역전세가가 나올 수도 있으니 시세에 비해 비싸게 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죠.

현장을 찾았을 때 체크해야 할 항목이 수십 가지가 넘는데요. 가장 중요하게 확인해야 하는 것들을 꼽자면.

투자할 때 제일 먼저 손품을 팔아야 해요. 인터넷으로 주변 시세와 지역 정보, 입지, 빌라의 정보와 적정 가치까지 90% 이상을 확인해야 하죠. 그다음 매물 가격이 적정한지, 급매인지를 체크하는 게 중요해요. 마지막으로 직접 임장을 가서 나머지 10%에 해당하는 ‘하자 사유’를 확인해야 합니다. 불법 건축물이 있는지, 건물 외관이 관리되는지, 주차장 때문에 출입구가 가려지는지, 역세권인데 창문 앞으로 전철이 지나가는 지상철인지 등을 봐요. 이런 하자 사유는 가격 협상 시 중요한 무기가 되곤 합니다.

책에 등장한 여러 투자 사례 가운데 2021년 1월 경매에서 서울 강북구 번동에 위치한 감정가 8천7백만원짜리 빌라가 2억5천만원에 낙찰된 건이 눈길을 끌었어요. 이런 노후 빌라는 왜 몸값이 높아진 건가요.

공공재개발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죠. 지역 조합에서 공공재개발 신청서를 내자마자 그 일대 빌라가 1억원이 올랐어요. 이번에 후보지에서 떨어졌지만 가격은 떨어지지 않고 있어요. 공공재개발에서 떨어지면 민간재개발을 추진해도 되거든요. 아파트로 재개발만 된다면 추가 분담금을 부담하더라도 3억~4억원가량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투자금 대비 수익률이 상당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그걸 보고 들어가는 거죠. 특히나 서울의 경우에는 신축 아파트의 입주 물량이 거의 없기 때문에 향후 가치나 전망이 좋아 보여요. 다만, 공공재개발이든 민간재개발이든 추진 속도가 관건이죠.

최고의 투자는 정비사업 투자라고 하셨는데 서울 이외 지역의 빌라에 투자할 때도 그 부분을 봐야 할까요.

서울이든 서울 이외의 지역이든 요새는 소규모 정비사업을 눈여겨봐야 해요. 정비사업에 포함된 빌라에 투자하려면 먼저 해당 지역의 노후도부터 살펴보길 바라요. 아무래도 노후 지역이라야 빨리 정비사업을 추진할 수 있으니까요. 온라인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는데, 부동산 플래닛이라는 사이트를 활용해 지역 빌라의 노후도를 체크하면서 물건 검색을 해야 합니다.

1주택자들은 여윳돈이 있어도 규제로 선뜻 주택을 매입하지 못하는 분위기인데요. 어떻게 투자해야 할까요.

전쟁터에 나갈 때 총도 필요하지만 대포나 미사일이 있으면 더 좋듯, 투자에도 여러 가지 무기가 필요하죠. 그 예로 법인을 활용한 투자를 말씀드리고 싶어요. 법인 투자는 장점과 단점이 공존하기 때문에 자신에게 맞는 투자법인지부터 공부해야 해요. 공시가 1억원 이하의 투자는 법인으로 하면서, 하반기에 매수해 이듬해 상반기에 매도하는 전략을 구사하는 걸 권해요. 6월 1일을 기준으로 종부세가 발생되기 때문이죠. 또 향후 가치가 있거나 정비사업에 들어갈 예정인 빌라의 경우 하나의 법인에 하나의 물건을 담아서 투자합니다. 법인에 물건이 하나 있으면 공시가의 3%를 종부세로 부담해야 하고, 2개의 물건이 있으면 공시가의 6%를 종부세로 내야 하기 때문에 1개의 법인에 ‘똘똘한 빌라’ 한 채를 담는 것이 중요해요. 또한 종부세 등은 법인 비용 처리가 되기 때문에 이런 장점을 활용하는 게 좋죠.

다년간 투자를 해오셨는데 가장 성공한 투자는 무엇일까요.

대부분 만족하는 편이라 가장 성공한 투자보자 가장 뼈아픈 투자가 기억에 남아요. 2006년 경매를 통해 서울 송파구 문정동의 빌라를 낙찰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 5천만원을 올려 팔았어요. 그걸 사신 분은 한 7년 가지고 있다가 1억을 올려서 팔았죠. 그런데 그다음 매수인은 5년 동안 매년 1억씩 올라 5억원을 벌었어요. 그곳이 지금 재개발 지역으로 묶였거든요. 장기투자로 가져가야 했었는데 아쉽죠. 물론 그사이 아파트가 훨씬 더 올랐지만 수익률만 놓고 보면 빌라는 원금이 필요 없는 경우도 있으니 수익이 10배까지 나오기도 하죠.

빌라 투자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하신다면.

빌라 투자는 어렵지 않아요. 그렇지만 선뜻 도전하기는 어렵죠. 지금은 정부의 규제가 심화돼 불과 1년 전과 비교해도 투자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긴 해요. 그러나 정부가 정비사업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고, 그중에서도 속도가 빠른 소규모 정비사업은 투자가치가 높아요. 가로주택정비사업의 경우 사업지 선정 규모가 매년 150%씩 신장되고 있어요. 때문에 아파트처럼 빌라도 ‘똘똘한 한 채’를 찾아서 장기적으로 가져가시면 나쁘지 않을 거예요.

사진 홍태식 동아DB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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