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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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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으로 돌아온 관록의 아이돌 정진운

글 이현준 기자

2021. 07. 27

2AM의 멤버 정진운이 영화 ‘나만 보이니’로 스크린에 데뷔했다. 군 전역 후 인생 2막을 시작한 데뷔 14년 차, 관록이 느껴지는 아이돌의 떨리는 순간을 함께했다.

“군대에서 생각을 참 많이 했어요. 생각밖에 할 게 없는 곳이더라고요. 하하”

4인조 남성 아이돌 발라드 그룹 2AM의 정진운(30)은 2019년 3월 국방부근무지원단 군악대대에 입대해 지난해 10월 병장으로 만기 전역하며 병역의 의무를 마쳤다. 군에서 많은 생각을 했다는 그의 말이 진정성 있게 느껴진 건 시종일관 유쾌하게 대화를 이어나가면서도 답변 하나하나에 자신의 연기와 앞으로의 행보에 대한 진지함이 묻어났기 때문이다. 정진운은 전역 후 복귀작으로 7월 21일 개봉한 영화 ‘나만 보이니’를 선택했다. 영화는 폐건물이 된 호텔을 배경으로 영화감독 데뷔를 꿈꾸는 장근과 스태프, 배우들이 귀신을 목격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코믹 호러물이다. 정진운은 귀신이 나타난 촬영 현장에서 어떻게든 영화를 완성하려고 고군분투하는 감독 장근 역을 맡았다.

과거 정진운은 ‘드림하이 2’(2012), ‘마담 앙트완’(2016) 등 드라마에서 연기를 한 적이 있지만 영화는 처음이다. 전역 후 첫 작품을 자신의 첫 영화로 장식하게 된 셈이다. 이 외에도 전역 후 정진운은 액션 장르의 ‘브라더’, 오컬트물 ‘오! 마이 고스트’, 스릴러물 ‘친절한 경찰’까지 개봉을 앞둔 세 편의 영화를 찍으며 연기 활동에 매진해왔다. 2AM의 멤버로 ‘죽어도 못 보내’ ‘이 노래’ ‘잘못했어’ 등 히트곡을 남긴 것은 물론, 솔로와 밴드 활동을 하며 가수로서 더 알려진 정진운이지만 앞으로는 배우로서의 노선을 더 확고히 하겠다는 의미다.

정진운은 “음악을 하는 사람이지만 주 포지션은 배우로 비치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그렇기에 ‘나만 보이니’는 정진운에겐 제2의 시작과도 같은 작품이다. 7월 7일 시사회에서 정진운은 “기대가 컸지만 걱정도 많이 했다. 겁이 나 밤잠을 설쳤다”며 떨리는 마음을 나타냈다. ‘연기도 하는 아이돌’에서 ‘음악도 하는 배우’로 거듭나고자 하는 정진운. 군 전역 후 한층 깊어진 그를 인터뷰했다.


배우는 나의 새로운 정체성

군 제대 후 첫 작품이 첫 영화가 됐네요. 의미가 더 크게 다가왔을 듯해요.

맞아요. 의미가 큰 만큼 부담도 컸어요. 재미를 줘야 하는 영화인데 부담을 안고 촬영하면 안 될 것 같아서 배우들과 빨리 친해지려 노력하고 임용재 감독님과도 대화를 많이 나눴어요. 그래야 캐릭터를 더 잘 이해하고 편해질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최대한 간결하게, 편히 임하자 생각했고 욕심을 많이 덜어냈어요.



스크린 데뷔작으로 ‘나만 보이니’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대본에 ‘이건 왜 있지?’라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 없었어요. 대본이 재미있는 만화책 보듯이 읽혀 좋았고요. 또 감독님을 만났는데, 제가 상상하던 모습이 아닌 거예요(웃음). 근엄한 느낌이 아니라 유쾌하고 장난기가 가득하시더라고요. ‘이 사람과 영화를 찍으면 정말 재밌겠다’ 싶어 선택하게 됐어요.

호러와 코믹이 어우러져 있는 장르라는 점도 독특했어요. 이러한 점도 선택에 영향을 미쳤을 듯해요.

코믹과 호러 둘 다 제가 좋아하는 장르긴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선택한 건 아니에요. 시나리오가 재밌어서 골랐고, 만약 제가 좋아하지 않는 장르의 시나리오가 들어온다 해도 내용이 재미있다면 할 거예요. 장르를 특별히 가리고 싶진 않아요.

스크린으로 자신의 얼굴을 본 건 처음인데, 느낌이 어땠나요.

학교를 갓 졸업하고 데뷔작 한 편 찍어보려는 영화감독 장근의 느낌을 주기 위해 살을 찌웠어요. 괜히 찌운 것 같더라고요. 캐릭터를 위해 일부러 찌운 것처럼 보이진 않고 그냥 후덕하다는 느낌만 들었어요(웃음). 그리고 머리는 저렇게 자르면 안 되겠다 싶었죠(웃음). 요즘 대학생 같을 줄 알았는데, 그냥 버섯 같더라고요.

시사회 때 자신의 연기에 대해 “흠이 조금 있긴 했다”고 말했는데, 어떤 부분에서 그렇게 느꼈나요.

관객의 시각에서 보니, 제가 대사를 할 때의 제스처랄까요? 표정이나 머리, 몸을 쓰는 게 생각보다 어수선하더라고요. 다음부턴 안 그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나 더 배웠죠(웃음).

연기가 처음은 아니잖아요. 드라마는 몇 편 찍었는데, 영화와 가장 큰 차이점이 뭔가요.

드라마에선 서브 역할을 주로 했어요. 메인 캐릭터 간 벌어지는 이야기 속에 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죠. 그렇다 보니 애드리브 없이 대본대로 갈 때가 많아서 하나하나 만들어간다기보다는 그때그때 찍어낸다는 느낌이 강했어요. 하지만 영화는 출연자 간 회의를 통해서 개별 신은 물론 내용의 흐름도 바꿀 수 있었어요. 마치 퍼즐과도 같았죠. 조각들을 어떻게 맞추는지에 따라 다른 그림이 된다는 게 좋았어요.

영화를 촬영하는 동안 가장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

저 혼자 정극 연기를 펼쳐야 했어요. 톡톡 튀는 연기를 하는 배우들 사이에서 홀로 중심을 잡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왠지 저도 튀어야 할 것 같고(웃음). ‘내가 감독이다’ ‘내가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끊임없이 되뇌었어요.

시사회 때 “겁이 많아서 촬영하며 힘들었다”고 했어요. 악몽을 꾸고 가위에 눌리기도 했다고요.

평소 공포영화는 잘 봐요. 영화가 절 해치진 않잖아요(웃음). 그런데 실제로 귀신이 나타나면 절 해칠 수도 있으니 무서운 상황에 놓이는 것은 원하지 않거든요. 이번에는 제가 원래 공포영화를 좋아하니까 ‘촬영도 재밌겠다’ 생각했죠. 그런데 촬영 장소가 경기도 포천에 실제로 존재하는 폐호텔이었어요. 생필품이 굴러다니고 벽지는 다 떨어져 있고… 정말 무섭더라고요. 불빛도 없어서 밤이 되면 바로 앞사람이 안 보일 정도였고요. 이상한 일도 많았어요. 스태프에게 연락을 하지도 않았는데 자꾸 무전이 온다거나, 식당에서 분명 여러 명이 떠드는 소리를 들었는데 아무도 없었다거나 하는 일이요. 가장 무서운 건 화장실 갈 때였어요. 불도 안 들어오는 야외 화장실이었는데, 일을 보고 뒤돌아서면 무언가 튀어나올 것 같아 겁이 났죠.

영화에서 장근은 귀신이 무서워서 부적을 품고 다녀요. 정진운 씨도 그런가요.

저는 그런 걸 믿진 않아요(웃음). 하지만 저와 장근이 비슷한 점도 있죠. 장근은 남의 말을 잘 안 듣는 고집스러운 사람인 척하지만 속으론 계속 생각하다 결국 듣는 성격이에요. 영화에서도 처음엔 부적을 가지고 다니라는 무속인의 말을 믿지 않지만 나중엔 따르게 되거든요. 저도 겉으론 듣고 있지 않는 척해도 다 기억해두는 편이에요. 장근처럼 팔랑귀죠(웃음). 그 외에도 하고 싶은 것, 이루고 싶은 것은 어떻게 해서든지 이루려 하는 열정도 장근이와 비슷해요.

그렇다면 정진운 씨의 가장 열정적이었던 순간은 언젠가요.

‘정진운 밴드’의 음악을 만들 때 가장 열정적이었어요. 다른 가수의 노래를 작곡하거나 드라마 OST 작업을 할 땐 상대의 니즈를 채워줘야 하지만 제 음악은 오로지 저의 욕심으로 채울 수 있잖아요. 멤버들과 자주 다툴 만큼 밴드 음악 작업을 할 땐 욕심을 많이 내요.

2AM부터 정진운 밴드로 이어진 그의 음악 활동. 정진운을 설명할 때 ‘가수’라는 수식어를 빼놓을 순 없다. 그도 가수라는 타이틀을 싫어하는 건 아니다. 다만 그는 새로운 ‘정체성’에 대한 문제라고 했다.

배우와 가수 중 어떤 칭호로 불렸을 때 기분이 더 좋나요.

정말 어려운 질문이에요(웃음). 가수로서 14년째 스스로를 알려왔죠. “너 연기도 하더라” 소리를 들은 건 고작 몇 년뿐이고요. 그렇기에 ‘가수 정진운’이 이미 알려진 저의 정체성이라면 ‘배우 정진운’은 알리고 싶은 정체성이에요. 그래서 배우 칭호가 더 좋아요. 새롭게 인정받는 기분이에요. 마치 앞이 잘 보이지 않는 길을 걸어가고 있었는데,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음을 알려주는 표지판을 발견한 것과 같은 느낌이죠.

모든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사람이 되고파

남자라면 누구나 가야 하지만 두 번은 가고 싶지 않은 곳이 군대다. 하지만 정진운에게 군대는 재충전과 자아 성찰의 기회를 준 ‘힐링 캠프’였다. 2019년 소위 ‘정준영 단톡방’의 멤버라는 루머가 돌아 마음고생을 했을 때도 그를 다잡아준 건 전우들이었다. 정진운은 “군 생활을 같이한 전우들 덕분에 잘 이겨냈다. 함께 힘들어하기도 하고 조언도 많이 해줬다”고 그때를 회상했다.

군 생활이 기억에 많이 남을 듯해요. 복무하는 동안 무슨 생각을 가장 많이 했나요.

첫 6개월은 실감이 안 났어요. 여기저기 관찰 카메라가 설치돼 있진 않나 싶고, 불이 꺼지면 촬영 스태프가 들어올 것 같았고요. 그 시간이 지나고 나선 정말 재미있게 보냈어요(웃음).

빨리 연예계로 복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진 않던가요.

그런 생각보다는, 정말 ‘잘 쉬었다’는 마음이 가장 커요. 지금도 스케줄이 너무 많으면 일주일만 군대에 들어갔다 올까 싶은걸요(웃음).

‘2AM의 정진운’을 기다리는 팬들에겐 그의 군 전역이 희소식이다. 리더 조권이 방송을 통해 “2AM의 컴백은 모든 멤버가 군대에 다녀와야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기 때문. 2AM은 2015년 멤버 임슬옹, 정진운, 이창민이 원 소속사 JYP와 계약이 만료되며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았지만 멤버들은 한결같이 해체설을 부인해왔다.

2AM의 컴백을 기다리는 팬도 많아요. 언제쯤 볼 수 있을까요.

조만간일 것 같아요. 입이 근질근질한데 말할 수가 없네요(웃음). 아직은 계획 중이라고만 말하고 싶어요. 하지만 2AM 멤버들은 모두 한 가지 생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요.

컴백 곡의 장르는 발라드인가요.

‘잘못했어’ 같은 댄스곡을 하고 싶은 마음도 있긴 한데(웃음), 큰일 날 소리겠죠. 아마 2AM이 들려드릴 수 있는 명품 발라드이지 않을까요(웃음)?

정진운은 2010년 음악방송 무대에 이어 2016년 예능 ‘음악의 신 2’에 출연해 인상 깊은 춤을 펼쳐 ‘춤신춤왕’이라는 칭호를 얻었다. 정말 춤을 잘 춰서라기보다는 일종의 기믹(Gimmick,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해 사용하는 전략이나 특징)이다. 이 칭호를 거리낌 없이 즐기는 모습에선 정진운의 유쾌한 성격이 드러난다.

자타 공인 춤신춤왕으로서 댄스에 대한 욕심도 있을 듯한데.

그렇죠. 저 같은 춤꾼이 다시 한번 나서야 하는데(웃음). 하지만 군대에 있으면서 오랫동안 춤에 대한 연구를 못 했기 때문에 시간이 좀 필요할 것 같아요. 사실 전 춤추는 거 정말 좋아하거든요.

정진운은 올해 5월경 2017년부터 교제한 걸 그룹 나인뮤지스의 경리와 결별했다고 밝혔다. 조권은 한 방송에서 이에 대해 “2AM의 음악은 대개 구남친(전 남자친구) 노래다. (이별) 경험을 토대로 더 진심으로 노래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조권 씨가 방송에서 정진운 씨의 이별이 노래에 더 도움을 줄 것이라 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틀린 말은 아니겠죠. 자연스럽게 묻어나오지 않을까요(웃음)? 다만 제 삶의 희로애락 중 아주 큰 부분이었고, 기억은 소중하니까 억지로 생각을 끄집어내서 소모하고 싶진 않고요.

2AM 컴백이 향후 음악 활동 계획이라면 연기 계획은 어떤가요.

촬영한 세 영화가 하반기 개봉 예정이에요.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으로 개봉하는 것도 있고, 아직 영화관 개봉 일정이 정해지지 않은 것도 있지만 조만간 또 인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웃음).

앞으로 개봉할 영화가 많네요. 그래도 ‘나만 보이니’는 첫 작품이라 더 애정이 갈 것 같아요.

기억에 아주 크게 남을 거예요. 이 작품을 통해 저는 완전히 새로운 사람이 됐다고 느끼거든요. 제 연기 인생을 건축에 비유한다면 ‘나만 보이니’는 너무나 뜻깊은 공사예요. 바닥을 다지고 막 기둥을 세우기 시작한 단계 같고요. 더도 덜도 말고 관객분들이 그저 “재밌게 봤다”라고만 해주시면 정말 행복할 거예요.

정진운 씨를 수식할 수 있는 말이 더 늘어났어요. 자신의 이름 앞에 붙을 수식어를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면.

이것도 정말 어려운 질문이에요(웃음). 사실 생각은 많이 해봤는데, 사람마다 달라도 좋겠더라고요. 작곡가, 가수, 배우, 예능인까지 다 제가 실제로 하고 있는 일이니까 어느 하나로 국한되는 사람이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다만 엔터테이너, 가수 겸 배우 이런 것보단 누군가에겐 가수, 누군가에겐 배우 이렇게 뚜렷하게 두각을 드러냈으면 해요. 시간이 더 필요하겠죠? 앞으로도 이렇게 배우로 인사드릴 수 있는 시간이 많아져야 할 것 같아요(웃음).

사진제공 미스틱스토리 디스테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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