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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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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최고의 봄날 최 희

FASHION_EDITOR 정세영 기자 FEATURE_EDITOR 정혜연 기자

2021. 04. 06

야구 여신 최희는 이제 유튜브를 통해 초보맘들과 같이 울고 웃는 워킹맘으로서 소통하고 있다. 엄마이자 아내 방송인이자 라이브 커머스 진행자로 삶의 균형을 맞춰가는 그녀의 이야기.

원피스 38만8천원 렉토. 이어링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슈즈 13만8천원 레이첼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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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피스 42만8천원 쟈니헤잇재즈. 이어링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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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되면 세상의 중심이 바뀐다. 내가 먹을 것, 입을 것부터 생각하던 철부지에서 한순간 아이를 위한 바른 먹을거리와 입을 것부터 생각하는 엄마가 된다. 최희(35) 아나운서는 그 낯설고도 행복한 시간에 이제 막 들어섰다. 

우리에겐 ‘야구 여신’으로 더 친숙한 최희 아나운서. 대학 시절 공중파 아나운서를 꿈꿨던 그녀는 몇 차례 시험에서 고배를 마신 뒤 2010년 KBS N ‘아이 러브 베이스볼’ 시즌2의 진행자로 발탁되며 방송계에 데뷔했다. 당시 청초한 이미지로 야구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고, 깔끔한 진행 실력과 생방송에서도 흔들림 없는 순발력을 선보여 신뢰를 얻었다. 최희 아나운서는 비슷한 시기 인기를 끌던 김민아, 배지현, 김선신 아나운서 등과 함께 야구 전문 방송의 흥행을 이끌었다. 

한창 전성기를 누리던 2013년 12월, 최희 아나운서는 4년간 몸담았던 KBS N을 나와 프리랜서로 전향했다. 프리 선언 전부터 러브 콜을 보낸 연예기획사가 있었을 정도로 가치를 인정받았던 덕에 그녀는 더욱 활발히 활동했다. 8년 동안 ‘트루 라이브 쇼’ ‘셰어하우스’ ‘렛 미 인’ ‘화장대를 부탁해’ ‘TV정보쇼 아지트’ ‘밥은 먹고 다니냐?’ 등 공중파와 케이블, 종편 방송을 종횡무진 누비며 전문 방송인으로 자리 잡았다. 

일밖에 모르던 그녀에게도 변화가 찾아왔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4월, 오랜 시간 알고 지내던 사업가와 백년가약을 맺은 것. 코로나19 탓에 결혼식을 최소화하고 축의금을 어려움을 겪는 저소득층 어린이들을 위한 재단 ‘세이브더칠드런’에 기부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결혼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11월에는 딸을 출산했고, 유튜브 채널 ‘최희의 노잼희TV’를 통해 육아기록을 매주 업로드하고 있다. 

일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던 그녀는 출산 30일 만에 방송에 복귀했다. 1월부터 방송되고 있는 E채널 예능 ‘맘 편한 카페’에서 이동국, 장윤정, 송경아, 배윤정 등과 함께 진행을 맡은 것. 이 외에 라이브 커머스 진행자로도 나서 육아용품 및 가전제품, 화장품까지 다양한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누구보다 바쁜 일상을 사는 그녀를 만나 궁금한 근황에 대해 들었다.




원피스 59만8천원 럭키슈에뜨. 
이어링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슈즈 13만8천원 레이첼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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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후 100일도 지나지 않아 진행자로 복귀했어요. 

일이 너무 하고 싶어서 출산하고 바로 시작했어요. ‘맘 편한 카페’는 딸아이를 처음으로 공개한 프로그램이라 애착이 가요. 아이와 함께 출연하는 프로그램을 제가 하게 될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는데 신기하고 재미있는 경험이에요. 육아 선배인 장윤정 · 송경아 언니, 임신 중인 배윤정 언니와 대기실에서 이야기도 많이 나누며 도움을 받고 있어요. 특히 배윤정 언니는 임신 중인데도 초보맘인 저보다 많은 걸 알고 있더라고요. 첫 녹화 전에 살짝 긴장했는데 다들 잘 챙겨주셔서 편하고 즐겁게 촬영하고 있어요. 

유튜브 채널을 개설한 지 2년 만에 팔로어 5만을 눈앞에 두고 있어요. 운영해보니 어떤가요. 

유튜브는 2019년 6월에 개설한 뒤 매주 하나씩 밀리지 않고 업로드해왔어요. 친한 친구들이 평소에 제가 재미가 없다고 ‘노잼’이라고 부르거든요. 그래서 유튜브 채널 이름도 ‘노잼희TV’라고 지었죠. 그렇게 재미있는 채널은 아니에요. 소소하고 잔잔한 일상을 올리는데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있어 감사해요. 기획과 촬영은 제가 하고 회사에서 편집만 해주는데, 편집에도 제 의견이 많이 들어가요. 임신하고, 출산하고 나서 정신없을 때도 영상을 계속 올릴 정도로 애착을 갖고 있어요. 방송 일을 하면서 유튜브까지 운영하는 게 힘들 때도 있어요. 구독자분들에게 위로도 많이 받고 즐거이 소통하고 있어서 힘들어도 계속 할 생각이에요. 

소소한 일상을 올리며 구독자와 소통하고 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영상은 무엇인가요. 

‘리얼 나이트 루틴’이라고, 실제 아이와 함께하는 24시간을 찍어서 올린 영상이 있어요. 밤중 수유를 2시간마다 하는 모습이 그대로 다 찍혔죠. 초보 엄마라 아이 돌보기도 쉽지 않은데 촬영까지 하려니 보통 힘든 게 아니더라고요. 그 모습을 본, 비슷한 시기에 아이를 낳고 양육하는 분들이 공감해주셔서 좋았어요. ‘저도 새벽 수유 중이에요’ ‘저도 요즘 잠 못 자고 있어요’ 등 여러 댓글을 남겨주셔서 위안받기도 해요. 아이 낳기 전에는 유튜브에 남성 팬이 훨씬 많았는데 지금은 여성 팬이 더 많아요(웃음).

원피스 43만원 마이클마이클코어스. 이어링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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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이면 결혼 1주년인데, 남편과는 아직 신혼 같은가요. 

(임신을 일찍 해서) 남편과는 신혼이랄 게 없었어요. 아쉽긴 하지만 아기를 낳고 나서 더 돈독해진 것 같아요. 서로 많이 의지하고, 또 서로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된 시간이었어요. 1년간 같이 살면서 ‘결혼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저도 바쁜 남편에게 불만이 생기고 서운할 때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모범적인 남편인 것 같아요. 

남편과는 어떻게 만났는지 궁금해요. 

뷰티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제품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됐어요. 조언을 구하기 위해 지인을 통해 남편을 소개받았어요. 남편은 스타트업을 운영하고 있는데, 사업과 관련해 지속적으로 미팅을 하면서 친해지게 됐죠. 1년 넘게는 그냥 일로만 만나 개인적으로 연락하는 사이는 아니었어요. 사실 저희 남편은 단벌 신사에 패션 테러리스트여서 첫눈에 반하진 않았어요. 그런데 계속 만나다 보니 말을 참 예쁘게 하는 사람이더라고요. 멋은 없지만 사람은 괜찮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갔죠. 결혼하고 나서는 집안일도 많이 돕고 육아도 같이 하려고 노력해서 저를 많이 배려해주는 게 느껴져요. 또 제가 일하는 걸 좋아하는데 남편도 일을 굉장히 열심히 하는 사람이라 좋아 보여요. 

아이를 낳은 지 넉 달이 지났어요. 엄마가 되고 많은 것이 달라졌을 듯해요. 

정확히 120일 지났어요. 예전에 아이를 먼저 낳은 친구에게 어떠냐고 물었을 때 “아기 낳기 전이 기억이 안 나”라고 했는데 그 말의 뜻을 이제 이해하게 됐어요. 어느 순간 가장 소중한 존재가 됐고 모든 삶의 이유가 딸이 돼버린 거 같아요. 

출산 이후 예전 몸으로 돌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게 힘들지 않았나요. 

임신했을 때 17kg까지 몸무게가 늘었어요. 지금도 다 빠지지 않고 한 5kg 정도 남았는데, 더 이상은 잘 안 빠져서 고민이에요. 아직도 임신 전에 입었던 옷은 살짝 안 맞네요(웃음). 헬스를 하면서 식단 조절을 병행하고 있어요. 

유튜브 영상에서 아이 이름 짓기 어렵다고 말한 부분에 공감이 갔어요. 

태명이 ‘복이’였는데 정말 얼굴이 동글동글하고 복스럽게 생겼어요. 낳고 보니 더 어울리는 태명이라 계속 복이라고 부르고 있어요. 아이 이름을 어서 지어야 하는데, 하며 고민하고 있었는데 마침 시어머니께서 좋은 이름을 지어주셨어요. 딸이지만 중성적인 이름을 갖게 하고 싶어서 시어머니께서 지어주신 ‘서후’라는 이름을 선택했죠. 

아이가 아직 어리지만 어떻게 키워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나요. 

저는 그냥 잘 웃고 행복한 아이로 자랐으면 좋겠어요. 딸이 지금도 방긋방긋 잘 웃거든요. 주변 사람들이 저희 아이를 보고는 제게 “너, 임신했을 때 많이 웃었어?”라고 묻더라고요. 물론 제가 태교하며 많이 웃기는 했지만 아이는 평소의 저보다 더 잘 웃는 것 같아요. 

벌써 둘째 생각도 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복이를 임신했을 때 입덧이 심해서 절대 둘째는 안 낳으려고 했어요. 그런데 막상 낳고 보니 너무 행복하고 아이를 볼 때마다 형제나 자매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지금 생각으로는 둘째 아니라 셋째도 낳고 싶어요. 

많은 워킹맘이 일과 가정을 양립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요. 

저도 마찬가지예요. 오늘 아침에는 콧속 실핏줄이 터져서 코피가 흐르더라고요. 출산하고 건강에 이상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반년도 지나지 않아서인지 체력적으로 무리가 갔나 봐요. 그래도 저는 프리랜서라 시간을 조율할 수 있어서 축복이죠. 매일같이 출퇴근을 해야 하는 워킹맘들은 저보다 훨씬 힘들 것 같아요.

셔츠 32만9천원 로맨시크. 스커트, 이어링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슈즈 14만8천원 레이첼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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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채널에서 “커리어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지금은 어떤가요. 

그동안 방송 활동만 했는데 더 늦기 전에 다양한 분야에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점점 커졌어요. 라이브 커머스를 진행하는 것도 하나의 도전이고요. 또 좋은 제품을 만드는 기업과 함께 협업 제품을 내보고 싶어요. 지금 여러 방면으로 열심히 일하며 준비하고 있어요. 

2010년 데뷔했는데 당시 ‘야구 여신’으로 불리며 대단히 인기를 얻었어요. 돌아보면 어떤가요. 

스포츠 아나운서로 일했던 그 시간이 제 인생의 전성기였어요. 야구 여신이라고 불러주셔서 참 감사했죠. 평소에도 스포츠를 좋아했는데 경기를 현장에서 직접 보며 중계까지 할 수 있었으니 정말 운이 좋았죠.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가질 수 있다는 것만으로 행복했어요. 지금도 예전처럼은 아니지만 큰 경기는 찾아보게 돼요. 코로나19로 경기를 직관할 수 없어서 아쉬워요. 저희 남편은 스포츠에 관심이 없어서 관련 방송도 보지 않아요. 그래서 제가 TV에 나온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대요(웃음). 

올해로 프리랜서 8년 차예요. 장단점을 누구보다 잘 알 것 같아요. 

프리랜서 생활은 회사 다닐 때보다 어려웠어요. 스스로 해야 하는 것들이 많아서 회사에 속해 있을 때와는 전혀 다르더라고요. 지금은 프리랜서 생활을 직장 생활보다 오래 했으니 적응이 돼서 더 편해졌어요. 여전히 회사 다닐 때보다 불안한 것도 있고 어려움도 있지만요. 그렇지만 아이를 낳고 유동적으로 시간을 쓸 수 있어서 만족해요. 

일하며 가장 만족스러웠던 때는 언제인가요. 

지금이에요. 제가 하고 싶었던 일을 찾은 것 같거든요. 라이브 커머스 진행이 매우 재미있어요. 스포츠 아나운서로 일할 때부터 생방송하는 걸 좋아했는데 적성에 딱 맞아요. 생방송은 들어가기 전에 열심히 스터디하고 한 시간 동안 순발력을 발휘해서 결과치를 딱 끌어내야 하거든요. 준비하고 분석하는 데 얼마나 시간과 노력을 쏟느냐에 따라 좋은 생방송이 나오죠. 

새로 도전하고 싶은 방송이 있나요. 

예능 프로그램 ‘라디오스타’에 꼭 한번 출연하고 싶어요. 2년 전 ‘복면가왕’에 나갔는데 너무 재미있었어요. 팬으로서 즐겨 보던 프로그램에 나가니까 신기하더라고요. 회사 연습실에서 따로 연습도 하고 BTS 춤도 준비했는데 아쉽게 그 장면이 편집됐어요. ‘복면가왕’은 저희 친정 부모님이 제일 좋아하는 프로그램인데, 제가 출연 사실을 비밀로 하고 방송 당일 같이 봤거든요. 목소리를 들으시더니 “어? 너랑 비슷한데?” 하시더니 제가 가면을 벗으니까 깜짝 놀라셨어요.
 
일에 대한 욕심이 많은 듯해요. 방송인으로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언제 봐도 신뢰할 수 있는 편안한 방송인으로 남고 싶어요. 라이브 커머스 진행자로서도 자리를 잡고 싶어요. 또 유튜브 채널도 꾸준히 운영하며 대중과 소통하고 싶어요. 인기 유튜브 스타는 될 수 없겠지만 저를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계시니까 고마움에 보답해야겠다는 생각이에요. 저도 이제 아이 엄마가 되고 인생 2막을 맞았는데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해낼 테니 지켜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사진 김연제 헤어 박수정 메이크업 정지은
의상협찬 럭키슈에뜨 레이첼콕스 렉토 로맨시크 마이클마이클코어스 쟈니헤잇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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