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는 낯선 단어였다. 지속 가능한 환경을 위한 노력이 우리 모두를 위한 당면 과제가 된 요즘, 쓰레기를 남기지 않는 삶의 방식인 제로 웨이스트는 이제 일상에 스며들어 친숙하게 느껴진다.
2016년 문을 연 ‘더피커’는 소비자들에게 제로 웨이스트라는 개념을 구체적이면서 쉽게 전달해온 명소로 꼽힌다. 이곳을 이끄는 송경호(33)·홍지선(35) 대표는 사업 파트너이자 부부다. 대학생 시절 소규모 창업 경험이 있는 송 대표는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구상하다가 평소 관심이 많던 사회적 경제 분야에 주목하게 됐다. 국제개발협력 NGO 단체에서 근무하던 홍 대표 역시 좀 더 직접적인 사회 전환을 제시하고 사례를 공유하고 싶은 생각에 더피커 창업을 함께하게 됐다고.
더피커가 생각하는 제로 웨이스트는 ‘자원 순환’으로 표현된다. 당장 구매하는 순간이나 살아가는 현장에서 쓰레기를 절대 만들지 않겠다는 단정적인 해석보다는, 건강하게 생산된 제품을 쓰레기가 가장 적게 나오는 방식으로 소비해 그 쓰임에 맞게 최종적으로 사용하고 올바르게 폐기하는 방식을 지향한다. 또 이런 일련의 순환 과정에서 실제적으로 쓰레기가 ‘제로(0)’가 되는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취급하는 제품은 생활 속에서 자주 소모하거나 포장이 많은 물건들이 대부분이다. 쌀·오트밀·렌틸콩 등 식품류와 유리 밀폐용기, 천연 설거지 수세미, 광목천 보자기, 재생 신문지로 만든 연필 등의 친환경 문구용품, 대나무숯 & 천연 실크 치실, 유기농 재사용 화장솜, 고체 비누, 스테인리스 보관용기, 세안 수건 등을 포장재 없이 진열해 판매한다.
‘더피커(thepicker)’의 의미가 궁금해요.
Pick하는 사람이라는 뜻이에요. 지속 가능한 지구 환경을 위해 조금 더 가치롭고 의미 있는 소비를 하는 사람들을 지칭합니다. 동시에 포장에 갇혀 있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식재료나 물건을 수확하는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마음을 담고 있어요.
‘포장 폐기물 감소를 위해 소비문화 회복을 제안하는 기업’이라는 회사 설명이 인상 깊었어요.
더피커에서는 소비문화가 지구의 지속 가능성까지 소모해버릴 정도로 과도하게 급전진한 자리에 생긴 문제와 상처들을 천천히 살펴보려고 해요.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조금 더 편하기 위해 엄청난 자원을 소모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저희는 쓰레기 문제의 원인을 과도한 편의주의와 위생주의에서 찾으며, 건강한 소비문화 회복을 목적으로 하고 있어요. 폐기물을 비롯한 환경 문제가 없었던 과거의 소비 방식과 생활 방법 등을 탐구하고 현대에 맞게 가공하는 활동도 중요하게 여기고 있고요.
더피커 매장에서는 구매하는 단계부터 폐기물을 줄일 수 있는 환경을 제시합니다. 생활용품이나 식재료를 포장 없이 진열해 판매하고, 소비자는 구매를 위해 장바구니나 보관용기를 지참해 구매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어요. 서울 성수동에 자리한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숍을 함께 운영 중입니다.
판매하는 제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특별할 것 같아요.
제품이나 서비스를 선택하는 기준은 ‘생애 주기’예요. 판매하는 현장에서만 포장이 없으면 되는 것을 넘어 생산 단계에서 얼마나 폐기물과 물, 탄소 사용량을 줄였는지를 기준으로 두고 있어요. 또 유통 과정에서 얼마나 포장을 최소화했는지도 고려하고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들이 제품을 구매해 사용하는 과정에 대해서도 기준을 두고 있다는 거예요. 이를 위해 제품이 얼마나 견고한지, AS가 가능한지, 고쳐서 사용할 수 있는지 등을 생산자와 협의해 기준화하고 있어요. 제품은 온전히 소모한 뒤에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는 소재인지 확인하거나, 재활용을 통해 원활하게 자원화될 수 있도록 단일 소재로 해체 가능한지 여부까지 고려하고요.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소비자들이 손쉽게 건강한 소비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로 웨이스트 활동의 일환으로 매장에 재사용 택배 상자와 유리병, 종이봉투를 기부할 수 있다고 들었어요. 온라인 숍에서는 재사용 종이 상자로 택배를 보낸다고 알고 있고요.
제로 웨이스트 숍은 쓰레기가 절대 나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하지만 제로 웨이스트라는 단어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순환’이라는 개념이 필수적으로 필요해요. 온라인 플랫폼이 시작된 2017년부터 송장과 테이프를 제거한 깨끗한 택배 박스와 세척하거나 소독한 유리병(뚜껑 포함), 종이봉투를 기부받아 재사용하고 있어요. 기부를 원한다면 서울 성수동에 자리한 오프라인 매장 영업시간 중에 방문해 매장 담당자에게 전달해주면 돼요.
또 온라인 숍의 경우 최대한 쓰레기 없는 배송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고객들이 기부한 택배 박스에, 역시 기부받은 한 번 사용된 깨끗한 종이 완충재를 이용해 포장합니다. 재사용 상자가 폐기되는 지점을 고려해 비닐 테이프를 떼는 수고 없이 원활하게 자원이 순환되도록 종이테이프를 사용하고 있고요.
주로 어떤 사람들이 방문하나요.
2016년 1월부터 지금까지 방문 고객층의 변화가 명확한 편이에요. 초기에는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거나 실제로 관련 일을 하는 경우 혹은 해외에서 제로 웨이스트 라이프스타일을 실천했던 분들 등 소수의 고객들이 방문했어요. 그러다 미니멀리즘이 유행하고 2018년 중국이 폐기물 수입을 중단하면서 벌어진 이른바 ‘쓰레기 대란’으로 제로 웨이스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방문층도 확대됐어요. 요즘 주요 소비층은 지역 내 주민들이에요. 주로 20~40대 여성들이 많이 찾고 있어요.
더피커에서 나오는 쓰레기 양이 얼마나 될지 궁금하네요.
매장에서 발생하는 쓰레기의 대부분은 제품을 들여오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종이 상자예요. 재사용이 가능한 사이즈나 컨디션인 상자는 택배 발송에 활용하고, 찢어지거나 과도하게 큰 상자는 재활용 배출 처리하고 있어요. 매장에서는 약 3L가량의 작은 종이봉투에 손님들이 버리고 가는 폐기물이나 매장 내 식물 관리로 발생하는 쓰레기를 모으고 있는데, 평균 2~3주 기준으로 일반 쓰레기로 배출해요.
지난해까지 채식 레스토랑도 함께 운영한 걸로 알고 있어요.
매장 오픈 초기는 제로 웨이스트라는 단어 자체가 생소했던 시기예요. 이에 따라 판매하는 제품의 재고 순환이 이뤄지지 않아 폐기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고민이었어요. 또 소비자의 유입 동기가 약한 상황 역시 해결해야 했고요. 이런 문제를 고민하다 채식 레스토랑을 열게 됐습니다. 매장에서 판매하는 식재료를 레스토랑 파트에서 함께 소진하면서 자연스레 매장 내 자원 순환이 이뤄졌어요. 가치 소비를 전면으로 내세우기보다는 건강하고 맛있는 먹을거리를 통해 다양한 고객층을 유입하며 더피커를 안내하는 역할도 했고요. 개인이 1주일에 단 하루만 채식을 실천해도 굉장히 높은 수치의 탄소 발생량을 줄일 수 있음을 강조하는, ‘Meat Free Monday’ 국제 운동을 지지한다는 의미였습니다. 다만 레스토랑 운영이 상당히 품이 많이 들고, 또 단골 고객이 어느 정도 확보되면서 매장 내 재고 순환이 가능해져 서비스를 종료하게 됐어요. 아쉬워하는 분들도 많았지만 좀 더 폭넓은 활동을 기획하는 단계에서 발돋음을 위한 선택으로 봐주셨으면 해요.
매장 운영과 더불어 진행 중인 사업이 있나요.
레스토랑 종료 후 그러서리 파트와 함께 교육 클래스를 진행하고 있어요. ‘자급자족 클래스’가 대표적인데, 세제나 화장품 등을 직접 만들어보면서 생활 기술을 복원하는 것을 추구해요. 포장을 없애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비문화를 회복하는 게 본질적인 방향이거든요. 생각해보면 저희 어머니나 할머니 세대에서는 수선 기술이 있었고 간단한 것은 고쳐 쓰거나 만들어 사용했잖아요. 만들기 아주 간단한 아이템도 이제는 산업 영역으로 넘어가 구입하게 되는데, 직접 만들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는 내용이에요. 근래에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진행이 어려워 아쉬워요.
최근에는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는 기업이나 브랜드가 많은데 관심이 가는 곳이 있다면.
사실 창업을 준비하고 운영해가는 과정에서 참고할 수 있는 비즈니스 사례가 굉장히 적어 힘들었어요. 이런 상황에서 롤 모델이 된 것은 산업혁명 이전 삶의 방식이에요. 쓰레기 등으로 인한 사회 문제가 없었던 시절의 소비 양식, 삶의 방식은 우리가 회복하고자 하는 지점을 위해 참고할 수 있는 아주 귀한 정보라고 생각합니다. 대표적인 예로 수세미를 들 수 있어요. 요즘 수세미라는 단어는 설거지 도구의 대명사로 인식되지만, 원래 열매를 일컫는 말이에요. 설거지할 때 합성섬유로 된 상품 수세미를 사용해야 위생적이고 잘 닦인다고 생각하지만, 과거에 수세미로 사용됐던 열매 수세미 속 섬유를 말려 설거지해도 굉장히 깨끗하게 닦이거든요. 열매 수세미는 지구 환경에 해를 끼치지도 않고요.
제로 웨이스트 활동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나 스토리가 궁금해요.
창업을 준비할 때 처음부터 제로 웨이스트 플랫폼을 계획하진 않았어요. 첫 계기를 간결한 문장으로 설명한다면 ‘소비자의 선택할 권리’ 정도로 정리해볼 수 있을 듯해요. 소비자로서 정당한 값을 지불하고 재화를 구입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포장’에 대해 선택할 수 없는 상황이 비합리적으로 느껴졌거든요. 이렇게 선택의 여지없이 강제 구매한 여러 가지 포장 쓰레기들이 유발하는 환경적인 문제는 물론, 개인 소비자가 책임져야 하는 세척, 분리배출 등의 의무도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판단됐고요. 시장이 초래한 문제를 시장의 방법으로 해결해보고 싶다는 의지와 흥미가 높다 보니 제로 웨이스트 숍이라는 결론에 이르렀어요.
실제 라이프스타일은 어때요.
특별한 건 없어요. 다만 텀블러 사용, 손수건 지참, 장바구니 상비가 습관이 됐고, 일회용품보다는 다회용품 사용이 일상이 됐어요. 이와 더불어 생활권 안에서 쓰레기 없이 구매할 수 있는 다양한 상점을 정리해 단골이 되고, 사용 중인 물건을 오래 쓰기 위해 수선집이나 AS 접수처를 꼼꼼히 체크하고 있고요.
또 직접 고칠 수 있는 생활 기술에 늘 관심을 갖고 배우고 있습니다.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조언은요.
환경 보호를 위해 권하는 다양한 행동 양식들을 살펴보면 군말할 것 없이 불편한 점들이 많아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그 불편함을 선택해 조금이라도 뒤로 물러서야 하는 이유 또한 명확합니다. 우리는 극미량의 편의를 개발하기 위해 함께 살아갈 터전을 심각하게 소모해나가고 있기 때문이죠. 과거의 긴 시간을 돌이켜보면 충분히 편리하면서도 환경과 공생하는 지점이 분명히 있었을 거예요. 내 주변을 둘러보았을 때 사용하면 분명 편하지만 없어도 큰 문제가 되지않는 물건이 도처에 있다면, 지금 당장 내가 살아갈 한 줌 지구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할 때가 아닐까요. 일상에서 사용하지 않더라도 내 삶에 별 지장이 없는 것들부터 밀어내보세요. 평생 불편한 실천은 없으니까요.
앞으로 더피커가 어떻게 발전해나가길 바라나요.
제로 웨이스트 숍이 할 수 있는 역할은 한정적이에요. 생각해보면 환경이나 쓰레기 문제, 포장 문제가 없을 때는 제로 웨이스트라는 단어가 필요 없었잖아요.
제로 웨이스트는 이러한 문제가 있어 반동으로 생겨난 일련의 문화 흐름이라고 할 수 있지요. 현재는 세제류나 화학제품류는 포장이 되어 있어야만 하는 등 포장에 관한 법률적인 문제로 제로 웨이스트 숍에서 취급할 수 있는 아이템은 제한적이에요. 이로 인해 제로 웨이스트 숍에서 1차적으로 장을 본 뒤 나머지 물건은 일반 마트에서 구입해야 해요. 더피커 같은 제로 웨이스트 숍들이 많아지고 어느 정도 사회적인 인식이 확보됐다면 여기서 갖춰진 기준을 토대로 잘 자라도록 좀 더 큰 곳에 옮겨 심는 작업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일례로 대형 마트에서 제로 웨이스트 코너를 마련하는 식으로요. 이런 의미에서 공간으로서의 더피커 같은 제로 웨이스트 숍은 점점 해체되고 희석되었으면 해요.
사진 지호영 기자
2016년 문을 연 ‘더피커’는 소비자들에게 제로 웨이스트라는 개념을 구체적이면서 쉽게 전달해온 명소로 꼽힌다. 이곳을 이끄는 송경호(33)·홍지선(35) 대표는 사업 파트너이자 부부다. 대학생 시절 소규모 창업 경험이 있는 송 대표는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구상하다가 평소 관심이 많던 사회적 경제 분야에 주목하게 됐다. 국제개발협력 NGO 단체에서 근무하던 홍 대표 역시 좀 더 직접적인 사회 전환을 제시하고 사례를 공유하고 싶은 생각에 더피커 창업을 함께하게 됐다고.
더피커가 생각하는 제로 웨이스트는 ‘자원 순환’으로 표현된다. 당장 구매하는 순간이나 살아가는 현장에서 쓰레기를 절대 만들지 않겠다는 단정적인 해석보다는, 건강하게 생산된 제품을 쓰레기가 가장 적게 나오는 방식으로 소비해 그 쓰임에 맞게 최종적으로 사용하고 올바르게 폐기하는 방식을 지향한다. 또 이런 일련의 순환 과정에서 실제적으로 쓰레기가 ‘제로(0)’가 되는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취급하는 제품은 생활 속에서 자주 소모하거나 포장이 많은 물건들이 대부분이다. 쌀·오트밀·렌틸콩 등 식품류와 유리 밀폐용기, 천연 설거지 수세미, 광목천 보자기, 재생 신문지로 만든 연필 등의 친환경 문구용품, 대나무숯 & 천연 실크 치실, 유기농 재사용 화장솜, 고체 비누, 스테인리스 보관용기, 세안 수건 등을 포장재 없이 진열해 판매한다.
‘더피커(thepicker)’의 의미가 궁금해요.
Pick하는 사람이라는 뜻이에요. 지속 가능한 지구 환경을 위해 조금 더 가치롭고 의미 있는 소비를 하는 사람들을 지칭합니다. 동시에 포장에 갇혀 있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식재료나 물건을 수확하는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마음을 담고 있어요.
‘포장 폐기물 감소를 위해 소비문화 회복을 제안하는 기업’이라는 회사 설명이 인상 깊었어요.
더피커에서는 소비문화가 지구의 지속 가능성까지 소모해버릴 정도로 과도하게 급전진한 자리에 생긴 문제와 상처들을 천천히 살펴보려고 해요.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조금 더 편하기 위해 엄청난 자원을 소모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저희는 쓰레기 문제의 원인을 과도한 편의주의와 위생주의에서 찾으며, 건강한 소비문화 회복을 목적으로 하고 있어요. 폐기물을 비롯한 환경 문제가 없었던 과거의 소비 방식과 생활 방법 등을 탐구하고 현대에 맞게 가공하는 활동도 중요하게 여기고 있고요.
더피커 매장에서는 구매하는 단계부터 폐기물을 줄일 수 있는 환경을 제시합니다. 생활용품이나 식재료를 포장 없이 진열해 판매하고, 소비자는 구매를 위해 장바구니나 보관용기를 지참해 구매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어요. 서울 성수동에 자리한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숍을 함께 운영 중입니다.
판매하는 제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특별할 것 같아요.
제품이나 서비스를 선택하는 기준은 ‘생애 주기’예요. 판매하는 현장에서만 포장이 없으면 되는 것을 넘어 생산 단계에서 얼마나 폐기물과 물, 탄소 사용량을 줄였는지를 기준으로 두고 있어요. 또 유통 과정에서 얼마나 포장을 최소화했는지도 고려하고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들이 제품을 구매해 사용하는 과정에 대해서도 기준을 두고 있다는 거예요. 이를 위해 제품이 얼마나 견고한지, AS가 가능한지, 고쳐서 사용할 수 있는지 등을 생산자와 협의해 기준화하고 있어요. 제품은 온전히 소모한 뒤에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는 소재인지 확인하거나, 재활용을 통해 원활하게 자원화될 수 있도록 단일 소재로 해체 가능한지 여부까지 고려하고요.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소비자들이 손쉽게 건강한 소비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로 웨이스트 활동의 일환으로 매장에 재사용 택배 상자와 유리병, 종이봉투를 기부할 수 있다고 들었어요. 온라인 숍에서는 재사용 종이 상자로 택배를 보낸다고 알고 있고요.
제로 웨이스트 숍은 쓰레기가 절대 나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하지만 제로 웨이스트라는 단어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순환’이라는 개념이 필수적으로 필요해요. 온라인 플랫폼이 시작된 2017년부터 송장과 테이프를 제거한 깨끗한 택배 박스와 세척하거나 소독한 유리병(뚜껑 포함), 종이봉투를 기부받아 재사용하고 있어요. 기부를 원한다면 서울 성수동에 자리한 오프라인 매장 영업시간 중에 방문해 매장 담당자에게 전달해주면 돼요.
또 온라인 숍의 경우 최대한 쓰레기 없는 배송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고객들이 기부한 택배 박스에, 역시 기부받은 한 번 사용된 깨끗한 종이 완충재를 이용해 포장합니다. 재사용 상자가 폐기되는 지점을 고려해 비닐 테이프를 떼는 수고 없이 원활하게 자원이 순환되도록 종이테이프를 사용하고 있고요.
주로 어떤 사람들이 방문하나요.
2016년 1월부터 지금까지 방문 고객층의 변화가 명확한 편이에요. 초기에는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거나 실제로 관련 일을 하는 경우 혹은 해외에서 제로 웨이스트 라이프스타일을 실천했던 분들 등 소수의 고객들이 방문했어요. 그러다 미니멀리즘이 유행하고 2018년 중국이 폐기물 수입을 중단하면서 벌어진 이른바 ‘쓰레기 대란’으로 제로 웨이스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방문층도 확대됐어요. 요즘 주요 소비층은 지역 내 주민들이에요. 주로 20~40대 여성들이 많이 찾고 있어요.
더피커에서 나오는 쓰레기 양이 얼마나 될지 궁금하네요.
매장에서 발생하는 쓰레기의 대부분은 제품을 들여오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종이 상자예요. 재사용이 가능한 사이즈나 컨디션인 상자는 택배 발송에 활용하고, 찢어지거나 과도하게 큰 상자는 재활용 배출 처리하고 있어요. 매장에서는 약 3L가량의 작은 종이봉투에 손님들이 버리고 가는 폐기물이나 매장 내 식물 관리로 발생하는 쓰레기를 모으고 있는데, 평균 2~3주 기준으로 일반 쓰레기로 배출해요.
지난해까지 채식 레스토랑도 함께 운영한 걸로 알고 있어요.
매장 오픈 초기는 제로 웨이스트라는 단어 자체가 생소했던 시기예요. 이에 따라 판매하는 제품의 재고 순환이 이뤄지지 않아 폐기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고민이었어요. 또 소비자의 유입 동기가 약한 상황 역시 해결해야 했고요. 이런 문제를 고민하다 채식 레스토랑을 열게 됐습니다. 매장에서 판매하는 식재료를 레스토랑 파트에서 함께 소진하면서 자연스레 매장 내 자원 순환이 이뤄졌어요. 가치 소비를 전면으로 내세우기보다는 건강하고 맛있는 먹을거리를 통해 다양한 고객층을 유입하며 더피커를 안내하는 역할도 했고요. 개인이 1주일에 단 하루만 채식을 실천해도 굉장히 높은 수치의 탄소 발생량을 줄일 수 있음을 강조하는, ‘Meat Free Monday’ 국제 운동을 지지한다는 의미였습니다. 다만 레스토랑 운영이 상당히 품이 많이 들고, 또 단골 고객이 어느 정도 확보되면서 매장 내 재고 순환이 가능해져 서비스를 종료하게 됐어요. 아쉬워하는 분들도 많았지만 좀 더 폭넓은 활동을 기획하는 단계에서 발돋음을 위한 선택으로 봐주셨으면 해요.
매장 운영과 더불어 진행 중인 사업이 있나요.
레스토랑 종료 후 그러서리 파트와 함께 교육 클래스를 진행하고 있어요. ‘자급자족 클래스’가 대표적인데, 세제나 화장품 등을 직접 만들어보면서 생활 기술을 복원하는 것을 추구해요. 포장을 없애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비문화를 회복하는 게 본질적인 방향이거든요. 생각해보면 저희 어머니나 할머니 세대에서는 수선 기술이 있었고 간단한 것은 고쳐 쓰거나 만들어 사용했잖아요. 만들기 아주 간단한 아이템도 이제는 산업 영역으로 넘어가 구입하게 되는데, 직접 만들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는 내용이에요. 근래에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진행이 어려워 아쉬워요.
최근에는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는 기업이나 브랜드가 많은데 관심이 가는 곳이 있다면.
사실 창업을 준비하고 운영해가는 과정에서 참고할 수 있는 비즈니스 사례가 굉장히 적어 힘들었어요. 이런 상황에서 롤 모델이 된 것은 산업혁명 이전 삶의 방식이에요. 쓰레기 등으로 인한 사회 문제가 없었던 시절의 소비 양식, 삶의 방식은 우리가 회복하고자 하는 지점을 위해 참고할 수 있는 아주 귀한 정보라고 생각합니다. 대표적인 예로 수세미를 들 수 있어요. 요즘 수세미라는 단어는 설거지 도구의 대명사로 인식되지만, 원래 열매를 일컫는 말이에요. 설거지할 때 합성섬유로 된 상품 수세미를 사용해야 위생적이고 잘 닦인다고 생각하지만, 과거에 수세미로 사용됐던 열매 수세미 속 섬유를 말려 설거지해도 굉장히 깨끗하게 닦이거든요. 열매 수세미는 지구 환경에 해를 끼치지도 않고요.
우리가 제로 웨이스트에 뛰어든 이유
더피커에서는 쌀·오트밀·렌틸콩 등 식품류와 유리 밀폐용기, 친환경 문구용품, 고체 비누 등 생활 속에서 자주 소모하거나 포장이 많은 물건을 포장재 없이 진열해 판매한다. 구매를 하려면 장바구니나 보관용기가 필수다.
창업을 준비할 때 처음부터 제로 웨이스트 플랫폼을 계획하진 않았어요. 첫 계기를 간결한 문장으로 설명한다면 ‘소비자의 선택할 권리’ 정도로 정리해볼 수 있을 듯해요. 소비자로서 정당한 값을 지불하고 재화를 구입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포장’에 대해 선택할 수 없는 상황이 비합리적으로 느껴졌거든요. 이렇게 선택의 여지없이 강제 구매한 여러 가지 포장 쓰레기들이 유발하는 환경적인 문제는 물론, 개인 소비자가 책임져야 하는 세척, 분리배출 등의 의무도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판단됐고요. 시장이 초래한 문제를 시장의 방법으로 해결해보고 싶다는 의지와 흥미가 높다 보니 제로 웨이스트 숍이라는 결론에 이르렀어요.
실제 라이프스타일은 어때요.
특별한 건 없어요. 다만 텀블러 사용, 손수건 지참, 장바구니 상비가 습관이 됐고, 일회용품보다는 다회용품 사용이 일상이 됐어요. 이와 더불어 생활권 안에서 쓰레기 없이 구매할 수 있는 다양한 상점을 정리해 단골이 되고, 사용 중인 물건을 오래 쓰기 위해 수선집이나 AS 접수처를 꼼꼼히 체크하고 있고요.
또 직접 고칠 수 있는 생활 기술에 늘 관심을 갖고 배우고 있습니다.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조언은요.
환경 보호를 위해 권하는 다양한 행동 양식들을 살펴보면 군말할 것 없이 불편한 점들이 많아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그 불편함을 선택해 조금이라도 뒤로 물러서야 하는 이유 또한 명확합니다. 우리는 극미량의 편의를 개발하기 위해 함께 살아갈 터전을 심각하게 소모해나가고 있기 때문이죠. 과거의 긴 시간을 돌이켜보면 충분히 편리하면서도 환경과 공생하는 지점이 분명히 있었을 거예요. 내 주변을 둘러보았을 때 사용하면 분명 편하지만 없어도 큰 문제가 되지않는 물건이 도처에 있다면, 지금 당장 내가 살아갈 한 줌 지구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할 때가 아닐까요. 일상에서 사용하지 않더라도 내 삶에 별 지장이 없는 것들부터 밀어내보세요. 평생 불편한 실천은 없으니까요.
앞으로 더피커가 어떻게 발전해나가길 바라나요.
제로 웨이스트 숍이 할 수 있는 역할은 한정적이에요. 생각해보면 환경이나 쓰레기 문제, 포장 문제가 없을 때는 제로 웨이스트라는 단어가 필요 없었잖아요.
제로 웨이스트는 이러한 문제가 있어 반동으로 생겨난 일련의 문화 흐름이라고 할 수 있지요. 현재는 세제류나 화학제품류는 포장이 되어 있어야만 하는 등 포장에 관한 법률적인 문제로 제로 웨이스트 숍에서 취급할 수 있는 아이템은 제한적이에요. 이로 인해 제로 웨이스트 숍에서 1차적으로 장을 본 뒤 나머지 물건은 일반 마트에서 구입해야 해요. 더피커 같은 제로 웨이스트 숍들이 많아지고 어느 정도 사회적인 인식이 확보됐다면 여기서 갖춰진 기준을 토대로 잘 자라도록 좀 더 큰 곳에 옮겨 심는 작업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일례로 대형 마트에서 제로 웨이스트 코너를 마련하는 식으로요. 이런 의미에서 공간으로서의 더피커 같은 제로 웨이스트 숍은 점점 해체되고 희석되었으면 해요.
사진 지호영 기자
*제로 웨이스트는 깨끗하고 건강한 세상을 꿈꾸는 여성동아의 친환경 기사 시리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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