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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이현준의 랜덤박스(6)

모임에서 ‘인싸’ 되는 초간단 마술 3가지, 노하우 대방출

글 이현준 기자 사진 조영철 기자

2020. 11. 09





쌀쌀해진 날씨가 어느덧 연말이 가까이 왔음을 알린다. 연말이면 송년회 등의 이유로 각종 모임이 잦기 마련이다. 물 만난 고기처럼 모임을 즐기는 ‘인싸(Insider · 모임의 중심이 되는 사람)’가 있는 반면 소외된 채 겉도는 ‘아싸’(Outsider)도 있기 마련이다. ‘아싸’에게 모임은 빨리 끝나기만을 기다리는 불편한 자리가 되기 십상이다. 모임을 재밌게 즐기며 주도하는 ‘인싸’들을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는 건 덤이다. 기자 역시 술이 약해 모임에서 ‘아싸’가 됐던 적이 많다. 일찌감치 ‘넉다운’돼 타인에게 민폐로 전락하거나 다음날 숙취로 고통의 하루를 보내는 일이 잦다보니 자연스레 모임을 피하게 됐고, 이따금 외톨이가 된 스스로를 발견하곤 했다.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며 분위기를 끌어올릴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던 차, 마술이 떠올랐다. 즐거움을 배가시키는 데다, 사람들의 시선도 받을 수 있으니 ‘인싸’가 되는데 이만한 게 없지 않을까. 실제로 연말을 앞두고 마술을 배우는 사람들이 많다. 서울 송파구의 마술학원 ‘매직피플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는 장재호 원장에 따르면 연말엔 수강생이 평소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한다고 한다. 마음을 먹은 이상 망설일 필요는 없었다. 마술을 배워보기 위해 ‘매직피플 아카데미’로 향했다.

빨대가 휘어진다, 유리 겔러의 소환

장재호 원장이 빨대가 휘는 마술을 시연하고 있다.

장재호 원장이 빨대가 휘는 마술을 시연하고 있다.

빨대 마술 비법을 설명하는 장 원장.

빨대 마술 비법을 설명하는 장 원장.

빨대 마술 비법의 포인트. 빨대를 반으로 접은 후 접힌 부분을 집게손가락으로 잡아 반대쪽으로 다시 구부린다.

빨대 마술 비법의 포인트. 빨대를 반으로 접은 후 접힌 부분을 집게손가락으로 잡아 반대쪽으로 다시 구부린다.

접힌 부분을 손가락으로 가리고 빨대를 뒤 천천히 손에 힘을 풀면 빨대가 저절로 휘게 된다.

접힌 부분을 손가락으로 가리고 빨대를 뒤 천천히 손에 힘을 풀면 빨대가 저절로 휘게 된다.

첫 술에 배부를 순 없는 법. 금방 익혀 일상에서 쉽게 할 수 있는 ‘가성비’ 좋은 마술을 배워보기로 했다. 첫 번째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플라스틱 빨대를 이용한 마술을 배웠다. 장 원장은 빨대를 손에 쥐고 “휜다, 휜다”라며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오! 그러자 곧게 뻗어있던 빨대가 직각으로 휘기 시작했다. 눈앞에서 보니 더욱 신기할 따름. 원리는 생각보다 간단했다. 우선 빨대를 반으로 접고 접은 면을 엄지와 검지로 쥔 채 빨대를 양 옆으로 편다. 그러면 접힌 부분이 납작하게 튀어나와 손잡이처럼 만들어진다. 이것의 안쪽을 엄지로, 바깥쪽을 검지로 잡은 후 중지로 빨대의 밑 부분을 잡아 빨대가 직선 모양을 유지하게끔 지탱해준다. 여기선 손등으로 빨대를 가리는 것이 포인트다. 중지를 빨대에서 떼고 엄지와 검지의 힘을 풀면 빨대가 서서히 휘기 시작한다. 배우는 데 걸린 시간은 단 10분. 기초적인 수준이긴 하지만 생애 처음으로 해보는 마술에 마치 어릴 적 TV에서 봤던 ‘유리 겔러’라도 된 듯해 기분이 들떴다.



아니 내 돈! 지금 뭐하시는 거예요!

펜이 지폐를 관통한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 펜은 자석을 이용한 마술도구다. 지폐는 안전하다.

펜이 지폐를 관통한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 펜은 자석을 이용한 마술도구다. 지폐는 안전하다.

장 원장에게 지폐마술의 비법을 배우는 과정. 손가락으로 펜 끝부분(자석)을 가리며 펜 몸통을 떼어내는 게 포인트다.

장 원장에게 지폐마술의 비법을 배우는 과정. 손가락으로 펜 끝부분(자석)을 가리며 펜 몸통을 떼어내는 게 포인트다.

지폐를 사이에 두고 펜 끝과 펜 몸통을 붙이면 펜이 지폐를 관통한 것으로 보이게 된다.

지폐를 사이에 두고 펜 끝과 펜 몸통을 붙이면 펜이 지폐를 관통한 것으로 보이게 된다.

하지만 지폐는 보는 바와 같이 멀쩡!

하지만 지폐는 보는 바와 같이 멀쩡!

여세를 몰아 곧바로 두 번째 마술학습에 들어갔다. 장 원장은 기자에게 “지폐가 있다면 빌려 주시겠어요?”라고 요청했다. 망설임(?) 끝에 거금 1만원을 건넸다. 그런데 장 원장은 가져간 지폐의 가운데를 볼펜으로 뚫어버리는 것 아닌가! ‘아니, 이 사람이...?’ 화를 억누른 채 “이게 뭐하시는 거예요!”라고 따졌다. 장 원장은 이런 반응이 처음이 아니라는 듯 웃으며 지폐를 손으로 비볐다. 그러자 펜으로 뚫렸던 지폐가 멀쩡해져 있었다. 두 눈으로 지폐가 관통되는 것을 분명히 봤기에 어안이 벙벙했다. 장 원장이 곧바로 비법을 공개했다. 사실 지폐를 관통한 펜은 일반적인 펜이 아니라 마술을 위해 만들어진 도구였다. 마술용품점에서 5천원이면 살 수 있는데, 양 끝 중 한 쪽은 진짜 펜촉이지만 반대쪽은 자석으로 돼 있어 탈부착이 가능하다. 

방법은 다음과 같다. 손등으로 지폐와 펜을 가린 채 자석부분을 쥐고 반대쪽 손으로 펜대를 분리한다. 이때 펜대와 자석이 닿는 점을 손으로 가리고 분리하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펜대로 지폐를 내리치면 보는 사람으로선 영락없이 펜으로 지폐를 찌른 것처럼 보이게 된다. 그 다음 지폐를 정말 찢는 것처럼 손을 비비면서 쥐고 있던 자석이 펜대에 붙게끔 위치를 조절한다. 그러면 지폐를 사이에 두고 펜대와 자석이 닿게 돼 펜이 지폐를 관통한 모양으로 보인다. 그 다음부터는 쇼맨십이다. 지폐를 반으로 접고 펜을 옆으로 빠르게 떼어내 지폐를 완전히 찢는 것처럼 보이게 한 후, 마치 지폐를 붙이는 양 연출하며 서서히 펴내면 된다. 기자는 손이 둔한 편이라 능숙하게 하는 데 시간이 조금 걸리긴 했지만 이 역시 배우는 데 20분 정도밖에 소요되지 않았다. 5천원만 투자해 연습을 곁들이면 모두를 깜짝 놀라게 만들 수 있다니. 이만하면 가성비 훌륭하지 않은가.

서로 연결됐던 클립들이 동전으로 변한 마법

클립마술을 하는 데 필요한 준비물.

클립마술을 하는 데 필요한 준비물.

클립마술을 위한 장치를 만드는 과정. 장치의 고무줄을 팔꿈치까지 잡아 당겨 장착한 후 옷으로 가린다.

클립마술을 위한 장치를 만드는 과정. 장치의 고무줄을 팔꿈치까지 잡아 당겨 장착한 후 옷으로 가린다.

관객의 시선으로 보면 연결된 클립만 보이게 된다. 이젠 준비 완료!

관객의 시선으로 보면 연결된 클립만 보이게 된다. 이젠 준비 완료!

클립을 놓는 것과 동시에 손바닥에 쥐고 있던 동전을 펼쳐 놓으면 클립이 동전으로 바뀌는 마법이 일어난다.

클립을 놓는 것과 동시에 손바닥에 쥐고 있던 동전을 펼쳐 놓으면 클립이 동전으로 바뀌는 마법이 일어난다.

배우다보니 점점 더 흥미가 생겼다. 내친 김에 하나를 더 배워봤다. 세 번째 마술은 클립을 이용한 마술이다. 장 원장은 견고하게 연결 돼 있는 3개의 클립을 가져왔다. “하나, 둘, 셋!” 순식간에 클립이 분리됐다.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감탄이 다 가시기도 전에 장 원장은 더 놀라운 마술을 선보였다. “기자님, 이 클립이 얼마 정도 할 것 같으세요? 생각보다 비쌉니다. 개 당 1백원이에요” 말을 마친 장 원장이 ‘하나, 둘, 셋’을 세니 이번엔 클립 3개가 백원짜리 동전 3개로 변신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보고 있었는데, 어찌 된 영문일까. 해답은 간단한 장치에 있었다. 

장치를 만드는 건 클립 3개와 고무줄 2개면 충분하다. 클립 3개는 서로 연결해주고 고무줄은 하나를 잘라 한 쪽을 클립에, 반대쪽은 나머지 고무줄에 묶어준다. 그리고 고무줄을 팔꿈치 뒤쪽까지 당겨 장착한다. 이 때 장치가 보이지 않도록 긴팔 옷이나 코트를 입어야 한다. 너무 몸에 붙는 옷을 입으면 틈이 좁아 장치가 작동하기 어려우니 피하는 게 좋다. 장치가 준비됐다면 원리는 간단하다. 동전 3개를 손에 감춘 채 엄지와 검지로 장치의 클립을 당긴다. 보는 사람에게 클립들이 서로 연결 돼 있다는 걸 확인시켜 준 다음 클립을 놓으며 쥐고 있던 동전을 떨구면 끝이다. 관객들에게 보여주었던 클립은 고무줄을 따라 옷 속으로 사라지고 손에 몰래 쥐고 있던 동전이 바닥에 떨어지기 때문에, 보는 사람들은 클립이 동전으로 변했다고 믿게 된다. 

3가지 마술을 배우는 데 걸린 시간은 약 한 시간밖에 되지 않는다. 물론 능숙하게 소화하기 위해선 보다 연습이 필요하겠지만, 사람들을 놀라게 하기엔 충분하다. 마술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고 배우기 쉽다. ‘인싸’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잡고 싶은가? 마술을 배워보길 적극 추천한다. 이번 연말은 당신이 주인공이다.

마술을 배워보고 싶다면 주목! 장재호 원장의 마술 Q&A

Q. 사람들은 대개 어떤 목적으로 마술을 배우러 오나요.
A. 송년회나 학예회에서 할 장기자랑, 프러포즈 이벤트용으로 배우러 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Q. 초보자도 금방 따라할 수 있나요.
A. 기본적인 마술은 개인의 능력에 따라 15분 정도면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Q. 마술을 배우려면 돈은 얼마정도 드나요.
A. 저희 학원 기준, 개인 교습비는 월 25만원이며 수업은 60분씩 총 4회입니다.

Q. 마술을 배워 성과를 얻은 경우를 보셨다면.
A. 우선 마음에 두던 이성에게 마술을 보여주고 고백해 교제에 성공했던 경우가 많고, 학교 회장선거에서 마술을 보여줘 당선된 제자도 있었습니다. 또 송년회 장기자랑에서 마술을 선보이고 상금을 탄 직장인도 있었고요.

Q. 마술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인가요.
A. 몇 가지 마술을 할 줄 아는 것만으로 어떤 모임에서든 나의 존재를 부각시킬 수도 있고, 전체 분위기를 주도할 수 있는 게 장점인 것 같아요.

사진 조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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