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민갑부’를 이끌어가는 제작진 이정명 작가, 김연삼 외주제작팀장, 남상효 채널A PD(왼쪽부터).
한때 노숙자 신세로 전락해 가족과의 연까지 끊겼다가 추어탕 집을 운영하며 25억원의 자산가가 된 갑부(108회), 케냐에서 목숨을 걸고 사진관을 운영하며 현지인들의 ‘보스’가 된 갑부(165회), 몸이 불편한 가족을 위해 물리치료를 전공하고 내친김에 필라테스 기구를 만들어 팔다가 대박이 난 갑부(292회) 등 모두가 밑바닥에서 시작해 인생 승리의 역사를 이룬 사람들이다.
한 편 한 편이 하나의 영화 같은 스토리를 갖고 있는 ‘서민갑부’는 누가 만들었을까. 남상효 채널A PD(이하 남)의 책임 아래 김연삼 외주제작팀장(이하 김), 이정명 작가(이하 이) 3인방이 지금껏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다. 매주 화요일 오후 8시 10분 방송을 위해 5개 제작팀이 1편씩 촬영과 편집을 진행하는데, 이들이 출연자 섭외부터 편집 방향까지 모든 것을 총괄한다. 300회 방송이 나간 뒤 3인의 제작진을 만나 프로그램에 관한 궁금한 이야기를 들었다.

제작진이 꼽은 인상 깊은 서민갑부 주인공들. 왼쪽부터 주꾸미 갑부 신혜숙 씨, 당구대 삼겹살 주인공 천병대 씨, 케냐의 이주열 갑부.
남_2014년 12월에 첫 방송이 나갔어요. 2년 전 10월, 200회 특집에서는 지구 반대편 아르헨티나에서 화훼 농장을 개척하며 살아가는 갑부를 소개해드린 게 기억나네요. ‘서민갑부’를 시작하고 어느새 6년이란 시간이 흘렀어요. 시청자들의 꾸준한 사랑으로 300회까지 오게 돼 참 감사합니다.
무엇보다 ‘서민갑부’의 탄생이 궁금한데요. 최초에 프로그램 기획 의도는 무엇이었나요.
김_말 그대로 ‘서민’이었던 주인공이 ‘갑부’가 된 모습을 담아내는 휴먼 다큐멘터리예요. 우리 주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사장님들의 진짜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죠. 모두가 먹고살기 힘들다고 느끼는 이 시대에 평범한 서민이 갑부가 될 수 있었던 비결과 인생 스토리를 시청자들에게 전달해 희망을 주고자 시작하게 됐어요.
출연자 선정에 특별한 기준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예를 들어 연 매출 10억원, 관련 업계 종사 10년 이상 등 구체적인 기준이 있나요.
남_4가지의 주인공 선정 기준이 있어요. 첫째, 아직도 현업에 종사하는가. 둘째, 부모의 부를 물려받아 이룬 것이 아니라 자수성가했나. 셋째, 인생의 고난을 슬기롭게 극복한 롤러코스터 같은 스토리를 갖고 있는가. 넷째, 현재 10억원 이상의 자산을 가지고 있는가죠. 다만 자산 10억원 이상이라는 기준은 출연자 매출이나 개별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적용돼요.
이_사실 이 4가지 기준에 모두 부합하는 주인공을 찾기란 쉽지 않아요. 때문에 제작진은 방송 3~4개월 전부터 시의성, 화제성 있는 아이템으로 방향을 설정하고 자료 조사와 사전 취재 과정을 거치죠. 이를 바탕으로 2~3명의 예비 출연자를 선정해 담당 PD와 작가가 현장 답사를 가요. 취재 내용이 사실인지, 예비 출연자가 진정성이 있는지 등을 파악한 뒤 최종적으로 주인공을 고르죠. 이렇게 까다로운 과정을 거친다 해도 출연 승낙을 철회하거나 문제점이 발생해 촬영을 중단하는 경우도 종종 있어요. 그러면 제작진이 찾아가 며칠 동안 함께 일을 도우며 설득하기도 해요.
김_일례로 봄을 맞아 도다리 아이템을 진행하기로 하고 모든 준비를 마쳤는데 촬영 전날 주인공 자녀들의 반대로 무산됐어요. 가족사는 물론 사업 실패 등 오늘날 성공이 있기까지 인생의 희로애락을 모두 담아내다 보니 과거사 공개에 부담을 느껴서였죠. 급하게 주꾸미로 아이템을 바꾸고 새벽부터 충남 서산으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만나본 사례자들이 저마다의 성공 스토리는 있지만 마음을 울리지는 못했어요. 시간이 촉박해도 아이템 선정에 소홀할 수 없어 현장에서 발품을 팔아 취재를 다니기 시작했어요. 몇 차례 시도 끝에 ‘서민갑부’ 취지와 꼭 맞는 출연자를 만났지만 완강하게 방송 출연을 거부했죠. 어렵게 살아온 인생이 미화돼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게 부담스럽다는 이유에서요. 하지만 누구보다 억척스레 살아온 그 분의 인생을 꼭 카메라에 담아내고 싶었어요. 영업시간이 끝날 때까지 10시간을 기다리며 설득한 끝에 어렵사리 마음을 돌릴 수 있었죠. 그렇게 3천원 품삯 일로 7명의 아이들을 키워내며 20억원 자산가가 된 서민갑부의 모습이 172회 ‘굳세어라 혜숙 씨’ 편으로 전파를 탈 수 있었습니다.

사기꾼은 혼자 이득을 보고 장사꾼은 함께 이득을 본다”고 말하더라고요. 이 말은 자영업을 하는 모든 분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_남상효 채널A PD
남_160회 ‘짬뽕바보의 마지막 승부’ 편은 갑부가 죽었다는 신문 기사를 접하면서 시작됐기에 매우 기억에 남는 방송 중 하나예요. 실제로는 암에 걸려 3개월 정도 문을 닫은 건데 짬뽕 가게의 단골손님들은 가게 문이 안 열리자 암으로 사장님이 죽었다고 믿은 거죠. 워낙 유명한 분이다 보니 지역 신문에 기사까지 실릴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자신은 살아 있다며 반박 기사를 내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었어요.
이_191회 ‘당구대 삼겹살’ 편의 주인공은 과거 15개 식당을 운영하며 연 매출 20억원을 기록한 성공한 사업가였어요. 이후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다 실패하게 되고 외도까지 해 소중한 가족을 잃었죠. 그 뒤로 10년이 넘도록 두 딸은 물론이고 본인의 어머니도 뵙지 못하며 죄인처럼 살아왔는데요. ‘서민갑부’ 촬영을 계기로 용기를 내 요양원에 계신 어머님을 찾아뵈며 지난날의 과오에 대해 용서를 구하는 모습이 담겼어요. 어머니에게 안겨 어린아이처럼 펑펑 우는 모습에서 그동안의 마음고생이 얼마나 심했을지 짐작이 됐죠. 방송이 나간 직후 갑부의 가게에 낯선 여인이 아이를 안고 찾아왔다고 해요. 바로 갑부의 첫째 딸이 손주를 데리고 아버지를 찾은 거였죠. ‘서민갑부’를 통해 아버지가 반성하는 모습을 보고 마음을 연 딸이 손주를 보여드리러 왔다고 해요. 며칠 뒤엔 둘째 딸까지 찾아왔고요.갑부는 담당 PD를 은인처럼 생각한다는 후문입니다. 깊은 상심과 죄책감으로 자살 시도와 노숙자 생활까지 하던 그에게 다시금 인생 2막을 살아갈 기회가 주어졌으니까요.
외식업 종사자 비율이 높긴 하지만 ‘디테일링 세차 전문가’ ‘자판기 사업가’ ‘캠핑용품 사업가’ ‘캘리그래피 전문가’ 등 비외식업 종사자의 사례도 매우 인상적이었는데요. 이런 알려지지 않은 주인공들은 어떻게 발굴한 건가요.
남_돈에 대한 이야기에 관심이 많은 2030 세대들이 좋아할 만한 아이템을 궁리한 결과인데요. 먼저 시청자의 니즈가 무엇인지 고민하며 아이템의 방향을 잡는 게 우선이에요. 소비 트렌드와 빅데이터 자료 등도 참고하고요. 시청자가 가장 관심 갖는 분야를 파악해서 서민갑부 조건에 맞게 출연자 후보를 추립니다. 분야별 관계자의 추천을 받기도 하고요. 이 과정에서 한 번도 방송 출연을 하지 않은 분, ‘서민갑부’에서 한 번도 다뤄보지 않은 아이템 등이 우선시되죠. 그리고 무작정 섭외 전화를 드립니다. 정중히 기획 의도를 말씀드리고 전화 취재를 진행하는데, 때론 더 적합한 사람이 있다며 다른 분을 소개시켜주시기도 합니다. 저희는 아직도 수많은 예비 서민갑부들이 숨어 있다고 믿어요.

우리 방송은 휴먼 다큐를 지향해요. 어려움을 스스로 극복하고 자신만의 부를 이룬 주인공을 보면서 시청자들은 희망을 얻고 대리 만족, 희열도 느끼죠. _김연삼 외주제작팀장
김_대부분의 갑부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점은 고집입니다. 밑바닥에서부터 지금의 자리에 오른 갑부들은 짧게는 5년, 길게는 30년 이상의 세월을 버티면서 터득한 자신만의 노하우가 있어요. 이런 갑부들의 고집은 일상생활이나 일터에서도 마치 스포츠 선수의 루틴처럼 보여요. 예를 들어 288회 ‘치아바타’ 편에서 갑부는 자기가 항상 사용하는 숟가락이 아니면 밥을 먹지 않습니다. 얼핏 이상하게 보이지만 직접 빵을 만들면서 손의 감각이 매우 민감해졌기 때문이죠. 또 155회 ‘찐빵 할아버지’ 편 주인공께서는 새벽마다 가게에 나와서 50년 동안 빠뜨리지 않고 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