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소비자포털 행복드림’ 홈페이지에서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소비자원이 제공하는 코로나19에 관한 거짓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열린소비자포털 행복드림 캡쳐]
광반도체 전문기업 A사의 자사 가전제품 홍보문구다. 해당 업체는 지난 6월 ‘코로나바이러스 공기청정기’와 ‘코로나바이러스 살균기’를 출시했다. A사는 4월 2일부터 지속적으로 보도자료를 내며 자사 독자 기술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살균에 효과를 보인다고 홍보했다. UV 파장을 이용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살균할 수 있다는 것.
살균 증거로 등장한 것은 B대학 연구팀의 실험 결과 데이터. B대학 연구팀을 통해 4월과 5월 두 차례 A사의 독자 기술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30초 만에 99.9% 살균할 수 있다는 사실을 검증했다고 홍보했다. 인터넷에 A사를 검색하면 ‘코로나19 잡는 공기청정기·멀티살균기 국내 출시’ 등 관련 소식을 전하는 뉴스를 볼 수 있다.
현재 쿠팡과 지마켓, 옥션 등 다수의 이커머스 플랫폼에서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A사의 공기청정기와 다용도살균기가 판매 중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불안이 커지면서 해당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도 늘었다. 해당 제품 후기에는 ‘이제 우리 가족은 코로나로부터 안전하겠네요’ ‘코로나 99.9% 박멸 내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좋은 기술이에요’ 등이 올라와있다.
시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지난 3월 코스닥에 상장한 A사는 첫 보도자료 발표일인 4월 2일 주가가 상한가를 기록한 것을 시작으로 급상승을 이어가 7월 2일 종가 기준, 석 달 동안 130% 급등했다.
“실험 수행한 교수 밝힐 수 없어”
하지만 A사 측은 해당 제품 홍보에 사용되는 실험 세부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구체적인 실험 주체는 물론 세부 내용에 대해서도 공개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A사 관계자는 “NDA(기밀유지협약) 체결로 정보 공개가 어렵다”고 말했다. B대학 측과의 공식적인 경로로 실험을 진행했냐는 질문에는 “B대학 연구팀이 산학연구로 우리와 함께 연구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슈가 되는 내용이다 보니 교수진을 공개하면 교수 측 업무가 마비된다. 연구에 전념해야 하는데 문의전화도 많이 와 그럴 수 없다”며 정보 비공개 이유를 설명했다.현재 해당 실험에 관한 정보는 홈페이지에 게시된 살균 실험 그래프가 전부다. UV 노출 시간에 따른 바이러스 살균 정도가 담긴 자료다. A사는 “공기정화시스템에 단파장 LED를 장착해 신종코로나바이러스 및 각종 유해균을 살균하는 제품이다. 기존 에어컨 냉각필터, 공기청정기의 헤파 필터에는 포집된 각종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대량 증식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바이러스가 필터를 통과하여 2차 공기 감염의 우려가 높았다”고 홍보했다.
해당 그래프에서는 3cm 거리에서 10초간 관련 UV 파장을 쬐였을 때 1% 미만의 살균력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UV 파장 노출 시간을 20초로 늘려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살균력이 10% 미만이었으며 30초가 돼야 살균력이 급격히 올라 99.9%에 도달했다. 이에 대해 A사 측은 “공기청정기의 경우 공기가 30초간 머물다 배출되는 구조는 아니다. 청정면적안의 공기를 계속 순환시키며 살균하는 방식”이라고 답했다.
최재욱 고려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사용방법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UV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살균에 효과는 보이는 것은 맞다. 다만 바이러스는 생체 세포 안에서만 증식이 가능하기 때문에 필터에서 증식하지 않는다”며 “UV를 쬐면 필터에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줄어들 수 있겠지만 감염 가능성에 영향을 준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과학적으로 명백한 증거가 없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원 “거짓·과장광고”
확인 결과 A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제품 광고에 대해 공정위로부터 시정 요구를 받은 상태였다. 공정위 관계자는 “코로나19와 관련해 소비자가 오인할 우려가 조금이라도 있는 광고는 시정하도록 조치하고 있다”며 “다만 시정이 완료되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공기청정기와 탈취제, 살균기 등에 대해 검증되지 않은 코로나19 예방 효과로 소비자를 유인하는 부당 광고에 시정을 요구하고 있고, 5월 27일 기준 1백38건이 시정 완료됐다.이에 대해 A사 관계자는 “공정위에서 홈페이지 내용을 수정하라는 요청이 있었다. 코로나19를 ‘30초 안’에 살균한다고 돼있는데 이를 ‘30초 만’에 살균한다고 표현을 고쳐 마무리됐다”고 말했다. 이후 해당사항을 재차 확인하자 “공정위에는 5월 27일, 6월 8일 관련 실험 자료를 모두 제출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입장을 바꿨다.
A사 측의 설명과 달리 증빙자료 제출도 6월 8일 이후에 이뤄졌다. 공정위 관계자는 “공정위는 업체와 직접 접촉하지 않는다. 산하 기관인 한국소비자원이 관련 업무를 수행한다”고 말했다. 확인 결과 한국소비자원은 A사 측에 ‘자율 개선 권고 공문’을 보내 6월 30일 실험 등의 내용이 담긴 증빙자료를 받았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30초 만에 코로나19 99.9% 살균 입증’ ‘공기 중에 초미세먼지 제거는 기본, 세균·바이러스까지 살균’ 등의 부분에 대해 사업자가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원은 A사 측이 제출한 입증 자료를 받은 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표현이나 문구는 삭제하기로 결정했다”며 “거짓·과장광고에 속한다”고 알려왔다. B대학 연구팀의 실험 내용에 대해서는 세부 실험 조건을 추가해 게시하는 방식을 검토 중이다. A사와 한국소비자원은 7월 10일 광고 수정 방향을 결정하기로 했다.
한국소비자원은 2일 실험을 수행한 B대학 교수에게 업체 광고 내용에 대한 확인을 요청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코로나바이러스와 관련해) 진행된 시험이 있다는 사실은 확인했다. 다만 국내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공인된 시험법이 없는 만큼 실제 시험 대상이 현재 유행하는 바이러스가 맞는지 등을 알아보고 있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99.9% 살균한다는) 해당 실험 결과와 공기청정기가 실생활에서 동일한 효과를 내는지는 다른 문제다. 효과에 대한 검증이 어렵기 때문에 공기청정기에 해당 효과가 있다고 표현한 부분은 지양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공정위와 한국소비자원은 코로나19와 관련한 거짓정보를 바로잡기 위해 온라인사이트 ‘열린소비자포털 행복드림’에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코로나19 관련 제품을 구매할 때 제품의 성능이 의심된다면 해당 사이트를 통해 과장 광고가 포함돼있지는 않은지 확인해보는 것도 현명한 소비를 위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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