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스타의 일상을 구독하시겠습니까?

오한별 객원기자

2026. 05. 13

셀럽이 이끄는 웰니스가 제품을 넘어 트렌디한 라이프스타일의 상징처럼 여겨지고 있다.
팬들은 이제 스타의 일상 루틴을 구독하듯 소비하며 정서적 만족을 얻는다.

구프 뷰티모닝 스킨 슈퍼파우더.1개월분 8만 원대. 구프(Goop)

구프 뷰티모닝 스킨 슈퍼파우더.1개월분 8만 원대. 구프(Goop)

과거 셀럽의 인기를 증명하는 가장 상징적인 아이템은 그들이 만든 향수였다.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큐리어스(Curious)’나 제니퍼 로페즈의 ‘글로(Glow)’처럼, 팬들은 스타가 만든 분위기를 향으로 소유하고 싶어 했다. 2010년대 후반으로 넘어오며 이 관심은 리한나의 ‘펜티뷰티(Fenty Beauty)’나 셀레나 고메즈의 ‘레어뷰티(Rare Beauty)’ 같은 메이크업 브랜드로 옮겨갔다. 셀럽의 외모를 닮고 싶어 하는 대중의 욕망이 투영된 결과였다.

하지만 지금의 대중은 단순히 닮고 싶은 단계를 넘어섰다. 아침부터 밤까지 반복되는 셀럽의 루틴 자체가 새로운 시대의 신분증이자 가장 강력한 팬덤 상품이 된 것이다. 화려한 레드카펫보다 일상의 단면에 열광하는 이유 역시 셀럽의 삶을 그대로 따라 살고자 하는 욕망에 있다.

‘진짜’가 아니라면 팔리지 않는다

포브스의 2025~2026년 산업 분석 리포트에 따르면, 이제 소비자들은 단순 광고 모델 브랜드보다 셀럽이 공동 창업자로 참여한 브랜드에 더 높은 신뢰를 갖는다. 실제로 소비자의 61%는 셀럽이 브랜드 운영과 개발에 직접 관여할 때만 진정성이 있다고 판단하는데, 이는 대중이 연출된 광고와 실제 라이프스타일을 분명히 구분하기 시작했음을 방증한다. 

기네스 팰트로는 이 공식의 정점에 서 있는 인물이다. 2008년 소박한 블로그와 뉴스레터로 시작한 ‘구프(Goop)’는 이제 거대한 웰니스 제국으로 성장했다. 기네스 팰트로는 20년 가까이 경영인이자 페르소나로 브랜드를 이끌며 이 기준을 충족시켜왔다. 자체 제작한 뷰티·패션 제품을 일상은 물론 공식 석상에서 선보이는 한편,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아이템들을 큐레이션해 소개하기도 한다. 그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식단과 명상 등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고, 팟캐스트와 블로그로 전문가들과 담론을 이어가며 커뮤니티를 구축했다. 또한 영화 ‘로얄 테넌바움’ 속 버킨백을 포함한 상징적인 아이템을 경매에 내놓고, 에어비앤비를 통해 실제 게스트하우스를 공개하는 등 일상의 경계를 확장했다. 결국 구프가 파는 것은 제품이 아니라 기네스 팰트로라는 인물이 지닌 삶의 방식 그 자체다.

방송인이자 사업가인 코트니 카다시안은 웰니스를 지루한 숙제가 아닌 즐거운 의식으로 치환했다. 그의 웰니스 비즈니스는 2019년 론칭한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푸시(Poosh)’에서 시작된다. 코트니 카다시안은 푸시를 통해 글루텐 프리 식단, 친환경 육아법, 인테리어 팁 등을 공유하며 단순한 리얼리티 쇼 스타를 넘어 영향력 있는 웰니스 가이드로 자리 잡았다. 푸시는 팬들이 그의 일상을 엿보고 소통하는 커뮤니티로 성장했고, 여기서 확인된 수요는 자연스럽게 제품 브랜드 ‘레미(Lemme)’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스타의 루틴 대신 나만의 웰니스 찾기

레미의 베스트셀러 ‘질 유산균 구미’ 4만5000원대. @lemme

레미의 베스트셀러 ‘질 유산균 구미’ 4만5000원대. @lemme

2022년 출시된 레미는 카다시안 가문의 명성에만 기대 탄생한 브랜드가 아니다. 코트니 카다시안은 자매 가운데 처음으로 유기농 식단을 실천하며 오랜 시간 영양학에 깊은 관심을 보여왔다. 레미는 까다로운 성분 기준과 시각적 즐거움을 결합한 것이 특징이다. 옥수수 시럽, 인공 색소, 젤라틴 등 보충제에 흔히 쓰이는 성분을 배제하고, 모든 제품을 비건 제형으로 완성했다. 특히 산부인과 전문의 타이스 알리아바디 박사를 포함한 전문가팀과 협업을 통해 임상 기반 식물 추출물을 적용하며 완성도를 높였다. 대표 제품으로는 식후 팽만감을 완화하는 ‘레미 디블로트(Lemme Debloat)’, 질 건강을 돕는 ‘레미 퍼(Lemme Purr)’, 스트레스 완화를 위한 ‘레미 칠(Lemme Chill)’ 등이 있다.

한편 웰니스 시장은 생애 주기의 구체적인 고민을 해결하는 방향으로 정교해지고 있다. 배우 나오미 왓츠의 여성 건강 브랜드 ‘스트라이프스뷰티(Stripes Beauty)’는 호르몬 변화로 인한 신체적 불편함을 해결하는 데 집중한다. 특히 질건조증을 완화하는 하이드레이팅 젤인 ‘배그 오브 오너(Vag of Honor)’는 폐경기 여성들이 차마 말하지 못했던 고민을 과학적인 처방으로 해결해주며 브랜드의 입지를 굳혔다. 할리 베리는 자신의 건강 관리 노하우를 바탕으로 운동 콘텐츠와 맞춤형 솔루션, 섹슈얼 아이템을 제안한다. 산부인과 전문의와 공동 개발한 ‘레츠 스핀™ 인티머시 젤(Let’s Spin™ Intimacy Gel)’은 폐경기 전후 여성들이 겪는 질건조증과 성관계 시 통증을 완화해주는 제품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이 제품은 히알루론산과 알로에 성분으로 pH 밸런스를 맞췄다. 이는 섹슈얼 웰니스가 특정 연령대에 국한되지 않는, 지속 가능한 라이프스타일임을 보여준다.

할리 베리의 섹슈얼 웰니스 브랜드 ‘레스핀’. 할리 베리  @respin

할리 베리의 섹슈얼 웰니스 브랜드 ‘레스핀’. 할리 베리  @respin

테니스 선수 비너스 윌리엄스가 만든 식물성 에너지 음료 브랜드 ‘해피 바이킹(Happy Viking)’도 있다. 자가면역질환을 관리하기 위해 직접 고안한 식물성 영양 솔루션이라는 개인적 스토리를 바탕으로, 운동선수로서의 정체성과 질병 극복의 경험이 결합된 브랜드다. 글루텐, 유제품, 유당, 콩을 배제한 비건 제품으로 운동 후 회복, 에너지 유지, 소화 개선 등 일상 전반의 컨디션 관리를 목표로 한다. 딸기, 트리플 초콜릿, 바닐라빈, 베리 파르페 등 4가지 맛으로 출시됐다.

여성의 호르몬 변화로 인한 신체적 불편함을 해결하는 데 집중한 나오미 왓츠의 ‘스트라이프스 뷰티’(위). 테니스 선수 비너스 윌리엄스가 만든 식물성 에너지 음료 브랜드 ‘해피바이킹’

여성의 호르몬 변화로 인한 신체적 불편함을 해결하는 데 집중한 나오미 왓츠의 ‘스트라이프스 뷰티’(위). 테니스 선수 비너스 윌리엄스가 만든 식물성 에너지 음료 브랜드 ‘해피바이킹’

이처럼 셀럽들이 쏟아내는 웰니스 브랜드는 불확실한 시대에 우리가 붙잡고 싶은 통제 가능한 일상의 가이드라인이다. 스타의 라이프스타일을 소비하는 이유는, 그들처럼 균형 잡힌 삶을 살고 있다는 정서적 안도감을 얻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 거대한 시장을 소비할 때 경계해야 할 지점도 분명하다. 셀럽의 루틴은 막대한 자본과 전문가팀에 의해 설계된 일상으로, 모두에게 유효한 정답은 아니다. 결국 웰니스의 본질은 타인을 복제하는 데 있지 않다. 중요한 것은 나에게 맞는 리듬을 찾는 일일지도 모른다. 

#웰니스 #셀럽루틴 #라이프스타일 #여성동아

사진제공 구프 레미 해피바이킹 사진출처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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