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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column

최강 디자이너들의 협업

#FANTASTIC DUO #소장각

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조엘 킴벡

2020. 07. 01

컬렉션을 마치고 함께 피날레 무대에 오른 오트 쿠틔르의 거장 크리스찬 라크르와(왼쪽)와 드리스 반 노튼(오른쪽).

컬렉션을 마치고 함께 피날레 무대에 오른 오트 쿠틔르의 거장 크리스찬 라크르와(왼쪽)와 드리스 반 노튼(오른쪽).

지난 몇 달 동안 세상은 변화의 소용돌이였다. 누군가에게는 몇 달간의 변화가 몇 십 년간의 변화보다 더 컸을 것이 분명하다. 코로나19는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놓았고, 시간이 지날수록 모두가 머리로든 혹은 마음으로든 코로나가 없던 시절로 다시는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관념과 기준들이 새로운 표준(New Normal)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언택트(Untact, 비대면) 트렌드다. 

한국은 좀 다르지만 대부분의 국가에서 짧게는 한 달, 길게는 두 달 이상 백화점들이 문을 닫았다. 백화점은 많은 사람들이 모이고 불특정 다수가 물건을 접촉하는 공간이기에, 정부 차원에서 백화점의 영업을 중단하도록 한 것이다. 가장 중요한 판매 채널 중 한 곳인 백화점의 영업이 중단되자, 패션 브랜드들은 이번 시즌의 판매를 반쯤은 포기하게 됐다. 6월에 접어들며 프랑스, 영국 등 유럽과 일본의 백화점들이 굳게 닫아두었던 문을 열기 시작했지만 봄 시즌은 이미 달력에서 지워졌고, 6월은 세일을 시작하는 시기라 실익을 기대하긴 힘들다. 2020 S/S 시즌 장사가 물 건너간 것은 물론이고 브랜드들은 다음 시즌 컬렉션의 존폐도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 어떻게든 버텨내고 살아남는 것이 지상 과제가 된 것이다. 하지만 패션계도 이런 위기를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지만은 않다. 늘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왔던 패션계는 이런 거대한 변화의 소용돌이를 단순히 바이러스의 창궐로 받아들이기보다 시대적 변화의 일환으로 해석해 패션에 접목하려는 여러 시도를 하고 있다. 


미국 운동복 브랜드 아웃도어보이시스가 개발한 얼굴 라인에 말착되면서도 통기성이 좋은 마스크.

미국 운동복 브랜드 아웃도어보이시스가 개발한 얼굴 라인에 말착되면서도 통기성이 좋은 마스크.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건강한 소재를 사용하는 것이다. 통기성이 탁월하면서 항균 기능까지 더해진 이른바 피부에 가까운 브리더블(Breathable), 즉 숨쉬는 소재를 이용해 기존의 언더웨어 아이템 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패션 아이템을 출시하고 있는 것. 갭의 운동복 브랜드인 아슬레타(Athleta)도 브리더블 소재에 세탁이 가능한 여름용 페이스 마스크를 발매했고, 뉴욕에 기반을 둔 운동복 브랜드인 아웃도어 보이시스(Outdoor Voices)도 얼굴선에 밀착되지만 피부가 숨을 쉴 수 있는 소재로 만든 마스크를 발매해 큰 호평을 받고 있다.

라프 시몬스와 미우치아 프라다 vs 버질 아블로와 니고

나이키와의 컬래버레이션으로 화제가 됐던 사카이의 디자이너 아베 치사토가 이번에는 장 폴 코티에와 함께 컬렉션을 열기로 했다.

나이키와의 컬래버레이션으로 화제가 됐던 사카이의 디자이너 아베 치사토가 이번에는 장 폴 코티에와 함께 컬렉션을 열기로 했다.

미국에서는 코로나19가 좀처럼 잦아들 기색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바이러스에 대한 두려움과 좁아진 생활 반경 탓에 우울감, 지루함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패션계에서는 이 침묵의 시간을 상쇄해줄 흥미로운 소식들이 하나, 둘씩 터져나오고 있다. 물론 코로나19에서 비롯된 위기를 극복하려는 시도들의 일환이다. 

프라다는 최근 디자이너 라프 시몬스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합류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라프 시몬스는 기존 프라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미우치아 프라다와 공동 작업으로 다음 시즌 컬렉션을 준비할 예정이다. 유명 패션 하우스들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교체할 때 보통 기존의 디자이너와 결별하고 그 후임자로 새로운 디자이너를 영입하는 수순을 밟는다. 이번 프라다의 경우처럼 두 명의 거장이 협업을 하는 것은 거의 전례가 없던 일이다. 질 샌더를 거쳐 디올 하우스의 수장을 역임했으며 이후에는 미국을 대표하는 패션 브랜드 캘빈클라인을 맡았으나 2년 만에 불명예스럽게 퇴출돼 안타까움을 샀던 디자이너계의 풍운아 라프 시몬스와 프라다의 수장 미우치아 프라다의 만남이라니. 벌써부터 소장욕이 솟구치는 것도 사실이지만 두 거장이 혹시나 불협화음을 내지는 않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사카이의 아베 치사토와 장 폴 고티에의 만남도 기대되는 조합이다. 장 폴 고티에는 지난 시즌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단독으로 쇼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게스트 디자이너를 영입해서 새로운 도전을 하겠다는 거였는데, 아베 치사토가 바로 그 첫 번째 게스트 디자이너로 선택된 것이다. 얼마 전 나이키와 협업한 스니커즈가 발매와 동시에 완판되며 인기 절정을 구가 중인 사카이와, 한때 세상을 호령했던 천재 디자이너 장 폴 고티에의 만남은 벌써부터 패피들을 설레게 만들고 있다. 이들의 케미스트리가 빚어낼 결과물은 내년 1월에 만나볼 수 있을 전망이다. 

한때 오트 쿠튀르를 휘어잡았던 거장 크리스찬 라크르와는 벨기에 디자이너 드리스 반 노튼의 패션쇼에 게스트 디자이너로 참여해 화제가 됐다. 너무 의외의 조합이라 많은 사람들이 놀라긴 했지만, 드리스 반 노튼의 정제된 디자인에 크리스찬 라크르와의 쿠튀르적인 감각이 더해져 아주 새로운 결과물이 탄생했다는 평이 이어졌다. 드레스 업이 사라지고 있는 시대에 정성 들여 차려입는 즐거움을 선사하기 위해서 크리스찬 라크르와와 협업을 하게 되었다는 디자이너 드리스 반 노튼의 의도는 성공한 것이 분명하다. 


버질 아블로와 니고의 협업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루이비통 LV2 라인의 슈즈.

버질 아블로와 니고의 협업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루이비통 LV2 라인의 슈즈.

루이비통의 남성복 라인을 맡고 있는 오프화이트의 디자이너 버질 아블로와 일본 스트리트 패션계의 선구자로 불리는 디자이너 니고의 협업 결과물 LV2 풋웨어도 6월 26일 발매될 예정이다. 해당 제품은 매장에 깔리기도 전에 다 팔려서 사고 싶어도 사지 못하는 ‘신기루 컬렉션’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환상의 커플이든 의외의 조합이든, 다른 개성을 지닌 거장들이 마치 처음부터 한 몸이었던 것처럼 하나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건 꽤 멋진 일이다. 코로나19로 침체된 패션계에 심폐소생을 해줄 수 있는, 같은 듯 다르면서 다른 듯 같은 판타스틱한 듀오들이 더 많이 쏟아져나오길 기대해본다. 그중 한국 디자이너나 브랜드도 하나쯤 끼어 있으면 더 좋겠다는 바람을 덧붙이며.

조엘 킴벡의 칼레이도스코프


뉴욕에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기네스 팰트로, 미란다 커 등 세기의 뮤즈들과 작업해왔다. 현재 브랜드 컨설팅 및 광고 에이전시 ‘STUDIO HANDSOME’을 이끌고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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