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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김자옥 아들 결혼하던 날

글 · 두경아 자유기고가 | 사진 · 이상윤

입력 2015.04.15 11:36:00

배우 김자옥이 세상을 떠나기 얼마 전, 남편 오승근은 아내의 귀에 대고 말했다.
“여보, ‘아무 걱정하지 말고 편안하게 눈감아. 내가 영환이는 책임지고 장가 잘 보낼 테니.”
그리고 오승근은 그 약속을 잘 지켜냈다.
故 김자옥 아들 결혼하던 날

김자옥이 그토록 보고 싶어했던 아들 결혼식이 3월 14일 많은 이들의 축복 속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오승근 · 아들 영환 씨 · 딸 지연 씨 부부.

경사스러운 아들 결혼식, 아버지는 세상을 떠난 아내를 생각하며 눈물을 떨궜다. 투병 중에도 아들의 혼례를 준비하며 “6개월만 더 살면 좋겠다”고 말했던 아내는 그러나 지난해 11월, 끝내 결혼식을 보지 못하고 눈을 감고 말았다. 탤런트 고(故) 김자옥의 이야기다.

지난 3월 14일 서울 강남에 위치한 한 결혼식장에서 오승근(64) · 고 김자옥 부부의 막내아들 오영환(27) 씨가 웨딩마치를 울렸다. 결혼식에는 오승근 부부와 친분이 두터운 김용건, 이무송 · 노사연 부부, 고두심, 이경실, 정영숙, 김민자, 윤소정 등이 하객으로 참석했다. 오승근은 하객을 맞으며 밝은 모습을 보였지만, 결혼식이 시작되자 아내의 자리를 바라보며 눈시울을 적셨다.

이날 주례는 생전 김자옥과 친했던 김영희 MBC PD가 맡았다. 그는 “김자옥 선생님이 살아계실 때 제게 여러 번 아들의 주례를 부탁했다”며 말문을 열었다.

“지금도 보이지는 않지만 김자옥 선생님이 어딘가에서 해맑은 웃음을 지으시며 결혼을 축복하고 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결혼식은 김자옥 선생님이 생전에 준비한 그대로, 그 장소, 그 청첩장, 그 주례로 마련됐습니다. 그래서 더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김 PD의 소개에 의하면, 오영환 씨는 유학 후 귀국해 현재 소니뮤직에 근무하고 있으며 산업디자인을 공부한 신부 손모 씨는 프리랜서로 활동 중이다. 연상연하 커플인 두 사람은 지인의 소개로 만나 1년 동안 편하게 지내다가 교제를 시작했고, 3년 넘게 사귀는 동안 한 번도 크게 싸운 적이 없었다고 한다. 사랑에 빠지게 된 이유에 대해서 손씨는 신랑을 “어리지만 어른스럽고 믿음직했다”고 했고, 오씨는 “지금까지 만나본 여자 중 어머니 빼고 가장 편했다”고 했단다. 김영희 PD는 “무조건 아내의 말을 따르라. 아내는 본인(남편)보다 옳다”는 말로 화기애애하게 주례사를 마무리했다.



故 김자옥 아들 결혼하던 날
결혼식 며칠 후, 오승근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는 먼저 “결혼식은 아내가 준비한 대로 잘 진행됐다”고 전했다.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아내 없이 큰일을 치르는 게 많은 부담이 됐던 모양이다.

“다만 ‘엄마(아내)가 이 자리에 있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죠. 아내 없이 아들을 장가보내는 마음이 착잡하더군요. 울지 않으려 했는데, 아내의 자리를 보니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어요. 서운하고, 아쉽고… 그런 마음이었죠.”

사실 그는 아내를 떠나보낸 지금도 아내의 부재를 실감하지 못할 때가 많다.

“지금도 어떨 때는 집 안 어디에 있을 것 같아요. 어디선가 환하게 웃으면서 돌아올 것 같은 생각도 들고요. 넉 달밖에 안 됐으니까 당연한 거겠죠.”

세상을 떠날 것에 대비해 남편에게 꼼꼼한 메모 남겨

김자옥에게 아들 영환 씨는 친구 같고 애인 같은 존재였다고 한다. 불임 판정을 받고 실의에 빠졌다가 서른일곱 살에 기적적으로 얻은 늦둥이라 아들에 대한 사랑이 각별했던 김자옥은 지난해 5월부터 결혼식을 준비했고, 혹여나 자신이 없을 때를 대비해 오승근에게 ‘어디 가서 어떻게 하라’는 메모도 해뒀다.

“결혼식 날짜를 잡고 식장 예약을 했는데, 해놓고 보니까 그날이 화이트데이라고 하더군요. 의미 있는 날이라서 좋다고 아내는 재미있어했어요. 그때만 해도 ‘결혼식 때까지는 살아 있겠지’ 했는데… 갑자기 상태가 안 좋아졌어요. 마지막 한 달 정도는 심하게 아프기도 했죠. 조금이라도 나아지길 바랐건만, 결국 아들의 결혼식을 보지 못한 채 눈을 감았네요.”

알려졌다시피 김자옥은 2008년 대장암 수술을 받은 후 지난해 암이 재발해 항암 치료를 받다가 급속히 건강이 악화돼 세상을 떠났다. 힘든 투병 생활이었다. 그러나 그는 아들의 결혼식을 보기 위해 죽는 그 순간까지도 생명의 끈을 놓지 않았다고 했다.

“제가 집사람에게 ‘내 이야기가 들리면 눈을 깜빡거려 봐’라고 하니까 눈을 깜빡깜빡하더라고요. 그래서 ‘여보 편안하게 눈감아. 내가 영환이는 책임지고 장가 잘 보낼 테니, 아무 걱정하지 마’ 라고 말해줬죠.”

김자옥은 생전 예비 며느리 사랑이 지극했다고 한다. 오승근 역시 며느리 칭찬에 침이 마를 정도였다.

“아내가 며느리를 든든하게 생각했어요. 우리 며느리가 성격이 활발하고 사근사근하거든요. 그런 성격이 우리 집과 잘 맞는다고 아내가 좋아했어요. 우리 식구끼리 있으면 말을 잘 안 하다가도 며느리가 오면 대화가 많아지고 웃음이 넘쳐요.”

오승근은 이제 정말 혼자가 됐다. 김자옥과 재혼 전 낳은 딸을 비롯한 남매를 모두 출가시켰고, 아내마저도 세상에 없다.

“아들 결혼식이 끝나니 이제 정말 홀가분해요. 제 할 도리는 다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결혼식 날에도 제가 아이들에게 ‘엄마가 하늘에서 지켜볼 거니까 잘 살아야 해’라고만 이야기 했어요. 아직 어린아이 같아요. 부모 마음이 모두 그런가 봐요. 일단 홀로서기를 잘하려면 제가 건강해야겠죠. 그래야 손자들이 자라는 모습도 보겠고.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제 노래를 좋아해주시니 열심히 노래도 할 거고요.”

그는 마지막으로 “많은 사람들이 김자옥을 기억해서, 하늘나라에 있더라도 살아 있는 듯 우리 곁에 남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故 김자옥 아들 결혼하던 날

비록 김자옥은 함께하지 못했지만 고두심, 박근형, 이효춘 등 연예계 선후배들이 하객으로 참석해 축하를 건넸다.

디자인 · 김수미

여성동아 2015년 4월 61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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