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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SENSE&SEXIBIL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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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미소년 | 일러스트 · 송다혜

입력 2015.04.08 10:00:00

3월호 ‘여성동아’를 못 본 독자를 위해 앞선 이야기를 잠깐 정리하면 이렇다.
오피스텔로 이사했다, 옆집에 예쁜 여자가 산다, 벽이 얇아서 소리가 잘 들린다,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함께 살던 우리는 직접 만나게 되는데….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예쁜, 까지는 아니더라도 꽤 매력적인 이성이 안에 있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심지어 층 버튼을 눌렀는데, 나와 같은 층이라면? 말을 걸어야겠지? 그런데 나는 그렇게 못했다. 망설이기만 했다. 그런데 엘리베이터 문이 열린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설마 옆집 여자? 뛰던 가슴이 더 뛰었다. 말을 걸어도 되는 거 아닐까?

엘리베이터에서 내가 먼저 내렸다. 여자가 먼저 내리고 내가 뒤에서 걸어가면, 여러 가지로 좋겠지만, 나 같은 신사에겐 어울리지 않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럴 거면 차라리 내 멋진 뒷모습을 여자에게 보여주자, 뭐, 이딴 생각을 한 것이다. 나는 걸었고, 여자는 내 뒤에서 따라왔다. 내가 집 앞에서 문 손잡이를 잡으려고 몸을 약간 돌렸을 때 우리는 눈이 마주쳤다. 나는 친구를 만난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눈웃음까지 치면서. 그렇게 하려고 한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다. 방과 방을 사이에 두고, 이미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생각한 것이다.

여자는 약간 당황한 표정을 짓더니 억지로, 아, 네, 라는 입 모양을 하고, 서둘러 도어록의 비밀번호를, 내가 안 보이는 각도에서 누르더니 문을 열고 들어가버렸다. 앗, 뭐지. 나는 이사 가야 할 것 같았다. 나 혼자 무슨 짓을 한 것인가. 야동을 크게 틀어놓고 본 것부터, 그 여자의 쓰레기봉투를 대신 들고 나가 버려준 것까지 다, 괴로울 만큼 부끄러웠다. 혼자 별 꼴값을 떤 것이다. 집에 들어와서 프림이 들어간 믹스 커피 한 잔을 마셨다. 인생이 썼다.

나는 담배를 안 피운다. 후배들이 가끔 두고 가던데, 혼자 생각하며 여기저기 뒤져도 없었다. 엘리베이터 옆 계단에 가서, 누가 피우고 있으면 하나 달라고 해볼까, 하는 마음으로 갔는데 하필 거기 그 여자가 있었다. 그 순간 정말, 영화인가? 착각할 정도였다. 아니, 네가 왜 여기서 담배를 피우고 있어? 말하고 싶었지만 안 했다. 아니, 나중에 했다. 그날 밤에.

나를 보자 여자는 겁에 질린 표정으로 담배를 끄더니 집으로 돌아가려고 몸을 돌렸다. 나는 가만있기 싫었다. 왜냐면 나는 나쁜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저기, 저 이상한 사람 아니에요. 옆집 사시는 분 같아서 인사한 거예요.”

여자는 또 당황하며, 아, 네, 라는 입 모양을 하고 가버리려고 했다. 그런데 약간 멈칫했다. “내가 오버했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날 밤에 그녀는 말했다. 일단 지금은 초저녁이고, 아직 어색한 상황이 해결이 안 된 상태다. “담배 하나만….” 여자는 담배를 하나 줬다. “불도.” 여자는 파란색 라이터를 꺼냈다. ‘황제 단란주점’이라고 적혀 있는 라이터였다. “업소 나가세요?”라고 설마 내가 물었겠어? 농담으로라도 물어보고 싶었지만, 안 했다. 내가 담배에 불을 붙이고 한 모금 빨자, 그제야 여자는 말했다.

“처음 피우세요?”

“네.”

우리는 서서 이야기를 나눴다. 그건 자신 있었다. 일단 대화가 시작되면 나는 ‘황제’다. 얼굴도 이 정도면 괜찮고, 내 몸에선 좋은 냄새가 난다고 여자들은 늘 말했다. 보디로션 때문인가? 보디 워시 때문인가? 아니면 섬유 유연제? 다 섞인 건가? 아, 향수인가? 그리고 말도 잘 하니까. 여자는 이사 온 지 3개월쯤 된다고 했다. 월세는 얼마 내냐고 나한테 물어서, 이렇게 작은 오피스텔 정도는 사야 하는 거 아니냐고 대답했다. 여자는 월세 안 내는 행복한 삶에 대해 이야기하더니, 갑자기 언니에 대해 이야기했다. 나는 농담 삼아 “언니가 예쁜가요?”라고 물었다. 그때 조금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대답했다. “네. 저보다는 별로지만.” “남자친구는 있어요?” “네. 만날 바뀌어요. 요즘도 누구 만나던데. 모처럼 한 명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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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가 이 여자인가?

아… 이 여자가 그 여잔가? 그 여자가 이 여잔가? 갑자기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가 옆집 여자의 얼굴을 정확하게 본 적이 없었다. 스치듯 본 게 다였다. 그 여자가 이 여자인지 확신할 수가 없었다. 나랑 벽 하나를 두고, 어떤 메시지를 주고받던, 그 여자가 이 여잔가? “저기 혹시….” 내가 망설이면서 말끝을 흐리자 여자가 “왜요?” 하고 물었다. 나는 또박또박 물었다. “언니랑 저 집에서 둘이, 살아요?” ‘둘이’에 약간 힘을 줬다. “아뇨. 저는 여기 안 살아요. 수요일만 여기 와서 자요. 이 동네에서 영어 과외를 하거든요.”

나는 계속 웃었다. 이유는 없었다. 이런 상황이 생기면 웃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래서 웃었다. 502호 사는 뚱뚱한 아저씨가 문을 쾅 닫았다. 그 아저씨는 겨울에도 문을 10cm쯤 열어둔다. 몸에 열이 많은가? 그런데 웃다 보니 웃을 이유가 생겼다. 영어 과외 선생인 동생이 언니보다 예쁜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가서 맥주 마실래요?” 말하면서 나는 당연히 그렇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싫다고 할 이유가 없었다. “아, 그럼 다시 옷 갈아입어야 되잖아요. 다음에 마셔요.” 영어 과외 선생님이 대답하셨다. 아, 이런 것도 이유가 되는구나. 내가 다시 말했다. “그럼 저희 집에서 커피 마셔요. 아, 짜증나. 오려면 오고, 말려면 와요.” 여자가 웃었다. “그럼 집에 가서 눈썹만 그리고 갈게요.” 나는 여자의 얼굴을 다시 보았다. 차분히 보니, 그래야 할 것 같았다. 사람이 눈썹은 있어야지. 나는 그러라고 말하고, 우리는 복도를 걸어 차분히 집으로 들어갔다.

나는 후다닥 청소기를 돌리고, 바닥에 널브러진 옷을 세탁기 안에 집어넣고, 분무기에 물을 채워 허공에 뿌렸다. 여자들은 건조한 거 싫어하니까. 이를 닦으려고 화장실에 들어가는데, 띵동, 초인종이 울렸다. 5분도 안 됐는데…. 문을 열고 여자를 보니, 정말 눈썹만 그렸다. 기왕이면 다른 것도 하지 말이야.

이야기가 너무 늘어졌다. 이어서 벌어진 일을 짧게 정리하면 이렇다. 우리는 맥주, 정확하게는 필스너 우르켈을 한 병씩 마시다가, 글렌리벳을 마셨다. “요즘은 싱글몰트야.” 나는 어느새 반말을 하기 시작했고, 나보다 여섯 살이나 어린 영어 과외 선생은 “아, 이게 싱글몰트구나”라고 대답했다. 글렌리벳을 한 잔씩 마시다가 “나, 영어 배우고 싶은데, 나도 과외해주면 안 돼?”라고 물었다. “나한테 배우면 금방 늘어요. 난 지루한 거 안 하거든. 저 여자 몸매에 대해 영어로 표현해볼래? 이런 거 시켜요. 그러면 학생들이 엄청 빨리 외워요.” 여자는 이어서 말했다. “캔 유 퍽 미? 이런 거 가르쳐주면 진짜 좋아한다니까요. 캔을 언제 써야 할지 한 번에 이해하는 거죠.”

나는 영어를 모른다. 그래서 되물었다. “나한테 퍽큐 해줄래? 이런 뜻이야?” “비슷한가? 섹스하자는 건데요?” 나는 정말 그 표현을 외워버렸다. “아, 캔 유 퍽 미? 그러면 캔 유 쇼 미는, 보여달라는 건가?” 나는 장난으로 그 여자를 보면서 계속 “캔 유 퍽 미, 캔 유 퍽 미” 하며 웃었다. 영어라서, 마음에 확, 와 닿지 않아서 그런지 어색하지가 않았다. 그리고 우리는 정말 섹스를 했다. 내 임시 영어 선생은 옷을 벗어도 되냐고 물었다. “오빠, 저 집에 있을 땐 진짜 만날 벗고 있어요. 몸에 열이 많아서.” 여자는 가슴이 컸다. 그의 영어 단어가 전부 그 가슴 안에 들어 있는 것 같았다. 믿거나 말거나 정말 섹스를 했다. 그리고 아침까지 잤다. 내가 출근하려고 오전 7시쯤 일어났을 때 여자는 카톡 사진을 보고 있었다. 남자 같았다. “남자친구 없다며?” “언니, 카톡이야. 새 남자친구랑 찍은 사진인가 봐.” 사진을 보니, 내 후배랑 닮았다, 가 아니라, 그 새끼였다. 떠들어서 옆집 여자를 우리 집에 오게 한 그 새끼. 나는 영어 선생님과 2년을 사귀었다.

미소년

작업 본능과 심연을 알 수 없는 예민한 감수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으며, 남성들의 통속화된 성적 비열과 환상을 드러내는 글을 쓴다.

여성동아 2015년 4월 61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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