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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Special Talk

그 남자의 손길

기획·안미은 | 사진·지호영 기자

입력 2014.10.13 17:30:00

투박하지만 섬세한 손길로 여성성의 영역을 일궈낸 남자들.
쉽지 않은 시간과 편견을 견뎌낸 그들의 손을 잡았다.
그 남자의 손길
◇ 스튜디오 ‘Yong Style’ 이끄는 푸드 스타일리스트 박용일

대학에서 도예를 전공하고 광고 디자이너로 1년간 일했던 그의 손은 지금 하얀 식탁보를 캔버스 삼아 예술을 빚고 있다.

그 남자의 손길
남자 푸드 스타일리스트 1호

‘1호’라는 말이 처음엔 그리 달갑지 않았다. 그 시절 나는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이었으니까. 큰 앨범만 한 포트폴리오를 들고 무작정 잡지사를 돌고 또 돌았다. 수위 아저씨에게 잡혀 쫓겨난 적도 있다. 그렇게 치기 하나로 시작한 일이 어느덧 10년이 넘었다.

유연한 완벽주의자



기계적으로 일하는 직업이 아니다 보니 섬세함을 넘어 극도로 예민해지는 순간이 있다. 단, 일할 때만. 평소에는 가벼운 농담으로 분위기 메이커를 자청하는데 일의 성격 때문인지 주변 사람들은 날 시크남으로 분류해버린다. 난 삼겹살에 소주를 즐기는 소탈한 남자다.

오차를 시뮬레이션한다

스타일링을 하기 전 머릿속에서 수십 개의 그림을 그렸다 지웠다 반복한다. 구상이 끝나면 과감하고 빠르게 움직인다. 일단 결정이 나면 모든 걸 내려놓고 던지듯 스타일링하는 게 나의 방식. 단, 모든 변수는 철저하게 계산된 오차 범위 내에 있도록 한다. 그래서 섬세하다는 평이 나오는지도. 미래엔 남성 푸드 작가 1호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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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ison de parfum’ 대표&퍼퓸 디렉터 김승훈

수줍은 듯 사람 좋은 미소가 매력적이다. 향수 이야기를 꺼내자, 장난감을 앞에 둔 소년처럼 눈동자가 반짝인다. 어울리는 향수를 하나 추천받았는데 돗자리 내드리고 싶을 정도로 나를 기막히게 잘 아는 것 같다. 그는 운명을 향기로 풀어내는 퍼퓸 디렉터다.

향수 마켓 이끄는 퍼퓸 디렉터

외국에 비해 우리나라 향수 시장은 좁고 일률적인 편. 향수 시장을 이끌 디렉터의 부재가 심각하다고 느꼈다. 섬세한 후각 하나만 믿고 번듯한 직장을 그만뒀다. 5년째 향수 사업에 올인 중.

향을 이해하기

어렸을 때 운동을 해서 해외여행을 할 기회가 많았다. 프랑스를 다녀온 뒤 취미를 물어보면 ‘향수 수집’이라고 대답했다. 초등학생치고는 꽤나 고상한 취미이지 않은가. 그 덕분에 많은 조향사들과 퍼퓸 아티스트들을 만났고, 그분들의 영향을 확실히 받았다. 유명 조향사인 문학가 알베르 까뮈의 손자는 “향수는 문학이다. 하나하나의 향이 단어이므로 어휘가 풍부할수록 좋은 향이 나온다”고 말했다. 아직 더 많은 공부와 연구가 필요하다.

가격이 없는 향수

향수에 가격표를 붙이지 않는다. 값이 아닌 코로 향수의 가치를 느끼시라는 이유다. 최대한 부담 없이 천천히 향을 즐기자는 의미에서 숍 이름도 집을 뜻하는 프랑스어 ‘메종’으로 지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향을 갖고 싶은 욕구가 있는데, 이곳에서 잠시나마 그 욕구를 해결할 수 있다면 얼마나 근사한 일인가.

향으로 무엇을 할까

숍을 운영하면서 기업에서 원하는 향을 어플리케이션으로 만들어주는 조향 작업을 종종 진행해왔다. 패션쇼 퍼퓸 디렉터도 해봤고. 이런 콜래보레이션 작업에 용기를 얻어 숍 단독 퍼퓸 라인을 론칭했는데 반응이 꽤 좋다. 향수 작가들이 모인 아시아 최초의 모던 퍼퓨머리를 만들고 싶은 바람도 있다.

그 남자의 손길


◇ ‘FRICA’ 주얼리 디자이너 이현우

4년 전 그는 신사동 길거리에서 팔찌를 만들어 파는 노점상이 됐다. 그가 뉴욕대학에서 금융학을 전공했고, 럭셔리 브랜드 발렌시아가 MD로 일한 화려한 경력은 나중에 밝혀진 얘기다. 오로지 실력으로 승부한 이 거침없고 자유로운 청춘을 만났다.

자타공인 패션왕

패션의 도시로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벨기에 앤트워프에서 유학을 하며 패션에 대한 관심을 키웠다. 일본을 거쳐 뉴욕으로 갈 때까지만 해도 MD나 유통 분야에서 일할 생각이었다. 주얼리 디자이너가 될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프리카의 탄생

단순히 학비나 좀 벌어보자는 생각에 시작한 일이었다. 손재주 좋은 어머니를 등에 업고 비즈공예 팔찌를 만들었는데, ‘대박’이 터진 거다. 학교에서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은 비즈니스 감각이 ‘이거다’라고 말해줬다. 그리고 1년 만에 프리카를 브랜드화했다.

금보다 은

가죽 장인을 찾는 케이블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한 적이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가 만든 신발보다 신발에 달린 은장식이 더 눈에 들어왔다. 결국 수소문 끝에 은 세공 장인을 찾아 일본으로 갔다. 그때 은 세공을 배우며 매력에 완전히 빠져버렸다.

영감의 모티프

디자인하는 모든 제품에 상징을 담는다. 프리카의 상징이 된 십자가 모양은 실제로 LA 베니스 비치의 성당에서 영감을 받은 것. 디자이너 최범석, 강동준, 고태용과의 콜래보레이션 작업도 신선한 자극을 준다. 지금은 중국 시장으로의 진출을 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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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로니카포런던의 두 남자, 디자이너 이훈과 아트디렉터 최광석

둘은 자석 같았다. 극과 극으로 나뉘었지만 영감의 원천을 서로 맞대고 있는. 인터뷰 내내 이훈은 시크한 모습으로 파란 N극에, 최광석은 열정 가득한 눈빛으로 빨간 S극에 있었다. 그렇게 두 남자가 끌어당기는 상반된 매력에 철분처럼 영양가 있는 사람들이 모여들어 베로니카포런던이 탄생했다.

런던으로 신혼여행을 떠난 베로니카

베로니카는 디자이너 이훈의 아내 세례명이다. 런던은 두 사람이 2년 동안 떠났던 신혼여행지다. 영국의 한 가죽 공방에서 60대 장인이 아내를 위해 손수 플랫 슈즈를 만드는 모습을 보고 ‘사랑하는 그녀를 위한’ 신발을 테마로 매 시즌 새로운 형태의 플랫 슈즈를 선보인다.

두 남자

이훈은 디자인을 하고 그 외의 디렉팅은 모두 최광석이 맡는다.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모습에서 베로니카포런던의 진실성이 느껴진다.

3cm의 힐

베로니카포런던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슈즈로 디자인된다. 그러니 무엇보다 그녀의 발이 편해야 한다. 멋은 디자이너의 재량이다. 모든 슈즈를 수공예 기법으로 만드는 것도 같은 이유다. 솜씨 좋은 장인의 손길을 거쳐야 세월의 주름까지도 아름다운 슈즈가 완성된다.

구두 만드는 남자

여성화를 만드는 남자 디자이너로서 고충은 없다. 오히려 여자들의 심리나 취향을 더 잘 파악할 수 있다. 남자 디자이너라 주목 받는 것도 좋다.

최고의 말벗

일을 하다보면 부딪히는 일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럴 때는 최대한 오래 이야기한다. 최고의 말벗인 두 사람은 카페에서 5시간 떠드는 것쯤 일도 아니라고 한다. 듣다 보니 일보다 노는 얘기가 더 많은데?

당신은 섬세한 남자인가

나는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 같은 사람이다. 섬세한 손길로 자신을 조금씩 세공하다보면 어느새 크고 반짝이는 다이아몬드가 돼 있을 거다(최광석). 1mm의 미학도 놓치지 않는다. 무두질 중간에 숨 한 번만 잘못 쉬어도 구두 모양이 달라진다고 생각하니까. 일에서만큼은 최고로 섬세해지고 싶다(이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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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동아 2014년 10월 6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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