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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 With Specialist 맛집 탐험가 김지영의 테이스티 맵

탱글탱글 선릉순대국

기획·이성희|글·김지영|사진·현일수 기자

입력 2014.01.06 15:24:00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을 무색하게 만드는 맛. 순댓국은 못생겨도 맛만은 일품이다.
탱글탱글 선릉순대국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살았던 곳은 시장 한복판. 아래위로 시장을 끼고 있는 꽤나 지저분하고 정신없는 동네였다. 집 옆에는 연탄가게가 있고 맞은편 모퉁이에 순댓국집이 있었다. 어릴 적 기억 속의 순댓국은 누린내가 났고, 멀건 국물 위로 통후추가 떠 있었다. 시장에서 일하시는 늙수그레한 아저씨들이 새벽일을 마치고 옆에 소주병을 끼고 앉아 드시던 국밥. 밥은 아예 한쪽으로 치워놓고 국물만 안주 삼아 소주 한 병을 가볍게 들고는 먼지를 툭툭 털며 일어나시곤 했다. 삶의 고단함도 함께 털어버리시려는 듯. 내 기억에 남아 있는 순댓국은 그랬다.

23년 동안 한자리에서 한 가지 메뉴만 만들었다는 선릉순대국의 특징은 탱글탱글한 순대다. 보통 국밥에 들어가는 순대는 풀어지기 마련인데, 쫀쫀하게 살아 있어 씹는 맛이 그만이다. 씹는 순간 툭 터지는 순대를 느껴보고 싶다면 건져서 새우젓에 찍어 먹어야 한다. 국에 말아 먹기 아까울 만큼 밥알이 살아 있는 공깃밥도 일품이다. 식당 공깃밥은 밥알이 죄다 누워 있거나 오래돼 끈기를 잃기 십상인데, 이곳 공깃밥은 밥알이 한 알 한 알 살아 있고 윤기가 자르르 흐른다. 흔히 보기 힘든 식당 밥이다. 밥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밥인데, 밥이 맛없는 식당이 얼마나 많은가 말이다.

깍두기 맛은 시원하다. 그냥 밥에 깍두기만 얹어 먹어도 맛있다. 김치도 사지 않고 직접 담근다고 한다. 깍두기 국물을 국에 넣어 먹기도 하는데, 그러면 국물이 식어 내 입맛에는 맞지 않는다. 같이 나오는 청양고추를 듬뿍 넣는 편이 더 좋다. 고급스럽고 우아하지는 않지만 뜨끈한 국물에 쫄깃한 순대로 든든한 한 끼를 선사하는 순댓국은 먹어도 또 먹고 싶은 중독되는 맛이다.

이것저것 궁금해 사장님께 비법이 뭐냐고 여쭤 보자 퉁명스럽게 답한다. “뭔 비결이 있어. 좋은 재료 쓰고 정성 들여 만드는 거지. 밥은 미리 해놓지 않고 좋은 쌀로 자주 하고, 김치 담글 때는 중국산 고춧가루 쓰지 않고 우리나라 거 좋은 거 쓰고. 조미료 안 쓰고 국물 미리 푹 우려내고 그렇게만 하면 맛있어.” 교과서와 EBS 교재로만 공부하고 수능 잘 봤다는 학생의 모범답안 같은 대답이다.

23년째 한자리에서 순댓국만 팔고 계시는 사장님의 깊은 내공은 역시, 기본에 충실하고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 조리법이다.



가격 순대국 6천5백원 영업시간 평일 오전 8시~오후 11시, 주말 오전 8시~오후 10시 주소 서울 강남구 언주로98길 26 문의 02-569-1517

탱글탱글 선릉순대국

1 주인 배윤희 씨는 어머니의 순댓국집을 물려받아 2대째 선릉순대국을 운영 중이다. 2 머릿고기는 필요할 때마다 손질해 사용하고 있다.

탱글탱글 선릉순대국
김지영 씨는...

미식가라기보다는 대식가. 아침을 먹고 나오며 점심은 뭘 먹을까 고민한다. 보도자료에 의존한 레스토랑 소개글에 지쳐 식당들을 직접 탐방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전문가는 못 되고 보통 아줌마가 먹어보고 맛있는 식당을 소개할 예정. 광고대행사 TBWA KOREA에 근무한다.

여성동아 2014년 1월 6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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