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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With specialist | 권우중 셰프의 시골 장터 이야기

여수 교동시장

돌산갓과 금풍생이구이가 제맛!

글&사진·권우중

2013. 05. 06

깨끗한 여수 앞바다에서 잡은 싱싱한 해산물이 가득한 교동시장. 서울에서 일찍 출발하면 입과 눈이 즐거운 하루 코스 미각 여행이 가능하다.

여수 교동시장


전남 여수는 서울에서 상당히 거리가 있는 곳이라 KTX나 비행기가 다니기 전에는 사실상 당일치기가 불가능했다. 하지만 지난해 열린 ‘여수세계박람회’ 덕분에 서울에서 가기가 편해져, 하루 여행도 가능하다. 아직은 스산한 서울을 떠나, 먼저 다가온 봄 내음을 흠뻑 맡으러 전라도 여수로 향했다. 비행기를 타고 김포공항에서 여수공항까지는 50여 분 남짓. 귀가 멍멍해져서 침을 꿀꺽 삼키며 신문 하루 치를 대충 훑어보니 벌써 여수공항에 다다랐다.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이 먼 곳까지 오다니’ 새삼 비행기의 편리함을 깨닫게 된 순간이었다. 공항에서 내려 렌터카를 빌리고, 여수의 전통 시장인 교동시장으로 향하는 길. 차창 밖으로 보이는 상점들 중 절반은 수산물 관련 상가라고 할 정도로, 도시 곳곳이 해산물과 어업에 관련된 상가들로 가득했다. 이렇게 즐비하게 생선, 해산물들이 거래된다니 내 마음도 어느새 기대감에 부풀어 콩닥콩닥 뛰고 있었다. 사실 여수 교동시장은 전통 시장치고 그리 역사가 오래된 곳은 아니다. 1960년대 좌판이 하나 둘 생기며 크기를 늘린 시장인데 지금은 길이가 1km에 다다를 정도로 상당한 규모의 상설 시장이 됐다. 상가보다 좌판이 많아 대도시 시장과는 달리 지방 5일장 같은 푸근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시장을 쭉 둘러보니 서울에서는 보기 힘든 자연산 해삼과 조개류가 가득하다. 남해인 여수나 통영에 위치한 작은 포구 앞바다는 너무나 깨끗해 해녀할머니들이 해삼을 많이 따는데, 그렇게 채집된 것들이 이 시장에 가득가득 차 있다. 서울에서는 절대로 구할 수 없는 왕밤송이게나 말린 바지락꽂이 같은 귀한 식재료도 모두 보고 살 수 있으니, 교동시장만큼 여수의 식재료나 먹을거리를 함축해놓은 곳이 없는 것 같다.
뭐니 뭐니 해도 여수에서 가장 유명한 재료는 돌산갓. 톡 쏘는 맛이 일품인 여수 돌산갓으로 담근 김치를 파는 곳도 많고, 갓만 묶어서 파는 좌판도 많은데 싱싱하고 품질이 좋아 비행기로만 오지 않았다면 몇 다발 사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교동시장에서는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생선 중 하나인 ‘금풍생이’도 만나볼 수 있었다. 군평선이로도 불리는 이 생선에게는 재미난 별명이 있는데 바로 ‘샛서방고기’다. 생선 맛이 너무 좋아 본서방은 구워주지 않고 예쁜 샛서방만 몰래 구워준다고 해 그리 불렀다고 한다. 사실 작년만 해도 가끔씩 노량진수산시장에서도 금풍생이를 볼 수 있었는데, 요즘은 여수에서도 잘 잡히지 않아서 더욱 귀한 몸이 됐다. 오래간만에 본 녀석이니 점심 메뉴로 금풍생이구이 당첨! 삼삼하면서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으로 특히 내장이 진미이다. 금풍생이는 내장까지 먹는 생선이므로 집에서 맛볼 기회가 생긴다면 비늘을 벗기고 내장을 빼지 않고 살에만 살짝 칼집을 넣은 뒤 간장, 참기름, 다진 파, 깨 등을 넣어 만든 양념간장을 끼얹어 먹는다. 한 손에는 흑설탕을 듬뿍 넣고 찐 흑설탕찐빵을 들고 시장을 구석구석 둘러보니, 눈과 입이 이렇게 즐거운 여행이 또 있을까 싶은 마음이 절로 든다.

여수 교동시장


1 저마다의 향과 맛을 뽐내는 각종 나물들.
2 다양한 말린 생선들을 볼 수 있는 교동시장.
3 길이가 1km에 달할 만큼 규모가 큰 교동시장 전경.
4 샛서방에게만 주었다는 귀하신 몸 ‘금풍생이구이’.
5 여수의 명물 ‘돌산갓’.
6 자연산 해삼, 조개 등 싱싱한 해산물의 천국 교동시장.

여수 교동시장




권우중 셰프는…
경희대학교 조리과학과를 졸업하고 다수의 한식 레스토랑에서 셰프로 활동했으며, 올리브TV, SBS ‘모닝와이드’ 등의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현재 이스트빌리지 오너 셰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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