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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 HEALING FOOD

이유석 셰프의 Soul Food

마음을 위로해주는 심야 식당에 가다

진행 | 조윤희 프리랜서 사진 | 현일수 기자

입력 2012.11.16 15:40:00

압구정 로데오길 심야 레스토랑 ‘루이쌍끄’에서는 마음을 위로받고 상처를 치유하는 힐링 푸드를 맛볼 수 있다. 루이쌍끄 오너 셰프 이유석이 들려주는 마음이 따뜻해지는 솔 푸드 이야기.
#1 시저샐러드처럼 사랑은 시간이 지나면 변한다
지난해 일주일에 한두 차례씩 찾아오던 여자 손님이 있었다. 그는 놀랍도록 아름다운 외모를 지니고 있었다. 조각칼로 빚어놓은 듯한 예쁜 얼굴과 볼륨감 넘치는 몸매는 남자들을 한순간에 매혹시킬 만했다.
그가 문을 열고 들어와 앉을 때면 주위의 남자들이 일제히 쳐다볼 정도였다. 그래서인지 그는 매번 다른 남자들과 레스토랑을 찾았다. 얼굴이 멀끔하거나 돈이 많아 보이는 부류의 남자들이었다. 한 남자에게 정착하지 못하는 듯 보였다. 그는 늘 프랑스 와인과 시저샐러드를 시키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혼자 와 바에 앉았다. 이번에는 시저샐러드와 이탈리아 와인을 시켰다. 술김에 그가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 차에 그간의 사정을 들을 수 있었다. 그에게는 2년간 열렬히 사랑한 남자가 있었다. 남자가 이탈리아로 유학 가면서 자연스럽게 헤어졌다. 그 후 그는 수많은 선과 소개팅으로 남자를 여럿 만났다고 했다. 하지만 남은 건 방황뿐이었다.
몇 달 후 그가 다시 찾아왔다. 이번에는 푸근한 인상의 남자와 함께 왔는데, 시저샐러드가 아닌 다른 요리를 시켰다. 남자가 화장실 간 사이 그는 내게 와 안부를 묻더니 그간 전 애인을 만나러 이탈리아에 다녀왔다고 했다. 그때 서로가 변한 것을 깨닫고 이제는 자신을 오롯이 받아주는 한 남자에게 마음을 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처음 만들었을 때의 싱싱한 맛이 시간이 지날수록 사라져가는 시저샐러드처럼 사랑도 변하는 듯 보였다.

시저샐러드
시저샐러드는 요리에 쓰이는 재료 때문에 이탈리아 요리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미국에서 만들어져 유명해진 샐러드다. 아메리칸 비스트로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기본 메뉴로 자리 잡았다.

이유석 셰프의 Soul Food


준비재료
(4인 기준) 달걀노른자 1개, 디종머스터드소스 2큰술, 안초비 6개, 레몬 ½개, 올리브오일 100g, 소금·후춧가루·크루통 약간씩, 로메인샐러드 4포기, 파르메산치즈 40g
만들기
1 달걀노른자에 디종머스터드소스와 다진 안초비 2개 분량, 레몬을 넣어 믹서기로 간다.
2 ①에 중간중간 올리브오일을 조금씩 계속 떨어뜨려, 마요네즈와 같은 농도로 맞춘다.
3 ②에 소금, 후춧가루로 간한다.
4 손질된 로메인샐러드에 ③을 버무린 뒤, 크루통과 파르메산치즈, 남은 안초비를 뿌린다.

#2 샐러리맨의 피로 달래던 어니언수프
밤 11시 이후에는 그날의 아쉬움과 내일의 희망을 논하고 싶은 중년 남성들이 루이쌍끄를 많이 찾는다. 약 2년 전, 오픈 초부터 꾸준히 이 시간대에 혼자 오는 40대 중반의 남자 손님 L이 있었다. 지인에게 들으니 그는 유명한 대기업 IT 부서에 다니고 있었다. 그는 프랑스식 어니언수프와 스페인 스파클링 와인을 즐겨 마시곤 했는데 늘 나와 요리에 관해 설전을 벌일 만큼 ‘요리’에 깊이 빠져 있었다.
작년 말 L이 부하직원들을 데리고 회식차 찾아왔다. 그때 그는 직원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겉도는 듯 보였다. 그로부터 며칠 뒤 L이 혼자 들러 바에 앉았다. 표정이 어두워 무슨 일이 있냐고 물으니, 최근 부장으로 승진했지만 하나도 기쁘지 않다고 했다. 오히려 부하 직원들 등쌀에 힘들다고 했다.
그런 그가 안쓰러워 평소 좋아하던 요리 얘기를 꺼냈다. 취미 삼아 요리를 해보는 건 어떻겠냐고. 예상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나도 이 셰프처럼 요리를 하며 살고 싶다”고 그가 답했다. 그저 직장 생활의 힘든 심경을 토로하는 것치곤 이상하리만치 그의 눈빛이 또렷했다.
그로부터 두 달 후 자정이 다 된 시간에 그가 다시 찾아왔다. 놀랍게도 그는 얼마 전 사표를 냈다고 했다. 힘들어하는 그를 위해 꼬릿한 치즈가 녹아들어간 따끈한 어니언수프를 건넸다. 때론 열 마디 말보다 따뜻한 한 끼 식사가 위로가 될 때가 있다. 마지막 한 방울까지 깨끗이 비워내고 나간 것이 마지막으로 본 모습이었다.
넉 달 후 국제엽서가 왔다. 프랑스에서 요리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는 그가 보낸 메시지였다. 이 자리를 빌려 그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고 싶다. “예비 셰프님! 힘내세요!”



프렌치 어니언수프
프렌치 어니언수프는 사실 프랑스에서는 파는 곳이 그리 많지 않다. 어니언수프의 본고장은 프랑스가 맞지만, 미국에서 대중화돼 유명해진 음식이다. 음식 앞에 굳이 프렌치란 말이 붙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이유석 셰프의 Soul Food


준비재료
(4인 기준) 양파 3개, 버터 1큰술, 닭육수 혹은 쇠고기육수(사골육수) 5컵, 소금·후춧가루 약간씩, 코냑 1작은술, 바게트빵 적당량, 그뤼에르 에멘탈 또는 모차렐라치즈 120g
만들기
1 양파를 채썰어 버터를 녹인 팬에 브라운 색이 날 때까지 볶는다.
2 볶은 양파에 닭육수 혹은 쇠고기육수를 붓고 소금과 후춧가루로 간한 뒤 뭉근히 오래 끓인다.
3 ②에 코냑을 살짝 넣어 풍미를 더한다.
4 완성된 수프를 오븐용 볼에 담고 얇게 썬 바게트빵을 올린 뒤, 위에 치즈를 뿌린다.
5 220℃로 예열한 오븐에 넣어 치즈가 녹을 때까지 굽는다.

#3 프랑스인이 그리워하는 고향 음식 솔뫼니에르
지난해 11월 중순. 유난히 손님이 없던 날 밤 10시쯤 두 명의 손님이 들어왔다. 30대 후반의 깡마른 외국인 남자와 30대 초반의 여자로 부부인 듯 했다. 그들이 메뉴판만 보며 음식을 주문하지 못하기에 가까이 다가가 물었다.
“제가 셰프예요. 저희 가게에 처음 오시는 것 같은데 음식 설명 좀 해드릴까요?”
알고 보니 남편은 프랑스인이었고, 고향의 맛이 그리워 이곳을 찾았다고 했다. 프랑스에서 오래 유학을 했기에, 그에게 프랑스어로 직접 물으니 그는 가정식 프랑스 요리인 솔뫼니에르가 먹고 싶다고 했다. 솔뫼니에르는 가자미과 생선에 밀가루를 묻혀 버터에 통째로 구운 생선 요리다. 우리의 생선전처럼 집에서 흔히 먹을 수 있는 음식이지만, 타국에서는 쉽게 보지 못하는 요리다.
그 메뉴가 우리 식당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순간 애처로운 생각에 거절하지 못하고 인근 일식집에 전화를 걸었다. 프랑스 유학 시절에 한국 음식을 먹고 싶어 힘들어했던 기억이 떠올랐던 터였다. 안타깝게도 가자미는 구할 수 없어 대신 광어 한 마리를 간신히 얻어왔다. 그를 위해 조리한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요리를 들고 부부가 있는 테이블로 향했다.
솔뫼니에르를 바라보는 그는 마치 어린아이로 돌아간 듯 표정이 밝아졌다. 감격해 뼈까지 쪽쪽 발라 먹던 그의 모습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식사를 마친 그들 부부가 주방에 있는 나에게 다가와 말을 건넸다. “오늘 정말 행복한 식사를 했다”고. 프랑스인 남편도 나가면서 연신 “캄사합니다. 정말 캄사합니다”라고 말했다. 광어뼈만 남은 빈 접시를 바라보며 어느 때보다 보람 있는 음식을 접대한 듯한 기분에 마냥 행복했다.

솔뫼니에르
현재 프랑스에서도 전통 레스토랑에서나 볼 수 있는 클래식한 메뉴다. 광어, 가자미, 박대, 서대 등을 밀가루에 묻혀 버터에 통째로 구워 만든다. 프랑스 바닷가 지방에서는 가정식으로도 즐겨 먹는다.

이유석 셰프의 Soul Food


준비재료
광어 1마리, 소금·후춧가루·포도씨오일·파슬리 약간씩, 중력분 100g, 버터 50g, 레몬 ½개
만들기
1 광어(혹은 가자미)의 껍질을 벗기고 지느러미를 가위로 정리한다.
2 광어에 소금, 후춧가루를 뿌려 간을 한 뒤 밀가루를 묻힌다.
3 팬에 오일과 버터를 두르고, 열이 올라왔을 때 광어를 올린다.
4 타지 않게 불을 조절하며 중간 불에서 한 면을 굽고 뒤집은 뒤 반대쪽을 굽는다.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각 3~5분 정도 구우면 적당하다.
5 생선을 구운 팬에 버터를 한 조각 넣은 뒤 파슬리와 레몬즙을 살짝 뿌려 버터소스를 만들어 생선 위에 뿌린다.

#4 오믈렛에는 먼저 간 아내의 마음이 담겨 있다
비가 유난히도 많이 오던 작년 여름 어느 날이었다. 전체가 통유리로 된 루이쌍크에서는 창밖으로 비가 내리는 것이 오롯이 보였다. 가게에 있는 손님 중 바에 앉은 50대 중반의 남성이 비 내리는 풍경을 하염없이 쳐다보고 있었다. 그 쓸쓸한 눈빛에는 사연이 있는 듯 보였다. 달리 요리나 안주도 시키지 않고 조용히 가져온 책 한 권을 읽으며 와인 한 병을 홀짝이다 그가 말을 꺼냈다.
“셰프님, 혹시 메뉴판에 없는 것도 부탁하면 해주시나요?” 규정상 금지였지만, 그가 너무 간절한 눈빛으로 쳐다봐 말을 받았다. “따로 드시고 싶은 거 있으세요?” 그가 바로 대답했다. “네, 오믈렛이요.”
주방을 마감할 늦은 시간이었고, 메뉴에도 없는 오믈렛을 만들 생각을 하니 귀찮았지만 그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다. 냉장고를 뒤지니 마침 남은 달걀과 채소들이 눈에 보였다. 달걀을 깨고, 채소를 볶은 다음 럭비공 모양으로 완성한 오믈렛을 그에게 건네자 무척이나 고마워하며 천천히 음미하듯 먹었다.
그 뒤로도 그는 종종 오믈렛을 부탁했다. 어느 날 문득 궁금해 그에게 물었다. 오믈렛에 무슨 사연이 있냐고. 그는 먼저 떠난 아내가 자주 해주던 음식이라고 어렵게 말을 꺼냈다. 아내는 일하고 공부하느라 바쁜 자신을 위해 도시락에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오믈렛을 챙겨줬다는 것이었다. 그때는 가방에 음식 냄새가 배고, 주변 동료들 앞에서 도시락 꺼내는 게 궁색해 보여 꺼렸는데, 아내가 죽은 다음 그때 해줬던 오믈렛이 간절하게 생각난다고 말했다. 오믈렛에는 아내를 기리는 그의 애틋한 마음과 소중한 추억이 담겨 있었다.

프렌치 오믈렛
프렌치 오믈렛은 일반적인 아메리칸 스타일 오믈렛과 다르다. 어찌 보면 우리의 달걀말이와 만드는 방식이 비슷한데, 다소 투박해 보이는 스타일이 특징이다. 피망, 양송이버섯, 양파 외에 소시지를 넣어도 좋다.

이유석 셰프의 Soul Food


준비재료
(4인 기준) 달걀 12개, 소금·후춧가루·올리브오일 약간씩, 청·홍피망·양파 ½개씩, 양송이버섯 8개
만들기
1 달걀은 깨뜨려 알끈을 제거한 뒤 소금, 후춧가루로 간하고 잘 섞는다.
2 피망과 양파, 양송이버섯은 굵직하게 다진 후 팬에 살짝 볶는다.
3 달걀에 볶은 채소를 넣어 잘 섞는다.
4 달군 팬에 올리브오일을 두르고 키친타월로 닦아내기를 두 번 반복해 팬을 잘 코팅한다.
5 살짝 달궈진 팬에 ③을 넣고 나무젓가락이나 나무주걱으로 빠르게 저어준다.
6 달걀이 익어갈 즈음, 반달 모양으로 반으로 접는다.
7 팬 크기만 한 접시를 팬 위에 가깝게 붙인 후 팬을 거꾸로 뒤집어 오믈렛을 접시에 담는다.

이유석 셰프의 Soul Food


필자 이유석(31)은… 서울 압구정 레스토랑 ‘루이쌍끄’의 오너 셰프. 루이쌍끄는 저녁부터 새벽까지 문을 여는 심야 콘셉트의 프렌치 비스트로 겸 펍이다. 국내에서 이탤리언 레스토랑 파스타 담당 요리사를 하다 유럽으로 건너가 프랑스 파리와 스페인 바르셀로나 등의 레스토랑에서 요리 수업을 받았다. 다양한 계층의 손님들과 희로애락을 얘기하며 같이 와인 한 잔, 맥주 한 잔 나누는 것을 인생의 낙으로 삼고 있다.

글·요리 | 이유석(루이쌍끄 02-547-1259)

여성동아 2012년 11월 58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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