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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 LIFE IN NEW YORK

프랑스 vs 미국 와인 어느 쪽 손을 들어줄까

푸드 칼럼니스트 미령·셰프 로랭 부부 맛을 탐하다

글·사진 | 이미령, 로랭 달레, 동아일보 사진DB파트

입력 2012.10.29 17:02:00

프랑스 vs 미국 와인 어느 쪽 손을 들어줄까

(왼쪽부터) 프랑스 보르드 와인 농장. 미국 내파밸리의 와인 농장.



뜻밖의 선물을 받았다. 뉴욕에 여행 왔던 프랑스 친구들이 우리 부부에게 고맙다는 인사로 NYC와인컴퍼니가 주최하는 와인 테이스팅 참가권을 선물하고 떠났다. 떠나기 전 이미 대금까지 지불한 터라 사양할 기회조차 없었다. 1인당 90달러.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며 2시간 정도 10여 가지 와인을 시음하고 품평회를 하는 것이었다.
9월 29일, 우리 부부는 와인 테이스팅 모임에 참가했다. NYC와인컴퍼니는 맨해튼 6번가와 7번가 사이 23번 거리에 있다. 모임 장소나 분위기는 친구네 아파트에 놀러 온 것처럼 아담하고 편안했다. 참가자 수는 18~35명으로 제한돼 있었다.

고양이 오줌 냄새와 비슷한 보르도 와인?
먼저 도착한 사람들에게는 미국산 스파클링 와인과 머레이(Murray’s) 사가 공급하는 올리브를 비롯해 간단한 아페리티프 쿠키가 제공됐다. 제공된 스파클링 와인은 뉴멕시코 앨버커키에서 생산되는 드라이한 그뤼에 와인(Gruet, Brut, Blanc de Noir, New Mexico, N/V. 14달러)이었다. 프랑스 보르도 지방에서 생산되는 크레망(Cre′mant de Bordeaux)에 비하면 개성 없이 평범한 맛이었으나 혀의 가장자리에서 느껴지는 상큼한 맛은 상당히 기분 좋았다.
어느덧 18명의 참가자가 다 모였다. 화이트 와인 테이스팅으로 들어갔다. 보조원이 따라주는 두 종류 화이트 와인의 색을 구별하기는 불가능했다. 시음 장소의 조명이 너무 어두웠고 테이블 색이 너무 강해 와인 색을 감별하는 데 방해가 됐다. 색상이나 색깔의 농도를 구별하는 것은 포기하고 와인의 향과 맛을 음미하는데, 강사가 참가자들에게 작은 병에 든 정체불명의 용액을 돌리며 ‘고양이 오줌’ 같은 향을 맡아보라고 했다. 우리가 맛보게 될 보르도산 와인의 향과 상당히 흡사하다는 것이다. ‘고양이 오줌’ 냄새를 맡은 미국 사람들은 얼굴을 찡그리며 싫어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로랭과 나는 별 거부감을 느끼지 못했다. 첫 번째로 시음하게 된 프랑스 와인의 향을 맡아보니 정말 ‘고양이 오줌’ 비슷하게 느껴졌다.
와인 잔을 돌려 스월링(Swirling)을 한 뒤 와인 잔 안으로 흘러내리는 ‘와인 눈물(leg 혹은 tears라고 한다)’을 비교하니 프랑스 와인이 더 끈적해서 내파밸리 화이트 와인보다 흘러내리는 시간이 더 길었다. 이럴 때 ‘와인 다리’가 길다고 표현한다. 로랭은 “보르도 와인의 알코올 함량이 더 많은 것 같다”며 맛을 보았다. 활기차고 상큼한 맛이다. 하지만 ‘고양이 오줌’ 냄새를 싫어하는 미국인들은 내파밸리 화이트 와인을 선택했다. 참가자 중 8명만 보르도를 선택해서 결과적으로 내파밸리 승리. 시음한 화이트 와인들은 세미용 50%, 소비뇽 블랑 35%, 소비뇽 그리 15%를 혼합한 보르도산 샤토 오트-젤브(Ch^aateau Haut-Selve, Graves, Bordeaux, France, 2010, 20달러)와 100% 소비뇽 블랑으로 주조된 내파밸리 와인(Frog’s Leap, Sauvignon Blanc, Napa Valley, California, 2011, 24달러)이었다.
다음에는 20달러 미만의 레드 와인들을 시음했다. 보르도산 샤토 라 그롤레(Ch^ateau La Grolet, Cotes de Bourg, ‘Tete de Cuvee’, Bordeaux, France, 2009, 17달러)와 내파산 카베르네 소비뇽(Slingshot, Cabernet Sauvignon, Napa Valley, California, 2010년 19달러)이었다. 보르도산은 메를로 80%와 카베르네 소비뇽 20%가 블렌딩된 것으로 확실히 복잡미묘한 향과 맛을 지닌 보르도산이 훨씬 더 생동감 있게 느껴졌다. 나는 단순하고 강인하며 묵직한 내파산보다 보르도산이 더 마음에 들었다. 다른 참가자들도 나와 같았는지 이번에는 15대 3으로 보르도산 승리.

프랑스 vs 미국 와인 어느 쪽 손을 들어줄까

와인 테이스팅에서 제공된 간단한 안주들. 1 아페리티프 쿠키. 2 5종류의 치즈. 프랑스산 톰므 셰브르 에디우스와 콩테 생트 앙투안, 미국산 몽고메리 체다와 발리 버즈드, 네덜란드산 루마노. 3 머레이사 올리브. 4 본격적인 시음 전 제공된 미국산 스파클링 와인.



와인 품평하며 점수 매기기
세 번째는 내파나 보르도가 아닌 신세계 와인들을 시음했다. 카베르네소비뇽, 메를로, 프티 베르도, 카베르네 프랑과 말벡이 골고루 블렌딩된 남아프리카산 멀더보슈(Mulderbosch, Faithful Hound, Stellenbosch,
South Africa, 2008, 22달러)와 100% 메를로로 주조된 콘차 이 토로(Concha y Toro, Merlot, ‘Marque′s de Casa Concha’, Peumo, Chile, 2009, 20달러)라는 칠레산 와인이 준비됐다.
남아프리카산 와인은 밸런스는 그럴 듯한데 야생적이고 뭔가 정리되지 않은 혼란스러움을 주었다. 여러 번 맡아도 도대체 무슨 향인지 감이 잡히지를 않았다. 여러 인종의 아이들이 각자 자기 나라 말로 떠드는 모습이 떠올랐다. 뭐라고 조잘대기는 하는데 너무 여러 사람이 동시에 떠들어대서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할까? 여러 가지 향이 조화되지 않고 자유롭게 발산되는 가운데 강한 화공약품 냄새까지 풍겨 거부감이 왔다. 반면 칠레산 와인은 훨씬 부드럽고 부케 향이 풍부했다. 상큼한 과일 향까지 풍겼는데 블루베리나 야생딸기가 연상됐다. 보르도 와인과 상당히 비슷해서 깜짝 놀랐다.
다른 참가자들도 비슷한 느낌이었는지 이번에는 칠레산이 17대 1 로 승리. 홀로 남아프리카산을 선택한 여성에게 강사가 왜 좋으냐고 물었지만 그녀는 이렇다 할 설명을 하지 못했다. 그냥 좋단다. 이 와인이 이래서 좋다라고 제대로 설명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이유 없이 좋은데 무슨 설명이 필요하지? 아마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와인을 객관적으로 좋다, 나쁘다, 어떻게 증명할 수 있단 말인가?
마지막으로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했다. 메를로와 카베르네 소비뇽 두 품종을 놓고 내파 와인과 보르도 와인을 비교했다. 따라주는 와인이 무엇인지 모르는 채 점수를 매긴다. 87, 88, 91, 93점 중 골라야 하는데, ‘와인 스펙테이터’라는 유명한 와인 잡지(www.winelegend. com/wine-rating-wine-spectator.asp)에서 해놓은 평가 결과다. 우리는 블라인드 테이스팅하는 와인과 ‘와인 스펙테이터’의 점수를 연결시켜야 한다. 각 포인트 설명에는 ‘밸런스와 포커스가 뛰어나다’ ‘산딸기 향과 담뱃잎 아로마가 특이하다’ ‘초콜릿 향에 실크처럼 부드러운 맛이 일품이다’ ‘마른 과일 향과 촉촉한 새벽 숲의 향이 느껴진다’ ‘풀보디에 타닌이 매우 강하다’ ‘달콤하며 캐시미어 같은 따뜻함과 부드러움이 느껴진다’ ‘활기차고 풍부한 맛이다’ ‘송로 향에 강인하고 깊은 맛이 매혹적이다’ ‘묵직한 부케 향으로 입안에 여운이 오래 남는 환상적인 맛이다’ ‘벨벳색의 독특한 향과 완전한 밸런스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등등 이런저런 표현이 적혀 있다. 우리가 맛보는 네 가지 와인에 이 표현들을 대입시켜야 하는 것이다.



평가를 마치자 강사는 우리가 시음한 와인들의 이름을 알려주었다. 순서대로 88점 메를로를 이용한 내파산 화이트 오크(White Oak, Merlot, Napa Valley, California, 2008, 31달러), 87점 보르도산 샤토 라 카르돈(Ch^ateau La Cardonne, Medoc, Bordeaux, France, 2005, 23달러). 93점 카베르네 소비뇽을 이용한 보르도산 샤토 클레르-밀롱(Ch^ateau Clerc-Milon, Pauillac, Bordeaux, France, 1989, 91달러), 91점 내파산 도미누스(Dominus, Me′ritage, Napa Valley, California, 1990, 141달러).
블라인드 테이스팅 결과로는 가격대가 높은 내파산이 거의 100% 승리. 그러나 로랭과 나, 그리고 댄은 똑같이 도미누스보다 보르도산 샤토 클레르-밀롱을 더 선호했다. 그렇게 평가한 사람은 참가자 중 우리 세 사람뿐이었다. 전체 참가자 18명 중 다 맞힌 사람은 아무도 없고 두 종류를 맞힌 사람이 5명이었다. 우리와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던 댄도 5명 중 한 명이었다. 나는 댄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두 개를 맞힌 사람들에게는 다음 와인 테이스팅 모임 초청장이 상품으로 제공됐다.

균일한 품질 유지하는 내파밸리 와인의 위력
이번 테이스팅 모임을 통해 다시 한 번 내파밸리에서 생산되는 미국 와인들의 뛰어난 품질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내파밸리 와인은 미국 와인 생산량의 5%에 불과하나 보르도 지역의 그랑 크뤼(Grand Cru)들과 경쟁할 수 있을 만큼 뛰어난 품질의 고급 와인들을 생산하고 있다. 내파밸리만큼 유명한 소노마 카운티와 함께 미국 전체 와인 생산량의 10%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산으로 유명한 고급 와인들은 거의 다 이 두 지역에서 생산된다고 보면 된다. ‘태평양 연안에 가까이 있다’는 것과 ‘높은 해발 고도’는 고급 와인을 생산하는 데 필수적인 자연조건이다.
내파밸리는 포도가 자라는 동안 비도 많이 오지 않아 프랑스에 비해 수확연도에 따른 품질 차가 크지 않다. 미국산 와인들이 프랑스산과 달리 빈티지(Vintage)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이유라고 한다. 같은 해에 생산된 와인이라도 와인이 생산된 지역이나 와인을 만드는 사람들에 따라 맛도 다르고. 코르크를 열기 전까지 어떤 와인을 만나게 될지 늘 조마조마한 프랑스 와인과 달리 미국 와인들은 일정한 품질을 꾸준히 유지한다. 와인 전문가도 아닌 내가 프랑스나 이탈리아 와인을 선호하는 이유는 오랜 전통과 인간들의 ‘육감적인’ 기술(전혀 과학적이지 않음)로 인해 맛과 향이 우아하고 품위가 있는 신비로운 깊이 때문이다.
테이스팅 모임이 끝나고 로랭과 저녁식사를 하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나는 와인에 점수를 매기는 것을 이해할 수 없어. 어떻게 그게 가능하지? 89점짜리 와인과 90점짜리 와인이 어떻게 1점 차로 A등급과 B등급으로 나뉠 수 있지? 음악대학에서 실기시험 칠 때가 생각나네.”

프랑스 vs 미국 와인 어느 쪽 손을 들어줄까

1 와인 블라인드 테스트. 전문가가 매겨놓은 평가 결과를 보며 와인 종류를 알아맞힌다. 2 와인 전문가가 종류별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3 와인 리스트. 4 와인 테이스팅 모임에서 한 테이블에 앉게 된 댄과 아담 형제. 5 맨해튼 23번 거리에 있는 한 아파트에서 열린 와인 테이스팅 모임.



내가 궁시렁거리자 로랭이 “실기시험?” 하며 되물었다. 웬 뚱딴지 같은 소리냐는 거다.
“내가 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할 때 실기시험에서 88점, 89점, 90점 이런 식으로 점수를 받았어. 특히 89점을 받았을 때 지독하게 억울한 기분이 들었지. 피아노 연주에 대한 선호도는 교수님들마다 다를 텐데, 그저 연주하는 스타일이나 자기들이 좋아하는 음악에 대한 해석이 다를 뿐일 텐데 어떻게 1점 차로 한 피아니스트의 연주를 평가할 수 있냐고?”
내 말을 잠자코 듣던 로랭이 자기 의견을 얘기했다.
“하지만 50~100점 평가 시스템 덕분에 와인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도 점수를 보고 선택할 수 있는 편리함이 있지 않을까? 일단 50점짜리 와인은 맛이 없나 보다 하고 상상할 수 있을 테고. 와인 맛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도 로버트 파커 같은 전문가들이 높은 점수를 매긴 와인은 왜 높은 점수를 받았는지 궁금해하고 그런 와인들을 마시면서 기본적인 학습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어쨌든 미국 대중이 와인에 흥미를 느끼는 데는 로버트 파커의 존재가 절대적이잖아?”
그러나 나는 여전히 와인 점수 매기기에 동의할 수 없었다.
“나는 반대야. 와인을 97점, 93점, 78점 그렇게 과학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 같은 와인이라도 어떤 음식과, 어떤 장소에서, 누구와 함께 마셨느냐에 따라 얼마나 다르냐고? 오늘 마신 1백40달러도 넘는 도미누스라는 캘리포니아 와인도 정말 기분 나쁜 사람과 나누어 마셔봐. 맛도 없을 것 아냐? 나는 와인이야말로 주관적인 것이라고 봐. 전문가들의 조언은 참고만 할 뿐이지. 오늘 테이스팅에서도 사람들마다 얼마나 의견이 달라? 전문가들은 도미누스보다 가격이 50달러나 싼 보르도산 와인에 더 높은 점수를 줬지만, 우리랑 댄 형제 빼고 14명이 모두 도미누스를 선택하잖아? 보르도산 와인에 비해 50달러나 더 비싼 도미누스가 왜 그토록 비싼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지? 왜 오늘 참석한 미국인들은 도미누스를 선택했을까? 당도가 높아서? 알코올 도수가 높아서? 그럼에도 와인 전문가들은 50달러나 싼 보르도에 더 높은 점수를 주었다?”

내 입맛에 맞는 게 세상에서 제일 좋은 와인
가장 중요한 것은 각자의 취향에 따라 아는 만큼 즐기는 것이다. 내가 프랑스 와인을 좋아하는 이유는 코르크를 열기 전까지 도대체 ‘누구’를 만나게 될지 모른다는 신비스러움 때문이다. 비교적 고른 품질을 유지하는 신세계 와인들에게서 기대할 수 없는 흥분까지 느끼게 된다. 코르크를 열면 와인이 조잘대기 시작할 때까지 기다린다. 고유한 테루아의 은밀한 메시지에 귀 기울이며 감동을 맛본다. 최상의 와인들은 살아 숨 쉬는 땅의 전설까지 품고 있다. 수천 년 된 신화까지 회고해볼 수 있다. 그런 즐거움은 매우 비밀스럽고 개인적인 문제다. 와인에 매겨지는 숫자와는 달리 우리는 훌륭한 와인들을 짝사랑하면 된다.

●푸드 칼럼니스트 이미령, 셰프 로랭 달레는…

프랑스 vs 미국 와인 어느 쪽 손을 들어줄까


로랭 달레는 프랑스 노르망디 루앙 출신으로 파리 에콜 데 카드르, 시티 오브 런던 폴리테크닉을 졸업하고 뉴욕에 오기 전까지 프랑스 르노 사와 브이그 텔레콤에서 일했다. 마흔 살이 되기 전 요리를 배우고 싶다는 꿈을 실현하러 2007년 2월 말 뉴욕으로 와 맨해튼 소재 프렌치 컬리너리 인스티튜트에서 조리를 배우고 지금은 뉴욕 주재 프랑스 영사관 수 셰프로 근무하고 있다. 이미령은 연세대 음대, 런던대 골드스미스 칼리지, 파리 에콜 노르말 드 뮤직에서 피아노를 전공했고, 브이그 사에서 국제로밍 및 마케팅 지역 담당 매니저로 일했다. 현재 뉴욕에서 Le Chef Bleu Catering을 경영하며 각종 매체에 음식문화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두 사람은 런던 유학 중 만나 결혼했다. 저서로는 ‘파리의 사랑 뉴욕의 열정’이 있다. mleedallet@yahoo.fr

여성동아 2012년 11월 58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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