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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영웅 ‘번개맨’ 12년째 연기하는 서주성

글 | 권이지 객원기자 사진제공 | 씨엘커뮤니케이션즈

2012. 09. 05

한국 어린이들의 슈퍼 히어로는 슈퍼맨도 스파이더맨도 아닌 ‘번개맨’이다. 12년째 EBS ‘모여라 딩동댕’에서 번개맨으로 출연 중인 서주성. 파란색 쫄쫄이복에 번개 맞은 삐죽 머리를 한 이 영웅이 ‘짠’ 하고 나타나면 어린이들은 ‘번개 파워’에 감전된 듯 환호를 지른다.

토종 영웅 ‘번개맨’ 12년째 연기하는 서주성

뮤지컬 ‘번개맨의 비밀’은 대작 뮤지컬이 포진된 공연 예매 사이트에서 예매율 1위를 달리고 있다. 그만큼 캐릭터의 힘이 대단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번개~ 파워!”
어린이들이 위험에 처하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번개맨. 그가 푸른빛 번개 파워로 악당을 물리치면 두려움에 떨던 아이들의 표정이 환한 웃음으로 바뀐다. EBS ‘모여라 딩동댕’ 공개방송이 시작된 후 10여 년간 계속돼온 풍경이다. 처음 번개맨을 접한 아이들은 벌써 성인이 됐지만 번개맨은 여전히 어린이들의 마음속 영웅 1순위다. 그래서일까. 7월 말부터 서울 능동 어린이대공원 돔아트홀에서 개막한 뮤지컬 ‘번개맨의 비밀’은 개막하기 전에 총 50회 공연, 9만6천 장의 표 가운데 절반 이상이 판매됐다. 이 정도면 첫 공연치고 선방이 아니라 대박이다. 이번 뮤지컬은 아이들의 영웅 번개맨과 그의 변신 전 본모습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번개맨의 파워는 아이들 함성에서 나와
번개맨은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보면 변신해서 구해준다는 점에서 슈퍼맨 혹은 스파이더맨과 닮았다. 하지만 이들과 다른 점은 그가 토종 캐릭터이며 아이들의 눈앞에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것이다. 이 번개맨의 본모습이 궁금해진다. 12년째 번개맨으로 살아오고 있는 배우 서주성(38)에게 번개맨 캐릭터와 실제 모습을 비교해달라고 했더니 뜻밖의 대답이 돌아온다.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번개맨’이 아니라 뮤지컬 ‘번개맨의 비밀’에 등장하는 소심대왕 번개에 더 가까워요(웃음). 번개맨을 연기하면서 정의를 위해 싸워야겠다고, 불의를 참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소심해서 ‘저러면 안 되는데’ 하며 전전긍긍하는 쪽이죠. 번개맨에 대한 아이들의 환상이 깨지면 안 될 텐데 말예요.”
본명보다 번개맨으로 더 유명한 서주성은 스물한 살에 서울시 뮤지컬단에 입단하면서 본격적인 연기 활동을 시작했다. 뮤지컬 배우인 그가 2000년 EBS ‘모여라 딩동댕’ 오디션을 본 것을 계기로 번개맨에 ‘간택’된 것. 그사이 두 아이의 아빠가 됐고, 대학에서 강의를 하며 틈틈이 드라마 ‘자이언트’와 영화 ‘신기전’ 같은 정극 연기도 했지만 언제나 다시 ‘번개맨’으로 돌아왔다. 배우로서 다양한 작품과 배역에 대한 욕심이 없는 건 아니지만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12년간 한 배역만 하는 것이 지겹지 않으냐는 질문에 그는 “이제는 애착이 아니라 집착 수준이다. 그 원동력에는 열화와 같은 함성이 있다”고 말한다. 방송이나 영화는 관객을 상상하며 연기해야 하지만 무대에서는 관객들의 즉각적인 반응을 느끼며 연기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아이들의 환호를 들으면 없던 기운도 솟아나요. 함께 연기하는 선후배들도 전장에 나가는 장수의 기분으로 무대에 서죠. ‘너희들을 더 열광시켜주겠어! ’ 이런 느낌이랄까요? 제가 하는 만큼 아이들이 좋아하니 치열하게 연기하고 있죠.”
‘번개맨’을 외치며 열광하던 아이들이 혹여나 인간 서주성을 보고 실망할까봐 공연장으로 출퇴근을 할 때마다 관객들 눈에 띄지 않게 몰래 다닌다는 이 배우. 나이를 먹을수록 더 따뜻해지는 진정한 슈퍼 히어로의 모습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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