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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취향, 남편의 취향이 버무려진 산골 생활 22년

장인숙 김재인 부부의 자연주의 삶

기획 | 한여진 기자 사진 | 현일수 기자

입력 2012.06.15 17:49:00

취향의 사전적 의미는 ‘하고 싶은 마음이 쏠리는 방향’이다. 부부가 함께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취향, 하고 싶은 것이 같은 것이 1순위가 아닐까? 자연 속에서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먹고 나무와 꽃을 키우며 사는 것이 행복하다는 부부가 있다.
아내의 취향, 남편의 취향이 버무려진 산골 생활 22년


강원도 삼척 산속에 나무집을 짓고 자연을 벗 삼아 22년째 살고 있는 부부가 있다. 아내 장인숙(54) 씨는 요리를 하고 꽃을 키우며 손으로 흙을 주물러 소품 만드는 재미에 푹 빠져 지내고, 남편 김재인(53) 씨는 와인을 만들고 잔디를 가꾸며, 물레를 돌려 그릇 만드는 것이 취미이자 생활이다. 부부는 얼핏 보면 취향이 달라 보이지만 찬찬히 보면 참 닮았다.
“산골에 살다 보니 먹거리는 자급자족해야 해요. TV에서 본 별미나 여행 중 맛본 요리가 생각날 때는 제가 직접 만들어요. 신혼 시절 12명의 시댁식구 밥을 하던 내공이 있어 2인분 요리 정도는 눈 감고도 뚝딱 만들지요.”
요리가 취미인 아내는 매일 저녁 와인을 마시는 남편을 위해 요리한다. 요즘은 산나물로 샐러드나 무침, 전을 만들고 불판에 구워 기름을 쪽 뺀 훈제오리구이를 곁들인다. 산과 산 사이에 집이 있어 한여름에도 오후 5시면 해가 산으로 넘어가 저녁상을 조금 일찍 차리고 한두 시간 와인을 마시며 시간을 보낸다. 분위기에 따라 다른 장소에 상을 차리는데, 바람이 시원할 때는 마당이, 비가 올 때는 2층 다락방이, 음악을 듣고 싶을 때는 거실이 다이닝룸이 된다. 마당에 피고 지는 꽃과 잎은 식재료가 되기도 하고, 장식 소품이 되기도 하며, 그릇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남편은 7년 전부터 포도 농사를 지어 와인을 만들고 있다. 직접 와인을 만들면 술값이 덜 들어가지 않을까하는 생각에서 시작했는데, 이제 노하우가 쌓여 프랑스 명품 와인 부럽지 않은 맛이 난다. 1년 된 와인은 포도 향이 진하며 단맛이 많이 나고 시간이 지날수록 단맛이 줄어들면서 풍미가 더해지는데, 아내는 햇와인을, 남편은 숙성된 와인을 좋아한다.
신록이 푸르러지는 요즘은 집안일이 많아진다. 잔디 사이로 자라는 잡초를 뽑고, 이른 봄 심은 꽃이 잘 자라는지 보살펴야 하고, 날씨가 좋아지면서 찾아오는 손님도 늘어 청소도 부지런히 한다. 잔디는 남편의 영역이고, 꽃과 나무는 아내의 영역이다.
“얼마 전에 꽃이 잔디에 피었다고 남편이 뽑자는 거예요. 한참을 실랑이한 끝에 그냥 두기로 했죠. 봄에 제가 꽃을 심으려고 하면 옆에 딱 붙어서 잔디에 꽃씨가 뿌려지지 않나 감시한다니까요.”
부부의 취미는 도예다. 마당에 장작 가마를 만들었을 정도로 부부의 도예 사랑은 남다르다. 하지만 여기에도 아내와 남편의 분야가 나뉜다. 아내는 손으로 빚어 만드는 장식품을, 남편은 물레를 돌려 빚는 그릇을 주로 만든다. 집 안 곳곳에 있는 조형물은 아내의 작품이고, 주방 가득한 그릇은 남편의 작품이다. 하지만 조형물은 남편이 사랑하는 잔디밭에서 그 빛을 더하고, 남편의 그릇은 아내의 요리가 담길 때 더욱 아름다워 보인다.
아내의 요리가 남편이 만든 와인과 함께할 때 풍미가 더해지듯, 아내의 취향과 남편이 취향이 22년 동안 자연과 버무려져 부부만의 취향이 됐다.

아내의 취향
손으로 하는 것은 무엇이든 잘하는 아내는 요리와 꽃 가꾸기, 도예와 그림 그리는 것이 취미다. 마당과 집 안 곳곳을 장식하고 있는 조형물과 그림은 아내의 작품이다. 매일 저녁 와인을 마시는 남편을 위해 만드는 요리는 아내의 1순위 취미 생활이다.

아내의 취향, 남편의 취향이 버무려진 산골 생활 22년


아내의 취향, 남편의 취향이 버무려진 산골 생활 22년




아내의 취향, 남편의 취향이 버무려진 산골 생활 22년


1 책장을 파티션 삼아 창가는 거실로, 그 뒤는 침실로 사용하고 있다. 광목 커튼이 내추럴한 멋을 더한다.
2 주방은 음식 만들기 좋아하는 아내의 공간. 뒷산에서 구한 소나무로 남편이 만들어준 싱크대와 수납장이 멋스럽다.
3 주방 가득한 그릇은 남편이 빚고 구운 작품이지만 아내가 만든 요리를 담았을 때 그 아름다움이 더욱 빛을 발한다.
4 6 아내의 취미는 요리. 매일 저녁 남편과 와인을 한두 잔 마시는데, 한두 가지 요리를 만들어 와인 테이블을 차린다. 요즘은 나물을 활용한 샐러드나 전, 무침 등을 즐겨 만든다.
5 아내가 만든 여인의 모습 부조.
7 흙과 나무로 지은 세컨드 하우스에는 아내가 디자인하고 남편이 만든 가구가 가득하다.
8 마당과 집 안 곳곳을 장식하고 있는 조형물은 아내가 만든 것. 물레를 돌려 그릇을 빚는 남편과 달리 아내는 손으로 빚어 조형물을 만드는 것이 재미있다.

남편의 취향
남편은 와인을 만들고 마시는 것이 취미다. 물레를 돌려 빚은 그릇이 가마의 뜨거운 온도를 견디고 나왔을 때, 잔디가 푸르게 자라 마당에 초록빛이 가득할 때 행복하다. 마당을 중심으로 삥 둘러싸고 있는 통나무집과 흙으로 만든 세컨드 하우스, 온돌집은 남편이 디자인하고 직접 지었다. 집 안의 가구와 조명도 남편이 만든 것으로 목공 작업도 남편의 취미 생활 중 하나다.

아내의 취향, 남편의 취향이 버무려진 산골 생활 22년


아내의 취향, 남편의 취향이 버무려진 산골 생활 22년


1 2 남편의 취미는 도예다. 아내와 달리 물레를 돌려 그릇을 빚는다. 도예를 제대로 배우고 싶어 몇 년 전 대학교와 대학원에 진학했을 정도로 도예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3 전통 문으로 만든 조명. 한지 사이로 은은한 불빛이 나와 집 안을 아늑하게 만든다.
4 최근 남편은 빈티지 라디오 모으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50여 년 전의 미국 빈티지 라디오, 황학동에 들고 가서 고쳐온 턴테이블 등은 그의 애장품이다.
5 세컨드 하우스는 남편이 만든 작품. 그중 키 낮은 문이 독특한 화장실은 애정이 가는 공간이다. 문 위에 수납공간을 만들고 아내가 그린 동양화를 붙여 불빛이 은은하게 새어나오도록 했다.
6 안채, 세컨드 하우스, 온돌방 등 집 안의 문은 남편이 디자인하고 만들어 크기도 디자인도 다 제각각이다. 세컨드 하우스 현관문은 소나무로 좁고 길게 만들었다.
7 남편이 처음으로 지은 집의 거실 풍경. 장성해서 서울에서 지내는 3남매가 어렸을 때는 거실로, 지금은 아내와 남편만을 위한 카페로 꾸며 사용하고 있다.

부부의 취향
아내의 요리는 남편이 만든 와인과 함께할 때 풍미가 더해지고, 남편이 만든 그릇은 아내의 요리가 담길 때 더욱 빛난다. 마당은 남편이 가꾼 잔디와 아내가 가꾼 꽃과 나무가 어우러져 싱그럽고 화사해 보인다. 남편이 지은 집은 아내가 만든 조형물과 그림을 장식해 운치가 더해진다. 아내와 남편의 취향은 함께할 때 더욱 빛난다.

아내의 취향, 남편의 취향이 버무려진 산골 생활 22년


아내의 취향, 남편의 취향이 버무려진 산골 생활 22년


아내의 취향, 남편의 취향이 버무려진 산골 생활 22년


1 5 부부는 매일 저녁 남편이 만든 와인과 아내가 만든 요리로 식사를 한다.
2 부부가 함께 꾸민 정원의 연못.
3 항아리 하나도 훌륭한 인테리어 소품이 된다. 커다란 항아리가 가득한 마당 모습이 정겹다.
4 하얀 사과꽃이 만발하고 노란 죽단도가 흐드러지게 피고, 마당 어귀에는 보라색 매발톱꽃이 피는 이 시기는 부부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
6 아내가 만든 조형물과 남편이 만든 그릇은 마당의 가마에서 굽는다. 틈틈이 만든 작품이 어느 정도 쌓이면 가마에 넣고 하루 종일 불을 지펴 굽는다.

부부의 식탁
소박한 나물도 멋진 자연과 함께라면 진수성찬이 부럽지 않다. 아내는 음식을 만들 때 남편이 만든 와인과 잘 어울리는지 생각하고 준비한다.

아내의 취향, 남편의 취향이 버무려진 산골 생활 22년


아내의 취향, 남편의 취향이 버무려진 산골 생활 22년


1 산나물샐러드 텃밭에서 캔 부추, 돌미나리, 양파, 파프리카 등을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 뒤 매실청, 간장, 깨로 만든 드레싱을 뿌려 먹는다.
2 곰취쌈밥과 돌나물물김치 간장에 조린 우엉과 파프리카를 다져 현미밥에 참기름과 매실청을 함께 넣어 버무린 다음 데친 곰취잎에 싸 만든 곰취쌈밥. 곰취잎 대신 머위잎이나 취나물잎 등을 활용해도 맛있다. 돌나물로 물김치를 만들면 향긋하다. 물에 다진 마늘, 청양고추, 찹쌀풀, 고춧가루, 소금을 풀고 돌나물을 넣어 하룻밤 뒀다 먹으면 시원하면서 향긋한 돌나물물김치가 완성된다.
3 훈제오리구이 최근 와인 안주로 개발했다. 훈제 오리를 사서 돌판에 굽기만 하면 푸짐하고 근사해 손님상 차릴 때 제격이다.
4 두릅전 뒷산에서 따온 참두릅과 개두릅은 전으로 부쳐 와인과 함께 먹으면 별미다. 식초, 매실청, 깨를 넣은 간장에 찍어 먹는다.

여성동아 2012년 6월 58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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