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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Show 안주인 고현정의 산뜻한 반란

“우아함 벗고 많은 사람들과 진솔한 얘기 나누고 싶어요”

글 | 김유림 기자 사진 | 문형일 기자

입력 2012.05.16 10:41:00

SBS 야심작 ‘고쇼’의 막이 올랐다. 고현정이 토크쇼 안주인이라는 사실부터 파격적이다. 가식 없는 진솔함이 토크쇼의 생명인 만큼 고현정 스스로 신비주의를 벗을 각오가 돼 있다는 얘기이기 때문. 그렇다면 얼마나, 어느 선까지 그녀의 민낯을 볼 수 있을까.
GoShow 안주인 고현정의 산뜻한 반란


“얼굴 크고 나이 많아서 싫어.”
SBS ‘고쇼’ 첫 회 초대 손님으로 나온 가수 길이 MC 고현정을 두고 한 말이다. 우아함과 신비로움의 상징인 고현정(41)이 그 말에 일순간 무너졌다. 하지만 이날 고현정이 보여준 망가지는 모습은 오히려 시청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왔고 ‘고쇼’ 첫 회 시청률은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
4월 6일 첫 방송된 ‘고쇼’가 고현정의 거침없는 솔직함으로 예능계의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 ‘오디션을 품은 토크쇼’라는 기발한 설정부터 ‘고쇼’는 여타 토크쇼와 차별화된다. 즉 매주 ‘고쇼’에 출연하는 게스트들은 고현정이 대표로 있는 제작사 고(Go)에서 준비한 오디션에 참석하고 고현정과 그의 패밀리 윤종신, 정형돈, 김영철이 오디션 지원자들과의 토크를 통해 영화에 꼭 맞는 주인공을 찾는 설정이다.
‘나쁜 남자’를 뽑는 첫 오디션에는 고현정과 친분이 두터운 배우 조인성, 천정명, 가수 길이 출연했다. 조인성과 천정명은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여자들의 마음을 녹이는 로맨틱한 남자로 주로 출연했지만 이날 방송에서는 오디션 주제에 맞게 각자의 숨겨진 반전 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특히 조인성은 등장부터 “윤종신을 닮은 조인성”이라고 자신을 소개해 객석을 초토화시켰다. 재치 넘치는 입담과 애드리브는 물론 군 생활 중 익힌 진행 능력으로 MC들 못지않게 분위기를 리드하며 신선한 매력을 드러냈다. 박진영의 댄스 교습소에서 익힌 4단계 댄스로 ‘야한 귀요미’라는 별칭을 얻은 천정명 역시 솔직하고 엉뚱한 매력을 마음껏 발산했다. 특히 기존 토크쇼에서는 드러나지 않았던 두 명의 숨겨진 캐릭터가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안겼다. 또한 조인성, 천정명은 드라마에 함께 출연하면서 고현정과 스캔들에 휘말린 장본인들이다. 그럼에도 이날 고현정은 두 사람에게 “한 번도 나를 여자로 생각해본 적이 없어?” 라고 묻는 등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대신 해결해주는 대담함도 보였다. 게스트 섭외는 고현정이 직접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쇼’의 가장 큰 매력은 TV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고현정을 매주 브라운관을 통해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평소에도 거침없는 언행을 선보이는 고현정의 솔직한 진행이 눈길을 끈다. ‘고쇼’ 연출을 맡은 서혜진 PD는 “고쇼의 처음과 끝은 고현정”이라고 말한다. 보통의 진행자들에게서는 찾아보기 힘든 예상을 뛰어넘는 질문을 던지기도 하고, 상대의 말에 진지하게 공감하는 고현정을 보면서 더욱 큰 믿음이 생겼다고 한다.
고현정 또한 배우 고현정이 아닌 인간 고현정으로 게스트를 대하고 가끔은 망가져야 하는 설정을 부담스러워하지 않고 오히려 즐기는 듯하다. 실제로 고현정은 2010년 방송인 김제동이 한 신문에 연재한 인터뷰에서 “연예인은 광대, 대중은 귀족이다. 연예인에게 가십이 없다면 직무 유기”라는 발언을 한 적이 있다. 김제동이 “나는 그런 게 아닌데 사람들이 나를 다른 시각으로 보는 것, 그게 나를 옥죌 때 정말 참기 힘들다”라고 말하자 고현정은 “그게 답답해?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보는 것, 그게 다 내가 한 일이고 나에게서 나온 거야” 하고 쿨하게 말한다. 그러면서 그는 “내가 한 행동에 대해 그들이 판단하는 건 그들의 자유야. 남들의 생각까지 내 의도대로 맞추겠다고 하는 것은 또 다른 권력욕이지. 내가 주장한 건 핑크였는데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것은 검정이 될 때가 있어. 그 간극을 줄이겠다고 나서는 것은 잔류형 인간이야”라고 득도한 사람과 같은 발언을 했다.

GoShow 안주인 고현정의 산뜻한 반란


이에 대해 김제동이 “연예인들은 그런 간극이 큰 것 같다. 그래서 가십이 많은지 모르겠다”고 하자 그는 연예인이 가십이 없는 건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인터뷰에서 고현정은 “연예인은 사람들이 보고 즐기라고 있는 존재들이야. 우리를 보면서 사람들은 위로와 재미를 얻는 거야. 삶의 지표나 방향을 잡으라고 있는 존재가 아니지. 연예인에게 가십이 없다? 그리고 그 가십을 봉쇄해버린다? 그건 연예인으로선 직무 유기야. 우리가 성녀처럼, 대통령처럼 취급받고 싶어 한다면 그건 정신병자야”라며 과격한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고현정의 이 같은 솔직 발언에 김제동은 한 발 더 나아가 그에게 가장 민감한 질문일 수 있는 아이들의 근황까지 물었고 그는 “그건 아이들 몫”이라며 이 또한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고현정은 2003년 신세계 그룹 정용진 부회장과 이혼했으며 아이들은 정 부회장이 키우고 있다.
“부러울 것 없는 집안에서 건강하게 태어났고 부족함 없이 잘 자라고 있다. 단 한 가지 엄마가 가까이서 키워주지 못한다는 결핍이 있는데 그건 그 아이들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훨씬 어렵고 힘든 상황에 처한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데, 난 그 아이들이 그 부분에 대해서 엄살을 안 떨면 좋겠다. 나중에 아이들을 만나더라도 ‘아이고 내 새끼야’ 이러면서 울고불고하지는 않을 거다. 어떻게 지냈는지, 관심사와 고민거리는 뭔지 쿨하게 물어보겠다는 마음이 든다”며 솔직하게 대답해 눈길을 끈 바 있다.

‘고쇼’ 방영 일주일 전 고현정과의 일문일답



GoShow 안주인 고현정의 산뜻한 반란

그동안 TV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고현정을 매주 만난다는 것 또한 ‘고쇼’의 매력이다.



▼ 2년 전부터 방송가에는 고현정 씨가 토크쇼 MC로 나선다는 소문이 돌아 화제를 모았다. 예능에 첫 도전한 이유는 무엇인가.
“오랜 고민 끝에 선택했는데 결정적으로 하게 된 이유는 많은 분들을 뵙고 싶어서예요. 어떤 생각으로 어떻게 사는지 다른 사람들의 얘기를 듣고 싶었죠. 예전부터 토크쇼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많이 했는데 기회가 쉽게 오지 않았어요. 앞으로 행복한 시간이 펼쳐질 것 같은 기대감이 들어요.”

▼ 첫 녹화를 마친 소감은.
“정말 쉬운 일이 없다는 걸 새삼 깨달았어요(웃음). 그동안 드라마나 영화만 힘든 줄 알았는데 예능은 더 어렵더라고요. ‘잘못된 선택일까’ 하는 의문이 살짝 들기도 했어요(웃음). 하지만 윤종신, 정형돈, 김영철 씨 등 든든한 분들이 계셔서 안심이 돼요. 처음 녹화를 해보니까 정신없이 길을 잃을 때가 있더라고요. 그럴 때마다 옆에서 많이들 도와줬어요. 그 덕분에 별 사고(?) 없이 잘 끝낼 수 있었죠(웃음).”

▼ 방송이라서 수위 조절에 신경이 많이 쓰이나 보다.
“만약 세 분이 도와주지 않으면 ‘방송 불가’가 될지도 모르겠어요. 처음 녹화 때 두 시간 정도 얘기하다 보니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럴 때마다 형돈 씨, 영철 씨가 잘 도와줬어요. 솔직히 수위 조절은 제가 생각하는 게 맞는지 그것조차 잘 모르겠어요. 제 생각에는 게스트의 얘기를 듣다가 궁금한 게 있어서 묻는 건데, 그게 약간 방송에는 안 맞는 때가 있나 봐요. 그 판단을 아직 잘 못 내리겠어요. 몇 번 더 하다 보면 익숙해지지 않을까 싶어요.”

▼ 보조 MC들과의 호흡은 잘 맞나.
“김영철 씨와는 처음부터 티격태격하는 구도가 연출되더라고요(웃음). 영철 씨가 워낙 연예인들 흉내를 잘 내잖아요. 그래서 대기실에서 제 흉내도 한번 내보라고 했더니 ‘선덕여왕’ 미실을 하겠다더니 ‘미실입니다~’ 하는 거예요. 제가 했던 톤과 너무 달라서 개인 교습을 해줬어요. 영철 씨가 어이없어 하더라고요.”

“망가지는 이유? 소통의 통로 되고 싶어서”
▼ 만약 고현정 씨가 ‘고쇼’ 오디션에 참가한다면 어떤 주제의 오디션이면 좋겠나.
“볼수록 사랑스러운 여자. 하하. 제가 너무 세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으신 것 같은데 그렇지 않아요. 저도 알면 알수록 괜찮은 여자랍니다(웃음).”

▼ ‘고쇼’를 진행하기까지 오래 고민한 걸로 안다. 그 이유는?
“걱정이 많았어요. 하지만 결국에는 ‘내가 머리를 써서 수를 두거나 고민을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결국 있는 그대로의 제 모습을 보여드리고 PD, 작가 분들의 도움을 받아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자 하고 저 스스로를 격려하게 됐어요. 이제는 제 인생에서 분명 좋은 추억으로 남을 거라는 확신이 들어요.”

GoShow 안주인 고현정의 산뜻한 반란


▼ 우아함을 벗고 솔직함을 입는다는 것이 여배우로서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텐데.
“우아하게 사는 게 좋은 건지, 아니면 사람들 눈치 보지 않고 정말 재미있게 사는 게 좋은 건지 잘 모르겠어요. 그리고 토크쇼를 한다고 해서 제가 끝도 없이 망가지지는 않을 거예요(웃음). 우선 연출자가 그렇게 내버려두지 않을 거고, 옆에서 도와주는 분들도 많으니까요. 좀 더 직접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제 안에는 어느 정도의 우아함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해요. 간혹 왜 하고 의문을 가지는 분들도 계신데 저는 제가 사는 모습에서 우아함이 아예 없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이미지 때문에 하고 싶은 걸 안 하고 그러고 싶진 않아요. 제 안에 있는 다양성을 대중에게 많이 보여드리고 싶어요. ‘보은’이라고 할 수도 있겠죠. 저를 많이 사랑해주시는 분들에게 저 역시 많은 걸 보여드리고 싶은. 그런 이유에서라면 조금은 까불고 망가져도 되지 않을까 싶어요. 대중에게 있어 소통의 통로가 되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 ‘고쇼’가 금요일 밤 11시에 방영되는데 보통 그 시간에는 뭘했나.
“예전에도 그 시간에는 거의 집에서 TV를 봤어요. 어릴 때는 밤 11시가 되면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했지만(웃음), 이제는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체력적으로 힘들어요. 약속이 있어서 나왔더라도 빨리 집에 들어가고 싶고, 밥만 먹고 헤어지자는 후배들이 고맙고 그러네요(웃음). 앞으로는 그 시간에 방송 보면서 모니터링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금요일 저녁에 약속 있는 분들은 당연히 나가시고요, 저처럼 집에 계신 분들은 많은 시청 부탁드려요.”

▼ ‘고쇼’에 초대하고 싶은 게스트가 있다면.
“첫 회 때는 ‘축하사절단’으로 와달라고 조인성, 천정명 씨한테 간곡히 부탁했는데 이후에는 제가 직접 섭외할 일은 없을 것 같아요. 생각보다 제가 인맥이 넓지 못하거든요. 그래도 ‘고쇼’를 하면서 아이돌 가수들은 실컷 만나고 싶어요(웃음). 어느 분이든 나와만 주면 정말 고마울 것 같아요. 빅뱅, 2PM, 2AM, 걸 그룹 친구들도 꼭 한번 보고 싶어요. TV에서 볼 때도 정말 멋있잖아요. 노래도 잘하고 춤도 잘 추고 어린 친구들이지만 존경할 만해요.”
실제로 ‘고쇼’ 3회 게스트로 ‘빅뱅’이 출연했다. ‘고쇼’ 관계자에 따르면 약 4시간 동안 이어진 녹화에서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됐다고 한다. 빅뱅의 탑 역시 평소 이상형으로 고현정을 꼽아 두 사람 모두 소원풀이 한 셈.

▼ 연기자로서 앞으로 해보고 싶은 배역은.
“그동안 그렇게 많은 작품을 한 게 아니기 때문에 여전히 해보고 싶은 배역이 많아요. 특히 고전 속 인물에 관심이 많아요. 우리나라 고전이든 외국 고전이든 상관없이 이미 많은 사람들이 연기했던 인물을 제 스타일대로 해보고 싶어요. 이런 얘기를 할 기회가 별로 없었는데, 드라마 쪽으로는 여전히 아쉬움과 미련이 많아요.”

여성동아 2012년 5월 58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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