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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의외로 귀여운 김승우 무서운 적응력 차태현 다크호스 성시경·주원

일요 예능 최강자 ‘1박2일 시즌 2’도 통했다!

글 | 김유림 기자 사진 | 문형일 기자, 동아일보 사진DB파트

2012. 04. 17

새로 꾸민 ‘1박2일’ 일곱 형제의 웃음과 매력이 통했다. 3회 방송에 26~28%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것. 새 멤버의 캐릭터 분석과 시즌 1과의 차별성 등 ‘1박2일’ 관전 포인트를 다섯 가지로 정리했다.

의외로 귀여운 김승우 무서운 적응력 차태현 다크호스 성시경·주원


제작 PD와 멤버들을 대거 교체한 KBS ‘1박2일 시즌 2’가 첫 회(3월 4일)부터 주말 예능 1위를 차지하며 연착륙했다. 시즌 1의 출발이 ‘조금은 부족한 남자들의 막무가내 여행기’였다면 시즌2의 첫인상은 ‘완벽한 남자들의 조심스런 여행기’였다. 원년 멤버에 비해 외모나 인기 면에서 훨씬 우수한 스타들로 이뤄졌기에 방송 전 시청자들은 기대와 함께 우려의 목소리도 냈다. 과연 이들이 ‘야생 리얼 버라이어티’에 적응할 수 있느냐의 논란.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알 일.

#1 올 것이 왔다! 예능 천재 차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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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전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건 선수끼리 화합이다. 그런 면에서 ‘시즌 2’의 시작은 성공적이었다. 새 멤버들이 기존의 스타 이미지를 던져 버리고 얼마나 원초적인 모습을 보여주느냐가 관심거리였는데, 아직은 ‘까나리 액젓’을 능가할 만한 ‘한 방’이 나오진 않았지만 기대감을 주기엔 충분했다. 특히 예능 블루칩으로 떠오른 차태현(36)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그동안 SBS ‘패밀리가 떴다’ MBC ‘무한도전’에 게스트로 출연해 개그맨 못지않은 예능감을 보여준 그는 1박2일 첫 방송에서 “나와는 안 맞는 방송인 것 같다”며 연막작전을 펴기도 했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그의 존재감이 빛나고 있다.
3월 18일 방송된 ‘정선 싹쓸이 투어’에서는 오프닝 댄스에서부터 적극적인 모습을 선보였다. 춤출 생각에 걱정하는 다른 멤버들과 달리 차태현은 기다렸다는 듯이 달려 나가 정체불명의 춤을 추기 시작했다. 자신의 차례가 끝났음에도 열정적으로 춤을 춰 기진맥진한 모습으로 웃음을 선사했다. 별천지박물관에서도 전시품에 관련된 퀴즈 미션 수행 중 제작진이 낼 문제를 100% 맞추는가 하면 고난도 문제를 척척 풀어 퀴즈 영웅으로 등극했다. 이어달리기 미션에서는 멤버 중 한명이 바통이 되는 복불복 게임 실시 후 차태현이 바통으로 당첨, 멤버들에게 돌아가며 업히다 만신창이가 됐다. 그는 “배에서도 멀미를 안 했는데”라고 힘겹게 말해 시청자들을 웃겼다. 한편 전지현과 함께 출연한 영화 ‘엽기적인 그녀’에 등장한 소나무를 대하고서는 “누가 조금만 감동시키면 바로 울겠다”는 말과 함께 눈시울을 붉혀 잔잔한 감동까지 선사했다.
무서울 정도로 ‘1박2일’에 적응하고 있는 차태현에게 멤버들은 ‘예능 천재’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2월 말 ‘1박2일’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차태현은 첫 녹화를 마친 소감을 전하며 예능에 관한 나름의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예능에 빨리 적응할 수 있었던 비결을 묻는 질문에 “배우라고 생각하지 않고 열심히 게임만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사실 배우들이 예능에 출연할 때 목적은 드라마나 영화 홍보가 대부분이에요. 하지만 저는 그런 생각은 안 하고 리얼 예능에 맞춰 그들이 벌여놓는 판에 집중하는 것뿐이에요. 영화 얘기 많이 해봤자 어차피 편집되는데요 뭘. 특히 ‘무한도전’이나 ‘런닝맨’ 다 유재석 씨가 잘 맞춰줘서 결과가 좋았던 것 같아요. 1박2일도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마시고 편안하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웃음).”
차태현은 처음 1박2일 출연 섭외를 받고 아내의 말 한마디에 바로 출연을 결심했다고 한다. 그가 잠시 고민하는 내색을 하자 아내가 “1박2일 섭외를 받고 망설이는 사람은 당신밖에 없을 것”이라며 적극 추천했다고. 그는 “KBS 슈퍼탤런트에 입상해 연기자가 됐을 때보다, 1박2일에 출연하게 됐을 때 축하 인사를 더 많이 받았다”는 말도 해 좌중을 웃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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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회부터 ‘예능 천재’로 등극한 차태현. 앞으로의 활약이 더욱 기대된다.



#2 맏형 김승우의 반전
김승우(43)의 활약도 기대 이상이라는 반응이다. 사실 김승우의 캐스팅 소식에 사람들의 반응은 ‘글쎄…’가 주도적이었다. 예능에 어울리지 않는 진지한 이미지가 원인이었다. 하지만 그는이런 우려를 ‘오호~’의 기대감으로 바꿔놓았다.
첫 방송에서 어디서든 자려해 ‘신생아’라는 별명을 얻는가 하면, 혹독한 잠자리 복불복 게임에서 배우다운 남다른 면모를 드러냈다. 이날 게임은 식초와 사과주스 중 사과를 고르면 실내 취침을 하는 것. 시즌 1과 마찬가지로 어느 쪽이 걸리든 참고 마셔도 됐다. 첫 번째로 선택을 하게 된 김승우는 식초였음에도 호기롭게 한 컵을 다 마셔 멤버들을 헷갈리게 했다. 하지만 끝내 그는 “왜 이렇게 달콤하고 새콤하냐. (식초) 100%인 것 같다”며 눈물을 글썽거려 멤버들을 포복절도하게 했다.
3월 18일 방송에서는 드디어 ‘초딩승우’로 거듭났다. 그의 아내 김남주가 출연하는 KBS 주말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이 시청률 27%로 인기를 끌자 이수근이 “한턱 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자 “오히려 KBS가 나한테 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너스레를 떨었다. 하지만 순간 분위기가 가라앉자 곧바로 “아닌가? 너무 위험한 발언이었나?”라고 말을 바꿔 소심하지만 귀여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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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달리기 미션에서는 단무지가 바통으로 등장하자 “단무지가 우릴 따라다닌다”며 놀라는가 하면(평소 입맛이 까다롭기로 소문난 김승우는 첫 회에서 멤버들과 점심 도시락을 걸고 닭싸움을 하다가 지는 바람에 단무지만 잔뜩 들어간 김밥을 먹었고, 다음날 아침에도 아침식사 미션에 실패해 맨밥에 단무지를 먹어야 했다), 달리기 후 “다리가 떨린다”고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엄살을 부렸다. 특히 그는 카메라가 자신을 잡지 않을 때도 특유의 너털웃음으로 존재감을 나타내려 애썼다.
마흔을 넘긴 김승우가 1박2일이란 험난한 길을 택한 이유는 뭘까. 그는 앞선 기자간담회에서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은 욕심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출연을 결심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이유는 배우 활동에 지장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과 함께 자신이 프로그램에 누가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결국 그는 “1박2일이 ‘전국노래자랑’처럼 장수하는 프로그램이 되면 좋겠다는 제작진의 얘기를 듣고 책임감과 의무감이 들어 출연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3 발라드 황제 성시경, 순둥이 주원의 브레인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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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라드의 왕자’도 망가지기는 마찬가지. 1박2일 시즌 1 시청자 투어 때 90대 어르신들의 조장으로 활약한 바 있는 성시경(33)은 가식적일 수도 있다는 편견을 깨뜨리고 어르신들을 진심으로 대하고 끝내 이별의 순간에서는 뜨거운 눈물을 보였다. 제작진은 1박2일에서 감동과 메시지를 전달하는 캐릭터로 성시경을 발탁했다고 한다. 최재형 PD는 기자간담회에서 “시청자 투어 때 성시경의 모습을 보고 전화를 걸었다”고 밝혔다. 이어 최 PD는 “90대 어르신들을 맡아 진심을 다해 봉사하는 모습을 보였다. 끝까지 어르신들의 아침식사를 챙겼고, 남은 음식도 거리낌 없이 먹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고 밝혔다.
하지만 성시경의 ‘1박2일’ 합류 소식에 네티즌의 평가는 그리 좋지 않았다. 발라드의 왕자로 쌓아온 부드럽고 지적인 이미지가 야생 버라이어티와 어울리지 않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의외로 그의 지적인 이미지가 방송에 또 다른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진가는 1박2일 3회에서 나타났다. 정선 화암동굴에서 멤버들과 미션을 수행하던 중 제작진이 “석순과 종유석이 이어져 기둥이 된 것은 무엇이냐”고 묻자 한동안 답을 하지 못하는 멤버들에게 “옛날에 배운 거잖아요. 석주!”라며 정답을 맞췄다. 이에 김종민이 “오~ 역시 고대”라고 감탄했고, 이수근은 “미안한데, 성시경은 1박2일이랑 안 맞는 것 같다”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앞으로 제작진이 성시경을 얼마나 프로그램에 끌어들이느냐가 캐스팅 성공 여부를 말해줄 것이다. 1박2일이 국내 명소를 찾아다니며 자연과 풍경, 멋, 음식 등을 시청자에게 전달하는 프로그램인 만큼 성시경을 메신저로서 십분 활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김종민과는 상반되는 브레인 이미지가 더 큰 웃음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성시경은 기자간담회에서 1박2일에 합류한 소감에 대해 “부담스러운 동시에 기대된다”며 “망가지는 게 두렵지는 않은데, 열심히 했는데도 재미가 없을까봐 그게 가장 걱정된다”고 솔직한 심경을 드러냈다.
KBS 드라마 ‘오작교 형제들’로 연기력을 인정받은 주원(25)은 1박2일에서도 막내다운 풋풋함과 귀여움으로 호감 이미지를 쌓고 있다. 첫 회에서 그는 전화통화로 엄마에게 홍합 손질법을 물으면서 애교 섞인 말투로 대화를 한 뒤 전화를 끊기 전에 “엄마 안녕, 뿅”이라고 말해 시청자들의 마음을 녹였다.
반면 ‘정선 싹쓸이 투어’에서는 무서운 승부욕을 보여 색다른 매력을 발산했다. 이날 미션이었던 이어달리기를 하던 멤버들은 숨을 돌리기 위해 잠깐 휴식시간을 가졌는데, 이때 포장마차를 발견한 멤버들은 어묵 살 돈을 걸고 돌쌓기 게임을 했다. 주원이 뾰족한 돌을 뽑아들자 이를 지켜본 PD는 “습득력이 참 빠른 것 같다”고 칭찬했고 졸지에 어묵을 못 먹을 상황에 처한 멤버들은 “못된 것만 배워가지고”라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또한 주원은 정선 별천지박물관에서 주어진 시간 동안 암기를 한 뒤 퀴즈를 맞추는 미션에서 술술 문제를 풀어 ‘암기괴물’이란 별명을 얻었다.

#4 PD의 굴욕도 웃음의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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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의 새 사령탑 최재형 PD.



시즌 1에서 나영석 PD가 제8의 멤버로 활약하며 스타성을 입증 받은 반면, 새로운 1박2일 수장 최재형 PD는 쉽사리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심지어 기존 멤버 이수근, 김종민에게 나 PD와 비교당하는 수모까지 겪었다. 하지만 이 역시 예능의 하나로 시청자들에게 깨알 같은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첫 번째 수모는 첫 회 촬영 때, 새 멤버들을 각각의 섬에 대기시키고, 이들을 기존 멤버들이 태워 백아도로 향하는 특별만남을 계획하면서 벌어졌다. 제작진이 야심차게 준비한 작전이었지만 출항금지 등 제작진의 실수로 주원을 제외한 나머지 멤버들이 섬으로 떠나지 못하는 모습이 그려진 것. 이에 기존 멤버를 태운 배는 회항했고 이수근은 “죄송하지만 나 PD는 이런 거 정리 잘했거든요”라며 최 PD에게 굴욕을 안겼고, 옆에 있던 김종민도 “앞으로 계속 비교 당할 텐데 괜찮겠냐”고 놀렸다. 이에 최 PD는 “나 PD를 데려올 수도 없고, 점점 나아지겠다. 조언 새겨 듣겠다”라고 자막을 내보내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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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수모의 주동자는 이수근과 성시경. 제작진으로부터 6시간 안에 최종 목적지에 도달하는 미션을 수여받은 이수근은 멤버들에게 “그 정도 시간이면 경험상 충분하다. 무조건 가능하다고 본다. 내가 봤을 때 새 PD가 배려해 준 것 같다”고 말했고, 이에 성시경은 “예능 공부하느라 예전 1박2일을 자꾸 찾아보게 되는데 나영석 PD는 보니까 싸워서 이기고 싶게 얄미운 반면, 새 PD는 너무 말을 더듬고 또 정말 착하다”며 굴욕을 선사했다. 이에 이수근은 “이런 분이 등에 칼 꽂아요. 이 분이 더 위험한 분이에요”라며 호흡을 맞췄다. 이에 최 PD는 “요즘 착한 척하느라 되게 힘듭니다”라며 반전 멘트를 선사했다.

#5 가장 무서운 경쟁자는 시즌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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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 시즌 2가 순조로운 출항을 했지만 아쉬움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기존의 틀을 그대로 이어가는 것. 제작진이 대부분 교체되고, 멤버도 과반수가 물갈이된 상황에서 언제까지 똑같은 방식이 통할지는 미지수. 여행의 포맷은 물론 스토리를 진행해 가는 방식, 심지어 각종 효과음과 자막의 폰트까지도 동일하다. 최재형 PD는 시즌 1 방영 전부터 “가장 경계하는 것이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것이다. 나 PD가 워낙 탄탄하게 길을 닦아 놨기에 어설픈 실험을 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렇지만 새 술이 새 부대에 담겨야 제 맛이듯 약간의 변화는 필요할 듯하다.
실제로 1박2일의 백미인 잠자리 복불복이 시즌 1에 비해 웃음 수위가 많이 낮아졌다. 기존 복불복은 멤버들로부터 굴욕에 가까운 무식한 콘셉트를 끌어내고 그로 인해 시청자들에게 친근감 있게 다가갔다면, 요즘에는 특유의 긴장감보다 어색함이 종종 비칠 때가 있다. 그러다보니 그 공백을 무리하게 자막으로 메우려는 경향도 보인다. 멤버들에 대한 자화자찬성 자막이 난발하거나 과도한 설명으로 시청자의 몫을 줄이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1박2일이 오랫동안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예능 프로그램으로 군림하려면 제작진, 멤버들, 시청자들의 끊임없는 아이디어 공유가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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