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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딘 계보 잇는 마초적 매력 유아인

글 | 권이지 객원기자 사진 | 이기욱 기자, SBS 제공

입력 2012.04.16 17:26:00

온몸에서 풍기는 냄새가 예사롭지 않다.
착하고, 부드럽고, 예쁘장한 남자가 지배적인 20대 배우들 사이에서 그는 유독 돋보인다.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이나 영화 ‘완득이’에서처럼 여자의 마음을 뒤흔드는 ‘나쁜 남자’ 스타일이기보다 내키는 대로 행동할 것 같은 타입이라 더 신선하게 다가온다.
제임스 딘 계보 잇는 마초적 매력 유아인


세상에 대한 불만으로 가득 찬 눈빛도 그렇지만, 머쓱한 상황에는 왠지 ‘헤헷’ 하며 검지로 인중을 스윽 훑을 것 같다. 감정에 솔직하지만 수줍음도 많이 탄다. 사교성 좋아 보이는 성격은 아니지만 강단은 좀 있어 보인다. 소년의 얼굴에서 수컷의 냄새를 진하게 풍기는 것이 신선하게 느껴진다. 유아인(26)은 그런 남자다.
KBS ‘연예가 중계’에서 2012년 ‘용 될 스타’로 꼽기도 한 그는 세상에 주먹을 날린 두 사람 ‘걸오(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와 ‘도완득(영화 ‘완득이’)’에 이어 SBS 신작 드라마 ‘패션왕’ 주연까지 거침없이 연기한다. 동대문에서 도망쳐 미국에 가기까지 숱한 죽을 고비를 넘기고, 미국에서는 도둑질에 노숙까지 하는 등 온갖 역경에 시달리는 말 그대로 마가 낀 캐릭터지만 마음에 든다는 유아인은 밑바닥 삶을 살아온 강영걸 역을 통해 자신의 이미지를 확고히 다질 예정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가 맡은 역을 얼마나 매력적으로 보여줄지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그가 데뷔 초기부터 지금처럼 앞만 보고 달려갈 것 같은 사내 이미지로 등장한 것은 아니다. 심지어 대중은 그를 신인으로 알지만 데뷔한 지 오래된 중고 신인이다. 연기력에 비해 지독히 뜨지 않았고, 관심받지 못해 한참을 움츠려 있었을 뿐이다.

숨겨왔던 본성 드러낸 ‘성균관 스캔들’
유아인은 길거리 캐스팅을 통해 2003년 성장드라마 ‘반올림’으로 데뷔했다. 극 중 중학생 유아인으로 나온 그는 뽀얀 피부의 미소년으로 여학생들에게 큰 인기를 끌며 ‘아인 오빠’ 신드롬의 주역이 됐다. 그에 힘입어 반올림 1기 종영 후 모델이며 뮤직비디오, 몇몇 드라마에 아역으로 활동했으나 데뷔작만큼의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얼굴만 믿고 배우가 되겠다며 대구에서 고교 1학년 때 무작정 상경한 그는 결국 자리 잡지 못하고 방황을 했다. 다니던 고등학교도 중퇴하고, 연예계에 회의감을 느껴 다시 서울을 떠나 대구에서 1년 반 동안 지내기도 했다. 고난이 사람을 강하게 만든 것일까, 특별히 눈에 띄는 작품은 없었지만 독립영화 등에 꾸준히 출연하며 진정한 배우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7년이라는 긴 시간이 지난 뒤 그는 2010년 방영된 KBS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을 통해 마침내 재기의 기회를 얻었다.
“원래 드라마는 안 할 생각이었어요. 예전에 드라마 ‘최강칠우’를 하면서 문득 연기를 위한 연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외도 한 번 해보자고 시작한 건데, 지금은 (성균관 스캔들에) 출연하길 잘했다고 생각하죠.”

자신만의 캐릭터 구축 통해 확실히 눈도장 찍어야

제임스 딘 계보 잇는 마초적 매력 유아인

드라마 ‘패션왕’은 유아인만의 매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꽃소년’ 이미지의 그가 100% 마초인 걸오 역을 맡자 캐스팅에 의문을 표한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의 우려와 달리 유아인은 걸오 그 자체였다. 야인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태닝을 하고, 얼굴에 지저분한 수염을 붙여서가 아니었다. 세상에 반항하는 자신의 모습을 담았고, 감정 표현에 서툰 모습을 잘 표현했다. 이제야 자신을 찾은 듯했다.
싸움 좀 잘한다고, 과격한 행동을 한다고, 입이 걸다고 반항아가 되는 것은 아니다. 세상을 향해 펀치를 날릴 수 있어야 한다.
2012년 현재 대한민국 연예계에서 세계 반항아의 대표 주자 제임스 딘과 같은 연기를 할 수 있는 배우는 누가 있을까? 엄친아 이미지를 고수하는 배우는 자신의 모습을 바꾸는 것이 모험일 테고, 어설픈 변신은 관객에게 조롱거리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반항아 연기는 어렵다. 세상에 오래 기억되기 위해서는 내면에 자신만의 신념을 가져야 하는 법이다.
유아인은 솔직하다. 세상에 대한 자신의 감정과 목소리를 글로도 풀어낸다. 그에게 흥미가 조금씩 생긴다면 그가 2006년부터 싸이월드에 남긴 1천여 개의 짧은 글과 최근 시작한 트위터 글들을 읽어보자. 사회비판적인 글도 적지 않지만 나름의 가치관이 뚜렷한 게 느껴진다. 누군가의 글을 베껴 쓴 것이 아닌 데다 지속적인 글쓰기로 문장력도 탄탄해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2011년에는 영화로 자신을 표현했다. 영화 ‘완득이’의 도완득은 그의 일부와 닮았다. 그는 완득이의 반항은 애교 수준이라 말하기도 했다.
“완득이는 자신의 상황이 못마땅해도 도망치지 않았어요. 아버지를 거부하지도 않았죠. 단지 자기가 처한 상황이 싫어서 반항했으니까요. 저는 가출하고, 자퇴도 하면서 틀을 벗어나려 했어요. 도망치지 않아야 할 곳에서 도망친 케이스죠.”
영화의 흥행 이후 유아인은 SBS 드라마 ‘패션왕’의 주인공으로 캐스팅되는 등 연예계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그가 맡은 강영걸은 자라온 환경부터 바닥 중에 바닥인 데다 세상 사람의 고난은 혼자 다 겪으며 성장한다. 영걸이라는 캐릭터 역시 솔직한 타입이라 현장에서는 어떤지 궁금했다. 그와 러브라인을 펼칠 신세경에게 유아인에 대해 묻자 ‘할 말은 다 하고 사는 사람’이라 답했다.
“타인의 시선 때문에 할 말을 못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하지만 유아인 씨는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은 다 해요. 연기를 할 때도 그런 모습이 많이 느껴지고요. 그 덕분에 초반부터 ‘영걸’ 역을 탄탄히 잡고 연기했다고 생각해요.”
단점으로 꼽힐 수도 있겠지만 유아인이 변함없이 보여준 솔직함이라는 이미지는 이제 그에게 나름의 자산이 됐다. 건방지지만 악의가 없어 미워할 수도 없다. 이제까지 20대를 거쳐 간 배우들이 구축한 이미지와는 조금 비껴나 있는 ‘천연기념물’ 같은 존재니까. 지구의 종말이 와도 끝까지 자신의 고집을 꺾지 않을 20대 남자 배우는 그뿐일 듯하다.
멸종 위기 동물이 살아남으려면 지속적으로 남들이 그 존재 여부를 궁금해해야 한다. 유아인에게 필요한 것 역시 더 큰 흥행을 통한 존재감 발휘다. ‘성균관 스캔들’은 최고 시청률 15%, ‘완득이’는 5백만 명의 관객 동원을 기록했다. 데뷔 후 7년이 지나서야 유아인이라는 이름 석 자가 사람들 입에 회자되기 시작한 지금, 그에게 필요한 것은 이를 뛰어넘을 수 있는 뒷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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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동아 2012년 4월 58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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