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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Global edu talk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공부 되는 캐나다 숙제의 비밀

글·사진 | 이광수 캐나다 통신원

2012. 04. 04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공부 되는 캐나다 숙제의 비밀


‘이 사진을 오려서 여기에 붙여야겠다. 그리고 배경은 초록색으로 하고, 제목은 검정색으로 쓰면 되겠지? 여기다 그림 하나 더 붙이면 되겠다.’
초등학교 공작 수업 시간이 아니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캐나다 학교에서 흔히 내주는 프로젝트 숙제를 하는 모습이다. 이곳에서는 프로젝트 과제물이 많은데, 가장 흔한 형태는 57.2×72.4cm 크기의 판지(bristol board)에 특정 주제에 대한 사진이나 그림을 붙이고 여기에 글을 덧붙이는 방식이다. 영어·수학·과학·사회·음악 등 거의 모든 과목에서 콜라주, 포스터, 팸플릿 만들기, 만화 그리기, 연기하는 모습을 비디오로 찍기 등 교과서 위주의 딱딱한 공부에서 벗어나 창의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젝트 과제물을 내준다.
예를 들어 역사 과목은 자신이 수업 시간에 배운 시대의 인물이 됐다고 상상하면서 그 사람의 처지에서 편지를 쓰는 과제물을 내주거나 역사적 사건에 대해 신문 기사 형식으로 작성하는 과제물도 있다. 영어 수업에서는 문학 작품 속 주인공의 시각에서 일기를 쓰거나, 시나 소설을 연극으로 각색하거나, 친구들과 연극 작품을 만들어보라는 과제물도 내준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공부 되는 캐나다 숙제의 비밀

1 학생이 프로젝트 과제를 하는 모습. 2 소설 ‘위대한 개츠비’를 주제로 한 프로젝트 과제물. 영화의 스틸 사진으로 포스터를 만들었다.



과제물 통해 스스로 준비하고 발표하는 능력 키워
얼마 전 인근에 사는 고등학교 2학년생이 생물 수업에서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인한 희귀병에 대해 배운 뒤 이에 관한 안내 책자를 만들어보라는 과제를 받았다. 그 학생은 자신이 그 희귀병을 연구하는 단체의 회원이라고 가정하고 사람들에게 그 병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을 비롯해, 왜 그 병에 걸리는지, 증상은 어떠한지, 치료는 어떻게 하는지 등의 정보를 담은 안내 책자를 만들었다. 병에 대한 기본 정보는 책과 인터넷 등을 참고하고, 사진도 덧붙였다. 정보의 내용 못지않게 얼마나 창의적인지도 중요한 평가 대상이 되기 때문에 과제물을 기발하고 짜임새 있게 꾸미는 데도 신경 써야 한다.
이런 종류의 과제물을 하다 보면 학생들은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을 저절로 복습하게 되고, 인터넷이나 책 등을 이용해 필요한 자료를 찾으면서 리서치 능력, 창의력과 상상력을 함께 키울 수 있다. 또한 과제물을 친구들 앞에서 발표하면서 프레젠테이션 능력도 향상된다. 무엇보다 학생 자신이 과제에 대해 연구하며 다시 한 번 생각해볼 기회를 갖게 되므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공부가 된다. 캐나다 학생들이 학업 스트레스 없이 즐겁게 공부하면서 실력도 쌓는 이면에는 이처럼 스스로 생각하게 하는 프로젝트 과제물의 힘이 적지 않은 것 같다.

이광수씨는…
서울대에서 영문학과 영어교육학을 전공했다. 1996년 캐나다 토론토로 이민, 1997년부터 현지에서‘Young 영어 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저서로는 ‘미드에서 건진 리얼 그래머’‘TOP 70 영어 실수 바르게 고치기 (한국인이 가장 많이 틀리는)’‘올댓 그래머’가 있으며, ‘올댓 영어’ 카페(http://cafe.naver.com/allthatg)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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