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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생각하는 여배우 전인화

카리스마, 자신감, 기품, 모성애…

글 | 구희언 기자 사진 | 문형일 기자, MBC 제공

입력 2012.03.22 16:41:00

여배우에겐 알 듯 모를 듯한 비밀스러움이 큰 매력이다. 공들여 구축한 이미지를 대중에게 어필하는 일이 업이다 보니 신비주의는 필수. 때로는 신전의 여신처럼 멀게만 느껴지는 여배우들.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여배우 전인화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당신이 생각하는 여배우 전인화


“전 80세가 돼도 여자이고 싶어요. 예뻐 보이고 싶고, 60세 남자 손을 만지면 두근거리고 싶어요. 그냥 사람이라고 불리는 것보다 여자라고 불리고 싶다고요.”
전인화(47)를 보니 불현듯 영화 ‘여배우들’에서 나온 대사가 떠올랐다. 그는 기품 있게 나이 드는 여배우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 온몸으로 보여 주는 듯했다. MBC 주말드라마 ‘신들의 만찬’에서 그는 극중 한국 최고의 한식당이자 전통 궁중 음식의 메카 ‘아리랑’의 4대 명장 성도희 역을 맡았다. 국민 드라마가 된 KBS2 수목드라마 ‘제빵왕 김탁구’ 이후 2년 만의 드라마 출연이다. 성도희는 전통 한식에 대한 자부심과 사랑이 대단한 여성. 자기 분야의 전문가이자 품위 있고 기품 넘치는 모습이 현실의 그와도 닮았다. 라이벌인 백설희(김보연)의 도발에도 언제나 초연하던 그는 남편(정동환)의 이혼 요구에 이성을 잃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공교롭게 딸 인주까지 잃는다.

여배우로, 수험생 엄마로… 전인화의 이중생활
“처음 감독님과 만나 작품 이야기를 하며 ‘신들의 만찬’이라는 제목을 들었는데 정말 좋더라고요. 만찬이라는 말에 풍요로움이 있을 것 같았고, 한국 전통 음식을 지키려하는 명장의 이야기에 욕심이 났어요. 언젠가부터 음식 문화에 퓨전이 성행하고 바쁜 사회생활 때문에 패스트푸드 문화가 자리 잡았는데, 장독 문화가 그립다고 생각했어요. 지인 하나가 ‘요즘 청소년 문제는 엄마들의 ‘장독 문화’가 무너졌기 때문 아니냐’고 하셨어요. 마침 드라마에서 장독 문화를 지키는 역을 맡게 돼 기뻐요.”
‘신들의 만찬’은 방영하자마자 화제를 몰고 왔다. 전인화는 ‘아리랑’ 4대 명장이 되고자 경연에 몰입하는 음식 연구가의 면모부터 남편의 외도 사실을 알고 손목을 긋는 아내까지 한 시간 동안 끊임없이 연기 변신을 했다. 가족과 떠난 크루즈 여행에서 아이를 잃고 절규하는 어머니에 빙의한 모습은 소름 끼칠 정도였다.
“자식을 잃은 현실 앞에서 고상함이란 것은 어느 부모에게도 없을 거예요. 아이가 배에서 실종된 장면을 위해 연기자와 스태프, 엑스트라가 배에 탄 채 1박2일간 어디로 항해하는지도 모르고 촬영했어요. 한참 지나서 보니까 휴대전화가 자동 로밍이 됐는데 배가 일본까지 간 거더라고요. 돌아오면서도 촬영이 계속됐는데 밤에 비도 살짝 오고 날씨도 추웠지만 즐기면서 연기했습니다.”
그에게 자신이 맡은 캐릭터를 요리로 표현해달라고 하자 궁중 음식의 대표인 ‘신선로’를 꼽았다. 육수부터 깊은 맛을 낼 수 있고 신선한 재료로 갖은 모양을 낼 수 있는 한국의 유일한 궁중 요리라는 것. 여배우 하면 아무래도 손끝에 물 한 방울 안 묻힐 것 같은 이미지가 강한데, 실제로 자신 있게 만들 수 있는 요리가 있을까.
“제가 워낙 한식을 좋아해요. 제 아이들도 한식을 먹고 자랐고요. 결혼하고나서 시어머니와 함께 생활해서 그런지 한식 문화를 쉽게 접했죠. 지금도 스파게티 같은 건 잘 안 먹어요. 만나는 분마다 우아하게 칼질할 거 같다고 하는데 사실 저는 청국장, 된장찌개, 김치찌개를 좋아한답니다.”

당신이 생각하는 여배우 전인화

전인화는 드라마 ‘신들의 만찬’에서 한식 명장 성도희 역을 맡았다.



카리스마 넘치는 여전사 역도 해보고파
그는 지난해 한 인터뷰에서 “결혼 초기에는 너무 어린 나이에 결혼해 억울하기도 했지만 다른 언니나 선배의 자녀가 이제 초등학생인 것을 보면 일찍 결혼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해 많은 이들의 부러움을 샀다. 1985년 KBS 드라마 ‘초원에 뜨는 별’로 연예계에 데뷔한 전인화는 24세에 아홉 살 연상의 배우 유동근과 결혼해 슬하에 1남 1녀를 뒀다.
‘제빵왕 김탁구’가 인기리에 끝난 이후 차기작 제의가 밀려 들어왔지만 모두 고사한 이유도 밝혔다. 당시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이던 딸의 뒷바라지를 위해 작품 제의를 모두 거절했던 것. 그는 “딸이 수능을 마치니 아들이 고3이 됐다”며 본업인 연기 활동도 미루고 엄마 노릇에 충실했다고 한다. 전인화의 아들 사랑은 연예계에서도 유명하다. ‘제빵왕 김탁구’를 촬영하며 휴대전화 바탕화면에 아들 사진을 넣어놓고 함께 일하는 배우들에게 “우리 아들이 학교에서 인기도 많고 굉장한 훈남이다”라며 자랑하곤 했다는 것.
그의 목표는 고정된 이미지가 아닌 의외성을 주는 여배우가 되는 것이다.
“언젠가부터 제게 카리스마라는 타이틀이 붙는데 저는 작품을 할 때마다 어떤 장르든 최선을 다하려고 해요. 그간 많은 장르를 넘나들었는데 ‘전인화라면 이런 역을 해야 해’라는 말을 듣기보다 의외성 있게 액션 연기를 하거나 여전사 역도 해보고 싶어요. 가능할까 싶기도 하지만, 그 가능성에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죠.”

여성동아 2012년 3월 57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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