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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 폭탄 몰고 온 편강탕 광고 제작자 ‘미쓰윤’ 서예원 대표

글 | 권이지 객원기자 사진 | 이기욱 기자

입력 2012.03.22 10:30:00

서울 시내에는 하얀 바탕에 까만 궁서체로‘편강탕’이라고 쓴 광고판을 단 버스들이 돌아다닌다. 어디서나 볼 수 있고 눈에 쏙쏙 들어오니 효과 만점. 최근에는 광고를 순정만화풍으로 업그레이드해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이 광고를 만든 서예원씨는 다름 아닌 편강한의원 서효석 원장의 장남. 아이디어만큼이나 톡톡 튀는 행보로 주목받고 있다.
웃음 폭탄 몰고 온 편강탕 광고 제작자 ‘미쓰윤’ 서예원 대표


“얼굴 정면은 안 되고 가면을 써야 사진 촬영이 가능하다고요?”
“네, 그렇게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광고대행사 미쓰윤 서예원 대표(37)에게 인터뷰를 요청하자 그는 참으로 독특한 조건을 내걸었다. ‘오페라의 유령’도 아니고 얼굴을 다 드러내지 않겠다니. 평소 그가 회사 홈페이지나 공적으로 자신을 드러내야 할 일이 있을 때는 말 가면을 쓴다는 말을 들었기에 평범하지는 않으리라 짐작했지만 예상한 것 이상이었다.
최근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촌스러운 순정만화풍의 편강한의원 광고는 그의 회사에서 만들었다. 과장된 일러스트와 그 안의 문구 하나하나가 보는 이로 하여금 실소를 머금게 한다. 피부가 HD급이라느니, 코가 막혀서 치킨 냄새도 못 맡는다느니 일상적으로 쓰는 구어체 표현이 주효했는지, 광고가 뜨자마자 젊은 식으로 말하자면 ‘약 먹고 만든 광고’라는 찬사 아닌 찬사가 쏟아졌다.
서울시 서초구에 위치한 ‘미쓰윤’ 사무실을 찾았다. 사무실 앞 액자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적혀 있었다. ‘Idea에 직급은 없다.’ 직원에게 사훈이냐고 물었더니 수시로 바뀐다고 한다. 얼마 전까지는 ‘밥값 하자’라는 문구가 걸려 있었다고. 서 대표와의 첫 만남. 문을 열고 반기는 얼굴에 가면은 없었다. 내심 다행이다 싶었다. 인사를 하고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눠보니 독특하다기보다 신중하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 같았다.

게임에 빠진 청년에서 톡톡 튀는 광고 기획자로
그는 편강한의원 서효석 원장의 장남이다. 사람들은 그가 순탄하게 이 자리까지 왔으리라 짐작하겠지만 사실은 돌고돌아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은 것.
고등학교 시절엔 공부와 담을 쌓고 지냈다. 어머니 손에 이끌려 억지로 성악을 배웠고, 대학 성악과에 진학했지만 적성에 맞지 않는 공부를 계속할 순 없었다. 결국 며칠 만에 학교를 그만두고 군에 입대했다. 제대하고 나니 학력고사에서 수능으로 대입 과정이 바뀌었다. 재수를 해 한양대 경영학과에 입학했다. 뒤늦게 대학 생활을 시작했지만 역시 여의치 않았다. 게임에 빠져 2년간 휴학을 했다.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덧 삼십대가 코앞. 남들보다 졸업이 많이 늦었다.
여차저차 졸업을 하곤 아버지의 옆에서 일을 배우기 시작했다. 편강한의원이 경영에 어려움을 겪던 시기였다. 햇병아리 신인 투수가 팀의 승패를 가르는 중요한 순간에 마운드에 올랐다. 철없던 아들은 위기 상황에서 경영 전반을 맡아 한의원을 정상화하는 데 큰 공을 세웠다. 그 덕에 아버지의 신임을 얻었다. 위기를 모면하고 사태를 추스르고 보니 어느새 한의원의 경영이 탄탄해져 있었다.
“한의원 규모가 커지면서 광고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됐죠. 전담 팀이 있어야겠다고 판단하곤 미쓰윤을 설립했어요.”
2009년 말의 일이다. 미쓰윤이라는 이름에 특별한 이유가 있냐고 물었더니 별 뜻은 없고 이름을 고민할 때 문득 떠오른 단어라고 한다. 부담 없이 지은 덕분에 사람들이 이름을 더 쉽게 기억하는 것 같다고. 광고대행사를 설립하고 그는 광고 개편 작업에 들어갔다.
“4대 매체(신문, TV, 라디오, 잡지)의 의료 광고는 제품명을 쓸 수도 없고 사전 심의가 있어 까다롭죠. 좀 더 젊은 층에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어요. 그때 떠오른 게 버스 광고였어요. 처음부터 큰 효과를 기대한 건 아니고, 일단 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보통 광고주들은 자사 제품을 알릴 때 좋은 점에 대해 깨알같이 설명하고자 한다. 하지만 그는 순식간에 지나가는 버스에서 그런 식의 광고는 가독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해 ‘편강탕’이라는 제품 이름만 크게 쓰기로 했다. 거기에 치밀한 전략도 덧붙였다.
“먼저 버스 노선을 철저히 분석했어요. 저희 광고가 많이 보이니까 어떤 분은 버스를 1천 대 가까이 돌리는 것 아니냐고 물어보기도 하는데, 광고가 실린 버스는 딱 1백 대뿐이에요. 대신 노선에 신경을 썼죠.”
버스 노선표를 꼼꼼히 분석해 서울과 경기도 어느 지역에서도 볼 수 있는 버스를 선택했다. 결과는 효과 만점. ‘고개만 돌리면 보인다, 지긋지긋하다’는 의미로 ‘편강탕 같은 X’라는 유행어도 생겼다. 편강탕이라는 단어는 1일 최대 온라인 검색 1만2천 건을 기록했고 매출은 전년 대비 120% 신장했다.
미쓰윤은 첫 번째 광고의 인기에 힘입어 2탄을 준비했다. 버스 뒷바퀴 위 광고면에 서효석 원장의 얼굴에 현상 수배를 조합한 사진을 걸었다. 아무리 아버지라도 그렇지 얼굴에 장난을 치고 현상 수배를 할 생각을 어떻게 했을까.

웃음 폭탄 몰고 온 편강탕 광고 제작자 ‘미쓰윤’ 서예원 대표

지하철 신분당선 양재역에서 만난 편강한의원 광고. 까만 선으로만 그린 일러스트에 노란색으로 효과를 주었다. 단순한 색 조합이 오히려 광고를 돋보이게 했다.



“‘원피스’라는 만화책을 보다가 현상 수배 양식이 눈에 확 들어오더라고요. 여기에 원장님 사진을 넣으면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죠. 그런데 잘 나온 사진이 없었어요. 시간이 촉박해 다시 사진 찍기 어려우니 차라리 과감히 눈 감고 있는 모습을 넣고 재밌게 표현해보자 했죠. 얼굴에 하트도 그리고 했는데, 원장님이 무척 좋아하시더라고요. 그런 면에서는 상당히 깨어 있어서 광고를 제작하기 편했어요(웃음).”
그러나 큰 웃음을 줬던 이 광고는 20일 만에 하차했다. 너무 장난스러워 편강한의원을 찾는 40대 이상의 고객들에게 역효과가 났을 뿐 아니라, 보건복지부로부터 광고를 떼라는 지침이 내려왔다. 이런 시행착오를 통해 처음에는 광고의 ‘광’자도 모르던 그가 광고를 알아갔다. 누구를 타깃으로 할지, 어떤 식으로 풀어가야 할지도 분명해졌다.



젊은 층 타깃으로 팡팡 터지는 광고
1월 말 또다시 SNS를 휩쓴 광고가 등장했다. 바로 미쓰윤의 편강한의원 광고 세 번째 프로젝트였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던 중 한 직원의 책상 위에 놓인 손거울 케이스가 눈에 띄더라고요. 순정만화 캐릭터 주인공이 크게 그려진 포장을 보고 ‘이거다’ 싶었어요. 그림체가 매력적인 데다가 만화라는 장르 자체만으로도 어필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세 번째 캠페인에 활용하자고 했죠.”
만화‘베르사유의 장미’에나 나올 것 같은 헤어스타일에 얼굴의 반을 뒤덮은 큰 눈의 캐릭터를 그리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고민하다 윤혜진 작가를 찾았다. 한참 뒤 이 작가가 싸이월드의 유명 스킨인 ‘소녀의 순정’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윤 작가의 과장된 그림체와 삐뚤빼뚤한 손글씨가 빚어낸 촌스러움이 눈에 확 들어왔다. 거기에 기존 광고 멘트가 웃음을 더 자아냈다.
‘하도 코를 풀다 보니 코가 헐다 못해 없어져버리겠어’ ‘나는 냄새만 맡아야 해요? 치킨 맛난 거 나도 알아요~’ ‘그만!! 내게 시간이 많다고 아직 더 자랄 수 있다고 말해줘!!’
대중에게 제품 이름을 알린 뒤 필요한 것은 효능에 대한 인식. 그림을 그린 윤 작가와 더불어 회사의 카피라이터들이 함께 참여해 알기 쉽고 재미있는 광고 문안를 썼다. 지루할 수도 있어 총 12가지 버전을 선보여 마치 시리즈물을 보듯 다른 광고를 찾는 재미까지 함께 더했다.
“지하철 신분당선 양재역 플랫폼과 벽면 등에 과감히 세 번째 광고를 시도했어요. 이틀 만에 반응이 왔죠. 버스 광고가 3개월 만에 반응이 온 것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었어요. 호응이 좋아 기존 버스 외부 광고와 열차 내 광고도 다 바꿨죠.”
그는 이번에는 의료 광고가 지루하고 설교식이라는 편견을 깨고 진료 과목과 치료 원리 등을 재미있게 풀어냈다. 이제 까지 한의원 광고와는 다른 방향으로 나아간 것이 주효했다. 젊은 층에게 미쓰윤의 광고는 신선하게 다가갔다. 하지만 그에게는 말 못할 고민도 생겼다.
“광고는 반응이 좋지만 그렇다고 매출이 피부로 느껴질 만큼 늘어난 것은 아니에요. 단지 젊은 사람들에게 친숙함을 불러일으킬 뿐이었죠. 재미만 추구하는 광고가 목표는 아닙니다. 원래 광고의 궁극적인 목표는 광고주의 매출을 올려주는 건데…, 튀는 광고만 기획하다가 원장님 볼 낯이 없어져서 고민 중입니다.”
광고도 광고지만 그에게 정말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었다. 도대체 그는 왜 말 가면을 쓰는 걸까. 많은 사람들이 같은 질문을 하는데, 어떤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회사 홈페이지 직원 소개란에 사진을 넣으려 했어요. 다들 얼굴을 숨기려고 들기에 제 얼굴만 나오는 것도 이상하다 생각했죠. 당시 한창 재미있는 소품들이 유행할 때였는데 말 가면을 한번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그걸 쓰고 사진을 찍었어요. 그러다가 갑자기 광고대행사 대표니까 나만의 콘셉트로 정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났죠. 약간 신비주의 느낌도 드니까요.”

웃음 폭탄 몰고 온 편강탕 광고 제작자 ‘미쓰윤’ 서예원 대표

진지함과 엉뚱함이 공존하는 사람. 그가 바로 말가면을 쓴 말사장 서예원씨다.



‘아부지~ 저기 돌 굴러가유’ 같은 느낌으로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말하는 그의 모습에서 이 진중한 남자의 엉뚱한 내면이 슬쩍 보였다. 그의 취미는 만화감상과 게임. 만화 ‘원피스’를 보고 해적의 느낌에 푹 빠져 여러 가지 영감을 얻기도 했단다.
“‘원피스’에 빠졌을 때 스티브 잡스가 한창 인기였죠. 잡스와의 교집합이 ‘해적’이었어요. 그가 애플 직원들에게 ‘해군이 되기보다 해적이 되자’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하더군요. ‘원피스’ 역시 해적이 나오는 만화다보니, 우리도 해적 콘셉트로 ‘광고 왕이 되자’고 했죠.”
재미있는 회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쉽게 받아들인다는 서 대표는 회사의 강점에 대해 묻자 근무 시간이라 답했다. 야근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게 처음부터 정시 출근과 정시 퇴근을 못 박았다.

엉뚱함 사이에서 빛나는 진지함
“예전부터 ‘일은 정해진 시간에 하고 끝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푹 쉬어야죠. 눈치 보거나 상사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야근하는 건 원치 않아요. 서로 피곤해지고 시간을 비효율적으로 쓰게 되거든요. 단기적으로 일을 오래 하면 산출물이 많을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계속 야근하면 피로가 누적돼서 역효과가 난다고 생각하죠. 그 점에서 직원들이 만족하고 있어요.”
그의 사무실은 자신이 사는 곳의 아래층에 있어서 내려다보면 불이 켜져 있나 확인하기 좋다고 자랑한다. 정시 퇴근만큼은 그가 솔선수범한다. 쉴 때는 주로 게임을 하고 만화를 보는데, 이로써 얻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고 덧붙였다.
“과몰입하면 안 되겠죠. 저도 해봤지만 포기하거나 잃게 되는 것이 많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게임을 하면서 집중력과 판단력이 길러졌다 생각해요. 만화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콘셉트로 쓰기도 했고요.”
그가 꿈꾸는 광고와 미쓰윤은 어떤 모습일까.
“다른 광고주들도 찾아와주셨으면 하는 바람이죠. 연달아 광고가 히트를 하니까 관심을 보이는 분들이 늘어났지만 아직까지 큰 규모로 진행되는 건 별로 없어요. 의료 광고는 규제가 워낙 심해서 매번 옥외 광고만 만들다 보니, 이젠 TV 광고를 만들어보고 싶죠. 창의력을 마음껏 많이 발휘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하고 싶어요.”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그의 조금은 특별한 동거인에 대해 들었다. 서 대표는 회사 홈페이지에도 이름을 올린 ‘촌닭’과 ‘앙드레’라는 이름의 닭 두 마리와 ‘태희’로 불리는 러시안 블루 종 고양이 한 마리를 기른다. 혼자 사는 집에도 나름의 텃밭을 꾸려 오이, 고추, 감자, 고구마도 재배한다. 여름이면 주렁주렁 열리는 작물을 수확하는 재미가 쏠쏠하단다. 이야기 도중 그가 기자에게 자랑한 게 하나 있다.
“제가 앙드레에게 고구마 잎을 따서 썰어주는데, 매일 아침 앙드레가 알을 두 개씩 낳아요. 세상에서 가장 신선한 달걀이죠.”
“정말 생산성 좋은 닭” 이라며 감탄하자 그가 앙드레를 보여준단다. 그러더니 문을 열고 이름을 부른다. 설마 부른다고 올까 했는데 정말로 하얀 닭 한마리가 총총 뛰어 주인에게로 다가왔다.
“이 녀석이 앙드레예요. 원래는 눈처럼 뽀얗고 예뻤는데, 요즘 하도 알을 낳다 보니까 색이 바랬어요. 사진을 같이 찍으면 좋겠네요!”
그렇게 해서 사진기자는 말 가면을 쓴 한 남자와 닭 한 마리를 찍게 됐다. 난생처음 보는 기묘한 조합에 사진기자의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집 안으로 들어오면 볼일을 본다던 닭, 앙드레는 다행히도 별탈 없이 모델 노릇을 충실히 수행했다.

여성동아 2012년 3월 57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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