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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도전 앞에서 머뭇거리지 마세요”

클라리네티스트 이새롬

글 | 구희언 기자 사진 | 조영철 기자

입력 2012.03.16 10:51:00

클래식의 본고장 오스트리아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최근 예술의전당에서 귀국 독주회를 마친 클라리네티스트 이새롬. ‘최연소’ ‘최우등’의 갈채 속에 달려온 그의 음악 인생을 들었다.
“낯선 도전 앞에서 머뭇거리지 마세요”


클라리네티스트 이새롬(26)은 고등학교 재학 시절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에 최연소로 입학해 최우등으로 졸업하고 수많은 초청 연주회에 참여한 재원이다. 어머니는 고등학교 음악 선생님. 어릴 적부터 클래식 음악을 많이 들어서 클래식에 대한 두려움이나 거부감은 없었다. 클라리넷과의 첫 만남은 초등학교 2학년 때로 거슬러올라간다.
“친구가 깁스를 푼 기념으로 집에서 파티를 열어 놀러 갔어요. 맛있게 먹고 나가 놀려는데 TV 옆에 클라리넷이 세워져 있는 거예요. 마치 장식품처럼. 친구들은 다 놀러 나갔는데 제 머릿속엔 클라리넷 생각밖에 없었다. 도대체 ‘이게 뭘까?’에 집중했어요. 집에 가자마자 어머니께 ‘이걸 꼭 해야겠다’고 했죠.”

연주회 찾아다니고 방학 때마다 음악 캠프 참가
마음이 급해 클라리넷을 구하자마자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리드를 끼우고 불었다. 소리가 났다. 그는 속으로 ‘내가 재능이 있는 건가?’ 하며 기뻐했다고 했다.
“나중에 제대로 레슨을 받으려고 선생님을 찾아갔는데, 알고 보니까 제가 리드를 거꾸로 낀 채 불었더라고요. 클라리넷은 처음에 소리 내기 힘든 악기래요. 주변에서 해주시던 칭찬이 어린 마음에 좋았던 거죠.”
초등학교 4학년 때 만난 이창희 서울시립교향악단 클라리네티스트와의 인연은 그가 꿈에 한발 다가서는 발판이 됐다.
“오디션도, 예원학교 입학시험도 그랬지만 ‘뭔가를 이루겠다’는 마음보다는 경험을 쌓고 싶어 도전했던 거예요. 선생님께서도 늘 ‘이런 기회가 있으니 한번 도전해봐라’하고 용기를 북돋아주셨고 제가 할 수 있는 건 연습뿐이었죠. 지금 생각해보면 작은 것 하나하나가 저를 전문가의 길로 이끈 것 같아요.”
평소에도 틈틈이 연주회를 찾는다는 그는 학창 시절 여름방학 때마다 음악 캠프에 참가했다. 유명 클라리네티스트 찰스 나이디히에게 일대일로 레슨을 받은 것도 일본에서 보름 정도 일정으로 진행된 음악 캠프에서였다.
“클라리넷을 처음 배울 당시 갖게 된 CD가 그의 것이었죠. 테크닉이 굉장히 좋거든요. 세계적인 콩쿠르에서 1등을 한 유명 클라리네티스트예요. 2007년 일본에서 열린 ‘클라리넷 캠프’에 참가했다가 그에게 레슨을 받게 됐죠. 그전까지는 아득한 하늘의 별처럼 느껴졌는데 직접 대면하다니 정말 감격스러웠어요. 악기만 잘 쓰는 것이 아니라 음악적 지식도 풍부해서 역시 대가는 악기만 잘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는 걸 느꼈어요.”
그는 “방학 시즌에는 다양한 캠프가 많은데, 일부 외국 캠프에서는 참가자에게 장학금을 주기도 한다”며 적극적으로 참가해서 일단 사람을 많이 만나라고 조언했다.
“어릴 적에 무언가를 직접 경험하고 좋다는 걸 알면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파고들게 돼요. 6학년 때 서울시향 청소년 협연자 오디션에 합격해 협연 기회를 얻을 수 있었던 것처럼, 어릴 때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어른들이 이끌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평소에는 하루 서너 시간씩 클라리넷을 연습한다. 가장 길게 연습했던 경험을 묻자 “7시간”이라며 “장시간 연습하는 게 절대 자랑이 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연습을 통해서 실력이 향상돼야 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7시간씩 클라리넷을 불고 나면 연습이 아니라 ‘내가 이만큼 했다’는 자기만족만 남더라고요. 음악을 전공하는 자녀가 있는 부모님께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는 말씀을 꼭 해드리고 싶어요. 하지만 학생들에게는 ‘질은 결국 양에서 나온다’라는 말을 꼭 해주죠(웃음).”
예원학교 졸업 후 서울예고 재학 중이던 2003년, 그는 빈 필하모닉 단원인 요한 힌들러 교수에게 발탁돼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 관악 파트에 최연소로 합격했다. 그의 추천으로 빈 모차르트 오케스트라와 빈 무직페어라인 브람스홀, 황금홀에서 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을 연주했다. 요한 힌들러 교수가 자신의 클래스에서 추천한 최초의 외국인이었다.
“중학교 3학년 때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음악 캠프에서 요한 힌들러 선생님과 만날 기회가 있었어요. 선생님께서 ‘너 유럽에 올 생각이 있니’라고 물으셨어요. 저는 당연히 생각이 있다고 했죠. 선생님이 보기에 제가 너무 어렸는지 ‘나중에 적당한 때가 되면 와서 공부하자’고 약속하셨고, 2년 뒤인 고등학교 2학년 때 선생님께 클라리넷을 배웠어요.”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는 한국의 음대와는 달리 한 과정을 마칠 때마다 시험을 본다. 그는 “6년 과정이면 1년, 3년, 2년으로 나눠서 시험을 본다”며 “통과하지 못하면 다음 과정을 밟을 수 없다”고 했다.

클라리네티스트에게 좋은 폐활량과 지구력은 필수



“낯선 도전 앞에서 머뭇거리지 마세요”


누구에게나 슬럼프는 온다. 그 역시 “클라리넷을 하며 회의감을 느낀 적이 있다”고 했다. 클라리넷은 독일식과 프랑스식 두 종류가 있는데 그가 공부한 프랑스식 클라리넷은 오스트리아에서는 쓸 수 없었던 것.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는 독일식 클라리넷을 쓴다.
“독일식 클라리넷은 오케스트라를 위해 개발됐고, 프랑스식 클라리넷은 솔로 레퍼토리용으로 발달했죠. 이렇듯 다른 점을 알고도 오스트리아로 간 이유는 음악을 배우겠다는 일념에서였는데, 취업할 때가 되니까 막막하더라고요. 클라리넷이 아예 달라서 현지에서 오디션을 볼 수가 없었죠. 크게 좌절했는데 친구가 ‘너는 그 대신 독일과 오스트리아 빼고 전 세계 어디든 갈 수 있지 않냐’고 격려해줬어요. 너무 나쁜 점만 보지 말자고 생각했죠.”
클라리네티스트는 폐활량이 좋아야 한다. 장시간 연주를 위해선 지구력도 필요하다. 그는 클라리네티스트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처음 배울 때 올바른 주법을 익히는 게 중요하다”며 “자신에게 맞는 마우스피스를 찾는 재미를 느끼라”고 조언했다.
“클라리넷은 악기 특성상 마우스피스 종류에 따라 소리의 컬러가 달라져요. 수많은 것 중 자신에게 맞는 것을 찾으려면 시간이 걸리죠. 스트레스 받지 말고 재미를 가지고 찾아보는 게 올바른 연주자의 자세 같아요. 과거보다 외국 나갈 기회도 많아졌으니 그런 기회를 놓치지 않았으면 해요. 연습이 결국 답이에요. 살다 보면 남들은 운이 좋아서 잘되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지만, 성실하게 묵묵히 연습하라는 말을 나 자신에게도, 미래의 클라리네티스트에게도 해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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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동아 2012년 3월 57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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