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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 SEASON’S COOKING

觀善亭의 대보름 요리

충북 보은 선씨 종부의 내림 손맛

기획 | 한여진 기자 사진 | 현일수 기자

입력 2012.02.16 10:43:00

觀善亭의 대보름 요리


음력 1월15일은 일 년 중 가장 크고 환한 보름달이 뜬다는 정월 대보름이다. 대보름에는 오곡밥과 나물, 귀밝이술, 부럼 등을 먹으며 한 해의 건강과 복을 기원한다. 충북 보은에 위치한 보성 선씨 종가에서는 대보름 요리 준비로 벌써부터 종부의 손이 바쁘다. 선병국 가옥으로도 불리는 관선정은 조선 후기 전남 고흥에서 부를 쌓은 보성 선씨 가문이 1919년부터 1921년까지 3년에 걸쳐 지은 99칸 한옥이다. 선씨 가문은 명당인 이곳에 터를 잡고 유명한 대목들을 불러들여 집을 지었다. 99칸에 33칸을 덧대 ‘관선정’이란 서당을 열고 방방곡곡의 인재들을 모아 무료로 글을 가르치기도 했다. 전통을 이어 곳간채를 개조한 고시원이 지금껏 운영되고 있다. 관선정은 현재 21대 종손인 선민혁씨(65)와 종부 김정옥씨(60)가 살고 있다. 서울에서 시집와 35년 동안 관선정을 지켰다는 종부 김정옥씨는 시할머니에게서 배운 대대로 내려오는 전라도 손맛과 서울 친정어머니의 손맛이 어우러진 담백하면서 맛깔스러운 종가 요리를 차려낸다.

귀밝이술로 시작하는 대보름 아침
정월 대보름날 아침이 밝으면 가장 나이 많은 큰 어른부터 막내 아이까지 귀밝이술을 마시며 “귀 밝아라, 눈 밝아라” 덕담을 나눈다. 이때는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온 가족이 마시는데 아이들에게는 입술에 술을 묻혀준다. 종부가 처음 시집왔을 때 가족이 22명이었는데, 정월 대보름날 귀밝이술을 마시면서 덕담을 주고받던 기억이 생생하다. 도시에서 부모 형제들과 살다가 시할머니까지 계신 대가족의 종부로 살려니 앞치마에 눈물 마를 날이 없었지만, 대보름 귀밝이술을 한잔 마시니 서러움도 외로움도 싹 없어졌다고 추억한다.

觀善亭의 대보름 요리


건강 기원하는 부럼
한 해 동안 건강을 비는 뜻에서 땅콩, 호두, 밤, 잣 등 딱딱한 과실을 깨먹는 것을 부럼이라고 한다. 나이 수대로 깨 먹는데, 한 번에 깨는 것이 좋다고 해 한 번에 깬 껍질이나 첫 번째 깨문 것을 “부럼 나가라” 외치면서 마당에 버린다. 부럼을 먹으면서 건강을 기원하면 한 해 내내 부스럼이 나지 않고 이가 단단해진다고 한다. 종부는 “작년에 비가 많이 와 올해는 땅콩, 호두, 밤, 잣 등이 비싸다. 그래도 가족이 먹는 것이니 우리 땅에서 자란 것을 구입했다”고 한다. 호두 한 알, 밤 한 톨 일일이 손으로 만져보고 골랐다는 그의 말에서 가족을 챙기는 따뜻한 마음이 느껴진다.



觀善亭의 대보름 요리


풍년 기원하는 오곡밥 · 미역국
오곡밥을 지어 먹는 것에는 올해 모든 곡식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찹쌀, 팥, 기장, 대추, 수수 등 5가지 곡식으로 짓는 오곡밥은 겨울철 부족하기 쉬운 비타민, 미네랄, 식유섬유가 풍부해 가족 건강 챙기기에도 그만이다. 선씨 종가는 대보름에 오곡밥과 미역국을 함께 먹는다. 백김치와 김장김치도 대보름상에 빠지지 않는다.

오곡밥 “찹쌀, 팥, 기장, 대추, 수수를 깨끗하게 씻은 후 찹쌀은 물에 3시간 이상 불리고 팥은 미리 삶아두세요. 찹쌀과 팥, 기장, 대추, 수수를 한데 섞어 밥을 짓거나 시루에 찌면 영양 만점 오곡밥이 완성돼요.”
미역국 “미역국은 쇠고기와 불린 미역을 들기름에 볶는 것이 포인트예요. 여기에 다진 마늘과 국간장을 넣고 다시 볶다가 물을 넣어 끓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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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을 부르는 복쌈 · 오징어산적
대보름에는 배춧잎, 참취잎, 곰취잎, 피마자잎 등 잎이 넓은 나물이나 김에 밥을 싸 먹는데, 이것을 복쌈이라고 한다. 그릇에 복쌈을 볏단 쌓듯이 높이 쌓아 올린 뒤 먹으면 복과 풍년이 찾아온다고 여겼다. 선씨 종가는 오곡밥을 나물 대신 김에 싸서 먹는데, 이 복쌈을 장독, 곳간, 화장실, 우물 등에 둬 집안에 복을 불렀다. 오징어산적도 대보름상에 빠지지 않는 요리로 오징어 몸통만 껍질을 벗겨 데친 뒤 양념 간장을 뿌려 구워 먹는다.

김구이 “김은 들기름을 발라 구워야 제 맛이에요. 김을 한 장씩 들기름을 바르고 소금을 뿌린 뒤 불에 구워요. 이때 직화보다 팬에 올려 간접 열로 굽는 것이 맛있답니다.”
오징어산적 “껍질을 벗긴 오징어를 끓는 물에 살짝 데쳐 등 쪽에 칼집을 낸 뒤 다진 마늘과 간장, 설탕, 참기름을 섞은 양념장을 발라 팬이나 숯불에 구워요. 구우면서 양념을 덧칠하면 한층 깊은 맛이 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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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내 부족한 비타민 보충하는 나물 요리
오곡밥에는 지난해 말린 호박고지와 고사리를 비롯해 숙주나물, 무나물, 오이 등을 곁들인다. 대보름에 나물을 먹으면 그해 여름에 더위를 타지 않는다고 한다. 겨우내 부족한 비타민과 미네랄을 보충하라는 의미도 있다. 선씨 종가에서는 나물 요리에 쇠고기와 돼지고기를 함께 넣는다. 오곡밥과 나물에 부족한 단백질과 지방을 섭취할 수 있어 영양적으로도 훌륭하다.

숙주나물 “살짝 데친 숙주나물에 다진 파와 다진 마늘, 깨소금, 참기름을 넣어 버무려요. 숙주나물은 소금으로 간을 한답니다.”
오이나물 “오이를 송송 썰어 소금에 살짝 절이세요. 다진 쇠고기를 다진 마늘과 함께 들기름에 볶다가 오이를 물기 없도록 손으로 짜서 넣고 다시 볶아요. 마지막으로 참기름을 두르면 아삭한 오이나물이 만들어져요.”
호박고지 “따뜻한 물에 호박고지를 불린 뒤 물기를 꼭 짜요. 팬에 다진 돼지고기와 다진 마늘을 볶다가 호박고지를 넣어 볶아요. 국간장으로 간을 맞추고요.”
무나물 “무를 곱게 채썰어 소금을 약간 넣은 끓는 물에 데쳐요. 데친 무를 들기름에 볶다가 다진 마늘을 넣어요. 너무 오랫동안 볶으면 무의 색이 변하므로 적당하게 볶으시고요.”
고사리나물 “쇠고기를 다진 마늘과 함께 들기름에 볶다가 손질한 고사리를 넣어 볶아요. 국간장과 들기름으로 간을 맞추면 고사리나물 완성.”

觀善亭의 대보름 요리


보름차사에 올리는 조기찜
종갓집의 정월 대보름은 설이나 추석 못지않은 큰 명절이다. 사당에서 보름차사라는 차례를 지내는데, 차례상에 조기나 말린 민어, 홍어 등을 쪄 올린다. 내륙 지방인 보은은 생선을 구하기 힘들어 종부가 시집왔을 당시에는 대보름이 되기 며칠 전에 본향인 전라도에서 생선들을 종류별로 큰 나무 상자에 담아 올려 보냈다. 하인들이 지고 온 상자에는 조기, 민어, 홍어, 해삼, 전복 등이 가득했다. 조기나 민어는 쪄서 간장 양념을 올리고, 해삼은 전을 부친다.

조기찜 “차례에 올리는 조기는 크고 싱싱한 것을 골라야 해요. 칼집을 내 찜기에 넣어 찐 조기를 식힌 뒤 국간장에 다진 파, 다진 마늘을 섞어 만든 양념을 올려요. 이때 참기름을 넣으면 고소한 맛을 더할 수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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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동아 2012년 2월 57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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