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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민에게 페이스 메이커란

연기 본좌에게 묻다

글 | 구희언 기자 사진 | 문형일 기자, 동아일보 사진DB파트, 레몬트리 제공

입력 2012.02.16 10:19:00

배우들 사이에서도 닮고 싶은 배우로 꼽힐 만큼 연기에 대한 열정이 대단한 남자.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하얀거탑’ ‘베토벤 바이러스’, 영화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까지 작품마다 김명민을 지우고 이순신, 장준혁, 강마에로 남던 그가 이번에는 마라토너로 돌아왔다.
김명민에게 페이스 메이커란


“누군들 자신의 몸을 혹사하고 싶겠습니까. 제 목표는 그저 마라토너 주만호처럼 보이고 싶었던 것뿐이에요. 그렇게 되려고 훈련하다 보니까 다이어트를 안 했는데도 살이 붙지를 않더라고요. 보시면 알겠지만 위는 말랐어도 하체는 ‘말벅지’로, 아주 튼실합니다. 하루에 20km씩 뛰면서 연습한 덕에 맞는 바지가 없어요.”
김명민(40)의 연기에서는 절박함이 느껴진다. 드라마 ‘하얀거탑’에서 병으로 쓰러지는 장면에서 그는 시늉만 할 수도 있었지만, 바닥에 ‘제대로’ 넘어지는 모습을 보여주며 연기를 위해서는 몸을 사리지 않는 배우로 각인됐다. 또 영화 ‘내 사랑 내 곁에’에서는 루게릭병 환자를 연기하기 위해 20kg가량 위태로운 체중 감량을 한 일화로 유명하다. 무식할 정도로 연기에 몰입해서 무서운 배우. 그런 그가 이번 영화 ‘페이스 메이커’에서는 마라톤이나 수영 등 스포츠 경기에서 우승 후보의 기록을 단축하려 전략적으로 투입된 선수 주만호 역을 맡았다. 마라톤 경기의 공식 거리는 42.195km지만 페이스 메이커는 30km까지만 동료의 보조를 맞춘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황영조 선수도 페이스 메이커로 마라톤을 시작했다고 한다.

“내 인생의 페이스 메이커는 아내”
김명민은 ‘페이스 메이커’의 시나리오를 받아들고 “이건 내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처음 시나리오를 읽고는 눈물이 났고, 두 번째부터는 뛰고 또 뛰는 주만호의 모습이 떠올랐다고. 그는 주만호가 되고자 촬영 내내 인공 치아를 끼우고 어딘지 부족해 보이는 이미지를 만들고자 노력했다. 인공 치아 때문에 발음하기 불편한 상황에서도 특유의 정확하고 명료한 발음이 인상적이었다. 인공 치아는 그의 아이디어였다.
“어휴, 비주얼에 신경을 좀 쓸 걸 그랬어요. 마라토너가 주인공인 영화다 보니 뛰는 장면이 주를 이뤄요. 주만호의 각박한 심정이나 애틋함, 절절함을 어떻게 설명할까 생각하다가 병든 말의 표정을 떠올렸죠. 앞으로 뛰어만 가야 하는 심정이 그의 심정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그런데 제가 ‘건치’ 연예인으로 뽑힌 적도 있고 해서 도무지 이 치아로는 안 되겠더라고요. 그래서 인공 치아를 사용하기로 했죠. 영화 속 주만호는 말의 형상에서 이미지를 따온 겁니다.”
비단 마라톤뿐 아니라 누구나 인생에서 페이스를 조절해 주는 ‘페이스 메이커’가 있을 터다. 김명민의 페이스 메이커는 ‘쓴소리 아끼지 않는 지인’과 ‘아내’였다.
“저의 ‘페이스 메이커’는 단 소리보다 쓴소리를 해주는 분들이죠. 입에 발린 소리로 칭찬해줄 법도 한데, 제 자존심을 바닥까지 끌어내릴 정도로 쓴소리를 해준 지인들. 그리고 마라토너 같은 아내가 있어 지금의 제가 있는 거죠.”

김명민에게 페이스 메이커란


아내 이경미씨(41)와는 4년여의 열애 끝에 2001년 결혼했다. 2004년 아들 김재하군(8)을 낳았다. 연기를 포기하지 않고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아내 덕이라고. 아내는 김명민이 6년 넘게 동고동락한 MY엔터테인먼트를 나와 2011년 12월 처음으로 설립한 1인 기획사 MM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를 자처했다. 그의 아내는 경영학을 전공하고 일본에서 회사를 운영한 경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명민은 MM엔터테인먼트에서 본격적인 후배 양성에 힘쓸 예정이다.
“집사람이 내조를 굉장히 잘 해줘요. 고단한 촬영을 마치고 집에 들어갔을 때 편히 쉴 수 있다는 게 엄청난 내조죠. 굳이 집에서 쉬는 이유도, 아내가 그런 환경을 만들어주기 때문이에요. 지방에서 마라토너들과 훈련하지 않을 때는 아내랑 같이 남산 주위를 뛰었어요. ‘가진 것에 행복해하며 살자’는 게 우리 부부의 생각이라 지금까지 잘 살 수 있었어요.”



생일엔 팬들에게 음식 대접

김명민에게 페이스 메이커란


그는 주변 사람들을 잘 챙기기로도 소문이 나 있다. 지난해 10월8일에는 서울 명동의 한 호텔 뷔페에서 생일 파티 겸 팬미팅 ‘급번개’를 열었다. 자신의 생일에 팬클럽 회원들을 초대해 음식을 대접한 것. 이곳은 그가 결혼한 장소여서 더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2005년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으로 KBS 연기대상을 받으며 “재하를 건강하게 키워준 우리 재하 엄마 사랑한다”며 아내에게 감동적인 수상 소감을 전한 로맨티시스트다운 이벤트였다. 이 자리에서도 “편하게 가족끼리 모여 기분 좋게 식사한다는 느낌으로 받아들여 주셨으면 한다”라며 아내, 아들과 동석해 변함없는 가족 사랑을 과시했다.
한편 그는 ‘페이스 메이커’에서 주만호에게 열등감을 안겨 주는 마라톤 국가대표 민윤기 역의 신인 배우 최태준과의 인연도 소개했다. 그를 존경해 그로부터 연기를 배우고 싶어 하던 최태준과 만난 뒤 선배로서 조언을 아끼지 않고 연기와 인생 스승을 자처했다고. 영화 속 그의 페이스 메이커였던 김명민이 현실에서도 그의 페이스 메이커가 돼준 셈이다.

여성동아 2012년 2월 57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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