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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인생 사용설명서 네 번째 | 나에겐 꿈이 있습니다

시련 딛고 날아오른 늦깎이 보석 디자이너 이우나

“간절히 원하면 반드시 이뤄져요”

글 | 김유림 기자 사진 | 홍중식 기자

입력 2012.02.15 16:45:00

2009년 5개 이상 공모전에서 본상을 수상하며 혜성같이 등장한 보석 디자이너 이우나씨.
25년을 평범한 가정주부로 살던 그는 4년 전 남편을 여의고 뒤늦게 예술혼을 불태우고 있다. 3평 남짓한 작업실에서 망치질 하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는 그는 “누구에게도 늦은 도전이란 없다”고 말한다.
시련 딛고 날아오른 늦깎이 보석 디자이너 이우나


보석 디자이너 이우나씨(52)는 늦깎이로 예술계에 발을 들여놓았지만, 시작과 동시에 각종 공모전에서 상을 휩쓸며 선후배 작가들 사이에서 유명인사로 떠올랐다. 국제주얼리디자인 공모전에서 금상(2009), ‘2009년 주목할 예술가상’, 익산 주얼리 공모전 동상(2009) 등을 거머쥐었고, 지난해 대한민국미술대전 주얼리디자인 부문에서 서울시장상을 받으며 정점을 찍었다.
짧은 시간 동안 굵직굵직한 전시도 많이 열었다. 대표적으로 G-20 정상회의 영부인을 위한 포멀 주얼리·패션 갈라쇼 무대 전시(2010)와 일본 도쿄 국제보석쇼(IJT) 한국무역협회 홍보 전시(2011)를 들 수 있다. 25년 동안 전업주부로 지냈다는 게 믿기 힘들 정도다.
숙명여대 산업공예과를 졸업한 그는 학창 시절 전국대학미술대전 등에서 목공예 및 금속공예로 수차례 상을 받으며 재능을 인정받았지만, 결혼과 동시에 공예가로서의 꿈을 접었다. 그러다 2008년 치과 의사였던 남편이 간암으로 세상을 뜨자 사별의 고통을 잊기 위해 그는 다시 망치를 들었다.
“남편은 대학교 1학년 때 만난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이에요. 남편을 떠나보내고 사십구재를 치를 때까지, 단 하루도 울지 않은 날이 없어요. 나중에는 너무 울어 눈이 짓무르더군요. 이제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 고민하던 중 보석 학원이 있다는 걸 알고 정신이 번뜩 났어요.”
학원을 다니며 가장 먼저 시도한 건 보석 세공. 망치질, 땜질 소리에 그는 남편에 대한 그리움을 조금씩 날려보낼 수 있었다. 1995년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오른팔을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했지만 망치질을 하면서 굳었던 근육도 풀리는 것 같았다. 늦었지만 꿈을 향해 달려간다는 희열감에 들뜨기 시작한 그는 1년 만에 ‘Master Design of America’ ‘Master Valuer of America’ ‘Master Jeweler of America’ ‘한국보석감정사 AGK’를 모두 취득했다.

사별 고통 잊으려 다시 시작한 망치질
“대학 졸업하자마자 결혼해서 사회생활을 경험하지 못했어요. 결혼 후에 작품 활동을 하고 싶었지만 남편이 허락하지 않았죠. 하지만 저는 날마다 욕실 거울을 들여다보며 언젠가 내 이름을 알리리라 다짐했어요. 20대 때는 ‘30대가 되면’, 30대 때는 ‘40대가 되면’, 40대 때는 ‘50대가 되면 꼭’이라고 생각했는데 결국 꿈을 이뤘어요(웃음).”
그렇다고 그가 아무런 준비 없이 비상만을 꿈꾼 것은 아니다. 남편의 눈을 피해 끊임없이 자신을 단련해왔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 있는 시간을 이용해 영어·일어·컴퓨터 학원을 다녔고, 10년 넘게 유화를 그리고, 막내가 초등학교 입학한 뒤에는 숙명여대 대학원에서 향장학을 공부했다. 화장품 용기를 만들고 싶어서였다. 그러려면 화장품 성분부터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 신나게 화장품 공부를 했다고 한다. 석사 수료 후 대학 강사 자리를 의뢰받는 등 서서히 활동의 폭을 넓혀가려던 때 남편이 간암 선고를 받았다. 평생 마음속으로 ‘언젠가는 내 이름을 걸고 폼 나는 일을 하겠노라’ 다짐해왔지만 남편의 발병 소식에 그는 모든 꿈을 접었다.
“그때는 남편 말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어요. 어떻게든 살려내겠다는 생각밖에 없었죠. 외국에서 유학 중이던 아이들에게 더 이상 신경 써주지 못하니 한국으로 들어오라고 했어요. 처음 암 진단을 받았을 때 한 달밖에 못 산다고 해서 마음도 급했고요. 하지만 남편은 2년 넘게 버티다 간 이식 수술까지 받았어요. 비록 그 후 2년밖에 더 못 살았지만 남편이 투병하던 4년간 인생을 참 많이 배웠어요.”
하루하루 죽음에 다가가는 암 환자들을 보면서, 이씨는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지 뼈저리게 느꼈다. 보석 디자이너로 두 번째 인생을 살고 있는 요즘도 그는 날마다 하늘을 올려다보며 혼잣말을 되뇐다. ‘나를 비추는 충만한 빛, 이 감사함을 어떻게 다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남편의 병치레로 전 재산을 탕진하고 친정에 신세 지며 살고 있지만 그는 “세 끼 굶지 않고 먹는 게 어디냐”며 미소를 지었다. 그사이 엄마 손을 타지 않고 독립적으로 자란 아들과 딸은 학업을 마치고 직장 생활을 하고 있다. 혼자 힘으로 일본 유학까지 마친 딸은 오는 2월 행복한 신부가 된다.

시련 딛고 날아오른 늦깎이 보석 디자이너 이우나

남편에 대한 그리움을 담아 만든 링, 브로치 작품, ‘벽에 다가서기 힘든 절실한 움직임’



“보석 디자인을 하지 않았다면 과연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을지 상상이 안 돼요. 밤새 작업을 해도 힘들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아요. 작품 하나가 완성됐을 때 느끼는 희열감도 크지만, 혼신을 다해 뭔가에 몰입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 남들은 아직 젊은데 연애도 하고 재혼도 하라지만 전혀 관심 없어요. 남자보다 보석이 좋은걸요(웃음). 이제 진짜 인생을 사는 것 같아요.”
결혼 생활 중 남편에 대한 원망과 미움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리움만 남았다는 이우나씨. 요즘 그는 남편에 대한 애잔한 마음을 작품에 투영하고 있다.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 상을 받은 ‘벽에 다가서기 힘든 절실한 움직임’이란 제목의 나비 모양 브로치와 반지는 병중에 있던 남편을 떠올리며 만든 작품이다. 앞으로도 그의 도전은 계속된다. 디자인뿐 아니라 보석 감별까지 가능한 그는 예술과 상업을 잘 접목해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해외시장에도 진출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여성동아 2012년 2월 57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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