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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With specialist | 배정원의 섹스 상담소

사랑의 내비게이션, 성감대 지도를 그리자

사진 | 현일수 기자

2012. 01. 31

섹스에도 다양한 루트가 필요하다. 상대방의 성감대를 얼마나 잘 터치하느냐에 따라 섹스의 즐거움이 배가되기 때문이다. 방법도 간단하다. 침대 위에서 놀이하듯 서로의 몸을 자극하고 흥분 강도를 잘 기억해두면 된다.

사랑의 내비게이션, 성감대 지도를 그리자


얼마 전 만난 결혼 25년 차 50대 남성은 “도대체 성감대가 뭐냐”고 물어 필자를 당황하게 했다. 아니 그 나이에, 그 오랜 결혼생활 동안 자신은 물론 아내의 성감대조차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었다. 사정을 들어보니 아내는 남편의 몸을 만져주는 것은 고사하고 자신의 몸마저 만지지 못하게 해 섹스가 즐겁지 않고 피차 의무방어전이라는 것. 애무만으로도 충분히 흥분을 느낄 수 있음에도 여태껏 그 즐거움을 누리지 못했다니 안타깝기만 했다.
주위를 둘러보면 이 남성처럼 무미건조한 섹스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커플이 꽤 많다. 이런 사람들에게 필자는 성감대 지도를 그려보라고 조언한다. 그러면 대부분은 무슨 말인지 몰라 눈을 동그랗게 뜬다. 하지만 어려울 것 하나 없다. 성감대 지도란 말 그대로 파트너의 성감대를 찾아내 그걸 지도로 만드는 것이다. 물론 남녀가 함께해야 한다.
인간에겐 누구나 성감대가 있다. 하지만 대부분 남자의 성감대에는 크게 관심을 갖지 않는다. 우리나라 정서상 섹스를 주도하는 남자의 성욕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어서, 여자의 애무를 통해 흥분하는 것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는 우리나라 남성이 받는 성적 역차별이 아닐까 싶다.
부부가 서로의 성감대를 이해하는 건 매우 중요하다. 우리 몸은 전체가 성감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굳이 몇 군데를 고르라면 여자는 귀 뒤와 목덜미·가슴·유두·음핵 등이고, 남자는 유두와 성기 전체가 성감대다. 일반적으로 피부가 여린 곳인데 가끔 머리카락이나 발가락, 치골 등 다소 생뚱한 곳이 성감대인 경우도 있다. 실제로 어떤 부부는 결혼하고 몇 년 동안이나 엉뚱한 부위를 서로의 성감대인 줄 알고 열심히 애무했다고 고백했다.
섹스를 잘한다는 것은 상대방의 몸을 잘 안다는 것과 같다. 재미있는 섹스를 위해 성감대 지도를 그려야 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상대방의 특별한 성감대를 찾아내고 머릿속에 지도를 그려 넣으면 한결 서로가 만족스러운 섹스를 할 수 있다.

흥분 강도를 다섯 단계로 나눠 성감대 표현
성감대 지도 그리기는 성관계 개선이 필요한 커플들에게 적용되는 치료법 중 하나다. 일명 ‘감각 집중 훈련’이라고 하는데, 섹스리스 부부나 성관계 시 불편함을 느끼는 커플들에게 주로 사용된다. 방법은 간단하다. 우선 한 사람이 손가락 혹은 입으로 상대의 몸을 구석구석 부드럽게 터치하고, 애무를 받는 사람은 상대의 손가락이 지나갈 때 특별히 흥분되거나 짜릿한 기분이 들면 그 자리에서 바로 얘기를 하면 된다. 강도를 다섯 단계로 나눠서 최대한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좋다.
성감대를 종이에 직접 그려가며 기록을 해둬도 좋고, 머릿속으로 지도를 외워도 좋다. 성감이 강한 가슴과 성기 부분은 맨 나중에 터치한다. 한 사람의 성감대 지도가 완성되면 역할을 바꿔 나머지 사람의 성감대도 마저 그린다. 그렇게 완성된 지도는 섹스라는 목적지를 찾아가는 데 훌륭한 길잡이 노릇을 한다.
성감대 지도 그리기는 애무받기에 익숙하지 않은 남성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안겨줘 더욱 효과적이다. 아내 또한 자신의 애무로 남편이 흥분하고 거침없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보며 또 다른 흥분을 느끼게 된다. 남자가 여성의 신음하는 소리에 더욱 흥분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즉, 섹스는 사랑하는 사람을 배려하고 이해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성감대는 고정된 것이 아니다. 개발하면 개발할수록 다양해진다. 자극이 지속적이면 신경계가 민감하게 반응하듯, 오르가슴도 느껴본 사람이 더 자주 그리고 쉽게 느낀다. 섹스는 둘이 하는 행위인 만큼 두 사람 모두를 위한 섹스여야 한다. 나도 즐겁고 상대도 즐거운 섹스를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성감대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섹스는 상대에게 자신의 사랑을 표현하는 가장 강렬한 수단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배정원씨는…
행복한성문화센터 소장이자 섹슈얼리티 컨설턴트로 활동 중이다. 다수의 일간지에 성 상담 관련 칼럼을 연재 중이고, 저서로는 ‘유쾌한 남자 상쾌한 여자’ ‘여자는 사랑이라 말하고 남자는 섹스라 말한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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