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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목공, 남자는 바느질 배우는 핀란드의 양성평등교육

글·사진 | 이보영 핀란드 통신원

입력 2012.01.03 09:59:00

여자는 목공, 남자는 바느질 배우는 핀란드의 양성평등교육


우리 집에는 재봉틀이 두 대나 있다. 신혼 초, 남편은 내게 시어머니께 물려받은 발틀 재봉틀 사용법을 가르쳐 주려 했다. 몇 번이나 특별 강습을 받았지만 끝내 발틀 리듬을 타는 게 쉽지 않았다. 절치부심한 나는 전기 재봉틀을 샀지만 그 또한 사용법을 익히기 만만치 않아 포기하고 말았다. 결국 그 재봉틀도 남편의 소유가 되고 말았다. 우리 집 거실의 커튼, 아이들 방의 쿠션은 모두 남편의 작품이다.
핀란드에서는 신기하게도 남성들이 재봉틀을 잘 다루고, 여성들은 혼자서 전기 기구도 잘 만지고 톱질도 잘한다. 이런 현상의 배후에는 탄탄한 양성평등교육이 자리 잡고 있다. 핀란드는 ‘공부 잘하는 나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초중고 교과 과정을 보면 의외로 주요 과목인 국·영·수 위주가 아니라 목공, 가정, 가사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술을 익히는 과목이 많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중학교 1학년에 해당하는 7학년까지는 남녀를 불문하고 가정·가사·목공·전기 등의 과목을 통해 재봉틀 다루는 법, 간단한 음식 만드는 법, 옷 세탁법과 같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술들을 필수적으로 배워야 한다. 8학년부터는 이런 과목이 선택과목으로 바뀌는데 남학생들이 가정·가사 과목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번 어느 중학교를 방문했을 때, 음식을 실습하는 가정 시간에 여학생들보다 남학생들이 더 많아서 웬일인가 물어보니 요즘은 남학생들이 이 과목을 더 많이 선택하는 추세라고 한다.

양성평등이 국가 경쟁력 강화로 이어져

여자는 목공, 남자는 바느질 배우는 핀란드의 양성평등교육

1 가사 수업시간에 옷감을 짜는 남학생. 2 자신이 만든 목공 작품을 자랑하는 여학생들.



학교뿐만 아니라 직업의 세계에서도 양성평등이 비교적 잘 실행되고 있다. 대통령을 비롯해 장관 중 반 수 정도가 여성이며 사회 지도층에서도 여성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런 여성들의 약진은 불과 1백여 전에 그 단초가 마련됐다. 핀란드가 지금은 부유한 나라로 꼽히지만 1백년 전만 해도 유럽의 대표적 빈국이었다. 당시 핀란드 정부는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려면 여성들을 제대로 교육시켜 여성 노동력을 십분 활용해야 된다고 믿었다. 당시 여성의 문맹을 퇴치하기 위해 핀란드 정부는 ‘글을 읽지 못하는 여성은 결혼을 못 한다’는 법을 만들기까지 했다. 그 덕분에 여성은 고등교육까지 받아 남성과 동등한 능력을 갖추게 됐다. 1906년에는 세계 최초로 여성에게 피선거권을 부여했고, 그 이후 정계를 비롯한 사회 각계각층에 여성의 참여가 두드러지고 있다.
핀란드의 남녀평등은 ‘페미니즘’이라는 거창한 구호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라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자구책의 일환으로 실시됐으며 1백년이 지난 현재, 아주 달콤한 열매를 맺고 있다.



이보영씨는…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아이오와주립대 교육공학 석사과정을 마쳤다. 1999년부터 핀란드에 거주하고 있으며 핀란드 교육법을 소개한 책 ‘핀란드 부모혁명’ 중 ‘핀란드 가정통신’의 필자이기도 하다.

여성동아 2012년 1월 57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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