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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With specialist | 배정원의 섹스 상담소

섹스 거부하는 아내

사진 | Rex 제공

입력 2011.11.01 16:55:00

여자는 사랑해야 섹스를 하지만, 남자는 섹스를 해야 사랑이라 느낀다.
이런 남자에게 섹스를 거부한다는 건, 결혼 생활을 그만하자는 얘기와도 같다.
이혼의 전주곡을 듣고 싶지 않다면 지금 당장 서로의 마음속 얘기에 귀를 기울이자.
섹스 거부하는 아내


지난여름, 상담실 문을 열고 불만에 가득 찬 얼굴로 젊은 부부가 들어왔다. “섹스리스로 2년을 지냈습니다. 저는 아무 문제가 없는데 아내가 섹스를 거부합니다. 부부 상담도 여러 차례 받아봤지만 별 효과가 없고, 이번이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왔습니다. 이번에도 안 되면 헤어질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사내 커플이었던 이들은 사귀기 시작한 지 몇 개월 안 돼 서로를 잘 모르는 상태에서 결혼했다. 외향적인 아내에 비해 남편은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사람이었다. 친구와의 만남이 아내와의 약속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전형적인 한국 남성이었다. 더욱이 남편은 자기주장이 강한 아내를 부담스러워했고, 아내 역시 수동적이고 우유부단한 남편이 못마땅했다. 결국 이들의 결혼 생활은 평탄치 못했다. 다툼이 잦아진 결과 별거를 시작했다. 다행히 딸을 생각해 재결합했지만, 처음 몇 번 아내로부터 섹스를 거부당하자 그때부터 아예 섹스를 하지 않고 산 지 2년이 됐다고 했다.
여기까지가 외적으로 드러난 이들 부부의 문제점이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소통의 부재라는 가장 큰 문제가 자리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결국 섹스와 대화의 부재가 부부 관계를 점점 메마르게 했다. 게다가 남편은 직업상 여자로부터 술 접대를 많이 받으면서 섹스에서도 서비스를 받는 데 익숙해져 있었다. 여자를 만족시키려는 배려 없이 자신의 욕구를 채우는 데만 급급했다.
더 큰 문제는 아내와의 첫 섹스가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지 않다는 거였다. 당시 아내가 섹스에 너무 적극적이라고 생각했던 남편은 결혼 생활 내내 그때 기억이 트라우마로 작용했다. 반대로 아내는 남편의 성의 없는 섹스가 불만이었고, 매사에 맺고 끊음이 정확하지 않은 생활 태도까지 맞물려 남편과 섹스는커녕 대화조차 하지 않게 됐다.
다행히 상담이 진행되면서 이들 부부는 서서히 달라졌다. 신체적 문제가 원인이 아니었기에 서로의 몸과 마음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성교육을 실시했다. 통보하는 식으로 서로의 감정을 드러내던 과거와 달리 진심으로 마음을 전달할 수 있는 대화법을 알려주었고, 서로의 성감대를 찾게 한 뒤 따뜻한 손길로 터치하도록 했다.

부부간에도 정서적 교감 있어야 섹스 즐기게 돼

섹스 거부하는 아내


상담을 마칠 즈음 부부는 다정히 손을 잡고 환하게 웃었다. 얼마 뒤에는 괌으로 여행을 가기로 했다며 전화를 걸어왔다. “두 번째 신혼여행”이라며 그들이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면서 관계 회복에서 섹스가 얼마나 파워풀한 효과를 지니고 있는지를 새삼 깨달았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말은 결국 몸이 가까워지면 마음도 가까워진다는 얘기와 같다. 이는 부부가 규칙적으로 섹스를 해야 하는 절대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진화인류학자 로라 벳직의 연구에 따르면 부부가 파경에 이르는 원인으로 첫째가 배우자의 간통과 불임, 그다음이 성관계 거부라고 한다. 더욱이 아내가 섹스를 거부할 경우에는 남편이 그럴 때보다 이혼할 확률이 월등히 높다.
아내가 섹스를 거부하는 형태는 다양하다. 우선 남편과의 신체적 접촉을 거부하며 자신의 몸에 손도 대지 못하게 하는 경우가 있다. 성관계를 거절하는 것은 물론이고, 젊은 부부는 아이를 핑계 삼아 각방을 쓰기도 한다. 이처럼 아내에게 빈번히 섹스를 거부당한 남편은 처음에는 어떻게든 해결책을 찾아보려 애쓰지만 그마저도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더는 배우자로서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다. 혹은 바깥에서 대안을 찾을 수도 있다(우리나라에선 이게 얼마나 쉬운가!). 결국 아내의 섹스 거부는 남편을 외도로 내모는 것과 다름없다.
하지만 그런 아내도 할 말은 있다. 특히 보수적인 우리 사회에서는 여자들이 성을 즐길 정도의 정보가 제공되지 않는다. 심지어 그런 정보를 추구하는 게 알려지면 ‘밝히는’ 여자로 매도되고 비난받기 십상이다. 성감 개발 등 섹스에 대한 흥미를 찾을 기회도 주어지지 않는다.
남편들은 ‘야동’ 등을 통해 여자의 성에 대한 왜곡된 정보만 얻을 뿐, ‘좋은 섹스’에 대해 배운 적이 없으니 아내와 멋진 섹스를 만들어가는 일이 어렵기만 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여자는 남자와 달리 낯선 상대보다 익숙한 상대와의 섹스에서 오르가슴을 포함한 성적 만족을 더 크게 느낀다는 사실이다.
앞의 사례처럼 여자는 몸이 아닌 마음에 문제가 생겼을 때 섹스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 상대와의 관계, 즉 정서적 관계에 문제가 생기면 섹스에 흥미를 잃고 심지어 거부하기에 이른다. 새로운 사랑이 생겼을 때도 여자의 반응은 비슷하다. 그래서 애인이 생긴 아내는 남편과의 잠자리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 남자들이 부디 이 사실을 알고 아내와의 정서적 교감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길 바란다.
아내 역시 남편과의 관계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또 의도적으로 섹스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왜 남편과의 섹스가 싫어졌는지, 자신이 성적으로 냉담하고 무관심해진 이유가 무엇인지, 남편과의 갈등의 원인이 무엇인지, 그것도 아니라면 몸에 무슨 문제가 생긴 건지 스스로 점검하고, 반드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여자는 대화가 없어지면 사랑이 식었다고 느끼고, 남자는 섹스가 없어지면 사랑이 식었다고 생각한다. 남자에게 섹스는 사랑의 목표나 거기에 도달하기 위한 과정이 아니라, 어찌 보면 섹스가 바로 사랑이다. 남자에겐 사랑과 섹스의 거리가 그리 멀지 않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남편에게서 섹스를 빼앗는 것은 아내에게서 사랑을 빼앗는 것만큼이나 잔인한 행동이며, 결국 이별을 부르는 전주곡이라는 걸 명심하자.



배정원씨는… 행복한성문화센터 소장이자 섹슈얼리티 컨설턴트로 활동 중이다. 다수의 일간지에 성 상담 관련 칼럼을 연재 중이고, 저서로는 ‘유쾌한 남자 상쾌한 여자’ ‘여자는 사랑이라 말하고 남자는 섹스라 말한다’가 있다.

여성동아 2011년 11월 57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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