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 사회가 성에 대해 개방적이어서 한국과 많이 다를 것 같지만, 부모의 생각은 어디나 비슷하다. 아이들은 학업에 충실해야 하고, 이성 교제로 학업에 지장을 받아서도 안 되며 건전한 청소년기를 보내야 한다는 것. 대부분의 영국 학생들도 청소년기 임신은 있을 수 없고 내 인생은 내가 책임진다고 생각한다.
한데 문제는 최근 가정을 돌보지 않는 알코올중독자, 마약중독자, 일을 하지 않고 정부 보조금에만 의지해 살아가는 부모가 늘면서 비행청소년도 함께 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청소년의 임신과 낙태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됐다. 길에서 ‘아니 저렇게 어린 아이가 벌써 아기 엄마란 말인가’ 싶은 경우를 종종 본다. 거친 말투, 부적절한 옷차림, 아기를 옆에 두고 담배를 피우는 모습…, 한눈에 보기에도 엄마가 되기에는 너무 어린 청소년들이다.
영국에서는 요즘 PHSE(Personal Health and Social Education, 도덕·사회성·인성교육) 과목을 강조한다. 이 과목은 환경 오염, 담배의 해로움, 심지어는 햇볕의 위험(무분별하게 선탠을 즐기는 영국인에게 피부암의 위험을 인지시키기 위해) 같은 주제부터 왕따, 인터넷 언어 폭력, 도박, 마약중독이나 돈 낭비 등 실생활과 연관된 방대한 이슈들을 다룬다. 그리고 바로 이 과목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것이 ‘사춘기’ ‘성’과 관련된 것이다. 그 내용도 꽤 구체적이어서 사춘기 신체 변화 같은 이론 외에도 생리대와 콘돔 사용법까지 가르친다. Secondary(11학년) 과정을 마치고 치르는 국가 시험에서 지리나 프랑스어는 선택과목이지만, PHSE는 필수과목이다.
피임, 콘돔 사용법 등 구체적 정보 제공
성교육을 하는 교사들도 정기적으로 교육을 받으며 다양한 수업 아이디어와 자료들을 공유한다. 또한 ‘아동발달’이라는 선택과목에서는 임신과 출산뿐 아니라 인형으로 아이를 목욕시키는 법 등 간단한 육아 지식도 배운다.
중학교 보조교사로 일하던 시절 생물 수업 중 적외선 카메라로 남녀의 실루엣을 촬영한 학습용 비디오로 정자와 난자가 만나 임신에 이르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가르치는 것을 보고 내심 놀랐다. 성교육은 학교에서만 이뤄지는 게 아니다. BBC 등 공영방송은 오후 8~9시 무렵 성병의 위험, 청소년들이 잘못 알고 있는 성에 대한 정보 등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를 방영한다. 이때 전라의 남녀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야하다는 느낌보다 ‘너와 나, 인간 모두가 사실은 다 똑같지’라는 생각이 든다. 청소년의 임신을 줄이기 위한 방책으로 성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영국이 선택한 첫째 대책인 것 같다.
김은영씨는…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했지만 졸업 후에는 통역일을 했다. 영국 회사에서 일하다가 남편을 만나 영국으로 이주, 중·고등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고 있다. 초등학교 3학년생 아들이 하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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