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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Global Talk

온 가족이 재충전하는 영국의 행복한 크리스마스

글 & 사진·김은영(영국통신원)

2010. 12. 07

맘껏 뛰어놀아야 할 아이들의 방학이 언제부터인가 학원과 캠프, 연수로 더 바쁜 시간이 됐다.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선택이지만 마음 한 켠이 무거워지는 건 어쩔 수 없다. 과연 이것이 모범답안인지, 세계 각국의 겨울방학 풍경을 살펴봤다.

온 가족이 재충전하는 영국의 행복한 크리스마스


겨울 날씨가 한국만큼 춥지 않아서인지 영국은 한국에 비해 겨울 방학이 짧다. 영국에선 겨울 방학을 크리스마스 방학이라고 부르는데 가장 큰 명절인 크리스마스를 중간에 끼고 방학을 하기 때문이다. 올해 우리 학교의 경우, 12월17일 방학식을 하고 1월4일 개학을 한다. 영국은 9월부터 새 학년이 시작되고 일 년에 3학기가 있는데 크리스마스 방학이 끝나면 2학기가 시작된다.
영국 아이들은 몇 달 전부터 크리스마스를 손꼽아 기다린다. 교사로선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들떠 있는 아이들을 가라앉혀가며 수업을 진행하는 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마지막 수학 시간은 컴퍼스와 각도기를 이용해 트리를 장식할 별이나 입체 도형을 만드는 것으로 수업을 대신하기도 한다.

잘 쉬어야 일도 잘한다고 믿는 영국 사람들
영국 사람들은 ‘휴식’이 일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영국인 남편은 한국에서 일할 때 종종 “한국 사람들은 휴식의 중요성을 너무 모른다”고 말하곤 했다. 쉬지 않고 일을 하면 실수가 많아지고 그러면 그 실수를 바로잡느라 시간을 더 많이 소비하게 돼 결과적으로 일의 능률이 더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럴 때마다 나는 속으로 ‘말은 쉽지…, 현실적으로 일이 너무 많은데 어떡해?’라고 생각했다. 영국에 와 보니 확실히 이곳 사람들은 쉬는 시간을 아까워하지 않는다. 그래서 방학은 부모와 놀러 다니고, 맘껏 운동하는 시간이지, 한국처럼 부족한 공부를 보충하고, 선행학습을 하는 기간이 절대 아니다. 물론 시험을 앞둔 학년(10학년부터 13학년까지·몇 년에 걸쳐 공부한 걸 하루 만에 평가하는 시험은 아니다. 재시험 기회도 있고, 여러 번에 걸쳐 본 시험 결과를 합산해 최종 점수를 받는다)은 1월에 시험이 있기 때문에 크리스마스 방학 기간에 시험 대비 공부를 해야 한다. 하지만 그 외 9학년 이하 학생들은 우리나라 설처럼 일가친척들이 모두 모이는 크리스마스를 맘껏 즐긴다. 온 식구가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기 위해 쇼핑을 하고, 선물을 정성껏 포장하고, 트리를 아름답게 장식한다.
또 이 기간에는 부모가 직장에서 길게 휴가를 사용하는 게 보편화돼 있기 때문에 외국으로 가족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우리 반 아이들에게 “방학 때 무엇을 할 거냐?”고 물었더니 “친구 여러 명이 한 집에 모여 밤새 수다 떨면서 놀 거다”, “할아버지 댁에 가기로 했다”, “책을 실컷 읽을 거다”, “스페인으로 5일간 휴가를 갈 거다”, “부모님과 크루즈 여행을 할 거다”라는 등의 대답이 돌아왔다.
부모 모두 직장에 다니는 아이들을 위해 방학 동안에만 개설되는 스포츠클럽도 있다. 동네마다 하나쯤 있는 스포츠센터에서 방학 특별반을 개설해 수영·춤·배드민턴·축구·하키·만들기 등을 하루 종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방학 때만 짧게 개설되는 ‘수학 보충, 국어 보충’ 그런 것은 영국에 8년 동안 살면서 한 번도 보지 못했다(한국 사람들이 많이 모여 사는 동네에는 이런 학원이 있다). 물론 집에서 개인적으로 과외 공부를 시키는 교육열에 불타는 영국 부모들도 있지만, 다른 때도 아니고 크리스마스 방학 때, 부족한 공부를 더 해야 한다고 닦달하는 부모는 단언컨대 없을 거다.
남이 쉴 때 한 자라도 더 공부해야 남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닌, 쉴 때는 모두 즐겁게 쉬고 공부할 때는 다같이 도우며 열심히 공부하는 분위기…, 그게 참 부럽다.

온 가족이 재충전하는 영국의 행복한 크리스마스

1 영국은 11월 중순인데도 벌써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한창이다. 2 3 방학을 맞아 교문을 닫은 학교와 중학교 수학 시간에 아이들과 함께 만든 크리스마스 장식.



김은영씨는…
한국에서 수학과를 졸업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통역일을 했다. 영국회사에서 일하면서 남편을 만나 영국으로 이주, 중·고등학교에서 7학년부터 13학년까지 수학을 가르치고 있다. 초등학교 3학년생 아들이 하나 있으며 저서로 ‘나는 런던의 수학선생님’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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