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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기대되는 변신

오현경 또 다른 도전에 나서다

시련 딛고 배우로 자리매김

글 정혜연 기자 사진 현일수 기자

입력 2010.09.16 11:00:00

연기 변신은 모든 배우가 짊어져야 할 과제이자 숙명이다. 미스코리아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니던 오현경은 3년 전 드라마 ‘조강지처클럽’에서 억척아줌마를 자연스럽게 연기하면서 그 과제를 해결했다.
이후 연기의 참맛을 알게 된 그가 최근 다섯 살 지적 수준의 장애인 역할에 도전해 눈길을 끌고 있다.
오현경 또 다른 도전에 나서다


누구나 나이 들어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숱한 도전의 이면에는 실패의 아픔이 있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배우 오현경(40)은 30대 후반부터 이러한 도전을 즐기고 있는 몇 안 되는 스타다.
그는 지난 3년 동안 남편과 시부모에게 모진 수모를 당하는 여자 나화신(드라마 ‘조강지처클럽’), 발차기가 전문인 괄괄한 체육선생 이현경(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을 자연스럽게 연기해 호평을 받았다. 최근에는 MBC 새 주말드라마 ‘글로리아’에서 다섯 살 지적 수준으로 모진 세상을 살아가는 불혹의 여성 나진주를 맡아 눈길을 끌고 있다. 오현경은 지난 7월 말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예전 같으면 생각지도 않았을 역할”이라며 긴장된 심경을 고백했다.
“고심을 많이 했어요. 젊은 날에는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하는 두려움이 앞설 때가 많았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조금씩 바뀌고 있음을 느껴요. 제 연령대 배우들이 할 수 있는 역할이라는 게 비슷비슷하잖아요. 그래서인지 전 오히려 도전정신이 생기더라고요. 더불어서 어떤 작품에 출연하든 결과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욕심이 생기면서 자연스레 책임감도 커지게 됐죠.”
그가 이번 드라마에서 맡은 나진주는 가난한 집안의 장녀로 태어나 19세에 가수로 데뷔, 큰 인기를 얻지만 재벌 2세 유부남과 사랑에 빠졌다가 불의의 사고를 당해 다섯 살 지능을 갖게 된 인물. 사고 당시 열 살이던 동생 나진진(배두나)에게 평생 큰 짐이자 삶의 이유가 되고, 이후 20년 동안 시장통에서 동생에게 얹혀 고생스럽게 살아간다. 오현경은 “첫 촬영 때부터 나이트클럽에서 취객에게 해코지를 당하는 연기를 해야 했던 터라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다”고 말했다.
“아무래도 지적장애인을 자연스럽게 표현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제일 컸어요. 연습을 많이 했는데도 카메라 앞에 서니 다들 어떻게 볼지 긴장이 되더라고요. 촬영하면서 중간중간 계속 모니터링을 하는데 감독님이 ‘좋은데요, 좋아요!’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해주셔서 큰 힘이 됐어요. 아직은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많이 부족한 것 같은데 감독님이 제게 용기를 북돋워주려고 해주시는 말이라 생각해요. 앞으로 점점 더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드려야죠.”
오현경은 첫 촬영 전까지 지적장애인에 대한 분석에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의 톰 행크스, ‘아이엠 샘’의 숀 펜이 연기하는 모습을 계속해서 돌려보며 아이디어를 얻었고, 주위 아이들의 행동을 유심히 지켜보면서 습관적으로 하는 말투나 행동이 몸에 배도록 많은 연습을 했다고 한다.
“극중에서도 현실에서처럼 마흔인데 그런 ‘어른’이라는 생각을 떨쳐버리려 애쓰고 있어요. 평소에도 아이처럼 한 박자씩 늦게 행동하고, 감정에 따라 즉흥적으로 움직이는 등 사소한 포인트들을 능숙하게 표현하려고 연습해요. 드라마와 실제 모습은 전혀 다르니까 오해는 말아주세요(웃음).”

나이듦은 여배우 각자가 지혜롭게 해결해야 할 고민
오현경은 89년 스무 살의 나이로 미스코리아 진에 뽑혀, 화려하게 연예계에 데뷔했다. 그는 아름다운 외모만으로도 주목받던 20대를 보내고 세간의 뭇매를 맞아야 했던 고통스러운 30대를 거쳐 이제는 어떤 세상일에도 미혹되지 않는 40대가 됐다. 젊은 날 함께했던 선배와 동료보다는 파릇한 후배가 더 많은 요즘, 그 역시 여느 여배우들처럼 ‘나이듦’에 대해 가장 고민하는 듯했다.
“연기하는 사람들은 어느 시점에 이르면 젊은 친구들에게 화려했던 자리를 내줘야 해요. 그런데 아름다움이 절정에 이르러 주목받던 시절을 겪은 이들은 그게 참 어렵죠. 저 또한 쉽지 않았어요. 그러던 중 여태껏 해보지 않은 역할들에 눈을 돌리면서 돌파구를 찾았어요. 제겐 ‘나화신’이 그런 셈이죠.”
지난 2007년, 오현경은 10년간의 공백을 깨고 드라마 ‘조강지처클럽’으로 다시금 연예계 문을 두드렸다. 연기를 다시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을 때 문영남 작가가 그에게 손을 내밀었고, 쉽지 않은 역할이었음에도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기쁨만으로 그는 선뜻 손을 잡았다. 오현경은 당시 “내가 얼마큼 잘해낼 수 있을까보다는 도전 자체에 의미를 두고 모든 것을 걸었다”고 한다. 덕분에 재기에 성공한 그는 더 이상 어떤 도전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문영남 선생님이 제게 ‘이 역할, 저 역할 가리지 않고 연기를 하다 보면 배우로서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을 해주셨어요. 제 나이에 연기할 수 있는 일반적인 역할을 맡았다면 좀 더 비중도 있었을 것이고, 좀 더 호소력 있게 표현할 수도 있었겠죠. 하지만 전 소신껏 나진주를 택했어요. 남들 보기에 조그만 역할일 수 있지만 제게는 분명 의미 있는 역할이 될 거란 확신이 들었거든요. 잘해야 ‘연기 변신에 성공’이라는 소리를 들을 텐데 걱정이에요. 모자란 부분이 있더라도 여유를 갖고 지켜봐주셨으면 좋겠어요(웃음).”

여성동아 2010년 9월 56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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