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남아공 월드컵 북한 대 브라질 경기가 있던 다음 날, 내 주변에서는 북한 미드필더 지윤남에 관한 화제가 끊이지 않았다. 워낙 멋진 슛이기도 했지만, 화제의 중심이 된 이유는 그것보다는 경기가 끝나고 유니폼을 벗을 때 보였던 식스팩 때문이었다. 여자들은 침을 튀기며 그의 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고, 컴퓨터 화면에 그의 사진을 띄워놓고 하염없이 바라보는 후배도 있었다.
남자의 근육이 여자들의 로망인 거야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기름기 하나 없이 오로지 근육뿐인 그의 몸매가 꽤나 인상적이었던 게다.
남자들이 모델이나 미스코리아의 몸을 보며 열광하듯, 여자들은 운동선수에 열광한다. 제대로 된 운동이라고는 학교 졸업, 아니 제대한 이후 해본 적이 없는 평범한 남자인 나는 혀를 끌끌 차며 핀잔을 주곤 하지만,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아니다.
스포츠 신문 스포츠 부서에서 몇 년간 근무하면서 운동선수들이 얼마나 여자들에 둘러싸여 사는지, 그리고 여자들이 그들을 얼마나 좋아하는지를 많이 봐왔다. 야구선수들의 인기도 무시 못한다. 미국의 경우 야구선수들과의 ‘원나이트스탠드’를 노리고 따라다니는 ‘그루피’가 있을 정도다. ‘그루피’란 원래 록 그룹을 따라다니면서 자발적으로 성적 쾌락을 만족시켜주는(?) 여자들을 말하는 단어다. 유명세와 남자다움을 따라다니는 그녀들에게 록스타와 야구선수는 동등한 매력을 가진 거다. 특히 야구선수들은 축구선수보다도 훨씬 두껍고 탄탄한 몸매를 지녀 성적인 능력에서는 최고라는 찬사를 받는다.
드리블에 열광하는 남편, 선수에 열광하는 아내
최근 셀 수도 없을 정도의 금발 미녀와의 외도가 드러나면서 망신살을 뻗친 타이거 우즈는 여자 좋아하는 골프선수의 대표적인 예다. 모든 골프선수가 그렇다는 이야기는 물론 아니지만, 골프는 힘과 정교함이 동시에 필요한 운동인 만큼 마음만 먹으면 최고의 카사노바가 될 수도 있을 거다. 힘이 필요할 때와 세심함이 필요할 때를 구분할 줄 모르는 게 남자들의 문제점인데, 골프선수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는 말인 거다.
지구력 부분에서는 마라톤선수를 따라갈 사람이 없을 거다. 오랜 시간을 달리는 능력과 성 능력의 상관관계가 과학적으로 입증된 적은 없지만, 많은 여성들이 그것을 동일시하곤 한다. 오래 달릴 수 있다는 게 페니스의 발기 시간이 길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피스톤 운동 몇 번에 지쳐서 캑캑 거리는 일은 없을 테니 점점 체력이 저하되는 파트너를 보면서 가슴을 쳤던 사람들에게는 솔깃한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
흔히 여자들이 싫어하는 두 가지로 ‘군대 이야기’와 ‘축구 이야기’를 꼽지만, 그건 축구, 즉 스포츠가 글로벌화되지 않았을 때 이야기다. 월드컵만 해도 얼마나 많은 꽃미남 스타들이 등장하며, 그들이 웃통을 훌렁훌렁 벗어 탄탄한 근육질 몸매를 드러내는 일 또한 얼마나 잦은가? 우리나라 스포츠 선수들도 예전처럼 운동밖에 모르는 이미지는 아니다. 그들은 매우 스마트하고 센스가 넘친다. 평상시에 만나보면 패션 모델 뺨치는 포스를 뿜어낸다. 꼭 월드컵이 아니더라도 남편들이 어시스트와 드리블에 열광할 때, 함께 앉아 운동선수들의 복근과 팔뚝을 보며 감탄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다. 남의 것을 탐한다기보다는 부부간의 공감대 형성으로 해석하면 좋을 것이다. 주목하는 곳이 다른 거야 취향의 차이일 뿐인 거고. 여자들이 드라마 속 인물 간의 대립 관계와 외도에 집중할 때 남자들이 여배우의 가슴과 엉덩이에 집중하는 건 알고들 계실 테니, 거기에 대한 복수라고 해둬도 좋을 것이다.
신동헌씨는 … 라틴어로 ‘카르페디엠’, 우리말로는 ‘현재에 충실하라’는 좌우명대로 하고 싶은 건 다 하면서 살고 있다. 결혼 4년째로, 죽을 때까지 아내를 지루하지 않게 할 자신에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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