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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가족 행복 아빠가 책임진다 ①

왕상한 교수·변우영 아나운서 부부 소중한 딸들에게 띄우는 편지

글 정혜연 기자 사진제공 왕상한

입력 2010.05.18 13:28:00

자식은 하늘이 준 귀한 선물이다. 모든 부모는 아이에게 많은 사랑과 정성을 쏟아 부으며 바르게 자라주길 바란다. 서강대 법학과 왕상한 교수와 변우영 아나운서 부부는 여기서 더 나아가 자녀가 커가면서 꼭 알았으면 하는 것들을 담아 책을 펴내 눈길을 끌고 있다.
왕상한 교수·변우영 아나운서 부부 소중한 딸들에게 띄우는 편지


흉악한 범죄가 터질 때면 자식 키우는 부모 마음은 철렁 내려앉는다. 특히 딸자식을 둔 부모는 하루도 마음 편안할 날이 없다. 서강대 법학과 왕상한 교수(47)는 나이 마흔에 결혼, 어렵게 얻은 두 딸 민(5)과 유(3)를 키우는 아빠로서 그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험한 세상을 딸들이 잘 살아갈 수 있을지 걱정이 돼요. 집사람도 딸도 다 여자니까 점점 더 여성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죠. 사회에서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하고, 어떤 가치관을 갖고 대인관계를 맺으며 살아가야 하는지 아이들이 커가면서 차근차근 가르쳐주고 싶어요.”
왕상한 교수는 여느 아빠들과 마찬가지로 사회적으로 왕성하게 활동하는 사람 중 하나다. KBS ‘TV 책을 말하다’, EBS ‘난상토론’ 등 시사교양 프로그램 진행자로 이름을 알린 왕 교수는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신문기자로 활약하다 30세 때 돌연 미국으로 유학, 각고의 노력 끝에 국제변호사가 됐다. 미국에서 변호사로 일하던 중 국내 대학으로 자리를 옮겼고 현재까지 학생들을 가르치며 국제통상전문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그였지만 아빠가 된다는 것만큼은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처음 아내에게 아이가 생겼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을 정도라고. 총각 시절에는 아이를 좋아하지 않아 조카들조차 안아준 기억이 없는 그였기에 아빠라는 직책은 도전해야 할 과제처럼 느껴졌다고 한다.
“좋은 아빠 강박증이 있었어요. 매사에 완벽을 기했기에 이왕 아빠가 되는 거 정말 괜찮은 아빠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 거죠. 아내가 민이를 낳기 전까지는 사실 안절부절못했는데 민이가 내 품에 안긴 후로는 묘한 감정이 생겨났어요. 요즘 ‘아빠’하고 품으로 뛰어 들어오는 아이를 보면 ‘이게 핏줄이구나’ 싶어요.”

결혼에 부담감 갖던 아빠, 가정 이룬 뒤 더 큰 행복 느껴
현재 변우영 아나운서(41)와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는 왕 교수는 원래 결혼에 뜻이 없었다고 한다. 일하고 공부하느라 결혼할 틈이 없었던 이유도 있지만 좋은 남편, 좋은 아빠가 될 자신이 없었기 때문. 하지만 운명처럼 아내를 만났다.
“집사람을 만나게 해준 사건이 9.11테러예요. 당시 우리나라 시각으로 밤 11시경에 속보가 전해졌는데 다음 날 새벽 KBS ‘생방송 오늘’ PD로부터 출연 요청이 왔죠. 국제문제전문가가 필요하다고 하는데 사실 전 통상법 전문이라 테러문제에 대해 아는 바가 없어서 꺼렸어요. 그래도 출연할 사람이 없다고 하니까 집도 가깝고 해서 돕는 셈치고 나갔어요. 그때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던 사람이 집사람이었죠.”
두 사람은 처음 봤을 때 서로에게 그다지 호감이 생기지 않았다고 한다. 왕 교수는 ‘아나운서는 도도하고 어려운 사람’이라는 선입견이 있었고, 변 아나운서는 그의 에너지 넘치는 모습이 자신과는 너무 다르게만 보였다고 한다. 담당 PD가 감사의 뜻으로 식사 자리를 만들지 않았다면 이들의 역사는 이뤄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날 변 아나운서는 청바지에 흰 티셔츠를 입고 나왔는데 왕 교수는 그의 소탈한 모습을 보고 아나운서에 대한 편견이 깨졌다고 한다. 이후 두 사람은 왕 교수의 겨울방학을 기점으로 자주 만나면서 가까워졌다. 변 아나운서는 “만날수록 단점까지 장점으로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왕상한 교수·변우영 아나운서 부부 소중한 딸들에게 띄우는 편지

왕상한 변우영 부부의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두 딸 유와 민(왼쪽부터).



“제가 체력이 약해서 평소에 좀 기운이 없고 쉽게 지치는 타입이거든요. 남편은 에너지 넘치고, 세상사에 관심도 많고, 주변을 돌아보는 것도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정말 반대 성향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저 신기하기만 했죠. 여러 번 만나면서부터 제게는 없는 그런 부분이 좋아 보이더라고요.”
당시 삼십대 중반에 들어섰던 변 아나운서는 결혼 문제로 주변의 압박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때까지도 왕 교수가 결혼 이야기를 꺼내지 않자 그는 선택을 종용했다. 왕 교수는 이미 그에게 마음을 빼앗긴 상태였기 때문에 혼자 살리라는 결심을 버리고 결혼을 선택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인연이 닿아 부부가 된 두 사람은 1년 동안 미국에서 지내며 신혼을 만끽했다. 변 아나운서는 “10년 만에 얻은 휴가였기 때문에 아이를 가질 생각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주변에서는 결혼하자마자 아이를 가질 줄 알았나봐요. 저희는 둘이 재미있게 살자고 마음먹었기 때문에 별생각이 없었는데 압박이 대단했죠. 한국에 돌아와서야 아이 생각을 하게 됐어요. 결심하고 나서 1년 정도 노력했는데 쉽지가 않았어요. 병원에 가고 별별 노력을 다했는데도 그 스트레스 때문인지 더 안 생겼죠. 신기하게도 ‘그냥 둘이서 편하게 살자’고 결심한 뒤에야 아이가 생기더라고요.”
체력이 약해 주변의 걱정을 샀던 변 아나운서는 임신기간 중 한번도 입덧을 하지 않았을 정도로 건강하게 지냈다고 한다. 평생 살 한번 쪄본 적 없던 그였는데 임신 중에 살이 쪄 처녀 때보다 더 쌩쌩하게 다녔다고. 출산이 2주나 늦어져 수술이 불가피하지만 않았다면 무사히 자연분만도 했을 거라고 한다. 아이의 이름은 왕 교수와 인연이 있던 고 법정 스님이 직접 지어줬다.



“딸들아. 스스로 만족하는 행복하고 가치 있는 인생을 살렴”
왕 교수와 변 아나운서는 가정이 재미있고 행복해야 모든 일이 잘 된다는 생각을 갖고 살아가는 부부다. 때문에 두 사람은 각자 구성원으로서 해야 할 일을 성심성의껏 하려고 노력한다. 아이를 키우는 일도 마찬가지다. 맞벌이 부부이기 때문에 주중에는 각자 여유 시간이 나는 대로 아이를 돌보고, 주말에는 아이들과 함께 가족여행을 떠난다. 자연 속에서 아이들이 많은 것을 배우기 바라는 마음에서다. 왕 교수는 “세상에 정말 많은 직업이 있는데 아이에게 어떤 잠재력이 있는지 깨닫게 해주고 싶다”고 말한다.
“아이들이 어떻게 클지는 아무도 몰라요. 아이들이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하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죠. 저희 집은 아이들에게 아무 것도 강요하지 않아요. 큰아이가 유치원에 다니는데 한글을 가르쳐주지 않았어요. 그런데 친구들이 모두 한글을 읽으니까 집에 와서는 ‘한글 좀 가르쳐주세요’라고 말하더라고요. 어릴 때는 공부보다 놀면서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교육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한강 공원에서 함께 자전거를 타고 놀며 꽃 이름을 더 많이 기억하게 해주고 싶어요.”
그는 아이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으로 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것이 어떤 일이든 간에 도울 수 있는 한 돕고 싶다고. 다만 아이들 스스로가 일을 하면서 보람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한다. 변 아나운서도 남편의 의견과 다르지 않다.
“저와 남편은 평범한 교육과정을 거쳐 남들이 사는 대로 살다 보니 뒤늦게 철이 들었어요. 지식보다는 삶의 지혜가 중요한데 말이죠. 사실 밥상머리에 똑바로 앉아서 먹고, 먹는 음식에 감사하는 것이 수학공식 하나 더 외우는 것보다 중요한 거잖아요.”

“딸들아. 긴 밤의 끝에서 맞이한 아침이 더욱 환하고 기쁘듯 좀 늦었지만 아빠에게 오는 길을 잃지 않고 잘 찾아와준 너희가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 늦깎이 아빠는 너희라는 생의 최고 선물을 받고도 이 선물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어디에 둬야 할지 몰라 이리저리 뛰었던 날들이 생각나는구나. 딸들아. 실수를 통해 배우고, 정당한 대우를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는 자존감을 잃지 말며, 남들과 다른 점을 기꺼이 존중할 줄 아는, 깊이 생각하고 움직이는 책임감 강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아빠는 너희가 그런 사람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단다.” - ‘딸에게 쓰는 편지’ 중

왕상한 교수·변우영 아나운서 부부 소중한 딸들에게 띄우는 편지


왕 교수는 첫째 딸 민이가 태어난 후 아이가 크면 보여주려고 써왔던 글들을 모아 최근 책 ‘딸에게 쓰는 편지’를 펴냈다. 출간하는데 3년여 시간이 걸렸을 정도로 많은 지침이 담겨 있다. 이를 읽은 변 아나운서는 “나에게도 이런 아빠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저희 아버지도 훌륭하셨지만 조금 무섭고 엄하셨어요. 책을 읽으니 남편이 얼마나 자상한지 느껴지더라고요. 그런데 너무 많은 메시지가 소상히 적혀 있어서 중간에 읽다가 잤어요(웃음). 저는 남편의 바람과는 별개로 아이들이 많이 웃으면서 행복하게 자랐으면 해요. 정말 그거 하나면 만족할 것 같아요.”
왕 교수는 책을 낼 것이라는 말을 아내에게 처음부터 하지 않았다고 한다. 사람들 앞에 나서기를 좋아하지 않는 변 아나운서가 분명 말릴 것이라 예상했기 때문. 아니나 다를까, 그의 초고를 받아든 아내는 고개를 갸우뚱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내 빠져들어 “이 부분은 당신 생각과 다르다”는 반박을 할 정도로 꼼꼼하게 봐줬다고.
“공감하지 않는 부분은 옆에다가 코멘트를 달아달라고 했죠. 그랬더니 정말 세심하게 달았더라고요. 책 속에 ‘엄마의 잔소리’라고 해서 박스로 삽입을 했는데 책이 나온 후 ‘내 이름도 공저로 들어가야 하는 거 아냐’라고 해서 웃었죠(웃음).”
왕 교수는 “부모가 돼야 부모 마음을 안다는 어른들의 말씀을 이제야 이해할 것 같다”며 인터뷰 내내 아빠가 된 즐거움과 어려움 등을 솔직히 말해줬다. 변 아나운서 또한 “이왕 결혼하고 엄마가 된 거 가능하면 매일 행복하게 살고 싶다”며 ‘아이들과 하루에 한번씩 웃기’를 실천하고 있다고. 이 부부의 아이들, 민과 유가 커서 어떤 사람이 될지는 모르지만 건강한 웃음을 가진 사람이 될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여성동아 2010년 5월 55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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