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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연애술사

지피지기 백전백승! ‘남녀탐구생활’ 하이라이트

글 이설 기자 사진제공 tvN

입력 2010.01.19 11:08:00

그냥 오락 프로그램이 아니다. 남녀 심리에 대한 보고서다. 백번 양보해도 이해할 수 없던 그이, 혹은 그녀의 속내가 시원하게 풀린다. 머릿속을 들여다본 듯 디테일한 분석과 코믹한 재연으로 케이블방송계에 돌풍을 일으킨 ‘남녀탐구생활’. 그 하이라이트를 무미건조한 서혜정 성우의 목소리로 들어보자.
지피지기 백전백승! ‘남녀탐구생활’ 하이라이트


2009년 케이블방송계의 대박은 단연 tvN ‘재밌는TV 롤러코스터-남녀탐구생활’이다. 7월 첫 방영 이후 3주 만에 시청률 1%를 돌파했고, 11월14일 시청률 4.7%의 최고기록을 세웠다. 이는 공중파 30%에 맞먹는 수치. 이 프로그램의 묘미는 솔직함과 디테일이다. 여자가 목욕탕에서 제모를 하거나 남자가 침을 묻혀 구레나룻을 정리하는 등 완결된 아름다움 의 인간적인 면까지 세심하게 포착했다. 보기에 따라 민망하거나 가슴 찔릴 수도 있지만, 남녀의 근원적 차이를 보여줘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01 공중목욕탕
남녀가 함께 목욕탕에 갔을 때 여자가 꼭 약속시간보다 늦게 나오는 이유. 남자가 신경 쓸 것은 오직 ‘형님’ 하나 뿐이지만 여자는 마흔세 가지쯤 된다. 입고 있는 허름한 속옷과 처진 엉덩이를 다른 이에게 들켜선 안 되며 득실대는 세균이 옮겨 붙을까 조심해야 한다.
男 · 탕에 들어가면 일단 주변을 살펴요. 형님들 옆자리는 무조건 피해야 해요. 샤워를 하면서 쉬야를 해요. 화장실에서 싸나 샤워기에 흘려보내나 같은 하수관으로 흘러갈 거라고 생각해요. 탕으로 들어가서는 가스를 분출해요. 냄새가 나면 물에 고개를 박고 해저탐사를 해요. 반경 2m 안에 형님이 접근하면 최대한 자연스럽게 자리를 떠야 해요. 냉탕에서는 박태환 놀이를 해요. 배영·버터플라이형·개구리형…. 지겨워지면 때를 밀어요. 그런데 수건이 없어요. 아싸 가오리, 옆 사람이 쓰던 게 보이네요. ‘득템’에 행복해하며 때를 밀어요. 면발이 굵을수록 성취감도 커요. 탕을 나와 드라이기로 머리털을 말리고 겨드랑이털을 말리고 그곳의 털도 말려요. 빤스가 찝찝하면 탈탈 털어 뒤집어 입고 집으로 가요.
女 · 깜빡하고 세트로 입지 않은 속옷을 부끄러워하며 옷을 벗어요. 수건 한 장으로 나의 소중한 몸을 가려요. 탕으로 들어가기 전 몸무게 체크는 필수.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게 가리고 재요. 탕으로 들어와 앉기 전 의자와 거울을 빡빡 닦아요. 피로회복에 좋은 반신욕을 시작해요. 지루하지 않기 위해 속으로 아름다운 몸 선발대회를 해요. 내가 제일 낫네요. 한데 ‘마른 몸 큰 가슴’의 재수탱이를 발견해요. 수술했을 거라 생각하고 수술자국을 찾아요. 때를 밀면서 우유빛깔 피부를 위해 몸에 우유를 부어요. 발을 물로 헹군 뒤 밖으로 나와 거울 앞에서 몸매를 체크해요. 피부에 휴식을 주기 위해 화장은 간단히 스킨·로션·비비크림·선크림 정도만 발라요.

02 동성친구 모임
남자친구끼리 모여서 하는 거라곤 ‘술’과 ‘여자 이야기’. 알코올의 힘으로 예의와 절제를 벗어던지고 노는 데 목적이 있다. 반면 여자친구들은 ‘고민 상담’과 ‘미모 과시’를 하며 우정을 다진다.
男 · 약속시간보다 1시간이나 늦게 왔는데 아무도 없어요. 하나씩 도착하면 무조건 술로 시작해요. 원샷을 해야 해요. 직장 상사 흉을 한판 본 뒤 군대이야기를 시작해요. 열에 아홉은 뻥이에요. 본격적으로 대화가 시작돼요. 예쁜 여자 연예인 이야기. 예쁜 외국인 이야기. 예쁘고 글래머인 이웃여자 이야기. 간단히 1차를 마무리하고 2차를 가요. 3차를 가요. 계속 예쁜 여자 이야기를 해요. 4차를 가면 엄마아빠도 못 알아보는 멍멍이로 변신해요. 예전 여친에게 전화하는 멍멍이, 허공에 대고 대화하는 멍멍이. 완전 개판이에요. 노래방을 가요. 격렬한 막춤을 추기 시작해요. 옷을 벗어던지기도 하고 기계 위로 기어 올라가기도 해요. 쉬야가 급하면 휴지통을 이용해요. 임재범의 ‘고해’ 같은 가창력에 승부를 걸면 화를 면치 못해요. 친구가 맘대로 화음을 넣어요. 화음을 이유로 멱살잡이를 해요. 돈독했던 우정에 금이 가요. 그러다 마지막 노래로 안재욱의 ‘친구’를 부르며 앙금을 털어요. ‘다음에 만나자’며 헤어져요. 시간장소는 정하지 않아요. 어차피 다음 날이면 아무것도 기억 안날 게 뻔하니까요.
女 · 친구들에게 한 번도 보여주지 않은 의상을 신경 써 골라 입어요. 가방 안 신상 명품 선글라스를 확인한 뒤 약속장소로 가요. 재빨리 오늘 나온 친구들의 의상을 체크해요. 젠장. 비싸서 못 샀던 원피스를 친구가 입고 있네요. 어제 산 선글라스를 자연스레 테이블에 올려요. 너그럽게 먼저 친구의 신상품을 칭찬하자 친구도 선글라스를 아는 척해요. 그때 또 한 명의 친구가 들어와요.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견적을 내니 최소 5백만원은 나오겠네요. 각종 수다를 떤 뒤 셀카를 찍어요. 미니홈피에 사진을 올리기로 하고 자리를 옮겨요. 2차는 과일소주에 안주를 먹을 수 있는 곳으로 가요. 자신의 복잡한 남자관계, 관심을 주는 남자, 싫다는데 대시하는 남자에 대해 이야기해요. 몇몇은 지어낸 인물이지만 괜찮아요. 어차피 서로가 뻥 인 걸 알고 있어요. 그러다 타로점을 봐요. “자존심 강하고 다른 사람 말에 쉽게 상처받는 성격”이라는 타로카드 아줌마가 정말 용하다고 느껴요. 술에 취한 한 친구가 울기 시작해요. 집에 갈 시간이 된 거예요. 5만3천원을 4등분해 1만3천원씩 내고, 나머지 1천원은 쿨하게 보태며 생색을 내요. 친구들에게 현금을 받지만 카드로 계산하며 카드깡을 해요. 마지막 순간까지 셀카를 찍고 헤어진 뒤 즐거웠다며 단체문자를 보내요.

03 미용실



지피지기 백전백승! ‘남녀탐구생활’ 하이라이트


동네미용실을 ‘배신’하고 찾은 럭셔리 미용실이 남자는 불편하기만 하다. ‘소녀시대’ 명찰을 붙인 언니들이 자꾸 뜻 모를 웃음을 흘리는데, 부담스러워 죽겠다. 여자는 계절마다 스트레스 풀러 가는 곳.
男 · 누나가 추천해준 간지좔좔 럭셔리 미용실을 찾아요. 부담스러워 그냥 갈까 하는데 옆에서 웬 아리따운 처자가 다가와 겉옷과 가방 벗는 걸 도와준대요. 왠지 우라지게 비쌀 것만 같아 한없이 불안해요. 여자가 담당선생님이 있냐고 물어요. 학교도 아닌데 웬 선생님. 눈치를 보니 디자이너를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것 같아요. 뻘쭘하게 앉아 직원들 명함을 봐요. 티파니·제시카·태연·닉쿤…. 소녀시대와 2PM에게 미안해져요. 잡지를 보는데 앗, 속옷광고예요. 예쁜 언니를 집으로 모시고 싶어 잡지를 찢어요. 디자이너가 다가와 자리에 앉으래요. 디자이너가 사진을 보여주며 샤기컷·울프컷·보이드컷 중 고르라고 해요. 머리를 감아요. 외간 여자가 머리를 감겨주니 몸이 뻣뻣해져요. 계산을 해요. 이런 시베리안허스키. 2만원이래요. 동네 숙희미용실에서 세 번 자를 수 있는 돈이에요. 다시는 숙희 어머니를 배신하지 않겠다며 집으로 가요.
女 · 가을맞이 파격 대변신을 하러 미용실에 가요. 카운터로 가 전담 선생님을 찾아요. 선생님을 기다리며 인터넷을 해요. 헤어스타일 동향을 파악해요. 연예인의 스타일을 찜하고 왔지만 바로 말하지 않아요. 따라쟁이로 보이면 곤란하거든요. 책을 살피지만 찜뽕한 연예인 사진은 없어요. 할 수 없이 ‘유이 머리’라고 말해요. 머리를 감아요. 아싸라비아, 왕건 꽃미남 스태프예요. 간만에 외간 남자의 손길을 마구 느껴요. 파마를 하면서 연예인 커플 결별 이유, 청순한 연예인의 이중생활에 대해 디자이너와 토론해요. 파마가 끝났어요. 완전 쌍봉댁이 앉아 있어요. 나이 들어 보이고 촌스러워요. 디자이너는 완전 망친 파마임에도 잘 나왔다고 치켜세워요. 옆 스태프도 이런 머리 하고 싶다며 깨방정을 떨어요. 알면서도 칭찬에 속아요.

04 소개팅
남자는 소개팅녀가 예쁘면 만사 오케이. 돈만 갖고 대충 나가서 일단 들이대고 본다. 여자는 선택부터 신중하다. 까다롭게 조건을 듣고 사람을 고른 후 최상의 상태로 최선을 다해 소개팅에 임한다.
男 · 소개팅이 들어오면 남자는 필수적으로 물어요. “예뻐?” 예쁘다는 답이 돌아오면 더 이상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오케바리를 외쳐요. 소개팅 날. 대충 옷을 구겨 입어요. 그러고 나서 엄마 방을 수색해요. 백방으로 뒤져 지갑을 찾았어요. 예! 엄마 돈을 융통해요. 약속장소에 도착했어요. 기다리며 주변 여자들의 외모 점수를 매겨요.
女 · 여자는 소개팅이 들어오면 ‘간단한’조사를 해요. “차는? 직업은? 학교는? 사는 동네는? 연애한 지는?” 친구와 이상형에 대한 이야기를 해요. 내친김에 소개팅남과 결혼도 상상해봐요. 소개팅 날. 촉촉 생얼 생기 메이크업을 해요. 눈썹정리-토너-스킨-에센스-수분크림-선크림-메이크업베이스-비비크림-컨실러-…. 거울에 대고 귀여운 표정을 지어봐요. 내가 봐도 세살은 어려 보여요. 어제도 쇼핑을 했지만 마땅히 입을 게 없네요. 언니 방으로 가요. 언니의 신상 원피스 택을 쿨하게 제거해 입어요. 브래지어를 올려 아름다운 가슴으로 업시켜요. 미소를 연습해요. 약속장소에 도착해요. 아, 남자가 별로네요. 그래도 돈이 좀 있다기에 만나보기로 해요.

05 애인 집 첫 방문
애인 집에 처음 가는 남자는 아버지와 남자 형제가 무섭다. 예사로 하는 말도 “우리 ○○이 속 상하게 하면 가만 안 둔다”는 협박으로 들린다. 여자는 여우로 찍히지 않기 위해 조신하게 보이려 애쓴다.
男 · 양복을 빼입고 아버님께 드릴 양주를 샀어요. 30년간 군 생활을 했고 고지식하다며 여친이 아버지에 대한 정보를 줘요. 겁이 나요. 여친은 남자가 뭘 그리 졸았냐고 놀려요. 집에 들어가자 어머니는 남자를 날카롭게 훑어내려요. 방 안에서 아버님이 나와요. 오마이갓. 영화 속 암살자나 저격수 같은 포스가 풍겨요. 악수를 해요. 엄청난 압력이 느껴져요. 자리에 앉자 어머니가 이것저것 묻기 시작하세요. 말투와 표정은 상냥하지만 속으로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몰라요. 어머니와 미실이 오버랩돼요. 어머니와 여친이 식사준비를 하러 가요. 아버님과 둘이 남아요. 어색해요. 밥을 먹어요. 두 그릇 먹어요. 밥을 또 줘요. 배가 터질 것 같아요. 식혜를 또 줘요. 위장에서 강렬히 신호를 보내요. 오 마이갓김치. 아버지가 양주를 뜯어요. 여친 오빠가 들어와요. ‘산적 떡대’예요. 생명의 위협을 느낀 남자가 비굴하게 웃으며 악수를 청해요. 한데 다짜고짜 팔씨름을 하재요. 이런 우라질레이션. 시작과 동시에 패대기쳐졌어요. 아픈 것보다 존심이 상해요. 빨리 집에 가고 싶어요.

女 · 평소 절대 안 입는 조신한 패션으로 코디해요. 맛은 없지만 더럽게 비싸다고 욕하던 화과자를 선물로 준비해요. 집에 들어서 빠르게 인테리어를 체크해요. 여자는 어머니의 헤어와 패션을 평가해요. 어머님과 마주 보고 있지만 할 말은 없어요. 입가에 경련이 일고 썩소가 나와요. 평소 애정을 구걸해도 무심하던 남친이 웬일로 “여친 예쁘죠”라며 칭찬해요. 지저스. 완전 남친 꽉 잡고 사는 여우여친으로 찍힐 것 같아요. 식사 준비시간. 식사를 도울지 어쩔지 헷갈려요. 식사가 끝나고 어머니가 깎지 않은 과일을 들고 와요. 이건 ‘네가 한번 깎아봐라’는 신호가 분명해요. 사과 조각을 해요. “얘가 곱게 자라서 그래.” 남친이 최후의 한방을 날려요.

■ ‘남녀탐구생활’ 이모저모

지피지기 백전백승! ‘남녀탐구생활’ 하이라이트

(좌) 정가은 (우) 정형돈



女-정가은
정가은은 ‘남녀탐구생활’에서 여성의 소소한 심리를 생생하게 재연해 내 ‘공감녀’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 프로그램으로 단숨에 스타 반열에 오르며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새 코너 MC를 꿰찼다. 고향인 부산에서 패션모델을 하던 중 2001년 미스코리아 경남 선에 당선됐다. 이후 드라마 ‘백만장자와 결혼하기’ ‘열아홉 순정’ 등에 출연하면서 홈쇼핑 모델로 활동했다. 선배 방송인 현영처럼 다재다능한 엔터테이너가 되고 싶다고.
“‘남녀탐구생활’에 출연한 이후 사람들이 알아봐주셔서 너무 행복해요. 망가지는 연기요? 웃음 드릴 수 있어서 당당하고 즐겁게 하고 있어요.”

男-정형돈
정형돈은 ‘무한도전’ ‘우리 결혼했어요’ 등 굵직한 오락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도 ‘못 웃기는 개그맨’ ‘찌질남’ 콘셉트를 벗지 못했다. 하지만 ‘남녀탐구생활’에서 잘나지도 못나지도 않은 대한민국 남성상을 자연스럽게 연기하며 주가를 올리고 있다. 30대 직장인, 제대한 군인, 팬티바람 백수 등 어떤 연기를 해도 그럴싸하다는 평이다.

성우-서혜정
“처음엔 대본을 보고 무슨 소린지 하나도 몰라서 감독님한테 물어봤어요. 지금은 제가 애드리브까지 하죠. 다른 프로그램과 달리 감정을 노출할 수 없어 힘들지만, 재미있게 녹음하고 있습니다.”
‘남녀탐구생활’이 낳은 최고의 스타는 성우 서혜정. 그의 기계음 같은 목소리는 ‘남녀탐구생활체’로 불리며 각종 패러디를 낳고 있다. 그는 82년 KBS 성우 공채로 데뷔한 뒤 수많은 외화·드라마·애니메이션에서 활약한 베테랑 성우. ‘X파일’의 스컬리가 대표적이다.

패러디 · 변형 비속어 붐
CF·UCC·벨소리·내비게이션 음원 등에서도 ‘남녀탐구생활’ 열풍이 불고 있다. 유튜브에는 ‘소개팅 제안’ ‘스타협찬’ ‘음악검색’ 등 누리꾼들의 상상력이 빛나는 패러디물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비속어와 인터넷 용어를 살짝 섞은 ‘변형 비속어’도 화제다. 성질은 나는데 욕을 내뱉기엔 곤란한 상황에서 활용도가 높다. ‘오 마이갓김치’(오 마이갓), ‘시베리안허스키’ ‘쓰리랑카 십장생’(X팔), ‘된장 쌈장 (초)고추장’(젠장), ‘우라질레이션’ ‘우라질 브라질 말미잘레이션’(우라질), ‘염병할로겐’(염병) 등이 대표적이다.

여성동아 2010년 1월 55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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