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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웃겨야 산다!

‘달인’김병만 류담 솔직담백 수다

한국판 톰과 제리

글 문다영 사진 지호영 기자

입력 2009.12.22 11:14:00

자극적 소재로 웃기는 개그맨이 있는가 하면 편안하고 평범한 유머로 웃음을 주는 개그맨도 있다. ‘개그콘서트 - 달인’의 김병만·류담은 후자다. 일상생활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편안한 개그로 시청자의 마음을 풀어헤친다. 연기와 웃음,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이들이 지독하게 사랑하는 일과 가족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달인’김병만 류담  솔직담백 수다

느리지만 멈추지 않은 10년 발걸음
“16년 동안~”. 앞머리만 들어도 피식 웃음이 새어나온다. ‘달인’의 콤비 김병만(34)과 류담(30)은 그렇게 전국에 웃음 바이러스를 퍼뜨렸다. 뮤지컬에 출연하던 3개월을 빼고는 10년 동안 단 한 번도 ‘개그콘서트’(이하 개콘)에서 빠져보지 않은 김병만과 그의 1년 후배이자 파트너인 류담은 TV에서보다 훨씬 웃음이 많았다. 하지만 그 파안대소 이면에는 눈물로 얼룩진 추억들이 고스란히 자리하고 있었다.
다른 개그맨들은 ‘개콘’에서 인기를 얻으면 빠지는 경우가 많은데 두 분은 꾸준합니다.
김병만(이하 김) 여러 번 기회가 있었지만 자제했어요. 한눈팔지 않고 집중했죠. 사실 후배들이 인기를 얻고 인터뷰하는 모습을 보면 “나는 언제 저런 기회가 오나” 싶어 실의에 빠지곤 했어요. 그때마다 나는 거북이라고 생각했죠. 천천히, 느리지만 멈추지 않고 가겠다. 그러다 ‘ 달인’으로 떴네요. 개그맨 공채시험에 7번 만에 붙었는데 8년 만에 떴습니다(웃음).
류담(이하 류) 희극인으로 출발했으니 지켜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순간의 인기가 많다고 해서 이동하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해요.
긴 세월 동안 수많은 코너를 해왔는데 스스로 꼽는 대표작이 있다면.
김·류 ‘달인’이죠!
지금까지 ‘달인’만 2백20개 정도의 에피소드를 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미각의 달인이에요. 레몬처럼 보통사람은 먹기 힘든 걸 리허설과 달리 녹화 때는 정말 먹어야 하니까 굉장히 웃겼어요.
담이가 더 먹이더라고요. 뭘 먹어야 할 땐 늘 리허설 때보다 3배 반 이상 먹었던 것 같아요. 저는 느끼한 걸 먹던 에피소드도 기억에 남아요. 참기름을 원샷 했는데 그날 인터넷 게시판에 “토할 것 같았다”고 글 쓰신 분이 많았어요. 그런데 그 참기름 먹고 술을 마시니까 취하지가 않더라고요. 새로운 숙취해소법으로 해보시면 어떨까요(웃음).
몇 달 전에 ‘달인’을 그만 하겠다는 보도가 나서 서운해하는 시청자가 많았어요.
아, 코너 중에 애드리브로 담이에게 “너 ‘선덕여왕’도 하는데 ‘달인’그만두자”했던 게 심각하게 기사화됐더라고요. 시청자들 이저희를 원하는 한 계속 할 거예요. 아이디어는 무궁무진하니까.
형은 정말 열심히 해요.
저도 제가 독하다고 느꼈던 게, 예전에 녹화 하루 전에 ‘불청객들’이란 코너가 갑자기 사라졌을 때예요. 감독님이 “새 코너 짜오면 방송 띄워줄게” 하시더라고요. 잠이고 뭐고 없이 몇 시간 동안 준비해서 낸 게 당일 방송에 올라갔죠. 그게 ‘우리 병만이가 달라졌어요’예요.
쭉 개그 했는데 빛을 보지 못했죠. 우리는 편하고 진지하게 가는 거 좋아하는데 한동안은 “쟤네 둘이 붙어서 대체 뭐 하냐”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어요. 화도 났지만 꾸준히 포기하지 않고 해온 덕에 지금 ‘달인’으로 평가받는 것 같아요.
그래서 자신감은 충만한데 근성이 부족한 요즘 후배들을 보면 안타까워요. 저도 지금까지 걸어온 길보다 가야 할 길이 엄청난데, 한 코너 떴다고 표정이 변하는 후배들을 보면 말해주고 싶죠. 빨리 뜬 만큼 성냥불인 경우가 많은데 화롯불이 되면 좋겠다고요.
가슴 아파서 더욱 힘차게 달릴 수 있었던 원동력, 아버지
김병만·류담은 지금 자리에 서기까지 가슴앓이가 심했다. 남자들이 나이를 먹어갈수록 애달프게 생각한다는 아버지 때문이다. 김병만의 아버지는 치매로 투병 중이고, 류담의 아버지는 폐암으로 지난해 명을 달리했다.
두 분의 아버지 얘기는 잘 알려져 있습니다. 힘들었던 순간이 참 많았을 것 같은데요.
전 항상 “평범한 삶은 싫다”고 생각했어요. 평범하면 집안을 일으킬 수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제가 어릴 때 아버지가 생활비가 없어 빌린 5만원, 10만원이 몇 백만원이 될 정도였으니 힘들었죠. 그래서 제가 연기자가 되겠다고 상경했을 때 친인척, 이웃 할 것 없이 욕했어요. 제가 가는 길을 막지 않던 아버지도 “회사 다니며 집을 도우라”고 하셨지만 “내가 형편이 어려운데 효도할 자신 없다. 자신 있을 때 얘기하자”며 집에도 내려가지 않았어요. 그런데 어느 정도 자리가 잡히고 대화를 할 만한 순간에 아버지와 대화할 수 없게 됐어요. 경미한 치매 증상이 있던 중에 대장암 수술을 받으시고 난 후에는 기억을 못하시거든요. 참… 서러워요. 지금은 고향인 완주에 계시는데 조만간 서울로 모셔오려고 해요. 또 다시 후회하고 싶지는 않거든요.
저도 아버지가 2005년 폐암선고를 받고 한 달에 병원비만 1천만원이 넘게 들었어요. 병원비를 대기 위해 온갖 행사를 다 뛰었죠. 우스꽝스러운 옷을 입고, 분장을 한 채로 억지웃음을 뽑아내면서 속은 곪아갔어요. 직업이 개그맨이라는 게 한스러울 정도로…. 더 이상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PD에게 쉬겠다고 하고 은행융자를 받았어요. 쉬는 동안 아버지 병간호에 전념했고 병세가 호전돼서 다시 ‘개콘’에 돌아왔는데 운좋게 ‘고음불가’에 참여하게 돼 아버지도 많이 기뻐하셨죠. 1년 3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았던 아버지는 3년 넘게 버티시다가 지난해 돌아가셨는데 임종 전 “네 덕분에 오래 살았다”고 말씀하셨죠. ‘선덕여왕’은 아버지가 주신 선물이라고 생각해요. 많이 도와주시는 것 같아 더욱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가려고 노력합니다.
두 분 다 아픔이 많았던 것 만큼 어서 행복한 가정을 꾸려야겠는데요.
3년째 열애 중인 친구가 있어요. 소개팅으로 만났는데 제가 개그맨인 줄도 몰랐지만 편찮으신 제 아버지를 생각하는 마음이 깊어서 ‘얼굴뿐 아니라 마음까지 예쁘구나’생각했죠. 내년쯤 결혼을 하고 싶어요. 30년 결혼생활 동안 외박 한 번 하지 않으셨던 아버지처럼 가정적인 남편이 되고 싶어요.
결혼… 해야죠. 현명한 여자가 좋아요. 경제권을 모두 맡겨도 다 알아서 관리해줄 수 있는 여자요. (기자를 보며)결혼하실래요?(웃음)

‘달인’김병만 류담  솔직담백 수다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함께해온 이들은 “예능 프로그램도 함께 나갈 것”이라 말하는 선 후배이자 영원한 파트너다.


성공전례 드문 개그맨의 연기도전… “우린 연골 같은 연기자”
김병만과 류담은 기획사의 대표와 소속 연예인의 관계이기도 하지만 한길을 지향하는 꿈의 동지이기도 하다. 바로 ‘연기자’다. 현재 김병만은 일일드라마 ‘다 함께 차차차’에서, 류담은 ‘선덕여왕’에서 활약하고 있는 중. 그런데 끼 많은 두 사람이 예능은 하지 않는 이유가 뭘까. 친분 때문에 이수근과 자주 비교대상에 오르는 김병만은 “수근이는 유재석·강호동처럼 되는 게 꿈이지만 우리는 임하룡 선배처럼 되는 게 꿈이다”며 “갈 길이 다르다”고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류담 역시 “개그맨이 예능 프로그램에 나가 성공한 사례는 많지만 연기로 성공한 전례가 없어 우리가 특이해 보이는 것뿐”이라고 말한다.
연기하며 힘든 점이 많을 텐데.
전 ‘선덕여왕’ 전쟁장면이 가장 힘들었어요. 습관성 탈골인데 하필 거구 캐릭터라 밀고 넘어뜨리는 장면만 3시간을 찍었거든요. 어깨가 두 번이나 빠져서 고생했죠. 하도 잘빠져서 제가 끼워요. 예전에 베이징올림픽 선수단 환영식에서 생방송으로 ‘달인’공연을 할 때도 어깨를 끼웠는데요, 뭐. 비가 와서 미끄러웠던 탓에 넘어졌는데 어깨가 빠졌더라고요. 눈앞에 장미란·박태환 선수는 보이고, 눈앞이 캄캄하더라고요. 그래도 일단 연기인 것처럼 누워서 겨우겨우 끼워 맞추고 일어났어요.
너 그때 팔이 축 처져서 상한 고기 같았어(웃음).
저도 제 팔이 제 걸로 안 보이더라고요.
아무래도 대기시간이 긴 게 힘들죠. 어쩌다 드라마 출연 기회가 닿은 개그맨들은 대기하는 것이 힘들어 못하겠다고 많이들 말해요. 하지만 전 그 시간 자체가 너무 좋아요. 다른 사람의 연기, 대본을 연구하는 것 모두 배울 것들뿐인데 즐거울 수밖에요!
개그맨이란 선입견 탓에 함께 출연하는 사람과의 호흡이 중요하겠네요.
저 (이)문식이 형하고 앙숙인데(웃음). 첫 연기지만 문식 형 덕분에 욕 안 먹고 오버로 안 보이는 것 같아요. 병만 형이 ‘종합병원’에서 차태현씨와 찰떡궁합이었던 것처럼 출연자끼리 호흡이 잘 맞으면 크나큰 기회이자 행운이죠.
응. 나 그때 차태현이 굉장히 고마웠어. 차태현이 당시에 “형 마음껏 오버해봐, 그래도 내가 있으니까 절대 개그맨 냄새 안 난다”라며 용기를 줬어요. 그 덕에 ‘뉴하트’ 박철민씨와 비슷하다는 말도 듣고 ‘내 연기가 괜찮았나 보다’생각 돼 좋았죠. ‘뉴하트’속 김준호 닮았다고 했으면 진짜 화났을 거예요(웃음).
어떤 연기자를 꿈꾸나요.
저나 병만 형이 드라마에 나오면 시청자들은 웃을 준비가 돼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감초역할을 어떻게 해낼까 생각하겠죠. 그래서 멜로·호러·스릴러 등 장르적 변신도 좋겠지만 우선은 진지한 정극의 긴장을 간간이 풀어주는 ‘연골’역할을 하고 싶어요.
예전에 제가 ‘달인’으로 연말에 상을 받았을 때 한 번 뵌 적도 없는 임하룡 선배님이 “고생 많았고 열심히 하는 모습 보기 좋다”고 전화를 주셨어요. 저를 지켜보셨다는 걸 알고 감동했죠. 임하룡 선배님도 ‘연기자’로 전환한지 10년 만에 꿈을 이루셨어요. 그래서 저도 쉬지 않고 연기의 기회가 왔으면 하는 게 꿈이에요. 전 프로그램 출연 제의가 들어와도 항상 연기를 위한 스케줄을 빼놔요. 바빠도 연기 때문에 바쁘고 싶거든요.
연말 연기대상 얘기하는 분들도 있는데, 허허, 전 그저 첫 작품 시청률 높은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운 좋다 생각해요. 내년 뮤비컬 ‘달마야 놀자’에 출연하는데 열심히 할 거고, 드라마·영화도 많이 하고 싶네요.
그리고 틈틈이 연기공부도 하고 있어요. 어릴 땐 공부는 필요 없다 생각했는데 공부의 중요성을 느껴요. 그래서 대학도 올해 졸업했어요. 대학원에도 진학해 꾸준히 공부할 생각이에요.
(달인 말투로)서른 네 살에 철들었죠~.

여성동아 2009년 12월 55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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