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날 굉장히 행복해했고 주위분들에게 친절해서 놀랐어요. 연예인이면 협찬을 요구할 텐데, 그런 것도 전혀 없이 호텔 측 진행에 잘 따랐어요.”
지난 8월24일(현지 시간) 사업가 정모씨와 미국 하와이에서 웨딩마치를 울린 이영애(38) 결혼식 목격담이다. 이영애의 결혼 사실은 결혼식 다음 날 이영애 측의 법률대리인이 공식 발표하면서 세간에 알려졌다. 이들과 친분이 있는 사람들은 두 사람의 교제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결혼까지 이르리라고는 짐작하지 못했다. 도도한 은수, 영민하고 용감했던 장금이, 복수심에 불타는 금자 등 그간 영화나 브라운관에서 보인 모습이 왠지 결혼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기 때문일 터. 하지만 돌이켜 보면 연애도 결혼도 모두 이영애스러웠다. 늘 한결같은 자신의 모습처럼 한 남자만 바라봤고, 톱스타지만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는 걸 달가워하지 않았기에 소박한 웨딩마치를 울리고 한발 늦게 언론에 알렸다.
이영애가 웨딩마치를 울린 카할라 호텔 야외 결혼식장.
이영애가 만인의 연인이기를 포기하고 선택한 한 남자는 재미교포 사업가 정모씨. 정씨는 일리노이 공대를 졸업하고 현재 미국계 IT관련 업종에 종사하고 있으며 상당한 재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영애 측에서는 정씨와 관련한 자세한 사항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연예인인 이영애와 달리 남편은 일반인이기 때문”에 이를 배려한 것. 두 사람의 결혼식은 미국 하와이에서도 부촌으로 알려진 카할라 지역 호텔에서 비공개로 진행됐다. 이곳은 노태우 전 대통령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각국 유명 정치인과 스타들이 다녀간 호화 호텔. 그만큼 경호 차원에서도 안전이 담보된 곳이다.
결혼식은 바다가 보이는 야외 식장에서 양가 친인척 16명만 초대한 가운데 조용하게 치러졌다. 결혼식을 목격한 이들에 따르면 두 사람은 무척 행복해 보였다고 한다. 호화 결혼식일 것이라 지레짐작하는 이도 있었지만 정씨는 ‘일간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부대비용까지 합해 결혼비용은 모두 1만 달러(약 1천2백만원)도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주례는 정씨가 미국에서 대학을 다닐 때부터 알고 지내던 목사가 맡았다. 정씨의 말에 따르면 “부모 다음으로 나를 가장 잘 알고 있는 분”이라고 한다. 이영애도 일찌감치 인사를 해 안면이 있다고. 본지가 단독 입수한 주례사는 두 사람을 잘 아는 사람이 작성한 만큼 세심한 배려가 느껴졌다. 그는 “이 세상에는 아름다운 가정을 파괴하려는 ‘소리’가 많다. 특히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는 두 사람은 고통을 당할 수 있으니 오르페우스와 같은 ‘강함’을 갖고 견고한 사랑을 간직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남편 정씨, 이영애의 검소하고 변함없는 모습에 끌려 결혼 결심
두 사람이 처음 만난 때는 이영애가 90년대 마몽드 CF 모델에 발탁됐을 무렵이다. 당시 이영애는 ‘산소 같은 여자’라는 광고 카피만큼이나 신선한 이미지로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었다. 정씨는 미국에서 돌아와 자신의 사업을 확장하던 때였다.
두 사람은 광고기획사를 운영하던 정씨의 지인이 마련한 자리에서 알게 됐다. 정씨는 이영애에게 연예계 생활에 대해 물었고, 이영애는 듬직한 정씨를 큰오빠처럼 생각하게 됐다고 한다. 이후 정씨는 사업에 몰두해 점점 규모를 확장해갔고, 이영애도 영화·드라마를 오가며 연기자로서 큰 성공을 거뒀다.
간간이 만남을 유지하던 두 사람이 가까워지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2000년 중반, 정씨의 사업에 어려움이 닥치면서였다고. 두 사람은 사업가로 유명인으로, 타인에게 드러낼 수 없는 속내를 공유하면서 두터운 신뢰를 쌓았다.
외동딸을 시집보낸 후 이영애 아버지의 표정이 밝아 보였다.
정씨는 이영애의 사진이 담긴 열쇠고리를 늘 지니고 다녔다고 한다. 손때 묻은 열쇠고리에는 데뷔 초 이영애의 사진 두 장이 앞뒤로 넣어져 있었다고. 그의 이영애를 향한 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정씨는 또 중국의 소학교에 기부를 하고 각종 봉사에 헌신하는 이영애의 모습을 보며 마음 씀씀이에 감탄하곤 했다고 한다.
두 사람의 데이트도 소박하기 이를 데 없었다. 이영애와 정씨는 비오는 날 청와대 앞길을 자주 걸었다고 한다. 세간의 눈을 피할 수 있는 호젓한 곳에서 둘만의 사랑을 키운 것이다.
정씨는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이영애와 결혼을 결심하게 된 것은 “한결같이 수수하고 검소한 모습에 반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일부 연예인은 자신이 모델로 출연한 제품을 협찬해달라고도 한다는데 자신이 출연한 CF 제품까지 돈주고 사는 영애씨의 모습을 보며 참 반듯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부모님과 지금도 오래된 집에 사는 등 검소함이 몸에 배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영애 역시 9월15일, 결혼 후 처음으로 가진 기자회견에서 정씨에 대해 “사랑 이상의 깊은 감정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사람은 누구나 장·단점이 있지만 남편은 내게 있어 가장 믿음직한 분이다. 결혼하게 돼서 행복하다”고 말하며 미소 지었다.
결혼은 오래전부터 준비해왔다고 한다. 이영애가 영화 ‘친절한 금자씨’ 촬영을 마친 후 차기작 시나리오를 고사하며 결혼하기 가장 좋은 시기를 찾았다고. 정씨는 지인에게 “오랜 세월 나만을 변함없이 바라봐준 이영애에게 무한한 사랑을 느낀다”며 “앞으로 평생 잘해줘야 할 사람”이라는 자신의 심정을 밝혔다고 한다.
현재 한양대 연극영화과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이영애는 9월 셋째 주 수업부터 참석하고 있다. 첫 수업을 마치고 나온 그는 “처음이라 무난하게 흘러간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는 “가정이 생겼으니 당분간 가정에 충실하겠다. 학업도 열심히 하면서 좋은 작품이 들어오면 병행할 생각이다”며 앞으로의 계획을 말했다.
“내겐 세상에서 가장 믿음직한 분이에요”
이날 이영애는 정씨에 대한 호칭도 공개했다. 그는 “여보, 당신, 오빠 다 쓴다”며 부끄러운 듯 웃음 지었다. 2세 계획에 대해서는 “나이가 있기 때문에 생기면…”이라며 쑥스러운 듯 말끝을 흐렸다. 부모에 대해서는 “결혼 소식을 알렸을 때 두 분 다 연로하셔서 매우 좋아하셨다”고 말했다.
하와이에서 딸의 결혼식을 치르고 돌아온 그의 아버지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딸이 짝을 찾아 기분 좋다”고 말했다. 그는 2남1녀 중 막내인 이영애의 결혼을 치른 후라 매우 평온한 모습이었다. 사위에 대해서는 “딸한테는 물론이고 가족 모두에게 잘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귀국한 뒤 곧장 친정에 들렀던 이영애는 이후 신혼집으로 거처를 옮겼다고 한다. 그의 아버지는 “두 사람 모두 적지 않은 나이니만큼 알아서 잘 살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딸의 한국에서의 향후 일정에 대해서는 “딸이 공부 욕심이 있어 계속 학업을 이을 것 같다. 이제 남편이 있으니 둘이 상의해서 결정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결혼식 직후 대학원 개강 일자에 맞춰 귀국했을 만큼 학업에 열의를 보인 이영애는 한 학기 동안 한국에서 수업을 들을 계획이다. 이후 그는 남편의 생활기반이 있는 미국으로 가 한양대와 학점교류가 되는 대학에서 학업을 이어갈 생각도 있다고 한다. 두 사람은 향후 이영애의 미래에 관해서도 여러 각도로 고민 중이라고 한다. 정씨는 이영애의 의사를 존중할 생각인데 현재로선 연기를 계속하는 것보다는 공부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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