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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살벌 매력녀 박예진 무한 변신

글 김수정 기자 | 사진 이기욱 기자, 지앤지프로덕션 제공

입력 2009.03.23 14:54:00

맨손으로 닭 잡는 박예진도 두려워하는 것이 있다? SBS 오락 프로그램 ‘패밀리가 떴다’에서 털털한 매력으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그가 이번엔 냉정하고 도도한 뉴스 앵커가 됐다. 마이크 앞에서 긴장한 그의 모습은 사뭇 낯설다.
달콤살벌 매력녀 박예진 무한 변신


웃을 때 ‘크흐응~’ 하고 콧소리를 내는 박예진(28)은 잠시 잊어야 할 것 같다. 몸뻬·파자마 패션과 ‘쌩얼’도 안녕이다. 지난 2월 초 뉴스 스튜디오에 들어선 그의 옷차림은 반듯하고 단아했다. 목소리는 차분했고 표정은 날카로웠으며 걸음걸이는 정확했다. 빈틈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컷’ 소리가 나자 박예진은 예의 밝고 천진난만한 미소를 짓는다. ‘패밀리가 떴다’(이하 ‘패떴’)에서 보이는 모습 그대로다.
“재미있어요. 신기하고요. 뉴스 리딩을 제대로 하고 싶어서 한 달 전부터 한 앵커의 뉴스 리딩을 녹음해 반복해서 듣고 따라 했어요. 처음에는 그냥 또박또박 뉴스만 읽으면 되는 줄 알았는데 뉴스의 내용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어야 자연스럽게 할 수 있더라고요. 어딘가 어설프고 허술한 건 제 실제 모습의 일부분일 뿐, 연기할 때만큼은 절대 그런 걸 용납하지 않아요. 아나운서가 갖춰야 할 시선과 자세 등 모든 점을 익히려고 노력하고요.”
똑 부러진 말투가 인상적이라고 하자 그는 그제야 마음을 놓는 듯했다. 드라마 ‘미워도 다시 한번’에서 아나운서 최윤희 역을 맡고 있는 그는 “‘패떴’의 코믹하고 엉뚱한 이미지가 캐릭터에 묻어날까봐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윤희는 야망이 큰 여자예요. 한국의 힐러리가 되고 싶어 하죠. 일류대학을 수석으로 입학·졸업해 기자가 됐고, 메인뉴스 앵커로 인정받아요. 정계 진출을 준비하는 윤희에게 사람들은 ‘이제 그만 해도 되지 않냐’고 말하지만 윤희는 ‘꼭대기라면 곧 내려가야 한다는 뜻 아니냐. 나는 이제 막 올랐다’고 대답해요. 자신의 위치에 안주하지 않는 모습이 매력적으로 느껴져요.”

“연기자로서 더 많은 기회 얻기 위해 ‘패떴’ 출연, 앞으로도 숨겨진 매력 보여줄 거예요”


그는 “‘패떴’에서의 모습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지금의 모습을 불편하게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그에게도 이 점이 가장 큰 고민이다.
“‘패떴’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지만 연기에 대한 갈증이 나날이 커지더군요. 하지만 쉽게 작품을 선택할 수 없었죠. ‘패떴’ 이미지를 기대하는 작품이나 역할이 들어오면 모두 거절했어요. 그와 상반된 모습으로 변신해서 ‘박예진에게 저런 모습도 있었구나’ 하고 놀라게 하고 싶었거든요.”
그러던 중 지난해 말 김종창 PD에게 캐스팅 제의를 받았고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출연을 결정했다. 고민을 오래 끌어안고 있지 않는 성격 때문이기도 하지만 최명길·전인화·박상원 등 중견 탤런트와 호흡을 맞춘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던 것이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듯한 기분이었어요. 감독님이 연출했던 ‘애정의 조건’ ‘장밋빛 인생’ 등을 재미있게 본데다 감독님과 호흡을 맞춰본 적이 있는 (조)여정언니가 무조건 하라고 했어요. 저 혼자 드라마를 이끈다면 부담감이 심했을 텐데 연기파 선배들이 많아 마음이 든든하더라고요. ‘미워도 다시 한번’이라는 제목을 듣고 올드하다는 느낌보다는 ‘전통을 잇고 있다’ 같은 긍정적인 느낌을 받았고요.”
‘패떴’ 식구들도 그의 드라마 출연을 반겼다고 한다. 그는 “(이)효리언니가 가장 먼저 잘하라고 축하해줬다. 평소 언니에게 의지하고 배우는 부분이 많다. 알게 모르게 경쟁하지 않냐고 묻는 사람이 있는데, 경쟁은커녕 자매처럼 지낸다”고 말했다.

드라마에 캐스팅되자마자 그는 김주하 앵커를 롤 모델로 삼았다. 김주하 앵커의 자서전 ‘안녕하십니까 김주하입니다’와 ‘여자라면 힐러리처럼’도 손에서 놓지 않았다. 하지만 욕심이 앞서서였을까. 첫 촬영부터 순조롭지 않았다고. 대기업 회장 역을 맡은 최명길과 기싸움을 벌이는 장면이었는데, 긴장과 설렘이 교차해 외웠던 대사를 모조리 잊은 것이다. 게다가 감기에 걸려 목소리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멍해지더라고요. 그런 저를 보채지 않고 기다려줘서 감사했어요. 박상원선배님은 촬영장의 분위기 메이커예요. 전인화선배님은 소녀 같고 최명길선배님은 소탈한 성품을 지녔어요. 세 분 모두 저를 딸처럼 챙겨주시죠. 뉴스 진행 장면은 할 수 없이 며칠 뒤 더빙을 했는데, 아쉬움으로 남아요.”
그는 당분간 ‘패떴’과 ‘미워도 다시 한번’ 촬영을 병행할 생각이다. 드라마 촬영 틈틈이 지방에 내려가야 하는 일이 부담스러울 법도 한데, ‘패떴’을 시작할 때 “코미디언처럼 웃기지는 않지만 농사일이든 게임이든 열심히 참여하겠다”고 스스로에게 약속한 것을 아직 잊지 않고 있다고. 다른 사람들보다 먼저 맨손으로 닭을 잡고 살아 있는 메기 머리를 돌로 쳐서 기절시킨 것도 이 약속 때문이었다.
“사람들이 그런 저를 ‘달콤살벌 예진아씨’라고 부르더라고요. 좀 과격했나요? 엄마들이 매일 하는 일인 걸요…(웃음). 장녀 기질이 있는 것 같아요. 생활력이 강한 편이죠. 사람들이 그렇게 물고기를 못 만지는 줄 몰랐어요. 저는 동물을 워낙 좋아하는데다 어릴 때 아버지를 따라 낚시터에 자주 다녀서 그런지 거부감이 안 들더라고요.”



달콤살벌 매력녀 박예진 무한 변신

어떤 역할이든 최선 다해, 결혼한 뒤에도 연기 계속할 생각
사람들은 그의 이런 솔직하고 거침없는 모습을 좋아한다. 그는 “내숭 떨거나 빈말하는 걸 싫어한다. 만일 ‘패떴’이 스튜디오 촬영이었다면 출연하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예능 프로그램에 나간 건 연기자로서 더 많은 기회를 얻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배우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자기 모습을 보이는 걸 좋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출연해야 한다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일 수 있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나가자고 마음먹었어요. 처음엔 도살장에 끌려온 소 같더라고요. 지금은 가족처럼 편안해졌지만요. 제 안에는 여러 가지 모습이 있어요. ‘패떴’의 엉뚱한 모습이나 ‘미워도 다시 한번’의 도도한 모습 모두 제 안에 있죠. 할 말은 참지 않고 하는 스타일이에요. 혈액형이 B형인데, 한때 제 별명이 ‘사포 같은 여자’였어요. 뒤끝 없고 발랄하지만 까칠하기도 하거든요.”
그는 “윤희처럼 야심이 크진 않지만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다면 모든 열정을 쏟아낸다는 점이 비슷하다”고 말했다. 초등학생 때부터 연기자를 꿈꿨던 그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연예계에 데뷔했고 지난 99년 5백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여고괴담2’ 주인공에 캐스팅됐다. 이후 ‘발리에서 생긴 일’ ‘작은 아씨들’ ‘대조영’ 등에 출연하며 이름을 알렸다. 흥행이 안돼도 연기력을 인정받은 것도 있고, 시청률이 잘 나왔지만 만족스럽지 못한 작품도 있었다. 비슷한 시기에 데뷔한 친구 중 스타가 된 사람도 있지만 그는 조급해하지 않았다.
“배우로서 큰 인기를 끌진 못했지만 슬럼프를 겪은 적은 없어요. 설령 하고 싶지 않은 배역이라도 맡기로 한 뒤에는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부었거든요. 배우만큼 성실하지 않았을 때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직업도 없는 것 같아요. 지각하거나 연기에 몰입하지 않으면 동료배우와 스태프는 물론, 시청자에게도 피해를 주잖아요. 열심히 살다 보면 배우로서도 성숙해지고 여자로서도 행복해지지 않을까 생각해요.”
극중 재벌2세와 결혼하는 부분에 대해 그는 “백마 탄 왕자를 동경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이상형은 마음이 따뜻한 남자. 단 백이면 백 사람에게 친절한 사람이 아닌 자신에게만 잘하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예전에는 첫 느낌이 좋은 남자에게 끌렸는데 지금은 친구같이 편안한 사람이 좋아요. 기왕이면 저와 비슷한 환경에서 자란 사람이면 좋겠어요. 관심사가 비슷하면 더 좋고요. 결혼이요? (웃음) 아직 남자친구가 없고 부모님도 시집가라는 소리를 안 하세요. 때가 되면 결혼을 하겠지만 연기는 계속할 생각이에요.”
박예진은 ‘좋아하는 일에는 열정을 가지고 하자’는 좌우명을 갖고 있다. 목표는 연기자로 인정받은 뒤 스타가 되는 것. 그러나 “욕심 부릴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기대를 하면 실망도 크기 때문에 쉽게 기대하거나 만족하지 않아요. 1,2년 연기하고 끝낼 것이 아니기에 ‘언젠가는 좋아지겠지’ 하고 긍정적으로 바라보죠. ‘미워도 다시 한번’을 통해 배우로서 많이 성장할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 ‘달콤살벌 예진아씨’라는 별명처럼 앞으로 양면을 보여줄 수 있는 연기자가 되도록 노력할 거예요.”

여성동아 2009년 3월 54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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