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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性 경험 다룬 연극 주연 최정윤 솔직 인터뷰

30대 미혼 여배우로서 과감한 소재 연극 도전한 이유…”

글 김수정 기자 | 사진 지호영 기자

입력 2009.03.20 18:15:00

첫 성경험은 누구에게나 특별하고, 누군가의 성경험을 듣는 건 무엇보다 짜릿하다. 그것이 로맨틱하든 불쾌하든, 혹은 아쉽든 두렵든. 연극 ‘마이퍼스트타임’ 여주인공 최정윤은 ‘처음은 그저 처음일 뿐인데’라는 대사로 이 모든 느낌을 표현한다.
첫     性       경험 다룬 연극 주연 최정윤 솔직 인터뷰



-당신의 첫 성경험 상대 이름은 무엇입니까?
“A씨, 홍길동, 최군, 김○○, 기억 안 남, 아직 없음, 옆 사람…”
-언제, 어디서 했습니까?
“대학 신입오리엔테이션 때 MT(모텔), 군대 가기 전 차 안, 고등학교 1학년 때 여자친구 집에서, 어제 그의 침실…”
-그 혹은 그녀에게 하고 싶은 말은?
“내 생애 최고의 순간이었어, 쓰레기 같은 자식!, 오늘밤 어때? 꼭 한번 만나고 싶다…”


공연 시작 전 관객에게 설문지를 나눠주고 작성하라더니 이렇게 공연 중 ‘까발리려고’ 한 거였다. ‘마이퍼스트타임’은 첫 성경험을 소재로 한 연극이다. 한 해외 사이트에 올라온 성인남녀의 성경험담을 옴니버스식으로 엮었는데, 그중에는 배꼽 잡는 에피소드도 있고 눈물 없이 읽을 수 없는 가슴 찡한 스토리도 있다.
지난 1월부터 막이 올라 국내에서 초연되고 있는 이 연극의 여주인공은 최정윤(32). 그는 동성친구와의 첫 성경험, 교회에서 만난 오빠와의 잠자리 등을 능청스럽게 연기한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몸을 노트북으로 아슬아슬하게 가린 채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저의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라고 말하는 공연 포스터도 눈길을 끈다.
“옷을 벗은 건 숨김없이 드러낸다는 의미예요. 성 이야기를 한다고 해서 무조건 야하다, 선정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어요. 누구에게나 첫 성경험이 있잖아요. 아직 경험하지 못했다면 언젠가는 할 거고요. 경험한 사람에게는 그것을 추억하도록, 경험하지 못한 사람에게는 그것을 제대로 준비하라고 충고하는 연극이라고 생각해요.”

보수적인 부모 때문에 출연 망설이기도
노출은 없다. 하지만 그는 처음 출연 제의를 받았을 때 상당히 고민스러웠다고 한다. 지난 2007년 케이블채널 성인드라마 ‘로맨스헌터’에서 제법 수위 높은 연기를 선보이기도 했지만, 연극에서 공연 도중 배우들의 첫 성경험 상대 이름을 공개하는 부분이 있어 곤란했던 것. 데뷔 13년 만에 처음 도전한 연극인데, 혀를 끌끌 차는 관객이 수두룩한 건 아닐지 두렵기도 했다. 보수적인 부모는 더욱 마음에 걸렸다.
“두 분 다 굉장히 엄하세요. 촬영 때문에 집에 늦게 오거나 술을 마시는 것도 싫어하시죠. 시집 안 간 딸이 남 앞에서 성경험담을 얘기한다… 아마 흔쾌히 허락하는 부모가 거의 없을 거예요. ‘로맨스헌터’를 할 때 엄마 친구가 ‘정윤이 요즘 이상한 거 한다며?’ 하고 물어 부끄러우셨나봐요. 이번에도 마찬가지고요. 엄마가 공연 보러 온다기에 ‘절대 안돼, 이건 못 보는 거예요’라고 잘라 말했어요.”
보수적인 부모 밑에서 자란 그 역시도 몇몇 장면에서는 거부감이 들었다고 한다. 오르가슴, 섹스, 콘돔 같은 단어를 스스럼없이 말하기까지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말하는 최정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이퍼스트타임’을 포기하지 않은 이유는 뭘까.
“‘로맨스헌터’를 한 것도, 이 연극을 출연한 것도 조금이나마 마음의 벽을 허물기 위해서예요. 하고 싶은 거 다 하지 못하고, 갖고 싶은 거 다 갖지 못하는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고 싶어서랄까요. 보통 ‘섹스 했다’고 안 하고 ‘잤다’고 돌려 표현하잖아요. 이 작품에서는 직설적인 단어를 써요. 처음 연습하던 날 어찌나 민망하던지…. 지금은 자연스러워졌어요.”

첫     性       경험 다룬 연극 주연 최정윤 솔직 인터뷰

그가 극중 보여주는 에피소드는 유독 강하다.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남동생과의 섹스 장면은 극단적이기까지 하다. 가볍게 성 경험담을 풀어놓던 그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동생을 뺏어간 신에 대한 원망, 신앙에 억눌렸던 성적 호기심 등을 쏟아내지만 그 부분을 공감하는 관객은 많지 않다. 그는 “쏟아지는 따가운 시선 때문에 숨이 멎을 지경”이라고 했다.
“한국 정서로는 이해 가지 않는 부분이죠. 대본을 읽었는데 ‘이건 못 하겠다’ 싶었어요. 언제, 어디서, 어떻게 등 이야기의 포인트만 뽑았지 그럴 수밖에 없었던 사연의 뒷얘기가 거의 없었거든요. 그대로 연기하기엔 무리다 싶어 해외 사이트에 있는 실제 사연을 프린트하고 해석해 살을 붙였어요. 어리기에 그럴 수 있다, 안타까운 마음에 그럴 수 있다 생각하고 연기하지만 만일 그 상황에 처한다면 그렇게 행동하지 못할 것 같아요.”
한국인의 평균 첫 성경험 나이는 19.8세.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매일 1억2천만 번의 섹스가 이뤄지고, 25명 중 1명이 오늘 섹스를 하거나 할 예정이다. 여성들의 7.5%는 강제에 의해 첫 성경험이 이뤄진다. 그에게 설문지 중 기억에 남는 내용은 없냐고 묻자 “대부분의 여자들이 첫 성경험을 아름답게 기억하기보다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끔찍한 기억으로 생각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열여섯 살에 했다는 사람, 찜질방에서 했다는 사람도 있고, 상대방이 죽었다는 사람, 지금의 아내 혹은 남편이라는 사람도 있어요. 대부분의 첫 성경험은 느닷없이 쑥~ 이뤄지잖아요. 쿨하기도 하고 서글프기도 하죠.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로맨틱하고 예쁘게 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쉬쉬하는 사회분위기 때문에 수치심이 드는 것 같아요. ‘처음은 그저 처음일 뿐인데’라는 제 대사처럼 너무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는 연극을 하면서 성에 대한 단단한 사고방식을 갖게 됐다고 말한다.
“지키고 싶어서 (순결을) 지킨 사람, 어쩌다 보니 지켜진 사람… 옳은 건 없어요. 성관계를 부추기는 건 아니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나타나면 언제라도 마음을 열 수 있는 게 아닐까요. 얼마든지 성관계를 여자가 주도할 수 있고요. 남자들은 대개 성적 쾌감을 높이기 위해 콘돔을 사용하지 않는데, 피임을 원한다면 여자가 당당하게 요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올해 안에 결혼할 생각이에요”
조곤조곤했던 그의 목소리가 점점 커졌다. 새침하고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날 것 같다고 하자 그는 “웬만하면 참고 넘어가는데 정말 용납이 안 되는 일이라면 칼같이 돌아선다”고 말했다. 이야기가 무르익으면서 그의 연애담도 궁금해졌다. 그는 자신의 감정을 숨김없이 드러내는 편. 솔로생활을 한 지 꽤 오래됐다는 그는 “올해 안에 남자친구를 만들어 결혼까지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주변에 친구들이 많아 외로움을 못 느끼는 것 같아요. 백일잔치다, 개업했다 같은 소소한 이유로 친구들끼리 자주 모여 조촐한 파티를 열거든요. 아직까지 짝을 만나지 못한 건 이런 여자들만의 즐거움이 계속됐기 때문일 거예요. 연애는 지겨워요. 빨리 결혼해서 안정된 가정을 꾸리고 싶어요.”
이상형은 키 큰 남자. 자신의 일을 이해해주고 싸우더라도 맥주 한잔이면 기분이 풀리는 사람이면 좋겠다고. 예전에는 ‘집 한 채를 갖고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는데 작은 아파트 전세에서 시작하면 재산을 불려가는 재미가 있을 것 같아 얼마 전 결혼조건에서 뺐다. 그는 이미 자신의 결혼식 때 입을 웨딩드레스도 골라뒀다고 한다.
웨딩사업으로 한동안 작품활동이 뜸했던 그는 연기도 더 열심히 할 생각이다. “이거 아니면 죽는다”는 마음으로 연기를 시작하지 않았고, 한때 배우생활을 포기하고 해외에서 공부를 하려고도 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의 직업을 소중히 여기게 됐다고. 자신을 앞지르는 여배우를 보면 조바심이 생길 법한데, 그는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고 내 길을 걷는다. ‘밥 못 먹어 죽어가는 것도 아니다. 가정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사람도, 무명 연기자도 아니다’라며 마인드컨트롤한다”고 말한다. 그는 앞으로도 다양한 소재 작품에 출연해 자신의 벽을 더 허물고 싶다고 했다. 악한 연기, 공포연기도 도전하고 싶다고.
인터뷰를 마친 뒤 ‘마이퍼스트타임’ 공연 포스터로 래핑된 시내버스를 탔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저의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라는 카피가 눈에 들어온다. 거의 그의 이야기만 들었는데, 다음에는 내 얘기도 들려줄 수 있을 것 같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마이퍼스트타임’ 한국홈페이지(www.myfirsttime.co.kr)에는 많은 사람의 다양한 첫 성경험담이 접수돼 있다. 아름답고 웃기고 때로는 슬픈 이야기들이 실제 연극에서도 소개된다. 그중 몇 가지 사연을 지면에 싣는다. (성별/당시 나이/장소)
여자/ 19/ 서울랜드 야외 정자
남자친구와 서울랜드에 놀러갔다. 날이 어두워졌고 숲 속 정자에 가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대담하게도 그곳에서 첫 성경험을 했다. 지금 생각하면 주위 사람들이 볼까봐 못할 것 같은데, 그땐 불안하면서도 끌렸다. 이후 그와 8년 가까이 연애했다.
여자/ 22/ 캐나다 밴쿠버
캐나다 밴쿠버에서의 유학생활은 외로웠다. 한 아파트에서 혼자 살았는데 어느 날 엘리베이터에서 외국인을 만나 가까워졌고, 그 외국인의 집으로 놀러가 첫 성경험을 했다. 그 이후 그와 마주치는 게 싫어 아파트를 옮겼다.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정말 사랑하는 사람과 하고 싶다.
남자/ 20/ 어느 사창가
대학교 1학년 때 여자친구가 없던 나는 술김에 이성을 찾아 헤맸다. 한 사창가에서 이름도 알지 못하는 한 여성과의 첫 성경험…. 무척 허무했다. 내가 가지고 있던 환상이 무너지는 듯한 기분에 울었던 기억이 난다.
여자 / 18/ 큰 집 내 하숙방
상대는 나보다 다섯 살 위인 색소폰을 불던 음대생이었다. 6개월 동안 펜팔을 하다가 만났고 횡단보도 한가운데서 키스를 했고, 큰엄마에게 동아리 선배라고 거짓말하고 내 방으로 함께 들어갔다. 그 뒤로 우린 3개월을 더 만났다. 아직도 그 언니가 보고 싶다.
여자/ 20/ ‘그 놈’ 자취방
대학교 1학년 때 술에 취했는데, 언뜻 눈을 뜨니 한 동기 자취방에 누워 있었다. 거부했지만 몸을 가눌 힘이 없었다. 당황스러웠다. 그 친구에게 비밀로 해달라고 부탁했고, 그 친구는 미안하다는 문자메시지를 내게 보냈다. 연극 보는 내내 눈물이 앞을 가렸다. 많은 사람이 ‘네가 술을 조절했어야지, 앞가림 잘했어야지’ 그럴 것이다. 내가 그렇게 많이 잘못한 걸까.

여성동아 2009년 3월 54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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