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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 부동산 폭락 여파, 그 끝은 어디인가?

“불황 한파 앞으로 2~3년은 지속된다!”

글 이영래 기자 | 사진 조영철 기자, 동아일보 사진DB파트 || ■ 도움말 이근태(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박재룡(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입력 2009.03.13 16:13:00

미국발 부동산 폭락으로 촉발된 경제 불황이 전 세계를 덮쳤다. 소비는 위축되고, 대규모 해고 물결이 유럽, 일본, 중국 그리고 신흥시장까지 퍼지고 있다. 과연 이 불황의 여파는 어디까지 갈 것인가? 문제의 진원지인 미국시장을 보지 않고는 경제전망의 의미가 무색한 지금, 미국경제의 오늘을 짚어본다.
미국발 부동산 폭락 여파, 그 끝은 어디인가?



지난 2000년 이후 끊임없이 오르기만 하던 미국의 부동산 가격은 2006년을 정점으로 하강 곡선을 그리기 시작, 지난해에만 무려 20%가 넘는 대폭락을 기록했다. 이와 함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 대출)가 부실화되면서 금융위기를 낳았고, 현재 전 세계는 미국발 금융위기 후폭풍으로 불황의 늪에 빠지고 말았다.
올해 상반기 한국경제에 대한 전망은 밝지 않다. 마이너스 성장은 당연한 듯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연말쯤 경기가 회복되리라는 전망조차 힘이 실리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러나 지난 2월, 해석 여하에 따라 반갑게 받아들일 만한 소식들이 속속 날아들었다. 미국의 부동산 거래가 최근 늘어났다는 외신이 화제에 오르더니, 동시에 국내 부동산 시장에도 훈풍이 불며 저가 급매물이 소진됐다는 뉴스가 올라왔다. 때문에 일부에선 부동산 가격이 바닥을 친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과연 부동산 가격은 현재 바닥을 친 것일까? 미국 부동산 시장이 안정된다면 지금의 불황이 걱정했던 것보다는 짧게 끝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국내 양대 민간경제연구소라고 할 수 있는 LG경제연구원과 삼성경제연구소는 현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들어보았다.


1_ 미국 부동산 시장 바닥 쳤나?
미국발 부동산 폭락 여파, 그 끝은 어디인가?

부정 LG경제연구원 이근태 연구위원(이하 LG 이 연구위원)
“2000년 이후에는 부동산 가격에 거품이 껴 있었다고 봅니다. IT 버블 이후 미국 부동산 가격은 2006년까지 급격히 올랐습니다. 평균 소비자 물가상승률 등과 비교해 분석하면 40% 정도 거품이 있는 것으로 보이거든요. 지난해 말까지 25% 정도 거품이 빠진 것이니까 거품이 더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봐야죠.”
그는 10% 내외의 추가 하락 여지가 있다고 밝혔는데, 그의 견해는 미국 내 전문가들과 일치한다. 최근 미국 경제전문지들이 전문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미국 부동산이 15% 이상 추가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대부분이었다.
이 연구위원은 최근 부동산 거래가 갑자기 늘어난 것은 ‘바닥’을 쳤기 때문이 아니라 급하락에 따른 일시적 조정일 뿐이며, 올가을 이후에야 부동산 가격이 바닥에 근접하게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미국발 부동산 폭락 여파, 그 끝은 어디인가?

유보 삼성경제연구소 박재룡 연구위원(이하 삼성 박 연구위원)
“미국 부동산이 추가 하락할 여지는 있지만, 버블이 있는지는 확신할 수 없어요. 이미 부동산 시장도 실수요 시장이 아니에요. 주식처럼 투자상품이 돼 있기 때문에 시장의 흐름에 의해 볼 수 밖에 없어요. 가령 주식시장을 보면, 특정 기업이 좋은 성적을 냈다고 그 회사 주가가 오르지는 않잖아요. 부동산 시장도 시장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에 버블이 있느냐, 바닥이 어디냐는 분석이 지금으로선 유효하지 않아요.”
그는 기본적으로 버블이 측정 가능하다는 것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일단 그도 미국 부동산 하락이 대세라는 점은 인정했지만 지금 이 순간이 바닥일 수 있다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적정 부동산 가격은 도출할 수 있지만, 시장에선 그 가격이 유지되지 않기 때문에 버블인지, 자산 디플레인지 이야기하기 어렵다고.

두 연구위원의 견해가 이처럼 충돌하는 것은 경제를 펀더멘털 위주로 볼 것인지, 시장 중심으로 볼 것인지에 따른 시각 차이 때문. LG 이 연구위원은 “경제성장률 5% 시대에 형성된 가격과 3%대에 형성된 가격은 다를 수밖에 없다. 실업이 늘고 경기가 하락하는데 부동산 가격만 오를 수는 없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 그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가계 부채 규모가 크고 실업이 가속되고 있어 조정기간이 상당히 길어질 수 있다고 한다. 미국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려면 짧아도 1년, 길게 보면 3~4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물론 삼성 박 연구위원도 시장의 흐름이 가격을 주도하는 현상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을 뿐, 펀더멘털 분석의 유효성을 부정하는 입장은 아니다. 특히 국내 부동산 시장에 있어서는 외환위기를 겪었던 97년 이후 실물경기와 부동산 경기가 동행하는 현상이 이어졌기 때문에, 경기 상승과 부동산 가격 반등이 동시에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점쳤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10년간 실물경기와 부동산 경기의 상관지수는 무려 0.8이나 됐다(지수 1이 완전 동행).

미국발 부동산 폭락 여파, 그 끝은 어디인가?

2_ 미국 부동산 시장과 한국 시장이 연동하고 있나?



최근 부동산 가격이 반짝 상승한 현상이 미국과 한국에서 동시에 벌어진 터라 미국 부동산 경기를 보면 한국 부동산의 향후 추이도 예측 가능한 것이 아니냐는 인식도 있다.

단기적으로는 긍정 LG 이 연구위원
“가능성은 있어요. 우리나라 경제가 세계 경제 흐름과 같이 가며, 내수경기도 비슷해지고 있거든요. 가령 미국의 미시간 소비심리지수와 우리 시장 상황이 같이 움직이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죠. 왜 이런 동조현상이 발생하느냐? 현재 전 세계를 흔들고 있는 불황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금융혼란 때문이거든요. 수출시장을 통한 경기 차이는 보통 몇 개월 시차를 두게 되는데, 금융불안은 거의 실시간으로 전달되고 있는 형편입니다.”
동조 가능성에 대해 인정하지만 이는 단기적인 흐름일 뿐, 장기적으로는 서로의 경제구조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서로 다른 길을 가게 될 것이라고 한다.
장기적으로 디커플링(비동조화)될 수 밖에 없는 이유로 그는 일단 미국 부동산 시장과 한국 부동산 시장이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먼저 미국 부동산 시장엔 버블이 있지만, 한국 부동산 시장의 경우엔 버블이 있는지 확실치 않다. 우리나라는 2006년 이후 버블 7(강남·서초·송파·목동·분당·용인·평촌) 지역을 중심으로 가격이 많이 상승했지만, 전국 평균으로는 그 상승폭이 크지 않았기 때문. 둘째,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의 부동산 가격 하락이 뒤늦게 시작됐다는 점도 디커플링의 가능성을 크게 한다. 즉 단기적으로는 몰라도 미국 부동산이 상승하거나 또는 추가 하락한다고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이 같이 움직이리라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부정 삼성 박 연구위원
“장기적인 관점에서 영향을 따져볼 수 있지만, 동조 가능성은 적죠. 미국 주택시장이 안정되고 부동산 가격이 반등하면 미국의 실물경기가 좋아지겠죠. 그 영향으로 글로벌 경제가 호전되면서 우리나라 경제도 호전될 겁니다. 그럼 우리 부동산 가격도 올라가는 구조가 되겠죠. 그 사이에는 시차가 상당하다고 봅니다.”
직간접 영향 때문에 경기 흐름에 반영되겠지만 그것이 국내 시장에서 나름의 사이클을 만드는 데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견해다.

미국발 부동산 폭락 여파, 그 끝은 어디인가?

3_ 경기회복은 언제쯤 될까?

올 연말 이후 LG 이 연구위원
“경기 부양책이 미국과 한국 양쪽에서 쏟아지고 있지만, 급격한 하락을 막을 뿐 경기 흐름을 바꿀 수는 없을 것이고 올 연말 이후에나 흐름이 바뀔 가능성이 있어요.”

올 하반기 이후 삼성 박 연구위원
“지금으로선 경기전망이 별 의미가 없는데 일단은 올 하반기 이후에나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경기가 회복된다고 해도 급락 후 단기간에 급상승하는 V자 흐름은 아니고 하강 국면이 완만하게 지속되다가 상승하는 U자형이 되거나 L자 형으로 갈 거라고 보여요. U자 형으로 올라간다고 해도 그 기울기가 어떻게 될지는 아직 모릅니다.”


미국발 부동산 폭락 여파, 그 끝은 어디인가?

4_ 경기 회복 모멘텀이 될 만한 변수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소비 건전성 회복 지켜볼 뿐 특별히 없음 LG 이 연구위원
“정부정책이나 재정지출의 경우, 그 효과가 나타나는 데는 상당한 기간이 걸리기 때문에 지금 당장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은 적어요. 정부 대책을 보고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소비 건전성이 언제 회복되는가 지켜보는 것이 낫죠.”
재정정책이 됐건 통화정책이 됐건 현재 경기상황상 하락 트렌드를 멈추는 정도면 선방한 것이지, 반전시킬 수는 없다는 것이다.
“재정지출효과는 길게는 2년 후에나 나타나요. 게다가 계획이 만들어진다고 바로 바로 집행되는 게 아니고 절차가 많잖아요.”
물론 정부의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에 대해 반대하지는 않았다. 지금 국내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면 한국이 커다란 위기를 맞을 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인 대책이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나와줘야 한다고.
다만 경기 예측 측면에서 보면 보다 거시적인 흐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 현재 금융위기, 불황은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서 출발했지만, 실제 가장 큰 고통을 겪고 있는 나라가 일본, 대만, 우리나라라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2000년대 이후 이어진 장기 호황의 배경에는 중국이 있어요. 중국이 세계의 굴뚝으로서 저가에 공산품을 공급해줬기에, 선진국 소비가 급격히 늘어났음에도 인플레가 없었던 거죠. 이른바 ‘굴뚝 산업의 부활’이었는데, 우리나라나 일본, 대만 등은 중간재·자본재를 수출하며 호황을 누렸던 거죠. 지금 이 세 나라가 겪고 있는 불황은 선진국 시장의 소비 감소, 중국의 생산 감소로 이어지는 사이클상 어쩔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어요.”

결국 현재 산업구조상 선진국 경제가 살아나 소비가 증가하고, 중국이 다시 고성장 구도로 돌아가야 우리나라 경기도 살아날 것이란 이야기다. 그리고 부동산 가격도 그에 따라 조정될 것이란 것. 그렇다면 중국의 현재 상황은 어떨까?
“원래대로라면 가장 성장률이 많이 떨어져야 하는 나라지만 사회주의 국가라는 속성상 버티고 있는 겁니다. 중국이 독립적으로 8% 성장할 가능성은 사실상 낮고 7% 정도 성장할 것으로 봅니다.”
호재 변수가 없다면 악재 변수는 어떨까? 이 연구위원은 돌발변수의 가능성은 상존하지만 현재 고환율 상황 덕에 국내 기업의 급격한 구조조정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지금은 일단 환율이 높은 게 유리해요. 경제 전반적으로 보면 이게 득이냐, 실이냐는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어찌됐건 고환율 덕에 수출 기업이 생산을 유지하고 있거든요.”
그가 생각하는 적정 환율은 1천1백원 선. 하지만 2월20일 현재 환율은 1천5백원을 넘은 형편이다. 내수시장엔 악영향이 있을 수 있지만, 지금 상황에선 수출까지 무너지면 대책이 없기 때문에 일단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현재 중국이나 일본 등도 자국 통화를 평가절하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에 우리의 고환율 상황을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고. 엔고에 시달리고 있는 일본만 해도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12.7%를 넘은 실정이고, 중국은 위안화 절상 문제로 미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형편이다.

경기부양책 or 금융사고 삼성 이 연구위원
삼성 박 연구위원은 정부 정책과 부실의 노출 등 양면의 위협이 상존하고 있다는 견해다.
“정부 의지가 중요해요. 일단은 경기부양법이 빨리 통과돼야 됩니다. 경기부양 없이 지금 상황에서 반등 모멘텀이 나올 수는 없다고 봅니다. 게다가 리먼브러더스 파산 같은 돌발적인 악재가 다시 출현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거든요. 드러나지 않은 부실이 어디선가 터져나올 수 있으니까요.”
그는 전 세계가 금리를 낮춰 위험을 줄이고는 있지만, 또 다른 대형 사고의 여지는 상존하고 있다며 시장의 흐름이 불안정하다는 견해를 보였다. 게다가 부실기업의 구조조정이나 부도 가능성 등도 돌발 악재로 튀어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살릴 기업은 살리고, 버티지 못할 기업은 정리가 되겠죠. 기업 입장에서도 군살 빼기가 가속될 거고요. 그런 상황이 다 정리가 된 이후에야 시장이 다시 정상화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미국발 부동산 폭락 여파, 그 끝은 어디인가?

미달러 이상 강세, 그 이유는 무엇인가?
최근 미국 달러화가 다시 강세를 보이면서 3월 위기설이 고개를 들고 있다. 1년 이내 만기가 돌아오는 외채 규모가 현재 외환보유고보다 많고, 엔캐리트레이드(이자가 싼 엔화를 빌려 고수익 외화자산에 투자하는 것) 청산으로 대규모 엔화 자금이 우리나라에서 빠져나갈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면서 3월 위기설은 점점 커졌다. 그러나 삼성경제연구소 정영식 수석연구원은 3월 위기설의 근거 자체가 부족하다고 분석했다. 다음은 그와의 1문 1답.

- 유동외채의 규모가 외환보유고보다 많다는 이야기가 있다.
“단기 외채(만기 1년 이하 외채)에 1년 내에 만기가 돌아오는 장기 외채를 더한 유동외채가 2천2백71억 달러인데, 표면적으로 보면 우리나라 외환보유고(1월 말 현재 2천17억 달러)보다 크단 말이죠. 그러니까 돈이 부족한 게 아닌가 하는 건데,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단기 외채에는 조선업체들이 배를 수주하면서 받은 선수금 등이 잡혀 있어요. 그 액수가 무려 7백억 달러 정도인데, 이건 어차피 돈으로 갚을 빚이 아니고 배를 넘겨주면 없어지는 빚이기 때문에 외환보유고는 여유가 있습니다.”

- 그렇다면 최근 환율은 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것인가.
“시중 은행들이 해외에서 달러를 조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 사실이에요. 시중 은행들이 해외에서 빌린 차입금 중 올해 갚아야 할 돈이 4백억 달러 정도인데 이 가운데 1백억 달러 정도를 3월에 갚아야 해요. 외국에서 이 돈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니까 국내 시장에서 달러를 사들이고 있는 겁니다.”

- 시중에 풀려 있는 엔화 자금이 3월에 대거 회수될 것이란 이야기가 있다.
“그것도 근거가 없는 말입니다.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엔화 자금이란 게 전부 다 합쳐야 1백20억~1백30억 달러 정도인데, 그중 3월에 만기를 맞는 액수는 30억 달러 내외예요. 엔캐리트레이드의 청산 속도도 느려지고 있기 때문에 엔화자금 철수로 우리 시장이 위기를 맞이한다는 설은 근거가 없습니다.”

- 정부가 통화 스와프를 활용하면 되지 않는가.
“통화 스와프는 아껴두는 것이겠죠. 경제상황이 불투명하니까 일단 시장에서 해결하도록 놔두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 그렇다면 3월 위기설은 아무 근거가 없는 것인가.
“상상 가능한 최악의 시나리오를 모두 조합하면 현실화될 수도 있어요. 가령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고, 영국이나 동유럽 국가들이 연쇄 국가 부도 사태를 일으킨다면 극도의 혼란 상태가 벌어질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그다지 현실성 있는 가설은 아니겠죠.”

여성동아 2009년 3월 54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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