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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도 금메달리스트, 장미란 선수 부모 인터뷰

“힘들다는 말 한마디 없이 고된 훈련 이겨내는 연습벌레예요”

글·정혜연 기자 / 사진·동아일보 사진 DB파트, 일간스포츠 제공

입력 2008.09.17 18:01:00

베이징올림픽 역도 75kg 이상급에서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한국 여자 역도 사상 첫 금메달을 거머쥔 장미란. 그의 부모 장호철·이현자씨에게 장미란의 어린 시절 이야기와 올림픽 훈련기를 들었다.
역도 금메달리스트, 장미란 선수 부모 인터뷰

“미란이가 금메달을 딴 뒤로 집 전화가 불통이에요. 주변 친지들의 축하전화부터 각종 언론사의 인터뷰 요청까지 쉴 새 없이 전화벨이 울려서 어제 저녁에는 미란이에게 전화가 왔는데도 목소리를 못 알아들을 정도였어요. 누구냐고 물으니까 미란이가 놀라더라고요(웃음).”
지난 8월16일 베이징올림픽 여자 역도 75kg 이상급에 출전해 인상과 용상에서 합계 326kg을 들어올리며 세계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건 장미란 선수(25). 그는 8월24일 올림픽 폐막일까지 베이징에 머물며 편안한 휴식을 즐기고 있지만 아버지 장호철씨(54)와 어머니 이현자씨(50)는 즐거운 비명을 지를 만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래도 기쁘고 감사하기만 해요. 금메달을 땄을 때는 정말 엉엉 울었어요. 남편은 중국에 가서 직접 응원을 했는데 저는 큰 도움을 줄 수 없을 것 같아 한국에 남아 기도만 했거든요. 시합이 있기 5일 전부터 물만 마시며 금식기도를 했죠. 시합 때는 동네 주민들과 함께 모여 응원했는데 미란이가 바벨을 들어올리는 순간마다 얼마나 가슴 졸였는지 몰라요.”
장미란이 베이징에 가기 전부터 ‘금메달 유망주’라는 타이틀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걸 잘 알았기 때문에 이씨는 더 긴장했다고 한다. 아버지 장씨도 “미란이가 힘들다는 얘기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남몰래 걱정하는 딸을 곁에서 지켜보기가 안쓰러웠다”고 말했다.
“중국의 무솽솽 선수가 출전하지 않는다는 소식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미란이가 이미 금메달을 딴 거나 다름없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실력이 출중하니 큰 걱정을 하지는 않았지만 본인은 부담이 된 모양이에요. 그래도 워낙 우직한 성격이라 시합을 앞두고는 이런저런 걱정을 떨쳐버리고 연습에 몰두해 다행이라 생각했죠.”
아버지 장씨는 시합이 있기 전날 밤 장미란이 인상 3차시기에 성공하며 금메달을 확보하는 꿈을 꿨다고 한다. 막 용상에 임하기 전 잠에서 깼는데 평소 꿈을 잘 꾸지 않는 그였기에 느낌이 좋았다고. 이후 다소 마음이 편해졌다고 한다.
키 1백70cm에 몸무게 115kg인 장미란은 이번 올림픽에서 인상 140kg·용상 186kg 등 자신의 몸무게보다 1.5배나 더 나가는 바벨을 무리 없이 들어올려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장씨 부부의 2녀1남 가운데 큰딸인 그의 출생 당시 체중은 5.9kg. 어머니 이씨는 “사경을 헤맨 끝에 출산했는데 허리·골반이 무척 아팠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이후에는 평범하게 자라서 어린 시절에는 특별히 눈에 띄는 체격이 아니었다고 한다. 무용을 곧잘 하고, 피아노도 잘 치는 등 예술 쪽에 재능이 많았다고. 성적도 반에서 상위권을 유지해 선생님이 되는 것이 꿈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초등학교 5학년 무렵부터 식욕이 늘고 체격이 커지기 시작했다.
“원래 잘 먹고 건강했지만 그 무렵 갑자기 먹성이 더 좋아지더라고요. 처음에는 다른 집 아이들처럼 곱고 예쁘게 자라길 바라는 마음에 밥을 조금씩만 줬는데 양이 차지 않으니까 밥을 다 먹고 나서도 자리를 뜨지 않는 거예요. 한 2년 동안은 적게 먹으라고 야단도 치고 어떻게든 식사량을 줄여보려 했는데 결국 제가 포기했어요. 아이에게 먹는 걸로 스트레스를 주느니 차라리 마음 편하게 먹으라고 하는 게 서로에게 좋겠다고 생각했죠.”

역도 금메달리스트, 장미란 선수 부모 인터뷰

어린 시절 장미란은 무용을 곧잘 하고 학교 성적도 좋은 평범한 여자아이였다고 한다.


체격은 커졌지만 둔하지는 않아서 장미란은 학교 체육시간에 거의 모든 종목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아왔다고 한다. 그런 딸의 재능을 눈여겨본 아버지는 장미란에게 운동을 권하기로 마음먹었다. 젊은 시절 역도를 배운 장씨는 사업을 시작한 뒤로도 원주시 역도단 창단 때 전무이사를 맡을 정도로 역도와 인연이 깊었다.
“미란이를 비롯해 둘째 미령이와 셋째 유성이 모두 어릴 때부터 운동신경이 남달랐어요. 특히 미란이는 체격이 좋고 근육도 발달돼 역도를 시키면 잘할 것 같았죠. 그런데 미란이가 ‘여자가 무슨 역도냐’며 안 하겠다는 거예요. 공부를 하고 싶다기에 ‘강원도 최고 명문 고등학교에 들어가면 공부시켜주겠다’고 제안했어요. 그 정도로 자신이 있는 건 아니었는지 며칠을 진지하게 고민하고는 결국 ‘한번 해보겠다’고 하더군요.”

“이제는 좋은 사람 만나 행복한 가정 이루면 좋겠어요”
역도를 처음 시작했을 때 장미란은 도망을 가기도 하고 훈련을 빠지는 날도 있었다고 한다. 이씨는 “사실 미란이는 고등학교 때 국내 대회에서 상을 휩쓸며 인정을 받기 전까지 여자가 역도를 한다는 걸 창피해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에 국가대표로 출전하게 되자 “한번 시작한 이상 남보다 더 잘하고 싶다”고 말하며 심기일전했다고 한다. 장미란은 그해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을 따며 세계무대에 이름을 알렸다.
역도 금메달리스트, 장미란 선수 부모 인터뷰

“그때부터는 정말 열심히 훈련에 매달렸어요. 2년 뒤 열린 아테네올림픽에서 아쉽게 금메달을 놓친 뒤엔 곧바로 베이징올림픽 준비를 시작할 정도였죠.”
하루도 빠지지 않고 성실히 훈련하는 딸의 모습이 안쓰러웠던 이씨는 장미란에게 “엄마가 하루 쉬게 해달라고 부탁해볼까”라고 말을 건넸다가 “절대로 그런 소리 하지 말라”는 대답을 들었다고 한다.
“미란이가 단체생활할 때 혼자 특혜받는 걸 싫어해요. 메달을 따고부터는 더 그랬죠. 잘할수록 더 성실히 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한 달에 한 번 외박 나올 때만 집에서 마음 놓고 쉴 수 있도록 배려를 했죠.”
그는 장미란이 “첫째라 그런지 늘 부모를 먼저 생각하는 효녀”라고 자랑했다. 올림픽 준비기간에 몸무게가 줄까봐 역도연맹에서는 시간이 날 때마다 그를 좋은 음식점에 데려가 마음껏 먹게 했는데 그럴 때면 꼭 집에 전화해 “다음에 아빠, 엄마를 모시고 와 함께 먹고 싶다”는 말을 했다고.
“이제 미란이가 세계 정상의 자리에 섰으니 자신이 존경할 만한 좋은 남자를 만나 가정을 꾸리면 좋겠어요. 우리 가족 모두 자연스레 그렇게 되리라 믿고 있고요. 우선은 올림픽 준비하느라 오래도록 못 본 미란이를 봐야 할 것 같네요(웃음). 한국에 들어오면 또 바빠지기 전에 그간에 있었던 이야기를 들으며 오붓한 시간을 갖고 싶어요.”

여성동아 2008년 9월 53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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