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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엄마

딸에게 전하는 인생지침 책으로 펴낸 ‘별이 엄마’ 허수경

글·김유림 기자 / 사진·지호영 기자, 동아일보 출판사진팀

입력 2008.08.22 14:24:00

지난해 12월 그토록 소망하던 아이를 낳아 ‘엄마’가 된 허수경. 그가 지난날의 아픔을 치유하고 다시 일어서기까지의 과정과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딸 별이에게 전하는 사랑의 편지를 담아 에세이를 펴냈다. 그에게 책을 낸 사연과 딸 별이 얘기를 들었다.
딸에게 전하는 인생지침 책으로 펴낸 ‘별이 엄마’ 허수경

두 번의 결혼과 이혼, 두 번의 자궁외 임신 등으로 누구보다 힘든 인생을 살아온 허수경(41)이 조심스레 자신의 이야기를 한 권의 책 속에 풀어놓았다. 지난 7월 말 에세이집 ‘빛나라, 세상이 어두울수록’을 펴낸 것. 이 책은 두 번째 이혼 얘기로 시작해 딸 별이에게 보내는 열두 번째 편지로 끝을 맺는다.
지난해 12월31일 시험관아기 시술을 통해 그토록 소망하던 ‘엄마’가 되는 기적을 이룬 허수경. 그는 그동안 자신이 어떤 모습을 보이든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봐준 고마운 사람들과 사랑하는 딸 별이에게 답장을 띄우는 심정으로 글을 썼다고 한다.
“처음 출판사로부터 책을 내자는 제안을 받았을 때 많이 망설였어요. 개인적인 선택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것도 죄송스러운데 책까지 낸다는 게 두려웠거든요. 하지만 하루하루 쌓여가는 일기장을 보면서 그 안에서 터득한 저만의 인생지침을 별이에게 선물해주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어요. 인생의 고통을 먼저 경험한 엄마로서 아이가 훗날 저와 똑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를, 혹시 감당하기 힘든 절망에 빠지더라도 씩씩하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지혜를 알려주고 싶었거든요. 더불어 가슴에 깊은 상처를 품고 주저앉아 계신 분이 있다면 제 글을 통해 조금이나마 위안을 얻으시면 좋겠어요.”

“별이는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 활달한 아이지만 키우는 게 하나도 힘들지 않아요”
그는 이번 책을 쓰기로 결심하고 한 달 만에 원고지 8백장 분량을 채웠다고 한다. 매일 밤 12시부터 새벽 3시까지, 아이가 한 번도 깨지 않고 곤히 잠드는 시간을 이용해 한 줄 한 줄 글을 써나간 것. 소파 위에 노트북 컴퓨터를 올리고 옆에는 별이를 누인 채 자판을 두드린 그는 가끔 글이 잘 써지지 않을 때면 잠자고 있는 아이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면서 생각을 정리했다고 한다.
“별이가 자라 이 책을 읽을 걸 생각하면 가슴이 벅차올라요. 책이 서점에 배포되기 전 출판사에서 먼저 몇 권을 집으로 보내줬는데 별이가 어떻게 알고는 기어와서 책을 집더라고요. 제 책의 첫 주인이 별이가 됐다는 사실이 무척 기뻤죠(웃음). 아이가 침으로 범벅해놓은 책은 따로 잘 모셔뒀어요. 별이가 중학교 입학할 때 선물로 줄 생각이에요.”
책 제목은 그가 직접 지은 것이라고 한다. 어느 날 아이를 안고 “자장자장 우리 별이, 자장자장 예쁜 별이, 자장자장 반짝 별이…” 하면서 자장가를 불러주다가 ‘반짝 별이’라는 문구가 마음에 와 닿더라는 것. 순간 그는 아이가 밤하늘이 어두울수록 더욱 빛나 보이는 별처럼 자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아 제목을 정했다고 한다.
생후 8개월에 접어든 별이는 요즘 온 집안을 기어다니며 손에 잡히는 것은 무조건 입으로 가져간다고 한다. 옹알이도 시작해 때로는 ‘엄마’ 하고 분명한 발음으로 그를 부르는 것 같다고. 그는 “별이가 나날이 힘이 세져서 안고 있기 버거울 때도 있다”며 환하게 웃었다.
딸에게 전하는 인생지침 책으로 펴낸 ‘별이 엄마’ 허수경

“별이는 얼마나 활동적인지 자다가 침대에서 두 번이나 떨어졌어요(웃음). 제 침대와 아이 침대를 붙여 놓았는데도 어떻게 침대를 밀었는지 침대와 침대 사이로 떨어졌더라고요. 그다음부터 아예 잠자리를 거실로 옮겼어요. 그랬더니 이번에는 모기장 밖으로 기어나가 자기 ‘똥기저귀’를 가지고 놀고, 거실 끝까지 기어가 낑낑대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은 자기 전에 쿠션으로 모기장을 뺑 둘러가며 막아놓아요(웃음).”
그는 오후 6시, 자신이 진행하는 SBS 라디오 ‘김승현·허수경 라디오가 좋다’를 마치면 곧장 집으로 향한다. 밖에서 저녁약속을 잡지 않은 지도 8개월째. 대신 집으로 지인들을 부른다는 그는 “밥은 못해줘도 차는 얼마든지 줄 수 있으니 집으로 오라고 한다”며 웃었다.

딸에게 전하는 인생지침 책으로 펴낸 ‘별이 엄마’ 허수경

출산 후 3주 만에 라디오에 복귀한 그는 현재 친한 친구의 친정엄마에게 별이를 맡기고 있다. 그가 밤새 아이를 보느라 오전에 잠에 취해 있으면 조용히 별이를 안고 까치발로 다니며 그를 돕는 고마운 분이라고 한다. 그는 “별이 ‘작은할머니’ 덕분에 아이 키우는 게 힘들지 않다”고 말했다.
저녁 7시쯤 ‘작은할머니’가 퇴근하고 난 뒤에는 오로지 그와 별이만의 시간이라고 한다. 별이가 한숨 자고 일어나면 얼른 목욕을 시킨 뒤 한참을 놀아준다고. 그러다 밤 12시쯤 별이의 잠투정이 시작되면 아이에게 젖을 물린 채 그도 자연스레 꿈나라로 간다고 한다. 불과 1년 전 홀로 어두운 밤을 지새워야 했던 날들에 비하면 지금은 인생에서 두 번 다시 경험해보지 못할 행복을 만끽하고 있다. 그는 “요즘 내 마음을 돋보기로 들여다본다면 예쁜 꽃과 나비, 솜사탕 같은 흰 구름만 가득할 것 같다”고 말했다.
“별이를 낳기 전 아이 키우는 게 힘들다고 투정하는 친구들을 보면 ‘나라면 저러지 않을 텐데’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리고 아이를 키우면서 1분 1초가 아까울 정도로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소중하다고 생각해요.”

“아이가 생긴 뒤로는 1분 1초가 아까울 정도로 행복해요”
‘별이엄마’로 사는 요즘 그에게는 감사한 일뿐이라고 한다. 아이의 앞날을 축복해주는 사람들 덕분에 많은 용기를 얻는다고. 아이가 태어난 뒤 방송국으로 날아드는 편지와 선물을 받아보면서 그는 날마다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방송을 통해 싱글맘을 선언한 뒤 예상치 못한 일들이 벌어졌어요. 그동안 숨죽이고 살던 많은 싱글맘들이 라디오로 사연을 보내 제게 큰 용기를 주셨거든요. 두 번째 이혼 후 인생의 실패자라고 생각했던 저를 다시 지금의 자리로 이끌어준 것도 청취자분들이고요. 그분들의 은혜에 보답하는 길은 앞으로 인간 허수경으로, 별이엄마로 열심히 사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좋은 시절 함께 기뻐해주신 분들도 감사하지만, 그보다 제가 가장 힘들었던 시절 제 편이 돼주신 분들에게 더욱 각별한 애정이 생겨요. 제가 라디오를 떠나지 못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죠.”
요즘 그의 눈에는 아이용품밖에 들어오지 않는다고 한다. 인터넷을 하다가도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으면 결국 주문버튼을 클릭한다고. 그는 “이런 게 딸 가진 엄마들의 즐거움이자 고통”이라며 웃었다.
앞으로 그는 같은 여자로서 별이와 많은 것을 공유하고 싶다고 말한다. 하지만 아이를 여성스러움이란 틀에 가둬 키우고 싶지는 않다고 한다. 아이가 분홍색보다 파란색을 좋아하면 파란색 옷을 입힐 것이고, 발레보다 축구를 좋아하면 축구를 시키겠다는 것. 그 반대의 경우라 해도 마찬가지라는 그는 “전통적인 기준으로 아이를 억압하지 않을 것이며 아이가 어떤 삶을 살든 아이를 응원할 마음의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얼마 전 친구가 ‘나중에 우리 아들이 피어싱한다고 하면 어떡하니?’ 하고 걱정하기에, ‘쓸데없는 걱정하지 말라’고 핀잔을 줬어요. 진짜 걱정거리는 아이가 피어싱을 하는 게 아니라 무언가로부터 실패를 맛봤을 때 꿋꿋하게 일어서지 못하고 인생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정색하면서 이런 얘기를 했더니 그 친구가 ‘나중에 별이가 컸을 때 두고 보자’며 코웃음치더라고요(웃음).”

딸에게 전하는 인생지침 책으로 펴낸 ‘별이 엄마’ 허수경

그는 아이가 자연과 더불어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다고 한다. 자신이 두 번째 이혼 후 힘들었던 시절 제주도에서 부모와 함께 감귤 농사를 지으며 위로받았듯 아이도 자연의 섭리를 깨닫고 그 안에서 인생의 진리를 배우길 바란다고. 그는 아이가 태어난 지 4개월 됐을 무렵 제주도로 첫 여행을 떠났다. 눈이 빠지도록 손녀를 기다리는 부모를 위해서이기도 했지만 아이에게 제주의 푸른 바다와 시원한 공기, 농장에서 자라는 감귤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이를 안고 마당에 나와 야생초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주면서 느꼈던 행복은 아직도 그의 가슴에 아련하게 남아 있다고 한다. 또한 그는 조만간 제주도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다.
“처음에는 별이를 위해 예쁜 집을 지으려고 했는데,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서 짓는 건 포기하고 마음에 드는 집을 사려고 해요. 마음 같아선 별이를 제주도에서 키우고 싶지만 제가 방송을 하는 한 그건 힘들 것 같아요. 자연환경이 아무리 좋다 해도 엄마와 떨어져 사는 건 의미 없으니까요. 대신 아이와 함께 제주도에 자주 내려가려고요.”
마흔 살의 나이에 자연분만에 성공한 그는 아이 낳고 회복속도가 조금 느렸다는 것 빼고는 건강하다고 한다. 모유가 풍부해 아이를 배불리 먹일 수 있는 것도 감사할 일이라고. 밖에 나와 있을 때는 유축기를 사용하는데, 요즘은 모유 양을 줄이고 이유식을 늘려가는 시기여서 유축기 사용도 점차 줄이고 있다고 한다. 그는 “누군가가 엄마는 아파도 안 되고 울어도 안 된다고 하더라”며 미소를 지었다.



“마음의 상처 감추기보다 밖으로 드러내 깨끗하게 씻어 없애려고 해요”
지금 그의 간절한 소망은 별이가 아무 탈 없이 건강하게 자라는 것이다. 임신했을 때부터 아이의 건강에 촉각을 곤두세웠던 그는 “혹시라도 지금의 행복이 깨질까봐 두렵다”고 털어놓았다.
그 앞에 놓인 또 다른 숙제는 별이를 아빠 없이 키워야 한다는 점이다. 그에게 “아빠의 몫까지 잘해낼 자신이 있냐”고 묻자 그는 “아빠가 없는 건 없는 거다. 다만 아이가 아빠가 없다는 사실을 두려워하지 않게끔 최선을 다해 키우겠다”고 말했다.
“나중에 별이가 커서 ‘왜 난 아빠가 없어?’ ‘친구들이 아빠 없다고 놀려’라고 말하면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아직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아이에게 ‘결핍’을 극복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사람은 누구나 결핍을 가지고 있어요. 완벽하게 행복한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죠. 별이가 부디 아빠의 부재를 두려움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극복할 수 있기를 바라요. 그러려면 제가 더 많은 역할을 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요. 앞으로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별이와 제가 함께 성숙해질 거라 믿어요.”
그는 더 이상 결혼생활에 대한 미련이 없다고 한다. 아이를 위해, 아빠 역할의 부재 때문에 또다시 누군가와 결혼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는 것. 그가 행복하지 않았던 두 번째 결혼생활에 대해 책에 직접 쓴 이유도 그때 받은 마음의 상처가 이제는 다 아물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불행했던 결혼생활을 에둘러 표현할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되면 제가 말하려는 것이 명확하게 전달되지 못할 것 같았어요. 무엇보다 이제는 제 마음이 평화롭기 때문에 책을 쓸 때도 괴롭거나 눈물이 나지는 않았어요. 물론 처음에는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부들부들 떨면서 욕설도 퍼부었지만 지금은 남의 얘기하듯 덤덤해졌죠. 아무리 생각하고 싶지 않은 기억도 자꾸만 밖으로 꺼내고 표현하다 보면 고통의 농도가 점점 약해지거든요. 예전에는 저도 속마음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성격이어서 많이 힘들었어요. 하지만 몇 번 큰일을 겪으면서 상처를 마음에 품지 말고 밖으로 끄집어 내 빨래를 하듯 깨끗하게 씻어 없애는 것이 좋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는 아이에게 사랑의 아픔을 다른 사랑으로 치유받길 바라서는 안되며 자신의 노력으로 온전한 마음의 평화를 되찾아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고 한다. 그래야만 새로운 사랑을 건강하게 시작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인생에 있어 가장 찬란한 시기를 보내고 있는 허수경. 그가 예쁜 딸 별이와 함께 늘 행복하기를 바란다.



별이와 함께 인생에서 두 번 다시 경험하지 못할 행복을 만끽하고 있다는 허수경.

여성동아 2008년 8월 53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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