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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쌍둥이 아빠’조인직 기자의 육아일기 마지막회

오감 발달 돕는~ 신나는 미술놀이

기획·김민경 기자 / 글·조인직(동아일보 산업부 기자) / 사진·지호영 기자 || ■ 장소협찬·영은미술관(031-761-0137)

입력 2008.07.11 13:47:00

오감 발달 돕는~ 신나는 미술놀이

1 날개 그림 앞에서 예쁜 나비가 된 유정이. 2,3 아빠와 함께 그림을 보고 만지며 체험하고 있는 쌍둥이. 4 놀이처럼 미술관을 둘러보는 게 재미난 민정이.


아이들에게 미술은 무엇인가. 거창하고 철학적인 이야기 같지만 아이와 어른을 구별하는 키워드 중 하나가 미술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리다가, 벽에 걸린 큰 그림이나 여러 모양의 조각들을 보다가 천진하게 내뱉는 아이들의 말 한마디에 몰랐던 미술의 위대함을 발견할 때가 있다.

미술 놀이에 한창 빠진 쌍둥이의 기발함
요즘 우리 쌍둥이들은 블록쌓기와 그림그리기에 재미를 들였다. 모두 넓은 의미의 미술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마트에서 파는 ‘향기 나는 색연필’이나 ‘손에 묻지 않는 크레파스’ 등은 아이들의 고상한 취미활동을 도와주는 요긴한 지원군이다. 색연필 한 세트에 4천원이라는 가격도 고마울 따름.
처음엔 나도 아이들이 동그라미를 잘 그리는지, 선을 잘 긋는지 등에 관심을 가졌다. 그것이 한국사회에서 공인된 ‘발육의 척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런 것들이 미술에 대한 일차적인 접근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오히려 감상평이나 부모의 개입을 최대한 자제하는 게 아이들의 창작 의욕을 심어주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예를 들어 다양한 색연필과 크레파스를 가지고 질서 없이 색을 칠해놓은 아이에게 “이게 뭐야?” 하고 물으면 “이건 어둠이야”라고 답한다. 그러고 보니 여러 색깔이 이렇게 저렇게 뒤섞여 검은색처럼 보인다. 아, 놀라워라!
조그만 동그라미 주변에 짧은 직선을 군데군데 그어놓은 그림은 태양인가 싶었지만 대답은 ‘사자’였다. 직선은 갈기였던 것이다. 이렇듯 아이들이 미술에 심취해 있으면 일단 어른들이 재미있다. 똑같은 대사, 똑같은 감정이입을 하는 동화책 읽기를 아이와 함께 하다보면 어쩔 수 없이 부모들이 지치게 되는 반면, 미술활동은 다른 것 같다. 도저히 흉내 낼 수 없는 기발한 표현이나 묘사를 보면서 부모들도 아이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심적 만족감을 느끼게 된다.

창의력 키울 수 있는 미술관 체험
집에서 워밍업이 어느 정도 끝나면 외부 미술관으로 발걸음을 돌려보자. 우리 가족이 즐겨 가는 곳은 경기도 광주시 쌍령리에 있는 영은미술관이다. 에버랜드 옆 호암미술관이나 강남의 어린이 전문 미술관들처럼 유명하진 않지만 시설이나 서비스 수준은 뒤지지 않는다. 분당이나 용인에서는 45번 국도를 타고 가다가 광주IC로 빠지면 가깝다.
어른 1인당 2천원의 입장료도 부담 없다. 1, 2층에는 전시관이 있고, 지하에는 체험실이 있다. 어떤 작품은 도화지 밖으로 돌 모양이 삐죽삐죽 솟아나 있는데 직접 만져볼 수도 있다. 호기심이 왕성한 아이들이 눈으로만 미술작품을 관람하자면 힘들 터인데, 그런 점에서 영은미술관은 아이들 눈높이를 고려한 시스템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오감 발달 돕는~ 신나는 미술놀이

1,3,4 크레파스와 향기 나는 싸인펜을 이용해 마음껏 그림을 그려보는 쌍둥이. 2 찰흙놀이에서 민정이가 완성한 작품의 제목은 ‘떡’이다.


시간대를 잘 맞추면 상주하는 전문 에듀케이터로부터 찰흙만들기나 그림그리기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언덕 위에 자리한 지리적 이점 덕분에 건물 사방이 모두 울창한 녹색 숲으로 가득하다. ‘생각하는 사람’ 같은 의미심장한 돌 조각도 미술관 앞마당에 군데군데 자리하고 있어 호기심 충만한 3~4살짜리 아이들에게 적합하다는 생각이 든다. 1층 커피숍엔 각종 어린이 책이 꽂혀 있어 어른들끼리 커피 한 잔 마시는 동안 아이들이 자유롭고 안전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놀이방이자 독서방 역할을 한다.
언어감각이 발달한 민정이의 창의력은 미술관에서도 빛난다. 특이할 것 없어 보이는 수묵화 한편에 그려진 길다란 흰색 냇물을 가리키며 “이게 뭘까?” 하고 물으니 ‘요술 지팡이’라는 답변이 돌아온다. 고개가 끄떡여진다. 뾰족뾰족 솟아난 잔디는 ‘악어’라고 답한다.

집에서 하는 미술 놀이는 만만치 않은 작업
집에서 미술작업을 할 때는 어느 정도 집 안이 지저분해지는 것은 감수해야 한다. 아이들은 싸인펜 뚜껑을 끼웠다 뺐다 하는 걸 좋아하고 한 펜에 두 개의 뚜껑을 덧끼우는 것도 재미로 여기기 때문에 정리를 하다보면 늘 ‘뚜껑 없는 펜’이 속출한다. 게다가 거침없는 창작 욕구를 발휘하느라 양손을 총천연색으로 물들이고, 그 손으로 간식을 집어먹으며 손가락 한마디씩 빨아주는 센스까지 갖췄다. 그나마 요즘에는 벽지에 그림을 안 그리니 다행이다. 아이들은 물감도 좋아하는데, 물을 사방으로 튀겨대고 옷에 물감을 하도 묻히는 바람에 일단은 집 안 모처에 숨겨놓은 상태다.
그림도구 사러 아내와 함께 장을 보러 나올 때 늘 아쉬운 점이 있다. 부모 입장에서는 디자인도 다르고 쓰임새도 다른 그림도구 2종류를 사서 가져다주고, 아이들이 사이좋게 나눠 쓴다면 좋을 텐데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누가 쌍둥이 아니랄까봐, 색연필이든 싸인펜이든 물감이든 크레파스든 완전히 똑같은 제품 2개를 사줘야 아이들이 안심을 한다.
각기 다른 제품을 건네주면 안 사주느니만 못할 때도 있다. 민정이는 두 개 다 ‘이것도 내 것, 저것도 내 것’이라고 외치면서 도망가고, 유정이는 드러누워 발을 헤저으며 소리 높여 운다. 늘 남의 떡, 아니 언니(동생) 떡이 커 보이나보다.
아이들이 그림 그리고 노래하고 춤추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화가를 시키나 음악가를 시키나 발레리나를 시키나 고민이 많아진다. 디자인을 전공한 아내는 “애들이 아무래도 날 닮은 것 같아…”라며 벌써부터 예능교육비 부담을 걱정하고 있다. 이미 초기 육아의 세계를 경험한 선배들이나 베테랑 주부들은 이런 우리를 보며 잘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그만할 땐 자기 아이들이 하는 짓은 다 범상치 않게 보이고, 심지어 천재인 줄 착각할 때도 있지. 근데 좀 키워보면 생각이 자꾸 달라지기 마련이야”라고 말한다. 더 키워봐야 알겠지만 지금은 아이들이 자유롭게 생각하고 표현할 수 있는 신나는 경험의 시간을 많이 만들어주고 싶다.
에필로그…
오감 발달 돕는~ 신나는 미술놀이
제가 7월부터 회사를 휴직하고 가족들과 함께 미국 컬럼비아대로 MBA연수를 떠나게 돼 아쉽게도 육아일기 연재를 마칩니다. 2006년 11월부터 시작했으니 어느새 2년 가까이 됐네요. ‘여성동아’를 본 출입처 직원들이 ‘쌍둥이 아빠’라며 먼저 아는 척해줘 연재의 재미, 삶의 만족을 동시에 느꼈습니다. “매일 그렇게 늦게 가면서, 진짜 자상한 아빠 맞아?” 하고 묻는 동료들에게 해명 아닌 해명을 해야 할 때도 있었습니다. ‘아기’에서 ‘어린이’가 되기까지 무사히 키울 수 있도록 도움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좋은 기회에 좋은 칼럼으로 ‘여성동아’ 독자분들과 다시 만날 날을 기대합니다.
조인직 기자는… 동아일보 정치부·경제부·사회부·신동아팀 등에서 8년여 간 일했으며 현재는 산업부에 재직 중이다. 2002년 결혼해 2005년 5월 쌍둥이 딸 유정·민정이를 낳았다. 이제 세 돌이 지난 쌍둥이 딸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다는 만점짜리 아빠다.


여성동아 2008년 7월 53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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