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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엄마

최진실 프라이버시 인터뷰

억척스러운 주부 연기로 또다시 눈길 끄는~

글·김명희 기자 / 사진·박해윤 기자, 성종윤‘프리랜서’

2008. 04. 24

최근 본업인 연기 외에 토크쇼 진행자로 활동 영역을 확장하며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최진실. 그는 얼마 전 두 아이의 성 변경을 신청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당당한 싱글맘의 대명사로 떠오르기도 했다. 두 아이 덕분에 행복하고, 더욱 강해질 수 있었다는 그를 만났다.

최진실 프라이버시 인터뷰

최진실(40)은 요즘 어딜 가나 사람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는다. 뽀글뽀글한 헤어스타일에 뿔테 안경. MBC 주말특별기획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로 1년 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한 그는 캐릭터에 맞춰 외모부터 파격적인 변신을 시도했다. 지난 88년 데뷔 이후 ‘만인의 연인’으로 사랑받은 그는 2004년 이혼으로 슬럼프를 겪은 뒤 2005년 드라마 ‘장밋빛 인생’으로 재기했다. 데뷔 20년, 그의 이름에서는 이제 상큼함 대신 당당함, 씩씩함, 억척스러움 등 여러 이미지가 교차한다.
지난 3월 초부터 방영되고 있는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에서 최진실이 연기하는 홍선희라는 인물은 그런 그의 모습과 많이 닮았다. 학창시절 ‘퀸카’로 이름을 날리던 선희는 경제사범으로 몰린 후 실종을 가장한 채 돈 많은 여자에게로 떠나버린 남편을 대신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억척스러운 주부. 온갖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벌이에 나서지만 그렇다고 생활고에 시달려 우울함에만 갇혀 살지 않는 씩씩한 인물이기도 하다.
“선희는 돈 되는 일이면 뭐든지 다 해요. 가난에 찌든 아줌마죠. 여배우로서 예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을 그리는 게 더 편해요. 지나치게 화려하거나 보통사람들의 삶과 동떨어진 인물은 제게 잘 맞지도 않을뿐더러 보는 분들도 불편해하는 것 같더라고요.”

“아줌마 로맨스 연기하며 대리만족 느끼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려울 것 같아요”
헤어스타일이 드라마 캐릭터와 잘 어울린다고 하자 그는 “곧 유행하게 될 푸들파마”라고 유쾌하게 맞받아쳤다.
“‘장밋빛 인생’의 맹순이 때도 그랬는데 드라마 속에서 아줌마들이 망가지는 모습으로 그려지는 게 안타까워요. 요즘 자기 관리를 잘해서 미혼보다 예쁜 아줌마들이 얼마나 많은데요.‘아줌마는 모두 이럴 것이다’라는 편견은 좀 없어지면 좋겠어요. 누군들 꽃 같은 20대 시절이 없었겠어요. 시부모 모시고 시집 식구들 챙기고 남편, 아이들 먼저 돌보다 보니 자신을 가꿀 시간이 없고, 자꾸 억척스러워지는 거죠.”
선희는 극중 반전을 통해 인생의 전환을 맞는다. 고등학교 때 첫사랑이던 톱스타 송재빈(정준호)과 우연히 재회, 좌충우돌 로맨스를 만들어가는 것. 최진실은 “안타깝게 헤어졌던 첫사랑이 어느 날 갑자기 백마 탄 왕자가 돼 나타난다는 설정 덕분에 연기하면서 대리만족을 느낀다”고 말했다.

최진실 프라이버시 인터뷰

최진실은 최근 OBS 경인TV ‘진실과 구라’ 진행을 맡아 MC로도 데뷔했다.


“선희는 얼마나 행복할까 하는 생각을 해봤어요.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꿈 같은 일이죠. 아이 키우는 엄마가 혼자 행복하자고 사랑을 찾아나서는 게 쉬운 일이겠어요.”
작품과 캐릭터에 관해 쏟아내는 그의 말 속에는 진지함이 묻어났다. 작은 질문에도 골똘히 생각하고 한 번 말을 시작하면 거침없이 이어갔다. 생각의 깊이가 느껴졌다.
“‘어떤 연기를 하고 싶다’라는 틀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닌데 연기를 못했던 시간에 비례해 열정이랄까, 욕심이 많아진 것 같아요. 이전에는 저 하나 챙기기에도 바빠 앞만 바라보고 연기를 했다면 이제는 주위의 동료 연기자, 스태프들까지 둘러보는 여유도 생겼고요.”
최진실은 극중에서처럼 실제 드라마 캐스팅 과정에서도 적극적인 면모를 드러냈다. 상대배우 정준호에게 전화를 걸어 드라마 출연을 부탁한 것. 배우가 다른 배우에게 직접 출연을 제안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평소 친분이 두터운 이영자에게도 출연을 제안해 성사시켰다.
“영자에게 출연해줘서 고맙다고 제법 큰돈을 거마비로 줬죠. 그런데 액수가 맘에 들지 않았는지‘돈 받은 만큼만 연기한다’고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기에 더 많은 액수를 봉투에 넣어‘이영자 이거 먹고 떨어져라’라고 써서 던져줬어요. 영자 연기가 다음 날부터 훨씬 좋아지더라고요(웃음).”
사정을 모르는 사람이 듣는다면 오해할 수 있는 말이지만 그와 이영자는 그만큼 허물없는 사이다.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의리파로 알려진 최진실은 데뷔 초부터 각별한 인연을 맺어온 주철환 OBS 경인TV 대표(전 MBC PD)의 요청으로 OBS 토크 프로그램 ‘진실과 구라’의 진행을 맡아 MC로 데뷔하기도 했다.
“제가 생각해왔던 진행자는 항상 정확한 문법과 발음을 구사하는 사람인데 그 기준으로 보면 저는 턱없이 부족한 것 같아 부담이 커요. ‘내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 MC’라는 생각으로 하고 있는데 색다른 경험인 만큼 재미있는 측면도 있어요. 편안하게 봐주시면 좋겠어요.”

“초등학교에 들어간 환희가 엄마 걱정 부쩍 많이 해주는 게 고맙고 대견해요”
최진실은 일주일 중 엿새는 드라마 촬영을 하고 나머지 하루는 ‘진실과 구라’ 녹화를 한다. 집에 가서는 아들 환희(7)와 딸 수민이(5) 엄마로 돌아가야 한다. 그는 “드라마는 데뷔 20년 배우의 자존심 때문에”, “토크 프로그램은 MC 데뷔작이라는 부담 때문에”, “가정은 환희가 올해 초등학교에 들어갔기 때문에”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신력으로 버틴다고 밖에는 달리 설명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요즘 부쩍 살이 빠졌다며 운동하느냐고 물어보시는 분이 많은데 아이들 키우면서 시간 정해놓고 운동하기 쉽지 않잖아요. 어느 날 문득 석양이 좋다거나 바람이 시원하다 싶을 때 한강에 나가 자전거를 타는 정도죠. 그보다는 녹화 마치고 이튿날 새벽 무렵 집에 들어가 아이들 아침 먹여 학교와 유치원에 보낸 다음 다시 나와 촬영하는 생활을 반복하다 보니 살이 찔 틈이 없는 것 같아요.”
그와 마주 앉은 시간은 ‘진실과 구라’ 녹화를 마친 자정 무렵이었다. 피로가 쌓여 눈이 감길 법도 한데 최진실은 아이들 이야기가 나오자 눈이 반짝 빛나고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
“아니, 아이들은 왜 그렇게 궁금한 게 많은지, 질문에 대답하는 것만으로도 녹초가 될 지경이에요. 아는 건 최선을 다해 대답해주고, 모르는 건 솔직하게 ‘미안해, 엄마가 이건 잘 모르겠는데 우리 같이 공부해볼까’라고 말하고는 넘기는데 아주 진땀이 난다니까요.”

최진실 프라이버시 인터뷰

연기자로, MC로, 육아로 정신없이 바쁘지만 아이들이 곁에 있어 행복하다고 말하는 최진실.


최진실은 “환희가 학교에 들어가자마자 더 바빠져 아이에게 미안하고 아쉽다”고 했지만 그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엄마 최진실’은 방송활동하면서도 챙길 것은 다 챙기는 야무진 학부형이었다.
“우리는 그 나이 때 동네 아이들과 산으로, 들로 놀러 다녔잖아요. 제가 아이들에게 가르쳐주고 싶은 건 우리나라에는 아름다운 사계절이 있고 자연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 속에서 숨쉬며 살아가는 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하는, 어떻게 보면 아주 사소한 것들이에요. 그런데 정신없이 살다 보니 우리 아이들은 회색 아스팔트에 갇혀 부모 없이는 아무 데도 못 나가는 겁쟁이가 돼 있더라고요. 다들 학원 다니기에 바쁘다 보니 놀이터에는 친구도 없고…. 저는 조기 영재교육이니 주입식 교육이니 하는 것들을 선호하는 편이 아닌데 아이들에게 친구를 만들어주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학원에 보내야겠더라고요. 이왕 보낼 거면 제가 발품을 팔아 알아보는 게 낫겠다 싶어 일일이 어떤 곳인지 확인한 뒤 안전하고 좋은 곳으로 골라 학원 스케줄을 짜주었죠.”
하지만 전적으로 사교육에 의존해 아이들을 키우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감정을 섞어서 동화책을 읽어준다거나 한자, 간단한 영어 정도는 직접 가르친다는 것.
“환희 한글을 제가 가르쳤어요. 제가 또박또박 글씨를 써주고 환희가 따라 쓰게끔 했는데 그래서인지 환희 글씨체가 제 글씨체와 비슷해요. 남자아이 글씨 같지 않게 작고 귀여운 게…(웃음).”
모든 엄마가 가장 뿌듯해하는 순간은 아이가 배운 것을 스펀지처럼 쏙쏙 빨아들이는 순간일 터. 그 역시 요즘 한창 그런 즐거움에 빠져 있는 듯했다.
“하루는 환희가 일기를 썼다기에 그림일기일 줄 알았는데 영어로 썼더라고요.‘오늘은 할머니가 슬퍼했다. 왜냐하면 내가 숙제를 하지 않고 동생과 놀았기 때문이다…’라는 내용의 간단한 몇 문장이었지만 틀린 곳 없이 거의 완벽하게 쓴 게, 어른인 저보다 나았어요(웃음). 무척 대견해서 안아주며 ‘환희가 이제 엄마보다 영어 잘하네’라고 칭찬해주었더니 자기도 으쓱해하더라고요.”
아이들은 그의 행복의 원천이자 살아가는 힘이기도 하다. 환희는 어느새 엄마를 챙기는 의젓한 면모를 보인다고 한다.
“드라마 촬영 때문에 며칠 집에 늦게 들어갔더니 환희가 걱정을 하며 ‘할머니, 엄마 어디서 뭐하고 있는지 좀 알아봐’라고 부탁하더래요. 또 하루는 드라마에서 제가 술 마시는 장면이 나오는 걸 보고는 ‘할머니, 빨리 가서 엄마 좀 말려줘’라며 그렇게 걱정을 하더래요(웃음).”



아이들 성 변경 신청은 아빠 몫까지 최선 다해 키우겠다는 세상과의 약속
그는 아이들에게 아빠 역할까지 해야 하기 때문에 항상 부드러운 얼굴로만 아이들을 대할 수 없다고 한다. 아이들이 잘못한 일이 있을 때는 엄하게 야단치기도 하고 매를 들기도 한다는 것.
“그렇다 보니 아이들 머릿속에 ‘엄마는 화나면 무서운 사람’이라는 도장이 찍혀 있나봐요. ‘내 생애…’에서 제가 와이어를 타고 영화 ‘매트릭스’의 한 장면처럼 ‘붕’ 날라 발차기를 하는 장면을 보더니 아이들이 깜짝 놀라 ‘엄마, 하늘도 날아?’라고 묻더라고요(웃음). 그래서 ‘그럼, 엄마 하늘도 날 수 있지’라고 대답해줬더니 아이들 표정이 싹 굳더라고요(웃음).”
그는 얼마 전 서울가정법원에 아이들의 성과 본을 자신의 성과 본으로 바꿔달라고 신청한 사실이 알려져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는 실질적인 아이들의 친권자로서 더욱 정성을 다해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 이러한 신청을 냈다고 한다. 최진실에 앞서 방송인 김미화도 자녀 성 변경을 신청,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다. 최진실은 “아이들 성 변경 신청을 한 사실이 세간에 알려지는 게 조심스러웠지만 이러한 시도를 긍정적으로 보는 분이 많이 있음을 알게 됐고 용기도 갖게 됐다”며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저는 대단한 페미니스트도 아니고 사회를 어떻게 바꿔야겠다는 거창한 목표를 가지고 사는 사람은 더더욱 아니에요. 그냥 ‘엄마의 마음’에서 시작했다고 생각해주시면 좋겠어요. 살면서 불편했고 제 안에서 어떤 작은 울림들이 생겨나기 시작하더라고요. 처음 시작할 때는 알려지는 게 두렵기도 했지만 이왕 시작한 일이니 잘되면 좋겠어요. 그래서 저와 비슷한 아픔을 겪고 있는 분들께 작으나마 희망이 되면 좋겠고요.”
요정 같은 모습으로, 만인의 연인으로, 드라마틱한 삶의 주인공으로 늘 화제의 중심에 섰던 최진실. 그 가운데‘엄마 최진실’의 모습은 그 어떤 모습보다 강하고 아름다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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