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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8개월째, 설레는 마음으로 첫아기 기다리는 전현아·김진만 부부

“아기용품 직접 만들고 캠코더로 기록 남기면서 아이 태어날 날 손꼽아 기다려요”

글·김수정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입력 2008.04.24 11:20:00

중견배우 전무송의 딸이자 SBS 수목드라마 ‘왕과 나’ 감찰상궁으로 친숙한 전현아가 임신 8개월째에 접어들었다. 결혼 6년 만에 첫아이의 출산을 앞두고 있는 것. 최근 드라마에서 하차하고 태교에 전념하고 있는 전현아와 남편 김진만을 만났다.
임신 8개월째, 설레는 마음으로 첫아기 기다리는 전현아·김진만 부부

“선정아, 아빠야. 오늘은 봄볕이 따뜻해서 엄마와 산책 나왔어.”
전현아(36)의 배에 귀를 대고 나지막이 속삭이던 남편 김진만(39)이 미소를 머금는다. 자신의 목소리를 알아들었는지 배 속 아이가 잘 놀고 있다는 신호를 보냈기 때문이다. 그 모습을 본 전현아는 “선정이가 아빠 목소리를 참 좋아한다. 그래서 책 읽어주는 것과 노래 불러주는 것은 남편 몫이다”라며 배를 쓰다듬었다.
“13주 정도 됐을 무렵, 초음파 검사를 하러 갔더니 의사선생님이 ‘아기가 벌써 표정을 짓네요. 웃는 모습이 엄마 아빠를 쏙 빼닮았는걸요’ 하면서 빨리 태명을 지으라고 하셨어요. 태명이긴 하지만 신중하게 짓고 싶어 아는 스님께 부탁드렸더니 ‘깨끗하고 맑은 상태’라는 뜻인 선정(禪淨)으로 지어주셨어요. 선정이 덕분인지 요즘은 어떤 일에도 밝고 긍정적인 생각이 들고, 곱고 아름다운 것만 눈에 보여요.”
지난 2002년 연극배우이자 연출가인 김진만과 결혼해 첫아이를 임신한 전현아는 “요즘 인생에서 가장 경이로운 순간을 맞고 있다”며 환하게 웃었다. 출산을 두 달 앞둔 그는 얼마 전 드라마 ‘왕과 나’에서 하차한 뒤 아이 맞을 준비에 한창이었는데, 공주영상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김진만도 강의가 없는 날이면 온종일 아내 곁을 지킨다고 한다.
“연애할 때부터 지금까지 아내와 열흘 이상 떨어져본 적이 없어요. 2005년 아내가 일본에서 순회공연을 할 때도 따라갔고요. 출퇴근 거리가 멀어 한번은 학교 근처에서 잤는데, 아내 혼자 집에 있는 게 안쓰러워서 견딜 수가 없더라고요. 이번 학기에는 강의시간이 늘고 학생들 실습공연도 지도해야 하지만 되도록 아내 곁을 지키면서 집안일을 거들어야죠. 선정이에게 일도 열심히 하고 가족도 잘 챙기는 자랑스러운 아빠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한 차례 유산 후 가진 아이라 주변 사람들에게 임신 소식 알리지 않아
임신 8개월째, 설레는 마음으로 첫아기 기다리는 전현아·김진만 부부

사실 두 사람은 처음부터 간절하게 아이를 바란 건 아니라고 한다. 특히 김진만은 아이를 무척 좋아하면서도 전현아에게는 “두 사람만 예쁘게 살자”고 말했다고.
“남이 들으면 유난스럽다고 할지 모르지만 아내가 겪어야 할 산고가 걱정됐어요. 지금은 산고에 대한 두려움이 조금 사라졌지만, 신혼 때 아내가 ‘나는 겁이 많아서 아이 낳을 때 제왕절개할 것 같아’라고 말하더라고요. 저도 아내가 열 달 동안 고생할 모습, 아이 낳느라 힘들어할 모습을 떠올리니 엄두가 안 났죠.”
하지만 전현아는 이런 남편의 마음을 알지 못해 내심 서운했다고 한다. “아이 갖고 싶어, 안 갖고 싶어?” 하고 물으면 남편이 “반반이야”라고 대답해 사랑이 식었다고 오해하기도 했다고. 전현아는 나이가 들수록 아이 갖는 문제로 조바심이 났고 점차 우울해졌다고 한다.
“나중에야 저를 위해 남편이 거짓말했다는 사실을 알고 가슴이 뭉클했어요. ‘대부분의 여자들이 겪는 고통인데, 나라고 못 이기겠어?’ 하면서 용기를 냈고요. 그때부터 아이를 갖기 위해 체중을 5kg 정도 불리는 등 건강에 신경을 썼죠.”
그리고 지난해 여름 두 사람에게 반가운 소식이 찾아왔다. 연극 ‘연인들의 유토피아’에서 함께 호흡을 맞추고 있던 중 아이를 가진 것. 하지만 연극과 동시에 드라마 ‘연개소문’‘강남엄마 따라잡기’ 등에 출연하던 전현아는 유산의 아픔을 겪어야 했다.
“다른 배우들과 공연 연습을 하느라 아내와 함께 병원에 가지 못했는데 ‘아기 심장소리 들으러 간다~’며 좋아하던 아내가 ‘흑흑…아기집만 있고 우리 아기가 없대ㅠㅠ’라는 문자를 보내왔어요. 순간 멍해지더라고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문자를 보냈지만 혼자서 얼마나 놀라고 가슴 아파했을지 걱정이 됐죠. 조심스레 전화를 걸었는데 아내가 울먹이더라고요.”
김진만은 자신의 탓을 하면서 괴로워하는 전현아를 보듬어줬다고 한다. 다행스럽게도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아이를 가진 두 사람은 주변 사람들에게 임신소식을 알리지 않았다고. 약간의 임신성 출혈이 있어 배 속 아이가 완전히 자리 잡을 때까지 조심스럽게 행동했다고 한다.
“입덧이 심한 편은 아니었지만 식성이 완전히 달라졌어요. 된장찌개·김치찌개 같은 토속적인 음식을 좋아하던 남편과 달리 저는 피자·스파게티 같은 기름진 음식을 더 좋아했거든요. 그런데 아이가 아빠를 닮았는지 임신한 뒤로는 토속적인 음식만 찾게 되더라고요. 간식으로도 찐고구마, 감자를 먹었죠(웃음).”
하지만 그 즈음 전현아에게 작은 고민이 생겼다고 한다. SBS 드라마 ‘왕과 나’의 감찰상궁 역에 출연 제의를 받은 것. 전현아는 처음에는 거절하려 했지만 김재형 PD와 친분이 있는데다 2회분만 찍으면 된다기에 남편을 설득했다고 한다.
“무리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단단히 하고 촬영에 들어갔는데 갈수록 촬영분량이 늘어났어요. 본래 감찰상궁은 중궁전에 들어갈 수 없는 신분인데, ‘중전을 감찰하는 목적으로 들어간다’는 설정을 하며 감독님이 저를 놓아주지 않으셨죠(웃음). 날은 춥고 배는 불러오고…. 그나마 한복을 입고 있어서 촬영스태프들의 눈에 띄지 않았어요. 한번은 감독님이 ‘현아씨, 요즘 살쪘지? 배 좀 집어넣어~’ 하시는데, 쑥스러워서 임신했다는 말을 못했죠.”
김진만은 그런 전현아를 보면서 마음이 조마조마했다고 한다. 야외촬영이 많아 혹시라도 아내의 몸이 상하지는 않을까 걱정한 그는 나중에는 촬영장에 따라가 촬영스태프에게 아내의 사정을 조심스레 설명했다고 한다. 뒤늦게 사실을 안 스태프들은 깜짝 놀라며 “임신부가 새벽까지 이렇게 추운 데서 일한 것이냐. 눈치 채지 못해 미안하다”며 축하해줬다고. 임신 7개월이 넘어설 무렵 더 이상의 촬영이 무리라고 생각한 전현아는 스태프의 배려로 드라마에서 하차했다.

임신성 출혈과 비염으로 한때 마음고생
임신 8개월째, 설레는 마음으로 첫아기 기다리는 전현아·김진만 부부

전현아·김진만 부부는 배 속 아이에게 책 읽어주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고 한다.


남편의 지극정성으로 마음 편히 임신기를 보내고 있지만 전현아는 한때 비염으로 크게 고생했다고 한다. 본래 기관지가 약한 편이던 그는 임신 후 재채기가 심하게 나고 코가 막혀 숨을 제대로 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병원에 가 보니 임신성 비염이라고 하더라고요. 임산부들이 흔히 겪는 증세 중 하나인데 저는 좀 심한 편이었어요. 양쪽 코가 다 막혀 잠잘 때 컥, 컥 거리면서 간신히 숨을 몰아쉬었거든요. 도저히 견딜 수 없어 한의원에 가 침을 두 차례 맞았더니 증세가 좀 가라앉았어요.”
김진만은 이런 전현아를 걱정하느라 잠을 푹 자지 못했다고 한다. 뒤척거리거나 입으로 숨을 내뱉고 있는 아내의 모습이 안쓰러웠던 것. 당시 불교방송에서 음악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전현아는 “라디오 스튜디오가 외부보다 환기가 잘되지 않아 더 그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DJ도 그만뒀다고 한다.
“좋은 음악을 들으면서 좋은 책 구절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라 태교에 큰 도움이 됐는데 그만둬 지금도 아쉬워요. 대신 요즘에는 손가락을 자주 움직이면 좋다고 해 배냇저고리, 손싸개, 기저귀, 모빌 등 아기용품을 준비하면서 태교를 해요. 인터넷을 검색해 만드는 법을 배우고 친정엄마와 남대문 시장을 돌아다니며 예쁜 천을 사죠.”
전현아는 신생아에게 필요한 물품을 리스트로 만들어 ‘살 것’ ‘만들 것’을 구분하는 ‘야무진 엄마’. 반면 김진만은 벌써부터 8세 이상의 아이가 갖고 노는 놀이기구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그는 “할인매장에 갈 때마다 아내에게 혼난다”며 싱긋 웃었다. 두 사람은 육아일기를 쓰는 방식도 다른데, 전현아는 매일 일기를 쓰면서 아이 초음파 사진을 붙이고 김진만은 캠코더를 들고 다니며 틈틈이 영상메시지를 남긴다고 한다.
김진만은 “아직 실감이 잘 안 난다”면서도 전현아의 배가 조금씩 부풀어오를 때마다 설렘을 감출 수가 없다고 말했다. 얼마 전에는 아기 초음파 사진을 보고 “나와 눈매가 닮았다”며 좋아했다고.
두 사람만큼이나 임신을 반기는 사람은 전현아의 아버지인 연극배우 전무송. 하지만 그는 딸이 유산을 경험한 탓인지 두 사람에게 “조심해라”라는 말을 할 뿐 별다른 내색을 하지 않는다고. 주변 사람들로부터 축하인사를 받았을 때도 빙그레 웃기만 했다고 한다.
“말씀은 안 하지만 내심 기다리셨을 거예요. 첫손자인데 얼마나 좋으시겠어요. 양가 친척들도 무척 반기셨는데, 얼마 전 외고모할머니는 좋은 태몽을 꿨다며 제게 꿈을 파셨어요(웃음). 모두에게 사랑받는 아이가 태어날 것 같아요.”

“앞으로도 아버지, 남편, 동생과 함께 연극무대에 오르고 싶어요”
전현아는 “당분간 아이 키우는 데 전념할 생각”이라면서도 “곧 똑 부러지는 워킹맘의 모습을 보여주겠다”며 싱긋 웃었다. 지난 99년 동서희곡문학 신인작가상을 받은 전현아는 연극계에서 이름난 배우. 전현아·김진만 부부는 아홉 차례나 무대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는데, 이제는 눈빛만 봐도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는지 안다고 한다.
“처음부터 호흡이 잘 맞았던 건 아니에요. 남편이 연출하는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면 무작정 대들었거든요. ‘마누라라고 딴지 거는 거 아냐?’ 하고 의심하면서요(웃음). 그런데 어느 순간 ‘내가 괜한 고집을 부리는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지금은 남편이 하자는 대로 고분고분 따라요. 하하하.”
두 사람에게는 꿈이 있다. 지난 2006년 전무송, 전현아의 동생인 전진우와 함께 ‘상당한 가족’을 공연했는데 그때처럼 온 가족이 한 무대에 올라 다시 한 번 ‘연극인 가족’의 파워를 보여주고 싶다는 것. 아쉽게도 ‘상당한 가족’은 흥행에 실패했지만 좋은 작품이 있다면 언제라도 뭉칠 생각이다.
“제작비를 아끼려고 식구들을 캐스팅했는데 아무도 돈 벌어오는 사람이 없자 엄마가 힘들어하셨어요(웃음). 평소에도 가족모임을 자주 가져요. 모여서 윷놀이하고 나들이를 가고, 그러다가 자연스레 작품 논의도 하죠. 항상 모든 걸 믿고 맡겨주시는 시부모님, 친정부모님처럼 저희 부부도 아이에게 좋은 부모가 되고 싶어요.”
두 사람은 “부모가 원하는 대로 아이가 살아간다면 고마운 일이지만 그렇게 자란 아이는 부모의 소유물일 뿐”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아이가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기를 생각이라고. 서로의 허리를 감싼 채 걸어가는 두 사람의 뒷모습에서 행복함이 묻어났다.

여성동아 2008년 4월 53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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